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다 읽고 쓸 이야기지만,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은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에 비할 바가 아닌 듯 싶다. 이야기의 긴장감 농도부터가 다르다. 비블리아 첫 챕터에서부터 팽팽하게 유지되는 호기심 유발 레벨만 가늠해봐도 탈레랑쪽은 뒤로 밀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이하 비블리아)을 다 읽고 나서 탈레랑을 봤으면 더 적확하게 완성도를 유추할 수 있었을 텐데 거의 동시에 읽다보니 (읽다가 보니 탈레랑을 먼저 다 읽어버렸다.) 비블리아쪽의 재미를 뒤늦게 느껴버렸다. 탈레랑이 한권으로 끝나서 일단 탈레랑부터 읽고나서 생각하자고 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어찌됐든 비블리아가 더 디테일이 살아있다라고 쓰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탈레랑도 디테일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 처지다보니 이게 과연 비교 대상으로 맞는 것일까라고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탈레랑의 디테일이란 것도 뻔하다. ..고작해야 미호시가 원두를 갈면서 사건을 추리한 끝에 '다 갈아졌어요'라고 미소짓는 정도가지고 커피가 사건과 밀접하게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고 바리스타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소설전반의 분위기를 이끈다고 우겨봐도 이건 디테일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비블리아쪽에서는 '나츠메 소세키'를 비롯하여 다자이 오사무까지 끌어들이면서 책에 관한 깊이있는 이야기를 등장시키고 있다. 나츠메 소세키 사인에 대한 미스테리함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초판에 대한 이야기를 등장시키고 연대적 불일치를 통해서 사건을 역추적하는 과정을 볼 때, 오히려 탈레랑의 작가가 비블리아 고서당의 이야기를 언뜻 답습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혹시 일본의 이쪽계열은 죄다 이런 걸 유행으로 삼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느낌..? ) 이번여름에 이런 류의 책을 몇 권읽고 있는데 가장 좋았던 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그리고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정도다. 만약에 읽어야 한다면 탈레랑은 제쳐두시고 비블리아쪽을 고르시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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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계획도 없이 서점에 들렀다가 앞부분의 몇 장 읽어보고 바로 들고와버린 책이다. 이름하여 '레이시 이야기' ...다른 부차적인 설명 다 지우고 요약해서 미술계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이야기다. 패션계에서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깨달음이 있었던 영화 못지 않게 이 '레이시 이야기'도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 뭔가 따분하고 지리멸렬한 미술계와 경매장, 소더비, 뉴욕의 갤러리, 미술품 수집가,비평가들 틈에서 안목과 자존심, 그리고 재능을 펼쳐보이고자 하는 여주인공과 음모와 냉정하고도 신랄한 내부 묘사가 존재하는 그런 이야기들로 보인다. 확신을 못하는 건, 이제 1/3 정도 읽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2/3가 남았으니까..더 읽어봐야 알 수 있을 듯...



너무 이야기만 진행되는 것 보단, 뭔가 설명도 있고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친철한 묘사같은게 끌렸나보다. 로맨스던 스릴러던 배경이 좀 디테일한게 좋긴하다. 없는 것보단 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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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꽤 꾸물꾸물 거리는 걸 보니 정말 장마이든지 태풍이든지 싶다. 시기야 말로 그럴듯한 7월 초중. 이 시기가 지나면 폭염의 계절이 불어닥칠테지만, 살갗에 붙는 이 끈적임들과 어떻게든 뽀송뽀송한 공기를 경험하고픈 에어컨의 찬공기 매니아들 입장에서는 약간은 그레이스러운 바깥톤이 월페이퍼 같을 수도 있겠다. 원래 세상그림에서 직접적인 촉각과 향기를 빼버리면 판타지가 될 수도, 혹은 어여쁜 동화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 Rainy day가 한 주내내 이어지는 것도 로망이라면 로망인거지.(물론 물난리나고 국가재해로까지 확대되는데 로망타령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제도 비슷했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아무래도 혈압이 떨어지고 사람은 느슨해지고 정신은 산란되기 일쑤다. 이 분명하지 않은 색체감은 정신도 애매하게하고 정서도 몇 번 index의 명암톤인지 가늠하기 힘들만큼 아날로그적으로 변해간다. 몽롱하다고 해야 하나...정확히 태양쨍쨍 한 날 황금빛 햇살도 측정 할 수 있을만큼 '디지털'적이었는데 그만 이 날씨는 갑작스레 비선형적이 되버리셨다. 그걸 타파해보겠다고 오전에는 'Flying Petals', 그리고 Eddie Higgins Trio'Autumn Leaves를 연달아 들었다. 조금' 후에는 Dave BrubeckTake Five가 이어지면 속으로 결국 이런 날씨에는 이 곡이 제격이지라며 외쳤다가  Mondo Grosso의 '1974-Way Home', Bill Evans의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을 들으며 날씨는 '더블치즈와퍼'...음악은 '어니언링'이라고 딜리셔스한 망상을 즐기게 된다. (그럼 다 인스턴트란 이야긴가..ㅠ.ㅠ)  


