로저 젤라즈니의 책은 그다지 많이 읽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그리고 최근 다 읽은 <고독한 시월의 밤>정도..다만 독자들의 경우, <고독한 시월의 밤>(이하 고시밤)의 읽다가 설정 세계관에서 그만 러브크래프트로 새어 나가는 바람에 엄청난 블랙홀(환상문학)로 곁가지를 쳐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역시 예외없이 나도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세계의 설정에 푹 빠져가지고 장장 세트 4권을 덜컥 구매. 틈날때마다 보고 있다. 이렇게 된건 로저 젤라즈니가 고시밤에서 '크툴루' 세계관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알하즈레드'의 설정은 사실 무기라기 보단(고시밤에서 '무기'로 등장) '인물'이었다. 그것도 <네크로노미콘>의 저자로 괴이하게 등장하는데 이 모든 설정들의 배경은 러프크래프트가 만들어놓은 크툴루 세계, 즉 상상의 집합체였던 것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그레이모크와 스너프가 현실에서 '드림월드'로 가서 경험하게되는 엄청난 환상들, 그리고 그레이모크가 읇조리는 세계의 구석구석 진기하고 기이한 묘사 표현의 원전이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해하다가 알아낸 사실..(알아냈다고 말하기도 민망하게시리 고시밤 뒤편 후기에 역자가 해설을 붙여놓았드랬다.)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이라는 단편에 등장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러브 크래프트의 저작들... 

 

그러다보니 러프 크래프트가 아니 궁금할 수가 있겠는가. 이 상상력 발군의 저자를 뒤져서 그가 썼다던 연작들을 다 찾아볼 밖에 도리가 없게됐다. 그리하여 다 뒤져서 '황금가지'가 내놓은 '러브크래프트 시리즈 5권짜리 세트'를 손아귀에...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역시 기대했던 대로 굉장한 상상력의 소유자임은 분명한 것 같다. 저간에는 매니아들세계에서 톨킨과 견줄만한 위명을 떨친다고 하던데 아직 스토리 내러티브까지는 몰라도 기괴한 설정과 미장센들을 비롯한 세세한 연결고리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질것만 같은 장대한 스케일의 묘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결국 이정도의 레벨이라면 후대에 영향을 아니 받을수 없겠다싶다.대개의 판타지계열의 작가들도 아마 롤모델이 될 수 있을 듯 싶고...

 


러브크래프트 전집 세트

저자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2-08-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공포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H. 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집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무엇보다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은 나스 키노코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그리고 설정관으로 보자면 아르퀘이드 브륜스터드를 비롯한 사도세계의 기묘한 이야기들과 흡사한 측면이 있다. 설정만 놓고보면 판박이처럼 느껴질 만큼 묘한 질감같은게 있다고나할까. 고시밤이 폐쇄와 개방에 대한 대리인 게임으로 소규모 축소되었길래 망정이지. 혹시라도 각 캐릭터가 크툴루 세계관에서 떨어질법한 아이템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어드벤쳐식으로 전개했으면 이렇게만 스토리가 끝나지 않았을수도 있겠다. 알하즈레드는 사실 부스레기 정도에 불과했지만, 네크로노미콘이 '질'의 품속에서 툭 떨어지거나 위대한 탐정이 드림월드 (아직도 이걸 드림랜드라고 해야할지 드림월드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다. 주. 원작에서는 드림랜드, 고시밤에서는 드림월드로 젤라즈니가 비틀었다.)로 빨려들어가 모험을 한다던지 해버리면 ...그야말로 후덜덜한 스케일로 빠져드는 것이다. 아마 이런 특성들 때문에 '크툴루'의 세계관이 위키피디아처럼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서 자꾸만 살이 덧붙여지고 확장되는 게 아닐까.

 

 

로저 젤라즈니를 읽다가 갑자기 러브 크래프트로 전염되서 한참동안 드림랜드에서 머물고 있다.

