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3. 12. 3. 22:19




물론 여러가지로 쓰고 싶은 것들, 그리고 기억에 남길만한 것들을 모조리 다 기록하고 싶은 욕구야 늘 있기마련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뭔가 기억해둘만한 일들이 발생할 때, 써야할 종이도 그리고 필기구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인지라 어쩔수 없이 기억에 의존해서 슬금슬금 적당한 장소에 이르러서야 황급히 옮기곤 한다. 그게 기록의 묘미이기도 하다. 마치 날아갈 버릴듯한 휘발성의 무엇을 보듬어 안고 무사히 안전한 장소에 도달하는 것.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도중에 인터셉트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시다. 스스로 기록같은 걸 즐겨했던 적이 아니었는데 단 하나 예외적으로 후회하는 것은 바로 책을 읽고 그냥 넘어가는 거다. 다른 메모같은 거야 요즘 같이 스맛폰이 발달한 시대에는 별 문제가 안된다. 폰을 켜고 메모장에다가 펜으로 휘갈겨도 필체 그대로 저장되니까..




하지만 책은 이야기가 다르다. 책을 읽고 난 후 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하루사이에 많은 걸 잃어버린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뭔가를 미리 지정해두지 않아도 낭패다. 대체로 2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에서는 제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독서가라고 해도 기억해야할 페이지를 3개이상 기억해두기 어렵다. 그래서 귀퉁이를 접거나 갈피를 꽂아두거나 하는 것이겠지. 그래봤자 얼마 못가서 다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한데 나같은 경우에는 몰스킨 북저널을 이용해서 기록한다. 북저널몰스킨에서 나온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좋도록 적당한 포맷으로 프린팅된 일종의 다이어리다. 한페이지에 한권의 책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데 기록을 하다가보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일이 너무 많아서 개인적으론 개의치않고 마음껏 쓰는 편이다. 책 한권에서 금지옥엽같은 내용, 기억해두고 싶은 장면에 대한 묘사를 잊기가 너무 싫어서 통채로 옮겨적다보면 한권에 4페이지 이상 쓰는 경우도 있다. 다른 분들을 보니 거의 한권에 할애하는 페이지는 한 페이지정도인듯 싶다. 


2013년에 몰스킨은 딱 두종류만 썼는데 하나는 바로 '북저널' 그리고 또 하나는 '플레인 노트'다. 플레인 노트는 줄도 없이 휭한 약간 누르스름한 패턴이다. 북저널이 책을 위한 메모였다면 플레인 노트는 여러가지를 기록했다. 이를테면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가 연대별로 흐름을 기억하기 위해서 역사사건을 길게 줄줄히 기록하고 굉장히 많은 내용을 기록해야 할 때, 그리고 음악이나 문화적 느낌을 소소히 기록할 때 주로 사용했었던 것 같다. 둘다 기록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편인데 가방안에 두권을 다 넣고 다닌 적은 별로 없고 평소에는 플레인 노트만 들고 다녔고, 북저널은 책을 읽고..(읽으면서 줄을 치는 편이다.) 다 읽고 난 다음 줄친 구절만 찾아서 남겨두고 싶은 구절만 북저널에 옮겨적었드랬다. 그렇게 해서 북저널에 차곡차곡 쌓이면 이 북저널만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히 읽곤했다. 이 블로그의 책리뷰는 다 북저널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그때그때 끄적여 둔 것들이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북저널의 종이질과 플레인 노트의 종이질은 같지 않다. 플레인 노트는 약간 북저널 페이퍼에 비해서 약간 두꺼운 편이고 하드하다. 미묘해서 잘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감촉으로는 대충 차이를 느낄수 있다. 북저널의 종이는 야들야들한편인데 글쓰기에는 북저널이 감촉이 좋고 플레인 노트는 러프해서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기재하기엔 적당하고 생각되어진다. 둘다 용도에 의해서 사용자가 나름대로 사용해도 무방하긴 하지만 워낙 북저널이 책내용을 쓰기에 좋게 나왔으므로 책에 대한 메모는 북저널이 좀 낫다고 볼수도 있겠다. 





