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여유가 있을 때, 책을 사서 읽겠다는 것만큼 '뻔한 거짓말'도 없다. 물론 살기 바쁘세상이니까 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책을 사서 읽는건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도 절대 '여유가 있는 계절'은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읽고 싶었던 책은 제목 조차 기억나지 않는 망각의 숲으로 사라진지 오래고 그 '여유'도 다른 바쁜 일로 채워진다. '책 읽기'같은 건 그야말로 한량들이나 하는 정말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미션인 것이다. 안해도 그만이라니까 생각난건데, 책 읽기를 굳이 의식적으로 열심히 한다고 해도 뭐 땅에서 '돈'이 샘솟는 것도 아니고 교양이 늘고 지식이 는다는 '근거없는 믿음'도 영원하지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무의미한 되새김질 이전에 책읽기가 가져다주는 각자의 무형의 자산물이 있다고 본다. 그게 풍부한 경험이 되었든 감성이 되었든, 그리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픈 내러티브를 주던간에 그런 걸 잃지 않으려는 바램들로 '책을 본다'고 해야 정확하지 않을까싶다. 나같은 경우에는 책을 읽는 이유로..계속해서 지면에 뭔가를 쓰고 싶다는 의지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억으로 사라지는 추억들에 대한 아쉬움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도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굉장한 빈곤이 아니라면..그 자리에서 집어들고 오는 편이다. 온라인도 좋긴 한데 지면을 만져보고 폰트도 보고, 저자의 서문도 좀 읽고 무엇보다도 책두께, 뭐 등등을 자세히 보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져봐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몇 권의 책을 집어들고 왔다. 원래 진작에 읽었어야할 책들인데 유야무야 미루다가 드디어 한꺼번에 확 질러버렸다. 봄은 그럭저럭 지나갈걸로 본다. 

 

재닛프레임 <내 책상위의 천사>

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

발레리 라르보 <페르미나 마르케스>

라이스 보엔 <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

나이젤 슬레이터 <토스트>

찰스 디킨즈 <어려운 시절>

보르헤스 <픽션들>

 

이외에도 근래에 읽어야 하는 책들 목록 중, 존 어빙의 <일년동안의 과부>, 그리고 <노동의 배신>..

3월까지는 나쁘지 않을 듯 싶은데...또 모르지..읽고 싶은게 더 생기면 남은 여력을 다 퍼부을 수도..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