이것도 나쁘지 않는 모험이지싶다. ^^

 

 

Posted by kewell

우연찮게 보르헤스 저작들을 줄기차게 읽고 있다. 이게 장르가 뭔지 혹은 통틀어서 어렵다던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보르헤스에 대해 궁금함을 비롯한 호기심을 감안해볼 때, 왠지 그의 저작들 몇 권은 꼭 읽어봐야 겠다라고 늘 생각해왔으니까.. 그런데 읽다가보니 참으로 쉽지 않은 수준인건 알겠다. 포스트 모던, 구조주의와 해체주의, 상징주의의 문학적 효시라고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보르헤스의 이런 탐구는 어디서 유래했던 걸까라고...곰곰히 생각해보자면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환상문학'으로 시선을 돌린 시점이 아닐까싶기도 하고..아무튼 이런 보르헤스의 스타일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픽션>'틀뢴, 우크바르, 오프비스 테르티우스' 내용들을 읽다보니 프레임은 환상문학의 구조를 그리고 내용은 굉장히 모호한 철학사상이 유입되어진듯한 느낌이다. 나야 뭐 이해력도 그렇고 지식도 야트막한 수준이다보니 우크바르의 등장부분과 '행성만들기'에 대한 비밀조직따위에나 천착하겠지만, 그래도 어떤가..보르헤스가 어떤 내용으로 어렵게 이야기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니 그 정도면 만족이다. (수준높은 묘사들은 좀더 골몰히 생각좀 해봐야 겠다.) 

 

그리고 언급된 '바벨의 도서관'의 29권 정도되는 환상문학도 덤으로 차근차근 읽게되고, 나름 괜찮치 않나싶다. 재미로만 볼수도 있겠으나 어차피 현실이란 또 다른 형태의 환상일수도 있을테니..<픽션들>, 그리고 <알레프>를 읽으면서 중간중간 바벨의 도서관 컬렉션을 꼬박꼬박 읽어야겠다. 카프카의 환상문학도 미뤄두고 있었는데...갈비노도 있고...언젠가는 읽겠지싶다가도 유야무야 내버려두고 있었는데....때마침 보르헤스의 등장으로 머리의 요구사항이 늘어간다. 난해함은 별도의 문제지 싶다. 휴..

 

 

순서는 <픽션들>-<알레프>-<바벨의 도서관>-기타 저작들 이렇게 흘러갈 것 같다. 그나마 이 분께서 단편소설만 쓰신게 정말 다행이다 싶다. 이런 스타일로 장편 소설을 써주셨다면 난 머리에 쥐가 나서 기절하겠지아마....^^

Posted by kewell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다는건 그렇게 거창한 이유나 의미가 있는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그냥 자기 수양적인 느낌으로 갈겨대는 편이다. 내용은 졸렬하고 유치하고 허황되거나 조잡스러울 가능성 또한 올라가기 마련이다. 쓰기로 밥벌어먹고 사는게 아닌이상 이런 감상기 및 리뷰 등등은 사실 이 책을 읽었단다 겹치지 말고 나중에라도 기억해라...라고 나자신에게 말하기 위해서란 뜻이다. 그런데 난 지금도 이렇게 글을 올리고 daum이나 mixsh에 다들 연결하는건 줄알고 위젯까지 달아놓았지만 이걸 서점에서 보고 포인트준다는 사실은 몰랐드랬다.