몰스킨의 장점은 이 노트들이 꽤나 내구성이 좋아서 가방에 넣든 어쩌든 형태가 변형되지 않는 다는 점이고, 종이가 얇은데다가 글을 쓸때 느낌이 매력적이라는 점등이다. 이건 써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데 일단 써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주의할 점은 몰스킨에다가 어떤 펜으로 써야하느냐는 부분이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서 갈등을 느끼곤 한다.  여러가지 펜으로 써봤는데 개인적인 취향으론 유니볼 UM-100을 추천 !!!!.  하이퍼젤러도 써봤고, 슈퍼겔, 마하펜, 심지어 플러펜, 그리고 볼펜도 써봤다. 번지지 않고 색감도 훌륭하고 굵기도 유니볼이 가장 좋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유니볼로 기록을 하고 줄은 라이브컬러펜으로 긋는다. 주로 오렌지색과 회색을 주로 쓰는데 눈의 피로도를 고려한다면 회색이 가장 무난하고 간혹 컬러링이 좋으신 분들은 여러가지 색으로 칠해도 무방. 그리고 너무 꾹눌러서 쓰면 뒤에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약간 주의...그리고 잉크가 질척이는 펜으로 쓰시는 분들은 미리 덮지 마시고 약간 기다려서 마른 후에 덮어야 데칼코마니 현상을 피하실수 있다. 




그림을 그려야 할 일이 있거나 뭔가 포맷에 구애받지 않고 장황한 내용을 써야 한다고 생각될 때는 플레인 노트를 주고 사용하고 정리된 요약내용을 다시 간략히 정리할때 북저널을 주로 사용했다. 원래는 사용성으로 보면 플레인 노트를 자주 쓸것 처럼 느껴지지만 개인적으론 거의 북저널만 써댔고 그게 더 편했다. 그러다보니 플레인 노트는 2013년에 다 채우질 못하고 북저널은 모자라서 아슬아슬하게 채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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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포티 소설을 읽고 줄을 그은 부분 메모할 때 드는 생각...

뭐 이렇게 줄을 많이 그어놓았어 너무 많아서 다 적기가 너무 힘드네.. 

정말 적당히 긋고 적당히 접어놓았어야 하는데 너무 많다 많어. 이거 정리하고 나면 커포티 소설은 잠시 접어 놓아야 할 듯.. 








Posted by kewell

 

책을 읽고 난 후 요약하거나 줄을 그어놓지 않으면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걸 알게 된게 거의 근래다. 아니 그토록 많이 읽어댔는데 이제서야 그걸 알았단말이야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이 아깝다 아까워 어쩔거냐 여태 읽었던 건...라고 푸념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읽었다는 만족감과 어렴풋한 잔상과도 같은 , 환영스러운 이미지들만 희미하게 아른거리는게 영 짜증 날 뿐이지. 이래서야 책을 읽었다고 하기에도 무안하고 내용을 더듬어봐도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 같은 '황당'함만이 느껴질땐 자괴감마저든다. 기억력 폭망이라는 단어들이 전두엽근처로 떠다니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다보면 세월의 '능력반감' 특성을 보완해줄만한 어떤 걸 갈망하게 된다.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전부 다 기억하기는 힘들테니 요점이라도 기억하길 오래도록 바라고 또 바라면서 떠오른 한가지 생각. 기록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록을 하려면 독후감이라도 써야한단거냐 이런 스피드가 생명인 라이프사이클에서 그런 여유로운 퀄리티는 자못 사람이 얼마나 한가하면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쓰는가하고 질시어린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적긴 적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안 될 것도 없다. 기록도 다양하긴 하다. 블로깅도 한가지 방법이고 독서노트도 좋겠는데 노트란걸 아니써본 것도 아니고 줄창 써봐도 흐지부지되는걸 경험한 이 후,  이런 건 아무래도 꼼꼼하고 치밀하고 침착한 어떤 반듯한 분들이 특별히 보유한 덕목중 하나란 걸 알게되었다. 그러니까 쓰다가 팔아퍼서 질리고, 내 필체에 질리고, 지져분한 노트에 실망하고, 글씨체에 짜증이 나는 그런 상황이 줄줄이 이어지면 그냥 확 던져버리고 무관심의 영역에서 기억과 같이 퇴적되길 은근 바란다. 바야흐로 수단도 막 나가서는 곤란한 것이다. 분명 자신에게 맞는 기록방식, 스타일, 선호도가 있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건 진리다. 그래서 찾아낸 스타일....


