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4. 5. 3. 07:12



노원에 있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지만 일부러 격식같은 걸 차리거나 하지 않고 좀 편안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좀 어휘에서 형식이 묻어나는 부담이 있어서 차라리 식당이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너무 편하게 말하는 것 같아서...원래 이탈리아에 가서 파스타라도 먹게 되면 알게되는 사실. 외래적인 어떤 어휘들이 가져다주는 그럴듯함 때문에 우리나라는 너무 지위가 격상되어있다는 것이다. 파스타는 사실 우리나라 분식점같은 곳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자부심과 별도로 상향 고급화되어있어서 파스타 한번 먹을때도 외식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그렇긴 해도 파스타는 맛이 중요하긴 하다. 예전 회사 근처 오밀조밀 모여있는 푸드 거리에 있던 파스타 집에 갔었는데 파스타 한접시에 후덜덜한 가격표를 봤다. 어느 정도까지는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이정도 가격이라니 먹어보고 맛없으면 죽을 줄 알아라고 속으로 투덜대며 음식을 맛봤던 기억이 있다. (맛도 그다지 인상적이었다고는...) 그러던 끝에 지인들 평이 좋아서 일부러 발 품을 팔아 노원까지 갔다. 이 정도면 일부러라도 간 것이라 맛이 안좋으면 그날 하루는 헛일 한 꼴이 된다. 기대한 곳에는 결과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금요일 오후 5시에 갔는데 약간 오버했다. 자리가 지레 없을 듯 싶어서 예약까지 하고...비가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에 급하게 달리기까지 했다. 노원역에서 5분거리.. 10분이 지나면 예약은 자동 캔슬된다고 해서 서둘렀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한가한 시간이었나보다. 이후 6시가 넘으니까 손님들이 그제야 쏟아져 들어왔다는...뭐 평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직은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그럴수도 있었겠고... 아무튼 손님들이 바글바글한 것 보다는 이렇게 듬성듬성 있어주는게 정서상 편하다. 비도 오고 사방의 공기가 습기를 머금었는데 사람들의 체온에 올라가버린 후덥한 공기들을 들이마시면 만사가 피곤이 몰려오니까..



제임스 키친에서 맛을 보고 싶었던 건 딱 두가지다. 마르게리타 피자, 그리고 알리올리오. 주 메뉴라고 할 수 있는데, 샐러드 스테이크는 사실 그냥 허기를 떼우기위해 먹는거고 목적은 피자와 파스타의 맛을 알고 싶어서였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제임스 키친의 유명메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맛이 나쁘지 않음에도 서비스로 먹을 수 있다는 점때문인걸로 안다. 모종의 쿠폰획득을 성공하면 마르게리타피자는 그냥 나온다.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 주인장께서도 이 피자를 애초부터 서비스로 제공하려고 작정한 건 아닐지...마르게리타 피자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대개의 피자들이 너무짜서 고생이지만 적당한 간에 뭐...나쁘지 않았드랬다. 



파스타는 알리올리오로 일부러 주문해서 먹었다. (다음에는 봉골레를 주문해서 먹어볼 작정) 굉장히 궁금한 부분이 있었는데 알리올리오는 가게마다 굉장히 달라서 미묘한 차이들이 있다. 하나는 파스타 면발의 탱탱함. 얼마나 잘 익히고 부드럽고 어느정도의 수분을 머금고 있느냐라는 것. 또 하나는 마늘향과 올리브향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느껴지는 밑간이다. 가게는 반드시 알리올리오를 마늘과 올리브로만 만들수 없다. 그렇게 하면 오랜시간동안 체득된 굉장히 절대적인 비율의 간만으로 사로잡아야 하는데 이건 내가 알기론 보통 고수들도 하기 어려워서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 그래서 면삶은 물로만 간을 내지 않고 스톡을 쓴다. 스톡의 퀄리티가 어떤가로 알리올리오의 베이스가 형성되는 것이다. 