 

오호라...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내 블로그에 글을 써도 뭔가 혜택을 받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감사한일이고 또 한편으론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무엇보다도 책살돈을 조금이나마 세이브 할 수있어서 기쁘다. 책으로 한달에 대략 못해도 3~4권. 많으면 7권을 넘어갈땐 내가 아무리 취미생활로 작정하고 돈을 모아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내 살림형편에는 더더욱...그래서 말인데 이거 많이 많이 선정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한권이라도 쉽게 건져볼 수 있지 않은가. 반디 & view 어워드는 매주 블로그들 중 다음뷰에 노출된 글들에서 선정하나보다. 반디앤루니스라....집에가다가 가끔 들리는 코엑스 서점이지싶다. (다른 지점도 있겠지만) 교보와 반디..두군데서만 책을 사긴하는데 이렇게 되면 나도 모르게 반디쪽으로 계속 가게 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읽고 싶은 책은 점점 는다. ㅠ.ㅠ

 

Posted by kewell

커피번에 대한 지난 생각.

 

1. 갓 구웠을 때 먹어야 한다.

2. 시간이 지나면 제아무리 바삭한 표피도 나중엔 눅눅해진다.

3. 안이 촉촉하면 금상첨화다.

 

굽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제대로 구우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나중에 대비밀 방출예정...^^

 

Posted by kewell

한동안 쟁겨놓았던 책들이 약 40% 정도 줄었다. 다 읽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이즈음 되면 서서히 앞으로 읽을 책들 골라놓는게 취미라면 취미..음...들락날락거리다가 다시 몇권의 책들을 골라놓았다.

 

1. 뉴욕의 책방 / 최한샘 / 플레이 그라운드

2. 라이프 트렌드 2013 / 김용섭 / 부키.

3.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 요르겐 랜더스 / 생각연구소.

4. 스파이스 / 잭터너

5. 바나나 /댄 쾨펠 / 이마고

6. 라디오 헤드로 철학하기 / 브랜든 포브스 / 한빛 비즈.

7. 노동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 / 부키.

8. 당신은 전략가 입니까 / 신시아 A. 몽고.

9. 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 / 나무 발전소.

10.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 팀버튼 / 새터.

11. 일년동안의 과부 / 존어빙 / 사피엔스 21.

12. 중력의 무지개 / 토마스 핀천 /새물결.

 

    

 

 

 

 

대충 기웃거리면서 살짝살짝 읽어보고 고른 목록이다. 이전 목록들에서 무겁고 고전스러운 문학들을 주로 골랐었는데 이번엔 약간 가볍게 선택. 특히 '카페에서 책읽기' 같은 건 책이라기보단 그림책, 물론 '굴소년'도 매한가지다. '뉴욕의 책방'도 읽는데는 거의 힘이 들지 않는 책이다.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역시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 책값도 무려 9만원을 넘어가주신다. 이거 금테두리라도 둘렀나 왜 이러는건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읽고 싶다는.... 그리고 '일년동안의 과부'는 워낙 어빙을 좋아해서 꼭 읽으리라 오래전 부터 다짐했던 책. 그리고 흥미진진할 것 같은 책은 '노동의 배신' 그리고 '라디오 헤드로 철학하기' '스파이스'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이 정도..마지막으로 그냥 한번 어떤건가 읽어보려는건 '당신은 전략가 입니까' 이다. 이거 다 구입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어찌됐든 기본적으로는 목록정도는 한달에 한번씩 업데이트 해줘야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서 차근차근 읽다보면 뭐 어떻게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나하는 막연하고도 무식한 생각을 해본다.

 

자고로 책읽기에는 멍때리면서 읽어주는게 나에겐 맞다.

 

 

Posted by kewell

얼마 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을 그윽하게 보고 나서 '다시 한번 가봤으면 하는 마음을 고이 접어 두었드랬는데 ' 별다른 기대 없이 지내다가 내가 방금 먹고있는 '오뎅우동'과 '베이컨' 오니기리의 값을 지불하고 나서는 순간 식당이름이 '카모메'라는걸 알아채렸다. 간절한 바램은 간혹가다가 추접스럽고 민망스럽지만 유사 짝퉁이 되었을지언정 어떡해든 비슷한 모양새라도 만들기 마련이라고 어디 '마법책'에 써있을 것만 같다.  재빨리 하늘을 봤는데 가히 이정도면 헬싱키 못지 않은가. 파랗고 높고…공기는 살갗에 부딪혀서 차가운 크림막을 만든다. 오늘 이 크림막을 '헬싱키 글레이징'이라고 해둘 판이다.  슬쩍 카모메 식당도 봤겠다. 사치코 아줌마라도 근처에서 갑자기 나타날까싶어 두리번 거려봤지만 역시 여기 카모메의 주인 마나님은 사치코보다는 훨 미인이시다. 더 젊기도 하고… 쿠폰달라고 하다가 '서명 먼저' 라고 하시는 바람에 약간 민망했지만, 영화 카모메의 그 분위기 못지 않다. 


