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을 그윽하게 보고 나서 '다시 한번 가봤으면 하는 마음을 고이 접어 두었드랬는데 ' 별다른 기대 없이 지내다가 내가 방금 먹고있는 '오뎅우동'과 '베이컨' 오니기리의 값을 지불하고 나서는 순간 식당이름이 '카모메'라는걸 알아채렸다. 간절한 바램은 간혹가다가 추접스럽고 민망스럽지만 유사 짝퉁이 되었을지언정 어떡해든 비슷한 모양새라도 만들기 마련이라고 어디 '마법책'에 써있을 것만 같다.  재빨리 하늘을 봤는데 가히 이정도면 헬싱키 못지 않은가. 파랗고 높고…공기는 살갗에 부딪혀서 차가운 크림막을 만든다. 오늘 이 크림막을 '헬싱키 글레이징'이라고 해둘 판이다.  슬쩍 카모메 식당도 봤겠다. 사치코 아줌마라도 근처에서 갑자기 나타날까싶어 두리번 거려봤지만 역시 여기 카모메의 주인 마나님은 사치코보다는 훨 미인이시다. 더 젊기도 하고… 쿠폰달라고 하다가 '서명 먼저' 라고 하시는 바람에 약간 민망했지만, 영화 카모메의 그 분위기 못지 않다. 


마침 내 귀에 꼽힌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말해요 우리' … 오래전 모스코바에서 헷짓거리를 하다가 비자만료로 슬쩍 핀란드 찍고 돌아와야 해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비자연장은 타국에서 하루만에 발급이 되었드랬다. 인접한 핀란드로 건너왔다가 하루만에 들어가는 마치 유럽에 파견된 정보요원마냥 긴박하게 움직였다는…) 그런데도 그 핀란드, 헬싱키의 반나절을 기억한다. 차가운 공기, 그리고 높은 하늘, 한적한 거리. 스산하고 차가운 빛깔의 가게들. 외관은 얼음궁전같은 한기였지만 내부는 스팀뿐어져 나왔던 그 호텔하며… 가끔 이런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유럽에 파견된 정보요원이 핀란드에서 숨어지내다가 카모메에서 우동한 그릇을 먹다 식당과 연결된 전세계의 '카모메'라는 이름의 식당 포털로 이동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전세계를 돌며 정보활동을 벌인다는 뭐 그런 황당한 이야기. 이 소설의 제목은 '코드명 헬싱키 : 카모메에서 오뎅우동을 먹어라!! ' 뭐 이런거….ㅎㅎㅎ  


토요일 오후 잡생각이었다. 날씨는 좋지만 이제 좀 추위는 가셨으면 싶다. 그리고 이런 날씨에는 유독 '카모메 식당'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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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