일단 제임스 키친의 알리올리오는 페퍼로치니가 좀 들어가서 매콤하다. 아이들은 약간 매워서 먹기가 어려울 수 도있을 정도로 ..하지만 성인의 입장에선 밋밋한 마늘향을 돋궈주는 쏘는 맛은 좋았던 것 같고, 밑간은 정말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있어서 한참을 맛을 봤다. 이 정도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맛본 알리올리오로는 개인적으로  수준급이라고 여겨졌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마늘은 꽤 양이 많이 들어가 있고 (저미지 않은 통마늘도 넣었는데 씹는맛이 좋았다는..) 게다가 색이 변색된 마늘도 없었다. (갈색으로 변색된 알리올리오를 싫어한다.) 그리고 버섯도 들어가있고 새우도 2~3개 들어갔다. 먹다보니 오늘도 먹었는데 내일도 집에서 알리올리오를 다른 식으로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계산 할때 주방을 들여다봤는데 굉장히 분주하고 고생들을 하고 있는 듯한 ...마치 전투를 치루는 전장터같은 느낌이 솔솔...뭐 일반 고객들이 주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감정이 막 교차하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감이나 잡을 수 있을까싶지만 이 가게는 적어도 손님들을 후려서 대충 요리내놓고 싼가격 장점으로 허접질이나 일삼는 가게가 아니란 것 정도는 느껴졌다. 봉골레 파스타도 한번 나중에 와서 먹어볼 요량이다. 좋은 식당이었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노원이라는 한계점만 아니라면 근처에 계시는 분은 한 번즈음 가보시길 ~ 




큰지도보기

제임스키친 / -

주소
서울 노원구 상계동 328-9번지
전화
02-952-4748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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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온다. 


질리게도 오랫동안 언제 나올지 알 수도 없던 바로 그 <대성당>. 책 호갱들께서 값을 천정부지로 띄우시는 바람에 중고서적에서도 어안이 벙벙한 책값으로 놀래키던 그 작품. 대체로 이 책이 유명해진건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라한다는 건 알만한 양반들은 다 알고 있을테고, 카버의 작품들 중 몇개가 아주 좋은데 그 중에 이 작품이 끼어들어가있다는 점. 그리하여 대다수의 글쟁이들께서 카버의 이 작품을 오래도록 곁에두고 읽고 또 읽는다는 풍문. 여기에 이걸 번역하신 분이 소설가 김연수라는 사실도 부수적으로 이슈가 되었드랬다. 


얼마전에도 김중혁씨가 김연수씨가 대성당 재출간으로 분주하다고 했을 때, 아 조만간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드디어 등장한다. 이 책을 구해볼라고 얼마나 뻘 짓을 했는지 그 사연을 소설로 써도 그럴듯한 단편소설이 될거다.  아무튼 세계 문학전집의 표지 디자인이 썩 그다지 좋다곤 말하기 힘들지만 어쩌겠는가 절판된 운명의 초판들을 뒤로하고 이렇게라도 읽을수 있다면 만족해야지. 이전 노란색 표지도 나쁘지 않았다. 카버의 단편선들은 왠지 시리즈의 일편으로 끼워넣기엔 약간 모양새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문학동네측으로서는 세계문학의 한 부분으로 장식해놓고 싶었을지도...하도 문의가 많아서 골머리좀 썪혔을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노란색 대성당을 가지고 있었는데...개정판으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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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을 다시 읽었다. 그냥 꾸리꾸리한 날씨탓에 뭐든 하기 싫어서 잠깐 읽어보는게 나쁠 건 없다는 생각에 집었는데 테잎의 FF를 너무 과하게 누른 것처럼 태반을 읽어버렸다. 중고 책방에서 삐져나온 더렵혀진 지폐를 발견하듯 집어온게 엊그제인데 이걸 벌써 두번이나 읽게 되다니....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뭐 매큐언의 광팬이어서 지면의 활자가 머리에 새겨질 때까지 읽어서 다 갈아마셔줄테다라고 다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냥 읽게 된거고 거기엔 명확한 인과관계란 없다. 이런 먹물 엎질러진 날에 암스테르담이라니..항상 엔딩에서 느끼는건데, 까짓 망신 좀 당하고 살 수도 있는거지..뭘...그렇게나 라는 생각만 부질없이 든다.  