마침 내 귀에 꼽힌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말해요 우리' … 오래전 모스코바에서 헷짓거리를 하다가 비자만료로 슬쩍 핀란드 찍고 돌아와야 해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비자연장은 타국에서 하루만에 발급이 되었드랬다. 인접한 핀란드로 건너왔다가 하루만에 들어가는 마치 유럽에 파견된 정보요원마냥 긴박하게 움직였다는…) 그런데도 그 핀란드, 헬싱키의 반나절을 기억한다. 차가운 공기, 그리고 높은 하늘, 한적한 거리. 스산하고 차가운 빛깔의 가게들. 외관은 얼음궁전같은 한기였지만 내부는 스팀뿐어져 나왔던 그 호텔하며… 가끔 이런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유럽에 파견된 정보요원이 핀란드에서 숨어지내다가 카모메에서 우동한 그릇을 먹다 식당과 연결된 전세계의 '카모메'라는 이름의 식당 포털로 이동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전세계를 돌며 정보활동을 벌인다는 뭐 그런 황당한 이야기. 이 소설의 제목은 '코드명 헬싱키 : 카모메에서 오뎅우동을 먹어라!! ' 뭐 이런거….ㅎㅎㅎ  


토요일 오후 잡생각이었다. 날씨는 좋지만 이제 좀 추위는 가셨으면 싶다. 그리고 이런 날씨에는 유독 '카모메 식당'이 보고 싶다. 

'Espresso minutes > 10 minu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번에 대한 짧은 생각.  (0) 2013.02.22
읽고 싶은 책 목록 update  (0) 2013.02.21
좋은 소식이 가득하기를...  (0) 2013.02.16
책구입의 시즌이 돌아오다.  (0) 2013.02.11
요근래 많은 일들이..  (0) 2013.02.08
Posted by kewell

 

 

Dianne ReevesGeri Allen의 'Maiden Voyage'Acoustic cafe의 'Buenos Aires의 꿈'을  아침부터 일부러 들어봤다. 주말 아침나절에 잘 들었던 거라...하지만 거기에 약 10페이지 남짓 업다이크의 'Run rabbit'을 읽었더니 '삶'이 띵한 느낌이다. 이렇게 암울할수가....아무튼 요새는 주변에서 '비보'가 많이 들린다. 약 7년동안 연락끊겼던 친구가 카톡으로 안부를 묻길래 당황했는데 아예 Yorba linda라는데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3번의 반가운 안부가 다 '비보'였다.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그럴 나이가 되었다고..' ..비보만 쏟아지는 '나이'가 있을리가.......차라리 다들 행복해고 탈없고 희소식만 가득해서 아무런 연락이 안오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연락만 오면 뭔가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다.