이런 날씨배경에 음악조차 없다면 누구말마따나 '의미가 없는 스윙'이 될 가능성이 높긴하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창밖에 그려진 이 월페이퍼도 7월 잠시동안만인데 좋아하는 음악이 타이틀이라도 걸어주지 않으면 그냥 이름모를 날짜뿐인건가 싶기도 하고. 7월 9일, 7월 10일, 7월 11일...이런건 너무 냉정하고 딱딱하다. '셀레니어스 몽크의 'Round Midnight'가 흐르고 짙에 내린 습기들이 분위기를 머금고 거리에 내려앉은 7월 며칠의 풍경'이라고 해야 그나마 기억에서 덜 휘발될테지 하면서 젠 체도 할 수 있고...어차피 태양이 뜨면 이 모든 정서는 다 그림자 없어지듯 자취를 감출 것이다. 태양의 정서는 이런 재즈의 무게감을 좀더 다른 질감으로 변형 시키곤 해서 맑은 날씨에는 감정이 틀려진다. 온도 삼십 몇도를 올라가면 마냥 스모키 에스프레소를 즐기며 늘어지는 재즈를 듣다간 모든 게 아스팥트에 늘러붙은 치즈처럼 되버릴거다. 그 때에는 또 어울리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다. 


조금 있으니 Kevin Kern'Dance fo the dragonfly', Natalie cole의 산뜻한 'L-O-V-E' 가 지나간다.  그리고 뒤적거리다가 간만에 Red Garland Trio'Willow weep for me'도 들어봤다. 참 오래간만이긴 하다. 다 한 참전에 들었던 음악들인데 짙은 날씨에 왠지 짙은 음악을 들으며 날씨에 취해가는 기분이다. 아마 이래서 자꾸 가자고 한 거 같아..자주 다녔던 카페. 그 곳에서도 이런 음악들이 하루종일 흘러나왔던 것 같다. 날씨가 오버랩되니까 음악도 오버랩된다. 



기분이 묘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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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이 등장하면서 '하루키의 작품을 읽는것인가. 하루키를 읽는 것인가' 라는 칼럼을 본 적이 있다. 요지는 하루키 알고 보면 별로.. 문학적인 가치도 생각하는 것 이하로 변변치 않고 문학계에서는 수준낮게 여긴다라는 그런 이야기였드랬다. 컬럼 내용을 들여다보다보니 그렇기도 하겠다 싶었다. 어떻게 보자면 대중들은 하루키라는 브랜드를 선호하고 선택하는 측면이 없다고는 못할테니까. 


문학계에서 진득히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글을 써왔다는 많은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마치 현대 스타일리즘에 묘한 단어적 색체감과 세련된 문화생활의 편린으로 포장한 하루키로부터 반감을 가지는게 어쩌면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심혈을 기울인 문장들과 이야기의 구조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독자들을 설득시킨다는 것도 마뜩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대중들은 각자의 기호와 성향에 따라 읽는 것도 제각기다. 결국 이 모든 건 작가들의 받아야 할 몫이다. 어떤 작가들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고고한 글쓰기를 계속 할테고 어떤 이들은 3류 소설같은 판타지 읍조리며 대중들의 구미를 어떻게 하면 만족시킬까 고민할 것이다. 그게 선과 악의 문제라곤 생각치 않는다. 옳고 그름의 영역도 물론 아니다. 다만 대중성에 의한 유행에 항변하는 정통주의자로서는 고깝지 않다는 문학계를 보면 그냥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쩌면 책도 일종의 패션같은 것인가라고 생각이 들어버린다. 올리브그린의 치노바지에 폴로에서 블레이저코트, 그리고 구찌넥타이라도 메고 그리고 갈색 구두라도 신고 보란듯이 늦은 아침에 걸어나가 고즈넉한 카페에서 브런치라도 먹어야만 스타일이 살아주시는 일종의 라이프패턴이 되버렸을 수도 있다. 책을 읽는다 것도 시선의식, 그리고 동종평가. 세간의 이미지를 대체하는 퓨전 악세사리처럼 공감대100% 스타일을 연출해줘야만 그럴듯하다는 소리인가. 