이름하여 '몰스킨'....두둥...
몰스킨을 알게 된게 몇 년 안짝이다. 몰스킨이 그렇게 유명한 브랜드인줄은 절대 몰랐고 그냥 쓰다보니 다들 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다. (브랜드빨로 쓰시는 분들도 계심) 나야 뭐 그저 교보 문구 핫트랙스에서 기웃거리다가 겉이 딱딱하고 종이질 좋고 마침 있었던 내 펜으로 쓱쓱 쓰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덥썩 구입해서 2011년 이래로 주욱 써왔다. 기본적으로 실망감보단 만족감이 컸던 것 같다. 중간에 실망해서 던지지도 않고 소중히 넘겨가면서 서걱서걱써댄 걸 보면 의식하지 않은 채 만족하고 있었단 방증이다. 몰스킨도 종류가 많다. 몰스킨의 각 버전에 자신의 삶을 카테고리별로 다 기록해야만 하는 골수 매니아 정도는 절대 아니고  딱 2가지 버전만 사용한다. 난 독서에 대한 기록질에 목적이 있었으니까 사용성으로 치자면 '북저널'쪽으로만 선호하고 그외 '플레인 노트'( 줄도 안간 민숭민숭한 그냥 흰종이 (약간 미색계열))정도의 팬일 뿐이었다. 플레인 노트는 아이디어 요약본으로 라인이 그어져 있지 않은 공백의 종이라서 더 자유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레시피용, 여행용, 영화, 음악, 심지어 가든용까지 있는걸 봐서 이걸 종류별로 구입하는 매니아도 있을 듯 싶기는 하지만 난 그렇게까지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내 머리속 아이디어가 날아가지 않게 잡아두는 용도외 읽은 책에 대한 소소한 기록정도면 대만족이다.

 

 

그렇게 쓰다보니 쏠쏠하고 중독성이 있어서  좀처럼 이걸 버리고 새로운 노트를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몰스킨으로 계속 가는듯...무념무상으로 쓰다보니 알게모르게 나랑 쓰는 방식들이 다 비슷해서 좀 놀라고 또 고수들이 많아서 또 놀라게 되었드랬다. 그 중에서 '나는 일러스트레이다'를 출간하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밥장님의 블로그에서 몰스킨 사용방식을 보고 놀랐드랬다. 그림 그리는 패턴까지 비슷해서...수상쩍어서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구입해서 읽어봤더니만 이 분의 레벨이 그냥 취미용이 아닌 프로쪽인걸 알고 감탄..그리고 컨셉이나 사용성에 대해서는 '고수'급을 넘어서시는 진정한 매니아이심을 알아봤다. (cf.  일러스트레이다는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편인데 ...직업적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라이프 성향상 조언들을 잘 되새기며 여러방편으로 그림을 소소히 그려보고 그런다.) 


아무튼 몰스킨에 대한 사용성 진가는 사실 자신이 기록해둔 분량이 쌓이면 실감하게 될 듯 싶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틈에서 그 많은 좋은 글귀와 감동을 핀포인트로 찝어낼 만한 기억력이 나에겐 없으므로 몰스킨이 백업 스토리지처럼 도움을 주고 있다. 기억할만하고 기억해야만 한다면 몰스킨에 써둔다. 그리고 나중에 슬쩍 넘겨보면 화려했던 지난 날을 기억하는 이름모를 가수처럼 '주마등같은 기억내용들이 화선지 먹물에 젖든 낭창하게 푸근해진다. 그 농도 정도면 다시 책을 펴들지 않아도 충분히 적당한 담도를 자랑한다. 게다가 필체가 스며든 그 계절의 느낌까지 읽혀져서 묘한 감동도 있다. 아직까지 디지털이 흉내낼 수 없는 획에 담긴 그 정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사람은 여전히 아날로그를 버리지 않고 소소히 사용할 때,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Posted by kewell

 

 

굳이 북저널같은 걸 사용해서 책내용을 요약할 필요는 없지만, (A4 용지한장에 빽빽하게 혹은 그림으로 요약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 형식적인 부분을 규칙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시스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사용해보기로했다. 북저널이 좋은 점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고 (-_-;) 일단 꾸준히 뭔가를 기재하고 요약하고 그러면서 분량을 늘려가다보면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정도...^^ 몰스킨 북저널은 구하기가 그리 수월치 않아서 발품을 좀 팔았다. 가격도 싼편이 아니시다보니 아껴써야할 듯 싶지만, 책을 읽고 뭔가를 짜투리처럼 남기는데 애지 중지해버리면 그건 제대로된 기록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지막지하면서도 험하게 막 쓰고 남겨야 기억에도 강력하게 자리잡는다는 선입견이 좀 있다.

 

아무튼 2013년에는 이 한권의 북저널로 얼마나 많은 책들을 기록할 수 있을지 시험삼아서 해보려고한다. 읽는거야 그렇지만 쓰는건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해서 책을 읽을때마다 중요한 내용의 갈무리를 여러방법으로 하는게 거슬리나 이정도 즈음이야 며칠지난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마는 기억을 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어서, 차라리 감수할 만하다. 며칠만 더 붙잡아두면 기억은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자리를 잡고 주저앉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몰스킨에 기록된 짜투리내용이야말로 평생토록 기억에서 뽑아낼 몇 안되는 좋은 '깃발' 같은 것이 되리라 믿는다.

 

 

 

몰스킨 북저널 : (주)몰스킨

가격 : 32,000 원 부근 (매장 혹은 쇼핑몰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음)

재고상태 : 거의 모든 매장에서 품절상태이거나 소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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