친구들아 잘살아라....^^

노래는 우울해서 페퍼톤즈의 'Galaxy tourist'..그나저나 날씨는 언제 풀리려고..
Posted by kewell

 

 

 

돌이켜보면, 여유가 있을 때, 책을 사서 읽겠다는 것만큼 '뻔한 거짓말'도 없다. 물론 살기 바쁘세상이니까 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책을 사서 읽는건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도 절대 '여유가 있는 계절'은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읽고 싶었던 책은 제목 조차 기억나지 않는 망각의 숲으로 사라진지 오래고 그 '여유'도 다른 바쁜 일로 채워진다. '책 읽기'같은 건 그야말로 한량들이나 하는 정말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미션인 것이다. 안해도 그만이라니까 생각난건데, 책 읽기를 굳이 의식적으로 열심히 한다고 해도 뭐 땅에서 '돈'이 샘솟는 것도 아니고 교양이 늘고 지식이 는다는 '근거없는 믿음'도 영원하지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무의미한 되새김질 이전에 책읽기가 가져다주는 각자의 무형의 자산물이 있다고 본다. 그게 풍부한 경험이 되었든 감성이 되었든, 그리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픈 내러티브를 주던간에 그런 걸 잃지 않으려는 바램들로 '책을 본다'고 해야 정확하지 않을까싶다. 나같은 경우에는 책을 읽는 이유로..계속해서 지면에 뭔가를 쓰고 싶다는 의지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억으로 사라지는 추억들에 대한 아쉬움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도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굉장한 빈곤이 아니라면..그 자리에서 집어들고 오는 편이다. 온라인도 좋긴 한데 지면을 만져보고 폰트도 보고, 저자의 서문도 좀 읽고 무엇보다도 책두께, 뭐 등등을 자세히 보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져봐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몇 권의 책을 집어들고 왔다. 원래 진작에 읽었어야할 책들인데 유야무야 미루다가 드디어 한꺼번에 확 질러버렸다. 봄은 그럭저럭 지나갈걸로 본다. 

 

재닛프레임 <내 책상위의 천사>

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

발레리 라르보 <페르미나 마르케스>

라이스 보엔 <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

나이젤 슬레이터 <토스트>

찰스 디킨즈 <어려운 시절>

보르헤스 <픽션들>

 

이외에도 근래에 읽어야 하는 책들 목록 중, 존 어빙의 <일년동안의 과부>, 그리고 <노동의 배신>..

3월까지는 나쁘지 않을 듯 싶은데...또 모르지..읽고 싶은게 더 생기면 남은 여력을 다 퍼부을 수도..

 

 

 

Posted by kewell

 

많은 일들이 지나간다. 언제고 나도 겪을 일이겠지만...

 

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겠지만, 때로는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나는 그런 것과 무관하다는 듯이 살다가...살다가.. 

반갑지 않은 손님오듯 왈칵 눈물이 쏟아지면 후회고 뭐고간에 다윗이나 솔로몬처럼 베개닛이 썩도록

눈동자가 부르터버릴지도 모른다.

 

언제 가봤더라 ....

 

발바닥 저려올만큼 쏘다닐때도 몰랐던 사실을 지나간 사진을 보고서 알게 된다는 건 늙었다는 건가?

지나가다가 어렴풋이 생각이라도 나면 내려서 걸어봐야겠다. 데자뷰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나

적어도 그때 두고온 '그림자'와의 해후라도 우연찮게 이뤄질지도...그럼 허구의 세계에서 탈출 할지도.....

 

Posted by kewell

어렸을 때 (아마도 초딩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집안의 가훈이 무엇인지 알아오라는 과제를 내준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가훈'이라는 단어조차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었을만큼 '거창'한 것들에 대한 공포를 간직한 채 아버지에게 '가훈'에 대해서 여쭈었드랬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이라도 하신 것처럼 천정을 잠시동안 바라보시고 '정직'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주셨드랬다. 정직이라니..밑도 끝도 없이 그냥 말그대로 뜻그래도 정직? 정직이 좋은 말이긴하지만 범용적 의미로서는 이보다 더 무미건조할 순 없는데다가 개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야말로 따분하기 짝이 없는 단어가 아닌가. 물론 그 시절에는 정직이라니..정말 멋있는 단어인가보다라고 막연히 추측하고 한자로 적어주시는 공책위의 어려운 자취를 보면서 뭔가 대단한 걸 적어가는구나라고 멍청하게 생각했었다.