인과관계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사놓았던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도 얼결에 읽어버렸다. 이동진 기자의 '빨간 책방'에서도 역시 언급된 바 있었던 이 책을 읽으면서 '장르소설처럼 읽는' 실수를 피하라고 했던 걸 기억하는데 2부의 스피디함에 타놓은 저자의 약빨에 그만 나도 모르게 장르소설 읽듯이 그러고 있었다. 이렇게 미스테리함을 부추기면 독자들은 1부의 호기당당하게 적셔진 토니의 관점을 곱씹어볼만한 여유를 가지기 어렵다. 베로니카는 여전히 답답한 말을 하고(중간에 이런 대사는 오직 여자만이 할 수있다고 생각했드랬다.) 아직도 모르겠냐고 그러고 토니는 영문을 몰라하고 그리고 말그대로 '그건 그저 벌어질 뿐이고' 이렇게 되면 장르소설처럼 읽을 수 밖에 없다. 궁금증이 도지니까...어떻게든 실체를 알아야겠다는 일념이 다른 묘사들을 다 제껴버린다. 이거 혹시 내공의 문제인지도 몰라 이런 책의 유혹에서 견딜만한 관조적인 시선 같은 것들 말이야 수많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굳건히 견뎌내고 네가 그래서 말하고 싶은건 정작 뭐야 라는 말로 단번에 제압하는 냉정한 Reader 처럼...굳건한 의지를 가진채 독파하는 혈혈단신의 고수처럼 말이다.



오늘은 햇살이 쨍한데, 가즈오 이시구로(石黒一雄 /Kazuo Ishiguro)<남아있는 나날>을 읽겠다고 가방에 쳐넣고 왔다. 요즘은 고전이든 현대든 문학쪽을 읽게 되는데 특히나 가즈오 이시구로를 읽으면서 정말 맘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를 보내지마>도 역시 그랬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도 가끔 친구놈들은 '일본 특유의 정서가 베어있긴 하지'라는 별 같잖은 말을 무식하게 여전히 한다. 굳이 여기에 야 이시구로는 영국애에 가까워 너 걔 이력을 본 적이나 있어 걘 7살이후로 일본에 없었다니까. 이렇게 이야기해주면 걔가 아 그래 몰랐네 라고 대답하고 겸연쩍어하고 하는 이런 광경이 일어날리 없다. 왜냐면 읽지 않고서도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건 나 요즘 바쁘니까 그런 책 이야기는 하지말지 그래? 라고 말하는 은유적 표현이니까. 그냥 그러려니하고 다음 화제로 넘어가면 된다. 


싸질러놓은 책들이 너무 많다. 마음속으로 서점에 갈 때마다 스스로 주지시키는 다짐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다. '이미 사놓은 책들이나 다 읽고 서점에 오지그래?' 라든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네 삶이 더 나아질 확률은 없어 알고나 있는거야?' 라든지 '책을 무책임하게 구매하면 그 여파는 현실로 너를 괴롭힐 거라고... 아무래도 넌 가난하니까' 라는 등등이다. 그러니까 내가 내 경제적 형편을 무시하고 책을 구매하는 이 무책임한 처사는 일종의 중독증같은 거다. 온라인 게임 중독자를 욕할건 없고 스맛폰의 카톡 연동 게임의 아이템질을 비웃을 필요조차 없다. 이거야 말로 취향과 장르의 문제아니겠는가. 중요한건 적자라는거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적당히 작작 좀 사라는 자조섞인 한숨들이다. 


정말 작작 좀 사야 겠다. 너무 터무니 없어...


cf. 그나저나 제목으로 '남아있는 나날'은 너무 멋진데..'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괴이할 정도다. 이거 왜 이렇게 지은 걸까. 

어떻게봐도 The sense of an Ending이 멋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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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lla Essay2014. 4. 29. 10:25

내가 이미 삐뚤어져있다고 가정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대중들은 현재 '지적인 허영'을 누리고는 싶지만 '책을 읽기는 싫은' 지경에 놓여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현학적인 자랑질과 책을 읽었다는 포만감과 무엇보다 지식의 두께와 감성의 찬란함을 작가로부터 빼앗고 책을 읽었다는 미션 클리어를 각자의 시그니처로 남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욕구는 넘치나 실제 책을 펼치고 장을 넘기며 행간에서 어떤 걸 느끼고 생각하고 감정의 유입과 뇌가 한여름 천정에 달린 환풍기처럼 가열찬 속도로 돌아가는 그런 과정을 소비하기엔 스스로가 너무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또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고..