점점 읽으면 읽을수록 잠잠히 욕구를 침잠시킨다는건 쉽지 않다.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공유와 공감요구가 스물스물 저녁나절 향긋한 음식냄새처럼 소리없이 의식을 지배한다. 근질근질하면서도 안절부절할 만큼..... 그런 확산이야말로 완벽한 '읽는 목적'에 부합하는 거다. 어떤 이에게는 이 모든게 자기의식의 과잉과도 같은 '자랑질'이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현실이 따라주지 못해 속에 갈무리한채 끙끙대고 있다. 고고하고도 멋진 캐슬의 안쪽 어디 고풍스럽고 엔틱스러운 의자에 앉아서 문장들의 향기에 취해서 자기만족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분들은 그렇게 살면 된다. 그게 뭐 어떻다고...


뭐 어찌되었든 최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나쁘지 않았다. 너무 허황되지도 않고 판타지스러울려나 싶다가도 현실적으로 매듭지워진게 약간 의외이긴 하지만...(양이 등장하지 않은 것만 해도 그게 어딘가..) 무라카미의 책들을 꽤나 읽었나보다. 하루키같은 걸 왜 읽어라고 친구들이 흰소리들을 해대지만...수긍이 가고 공감만 된다면 한편의 좋은 책으로는 족하다. 스콧피츠제럴드, 존 치버, 핀천, 챈들러..그리고 레이먼드 카버 같은 걸 굳이 읽으면서 수준있는 채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하루키책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분기치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부득이 읽어야 할 순간이 되면 어떻게든 읽게 되겠지. 마음이 바쁜 와중에 한 권이라도 읽는게 어딘가. 나중에 리뷰라도 한자락 써봐야 겠다. 그나저나 날씨가 하루키를 읽기에 아주 그럴듯한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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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어린이 대공원같은 번잡스럽고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 마치 숨겨진 휴식처같은 카페. 마체베트.....뙤약볕에 몸이 지글거리고 발도 욱신거리고 머리는 아퍼오고 그러면 잠시 이리로 피신하곤 한다. 서늘한 시원함. 열기뻗친 정서의 온도를 약 2~3도 내려줄만한 아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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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 김민희가 뭐...엄청난 대박이라고 이걸 이렇게 뜸을 들였나....

난 또 박지성, 김사랑 정도 되는 줄 알았음. 조인성이 탑이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김민희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뭐 그냥 저냥 감흥이 떨어지고 알아서들 잘들 사귀겠네정도.이건 비와 김태희의 반에 반도 못미치는 소식이라는....그나저나 박지성은 이대로 늙어 죽을건가? 김사랑하고 CF찍을 이벤트까지 나오면 알아서 대시해야 그게 정상적인 남자이건만...아예 루머조차 없다니..안타깝기 그지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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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기성용과 한혜진이 검색순위에 오르내린다.

개인적으로는 힐링찍을때 의심갔다는....특히 한혜진 눈빛을 보면 왠지 꺼려하지 않는다라는 무언의 의사표시가 담겨있는듯한 느낌이 애초부터 있었드랬다. (오버한다 또..ㅠ.ㅠ)  어쨋든 이 커플, 찬성이다. 한혜진이 8살 많다고는해도 기성용과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인데다가 종교가 같고 (이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함) 더우기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보기 드문 연예인이란 점, 그리고 탁월한 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다 따져보면 8살 핸디캡은 그리 문제라고 보여지지도 않을 정도다. 기성용도 마찬가지긴 한데, 무엇보다 오랜시간동안 옆에서 한혜진 성격을 관찰한 걸로 보아 고심끝에 과감하고 대쉬한듯...

 

약간 실소가 나오는건 주변의 처자들께서 한혜진을 너무 미워한다는....왕자님같은 성용님을 고이 보내드려야 할 판이니 여자입장으로선 속에서 부글부글 끓을지도..특히 나이꽉찬 언니들 입장에선 굉장히 박탈감을 가진듯 느껴진다. 입에서 x소리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하루종일 투덜투덜...한동안 시달리긴 할 듯 싶다. 그리고 이 커플은 아마도 올해를 넘기지 않고 결혼할거 같다. 오래전부터 기성용이 가정을 꾸려서 안정을 찾고 싶어하기도 했고, 타지에서 외롭게 축구만 하기에는 스완지는 너무 조용한 도시다. 따라서 일찌감치 결혼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농후할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박지성 선수가 안타깝다. 어쩌자고 아직까지 여친도 없이 그리 방황하는지...