 

무미건조한 '정직'이 가훈이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고 해서 내가 아버지를 유치하게 생각한다던지 아니면 '그시절의 아버지들이 다 그렇지뭐'라고 애써 몰개성을 폄하한다던지하는 개념없는 자식까지는 결코 아니다. 기본적으로 굳이 논하자면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쪽이다. 다만 FC 바르셀로나처럼 아버지를 바라본다기 보다는 레알마드리드의 호날두를 보는 것처럼 아버지의 장점을 본다고 해두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현대에 이르러서 완벽한 시스템을 칭찬하기보단 흠이 없을수 없는 어떤 상황에서 부분부분을 더 경이롭게 본다고나 할까..내가 아버지의 장점을 보는 것도 이와 같을 따름이다. (지금도 전체가 완벽히 조화롭다고 말할 수 있는건 바르셀로나 뿐이라고 생각한다. ) 어찌됐든 나이를 먹다보니 가훈이 '정직'이라는 건 거의 당시 임기응변으로 넘어가기위한 아버지의 궁여지책임을 눈치챘다.

 

정직에대한 깊이 있는 철학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런걸 자연스럽게 체득할만한 당신만의 관점같은게 나한테 전달된게 없으니까..불만은 없지만 아마도 그럴듯한 워딩이 필요하셨으리라..자식들에게 왠만하면 대중적이고도 그럴듯한 가훈정도는 있어왔다라고 '족보'스럽게 언질해줄 의무감같은 뭐....그런 것들의 일종이 아니었을까싶다. 그러다가 나이를 조금씩 먹고 나도 언젠가 자식으로부터 '우리집의 가훈은 뭐예요?'라고 기어코 듣게 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훈을 할아버지가 '정직'이라고 했다고 나까지 '정직'을 대를 이어 가훈으로 설정하기에 심히 민망스럽다. 적어도 난 '정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머니까...'임기응변' '변신' '배반' 이런쪽이 더 가까울 판이다.

 

그래서 말인데, 난 가훈을 이렇게 설정해야 겠다라고 마음 먹었다.

 

'그런가보네, 됐고..'

 

 

이게 무슨 가훈이냐고? 가훈이란게 별거 있을까. 의미를 두고두고 꼽씹을 만큼 교훈적이거나 깨달음이 있으면 될뿐이지 성인들의 명구를 걸어놓는다고 해서 그 명언들이 집안벽에 스며드는건 결코 아니니까..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우선 저 가훈을 둘로 나뉘어서 생각해야 한다. 그런가보네는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자세이자 태도, 그리고 '됐고'는 내면으로 추스리는 마음가짐정도다. 세상사람들에게 굳이 깊게 관여하지도 말고 간섭하지도 않는 그런걸 좋아한다. 충고랍시고, 혹은 걱정이랍시고 오지랖넓게 이것저것 지적질하는 인생은 그야말로 길가다가 똥밟을만큼 불행연속의 격변을 맞아들이기 쉽다. 세상은 자고로 스스로를 추스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묵묵히 관조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이런 해석이 미쳐서는 가끔 곤란할 것이다. 무관심처럼 비춰질수도 있으니까...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난 저런 삶의 자세를 좋아한다.

 

남에게는 악의없는 덤덤한 자세, 그리고 스스로에게는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내실있는 생각들...좀 유치하긴해도 오히려 가훈으로 삼을만큼 실효성있다고 본다. 나중에 자식들의 선생님들이 이에 대해 저질스러운 과제였다고 평이라도 한다면 자세한 해설 가이드를 A4용지로 한장 뽑아서 첨부해줄 작정이다. 많은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경구와 의미에 취해서 자신도 지키지못할 괴이한 괴리감을 가훈으로 건다. 멋있기야 할테지만, 그게 무슨 고생인가. 맞지도 않은 가훈땜에 이중인격자라는 소리를 듣기나 하고..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