이 고단함의 정체가 뭘까 생각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미디어로부터 야기된 일종의 페이퍼에 대한 참을성 결여가 아닐까. 그런데도 팟캐스트의 '책소개'는 듣는다. 그리고 이 여파가 상당하다. 책방에서 한켠의 책들을 뺏다 꼽았다하면서 골라내는 수고따위는 어떤 비효율적 머저리들이나 하는 행위가 되고 미디어에서 소개해준 감칠맛나는 소감들로 책을 사러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속죄'는 대형서점에서 판매부수 급상승이라고하는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이동진씨와 김중혁씨가 이 여파를 두고 팟캐스트에서 부담스러워했지만, 뭐 좋은 책이 사장되는 불편함을 생각해볼 때, 이런 여파는 있어도 나쁘게 볼 이유는 없지 싶다. 다만 이렇게 해야 책을 선택하는 이 풍토가 '신세계'의 일면이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읽는다는 건 좋은 일 아니겠는가. 아니 읽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다. 대중성에 협조를 구하고 마케팅으로 어줍잖은 퀄리티의 책들을 속이는 죄야 분통이 터지지만 이렇게 넘어가는 책이나 걸작이지만 쉽게 잊혀지고 독자들의 얕은 참을성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침몰해가는 대작들이 얼마나 많을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광고'와 '선전'과 미디어에서 앞다투어 꺼내놓는 이 기회를 버리라는 건 가혹하다. 팟캐스트는 게다가 어떤 점에서 '상업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약간 부담이 덜하기도 하다. 다만 이런건 있다. 팟캐스트던 뭐든 아무리 세상일에 치여산다고 해도 '책을 읽는 대신' 팟캐스트를 읽으며 '책을 읽은 것'처럼 생각하는 건 좀 그렇다. 어차피 팟캐스트도 '책을 소개하는 이유'가 읽으라는 거였으니까. 안 읽고 대담으로 책내용을 가늠하고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내 견해로 치환하고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가고 다른 책 이야기도 매주 해달라고 하고...왠지 편의주의적인 느낌이 막 든다. 


 아무튼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여파는 상당했다. 이언 매큐언<속죄>가 무료함의 두터움으로 독자들을 위협한지 꽤 시간이 되었음에도 이젠 다들 돌파하려고 서점으로 향했다. 이건 이동진 기자가 쌓은 '지적 욕구'의 상징성이 꽤 신뢰성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인간적인 매력때문에 소개하는 책도 믿고 보려는 대중들의 믿음때문인가. 그런데 약간 재밌는건 다른 경우였다면 <속죄>는 정말 지루한 서두를 벗어나기 어려운 딱딱한 작품이라서 <암스테르담>의 기민함이 없는 매큐언의 괴작이라고 불리웠을텐데 다들 아 이게 서두만 그렇다는 거지 이 부분만 참고 읽어나가면 뒤로는 엄청난 속도로 읽혀버리는 대목이 올거라는 당신들의 말을 믿어보지 라고 생각하게 된 독자들이다. 결국 독자들은 좋은 작품을 고르려고 서점에 가는 과정들이 죄다 빠진 채, 편하게 대리자에게 양도해버린다. 당신이 책을 소개해주고 골라만 준다면, 난 당신을 믿으니까 그 책을 사겠소...뭐 이런 것이다. 확률적으로 책선택의 실패확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방법이다. 


독자들은 서점에 가서 골라서 살펴볼 여유보단 자신들이 믿는 범주안에서 누군가가 추천하고 그리고 유명매체에 등장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연예인이 언급한 책들을 사게된다. 어쩌면 책의 본연의 가치가 표지에 베어나와서 막 향기를 풍겨 서점전체를 진동하는 그런게 아닌 이상, 이런 마케팅내지 매체소개말고 대중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뾰족한 수도 별로 없긴 하다. 만약 이런걸 다 무시하고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볼 거라는 말을 출판사가 철썩같이 믿고 책을 내놓는다면, 싸늘한 새벽바람 못지 않은 무관심과 냉대속에서 관심의 수면위로 올라오지조차 못한 채 잊혀질 것이다.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볼 거라는 말이 맞긴 맞다. 다만 언제 알아볼 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감지하는 시간적인 기대치가 무한대에 가까울 만큼 랜덤이어서 밥벌어먹고사는 수익집단의 출판사들은 이런 한없는 기다림의 모험을 감수하기 두렵다. 언제 독자들의 '승인'과 '인정'이 떨어질지 알수 없다. 제기랄 아이돌 하나가 나와서 어느날 침대에 누워서 몇 시간내에 이 책을 다 읽었는데 기가막혔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좋을텐데..이런 상상을 하지 않는 기획자가 생기는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요즘은 그런 세상이다. 