예전에 박선수 아버님께서 '연예인은 안된다'라고 단도리를 쳐두시는 탓에 선택의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현모양처들 입장에선 반가운 소리였기에 마냥 기다렸지만 역시 소식은 감감...간혹 김사랑같은 퀸카들이 cf 찍자고 join했을때 로맨스라도 터지길 기대했지만 어림도 없는 상상이었겠지..쯧...연예인이 뭐 어때서..박선수같이 심심한 스타일은 발랄한 여자연예인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집안 가사도 능숙하면서 생각 제대로 박힌 여자 연예인이 없지는 않을 건데 미리부터 안된다고 하는건 좀 아니라고 본다. 박선수도 대박 기사 터졌으면 좋겠다. 아주 유명한 여자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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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간단하게 글을 남기는 것을 쉽게 생각해보면 적어도 일주일에 1~2권 정도면 무난한 거라고 본다. 그래서 또 그렇게 하기도 했고...3~4번 정도로 넘어가면 절대 어려운 서적들이나 깊이있게 숙고해야만 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는 책을 노상 붙들고 있어야 하기때문에 다른 일을 하기 힘들어진다. 보르헤스의 픽션도 이런 류다. 읽기는 벌써 다 읽었는데 내용이 이해가 안가서 자꾸 반복해서 읽고 있다. 여태..정독만 6번째 하는 중이고...메모도 남기고 있는데 그래도 작자의 의중을 알기 어렵단 생각이 들어서 ...ㅠ.ㅠ 왜 이 소설을 두고 '미로의 소설'이라고 부르는 지 알법도 하지만 어찌됐든 1부는 대략 정리되었고 2부를 다시 세세히 읽고 있다. 보르헤스 픽션들 다 읽고 나면 알레프는 쉬어야 겠다. 쉽게 읽히는 소설이나 다른 책들로 리프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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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후 요약하거나 줄을 그어놓지 않으면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걸 알게 된게 거의 근래다. 아니 그토록 많이 읽어댔는데 이제서야 그걸 알았단말이야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이 아깝다 아까워 어쩔거냐 여태 읽었던 건...라고 푸념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읽었다는 만족감과 어렴풋한 잔상과도 같은 , 환영스러운 이미지들만 희미하게 아른거리는게 영 짜증 날 뿐이지. 이래서야 책을 읽었다고 하기에도 무안하고 내용을 더듬어봐도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 같은 '황당'함만이 느껴질땐 자괴감마저든다. 기억력 폭망이라는 단어들이 전두엽근처로 떠다니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다보면 세월의 '능력반감' 특성을 보완해줄만한 어떤 걸 갈망하게 된다.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전부 다 기억하기는 힘들테니 요점이라도 기억하길 오래도록 바라고 또 바라면서 떠오른 한가지 생각. 기록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록을 하려면 독후감이라도 써야한단거냐 이런 스피드가 생명인 라이프사이클에서 그런 여유로운 퀄리티는 자못 사람이 얼마나 한가하면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쓰는가하고 질시어린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적긴 적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안 될 것도 없다. 기록도 다양하긴 하다. 블로깅도 한가지 방법이고 독서노트도 좋겠는데 노트란걸 아니써본 것도 아니고 줄창 써봐도 흐지부지되는걸 경험한 이 후,  이런 건 아무래도 꼼꼼하고 치밀하고 침착한 어떤 반듯한 분들이 특별히 보유한 덕목중 하나란 걸 알게되었다. 그러니까 쓰다가 팔아퍼서 질리고, 내 필체에 질리고, 지져분한 노트에 실망하고, 글씨체에 짜증이 나는 그런 상황이 줄줄이 이어지면 그냥 확 던져버리고 무관심의 영역에서 기억과 같이 퇴적되길 은근 바란다. 바야흐로 수단도 막 나가서는 곤란한 것이다. 분명 자신에게 맞는 기록방식, 스타일, 선호도가 있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건 진리다. 그래서 찾아낸 스타일....


