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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0 보르헤스 - 픽션들 ' 보르헤스답게 바꾸기
  2. 2013.02.26 보르헤스(Borges) 탐험기
카테고리 없음2013. 3. 10. 22:58

 

 

 

원래 고전문학 시리즈를 내놓는 출판사들의 디자인 컨셉은 좋게말해서 '노멀'하고 고즈넉한 그야말로 아무런 인상없는 디자인들이 태반이다. 튈 필요도 없고 자극적일 필요도 없을테니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긴 해도 보는 사람입장에서는 책장을 펼쳐 읽기도 전에 '아 재미없을 거 같아' '되게 지루하고 따분할 거 같아'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면 그건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오랜 세월 살아남은 명작들일텐데 표지에서 반감되어버린 이 기대감에 대한 보상은 누가해주는 것일까.

 

연령대별로 다양한 욕구와 스타일을 맞추기 힘드니까 전통적인 디자인과 무난함으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이해가 가긴한다. 가뜩이나 읽기 쉽지 않은 고전들에 대한 선입견을 더 딱딱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느낌이다. 이 어려운 책을 읽겠다고 표지를 봐 쉽지 않을 거 같지 않아 그냥 못읽을 거 같으면 내려놓든지 포기하시지 라고 협박 내지 빈정거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주동자는 다름아닌 '책의 겉표지 디자인'들이다.  표지들을 보면 사실 그 책의 성격을 대충 알 수 있게 되는데 대부분의 고전들은 거의 고지식하고 고집센 노인네들의 완고함같은게 느껴진다. 세월의 노련함을 상징적으로 표지로 옮겨놓은 걸까. 어때 근엄하지 않아 라고 .......

 

너무 가볍거나 너무 튀는건 '고전답지 않다'라고 하신다면 뭐 딱히 할말은 없다. 그래서 말인데 난 내방식대로 표지를 바꿔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보르헤스 작품들 같은 경우엔 '민음사' 표지를 눈뜨고 볼 수가 없다. 그런 컨셉으로 책을 들어 읽게 되면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이 몰개성적인 표지는 나로 하여금 보르헤스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상정하고 지루함과 따분함과 난해함의 결정체로 고체화시키는데 일조한다. 이렇게 되면 이해하려고 해도...시도하려고 해도 읽기 싫어지고 짜증도 스물스물 거리기 마련. 이래선 보르헤스를 못읽겠구나 싶었다. (어디까지나 그냥 우기는 수준..) 그리하여 달력을 찢어서 거기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회색 마커로 쉐도잉약간 하고 그 달력종이로 책을 포장해버렸다. 

 

더러워서 읽기 싫어질때까지 이 표지의 보르헤스로 난 읽을 것이다. 알레프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출판사 이미지를 교체할란다.  대체로 읽기 싫은 책들의 경우에는 표지가 좋으면 그래도 버티며 읽는다는 나만의 버릇때문이라도 이렇게 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보르헤스가 더 잘이해되고 더 잘 머리에 들어오고 더 감동적인건 결코 아니지만 ....최소한 자꾸 읽어봐야겠다는 용기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는 있으니까. 보르헤스 저작들에 대해서만큼은 뭔짓을 해서라도 읽으려고 하는 의지를 희석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Posted by kewell

우연찮게 보르헤스 저작들을 줄기차게 읽고 있다. 이게 장르가 뭔지 혹은 통틀어서 어렵다던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보르헤스에 대해 궁금함을 비롯한 호기심을 감안해볼 때, 왠지 그의 저작들 몇 권은 꼭 읽어봐야 겠다라고 늘 생각해왔으니까.. 그런데 읽다가보니 참으로 쉽지 않은 수준인건 알겠다. 포스트 모던, 구조주의와 해체주의, 상징주의의 문학적 효시라고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보르헤스의 이런 탐구는 어디서 유래했던 걸까라고...곰곰히 생각해보자면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환상문학'으로 시선을 돌린 시점이 아닐까싶기도 하고..아무튼 이런 보르헤스의 스타일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픽션>'틀뢴, 우크바르, 오프비스 테르티우스' 내용들을 읽다보니 프레임은 환상문학의 구조를 그리고 내용은 굉장히 모호한 철학사상이 유입되어진듯한 느낌이다. 나야 뭐 이해력도 그렇고 지식도 야트막한 수준이다보니 우크바르의 등장부분과 '행성만들기'에 대한 비밀조직따위에나 천착하겠지만, 그래도 어떤가..보르헤스가 어떤 내용으로 어렵게 이야기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니 그 정도면 만족이다. (수준높은 묘사들은 좀더 골몰히 생각좀 해봐야 겠다.) 

 

그리고 언급된 '바벨의 도서관'의 29권 정도되는 환상문학도 덤으로 차근차근 읽게되고, 나름 괜찮치 않나싶다. 재미로만 볼수도 있겠으나 어차피 현실이란 또 다른 형태의 환상일수도 있을테니..<픽션들>, 그리고 <알레프>를 읽으면서 중간중간 바벨의 도서관 컬렉션을 꼬박꼬박 읽어야겠다. 카프카의 환상문학도 미뤄두고 있었는데...갈비노도 있고...언젠가는 읽겠지싶다가도 유야무야 내버려두고 있었는데....때마침 보르헤스의 등장으로 머리의 요구사항이 늘어간다. 난해함은 별도의 문제지 싶다. 휴..

 

 

순서는 <픽션들>-<알레프>-<바벨의 도서관>-기타 저작들 이렇게 흘러갈 것 같다. 그나마 이 분께서 단편소설만 쓰신게 정말 다행이다 싶다. 이런 스타일로 장편 소설을 써주셨다면 난 머리에 쥐가 나서 기절하겠지아마....^^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