이름하여 '몰스킨'....두둥...
몰스킨을 알게 된게 몇 년 안짝이다. 몰스킨이 그렇게 유명한 브랜드인줄은 절대 몰랐고 그냥 쓰다보니 다들 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다. (브랜드빨로 쓰시는 분들도 계심) 나야 뭐 그저 교보 문구 핫트랙스에서 기웃거리다가 겉이 딱딱하고 종이질 좋고 마침 있었던 내 펜으로 쓱쓱 쓰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덥썩 구입해서 2011년 이래로 주욱 써왔다. 기본적으로 실망감보단 만족감이 컸던 것 같다. 중간에 실망해서 던지지도 않고 소중히 넘겨가면서 서걱서걱써댄 걸 보면 의식하지 않은 채 만족하고 있었단 방증이다. 몰스킨도 종류가 많다. 몰스킨의 각 버전에 자신의 삶을 카테고리별로 다 기록해야만 하는 골수 매니아 정도는 절대 아니고  딱 2가지 버전만 사용한다. 난 독서에 대한 기록질에 목적이 있었으니까 사용성으로 치자면 '북저널'쪽으로만 선호하고 그외 '플레인 노트'( 줄도 안간 민숭민숭한 그냥 흰종이 (약간 미색계열))정도의 팬일 뿐이었다. 플레인 노트는 아이디어 요약본으로 라인이 그어져 있지 않은 공백의 종이라서 더 자유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레시피용, 여행용, 영화, 음악, 심지어 가든용까지 있는걸 봐서 이걸 종류별로 구입하는 매니아도 있을 듯 싶기는 하지만 난 그렇게까지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내 머리속 아이디어가 날아가지 않게 잡아두는 용도외 읽은 책에 대한 소소한 기록정도면 대만족이다.

 

 

그렇게 쓰다보니 쏠쏠하고 중독성이 있어서  좀처럼 이걸 버리고 새로운 노트를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몰스킨으로 계속 가는듯...무념무상으로 쓰다보니 알게모르게 나랑 쓰는 방식들이 다 비슷해서 좀 놀라고 또 고수들이 많아서 또 놀라게 되었드랬다. 그 중에서 '나는 일러스트레이다'를 출간하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밥장님의 블로그에서 몰스킨 사용방식을 보고 놀랐드랬다. 그림 그리는 패턴까지 비슷해서...수상쩍어서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구입해서 읽어봤더니만 이 분의 레벨이 그냥 취미용이 아닌 프로쪽인걸 알고 감탄..그리고 컨셉이나 사용성에 대해서는 '고수'급을 넘어서시는 진정한 매니아이심을 알아봤다. (cf.  일러스트레이다는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편인데 ...직업적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라이프 성향상 조언들을 잘 되새기며 여러방편으로 그림을 소소히 그려보고 그런다.) 


아무튼 몰스킨에 대한 사용성 진가는 사실 자신이 기록해둔 분량이 쌓이면 실감하게 될 듯 싶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틈에서 그 많은 좋은 글귀와 감동을 핀포인트로 찝어낼 만한 기억력이 나에겐 없으므로 몰스킨이 백업 스토리지처럼 도움을 주고 있다. 기억할만하고 기억해야만 한다면 몰스킨에 써둔다. 그리고 나중에 슬쩍 넘겨보면 화려했던 지난 날을 기억하는 이름모를 가수처럼 '주마등같은 기억내용들이 화선지 먹물에 젖든 낭창하게 푸근해진다. 그 농도 정도면 다시 책을 펴들지 않아도 충분히 적당한 담도를 자랑한다. 게다가 필체가 스며든 그 계절의 느낌까지 읽혀져서 묘한 감동도 있다. 아직까지 디지털이 흉내낼 수 없는 획에 담긴 그 정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사람은 여전히 아날로그를 버리지 않고 소소히 사용할 때,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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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있을까싶어서 계획해 두었던 책들을 입수했다.

 

노동의 배신- 애런 라이크

제 49호 품목의 경매 - 토마스 핀천

당신은 전략가 입니까 - 신시아 .A. 몽고메리.

 

순서상으로는 보르헤스 책들 다음순서로 읽기위해 잠시 서고에 보관...경험으로 보자면 책은 미리미리 사두는게 좋다. 나중에 시간되고 돈될때 구입하지라는 생각은 거의 한여름에 하드처럼 언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아스팔트에 녹아서 사라져버리기 마련. 의지가 형태를 갖추고 있을 때 뭐든 저질러놔야 나중을 위해서 좋다. 이정도면 봄을 지나가는 길목에서는 나쁘지 않은 독서꺼리들이 보장된 셈. 천천히..그리고 긴 호흡으로...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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