책도 이미지로 앞서 선행되어야지 의지의 영역으로 온다.

이 책도 사서 읽어야 겠어 라는 의지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지적인 허영을 누리곤 싶지만 책을 골라 읽기에는 너무 피곤한 세상인건 더 명확해진다. 난 고르는 것도 굉장히 재미난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대중들의 다른 관심사 RPM이 과열이다. 꾸페씨도 그렇고 '인문학 광풍'도 그렇고 '속죄'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대중들은 넋놓고 자신보다 안목이 뛰어난 누군가가 열렬히 책을 소개해주길 기다리고 기다린다. 팟캐스트가 없던 시절에 '책소개'는 시종일관 '지면'이었다. 지면을 안보는 독자에게 '지면소개'라니..활자를 읽기 지루해하는 대중들에게 찬란한 수식어구는 응답없는 외침같은 거다. 


TV에 등장했던 책낭독의 프로그램은 지면이 아니지만, '태도'의 위압감으로 사람들을 분류한다. 시청자들을 선별하고 채널을 고정시킬 만한 대상을 구획하시켜놓는다. 나같은 경우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5분이상 보기 어렵다. 낯간지럽고 너무 진지하고 너무 젠채하고 너무 현학적인 ..짐짓 분위기있는 척하는 공기들이 부담스럽다. 역시나 글이나 쓰시고 지면에서 생각을 펴치셨어야 했어 저분은 너무 지적과 평가와 반응을 염두에 두신 나머지 언행에도 자신이 책과 가깝게 산다는 것을 드러내고 계시네 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말인데 이런건 다 허세나 허영이나 가식이나 뭐 그런 것들 아닐까. 차분한 목소리의 낭독으로 마음의 위안을 찾기야 하겠지만 정말 변태같은 책 미치광이들은 출현하지 않는다. 


차라리 김중혁과 이동민은 변태까진 아니어도 자기들끼리 낄낄거릴만큼의 책에관한한 위트가 있다. 위트도 아무나 하나. 읽어야 하는거고 자기생각이 있어야하는거지. 관객들 분위기잡고 공기는 숙연하고 음악은 잔잔히 깔리고 그 와중에 국어책 읽듯이 말하는 이 프로그램들이라니....팟캐스트가 편한 이유를 알겠다. 두고봐야겠지만 빨간책방 말고도 여럿 팟캐스트가 생겼다. 이분들의 전문성이야 왈가왈부할 만한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어색한 대중들과의 친밀성, 그리고 대화체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용은 인정해줄 수 있지만, 재미는 더럽게 없는 지루한 어떤 팟캐스트가 될 가능성도 농후한 것이다. 


책과 관련한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알아야한다. 너무 진지하고 너무 젠채하는 태도가 오히려 책을 대중들로 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는 ..게다가 히트는 매체의 특성과 미디어의 신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컨텐츠다. 내용이고 내용을 버무리는 독자적인 관점과 견해, 그리고 대중문화의 일면만을 들여다보지 않는 다양성의 견해들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의 딱딱한 팟캐스트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들을 수야 있겠지. 방송할수야 있다. 다만 그걸 듣는 사람들은 동기화가 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일 것이다. 적당히 지루하고 적당히 따분하고 적당히 재미 없는 그런 사람들일지 아니면 정말 대다수를 아우르는 책과 친숙해지려는 애청자들일지 두고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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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공교롭게도 K팝스타에서 윤종신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안테나미스틱89의 자회사라고 농담을 터트렸다. 그래 맞아 미스틱89와 안테나는 묘하게 닮았어라고 혼자 중얼거리곤 했는데,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의 대중들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안테나와 미스틱89는 닮아있다. 현 주류 유행음악 질질 끌려가지 않으면서도 음악적으로 만만치 않은 내공과 아우라를 보유한 개성있는 뮤지션들이 갈 곳이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 요즈음이다. 이럴땐 나라도 자신들의 음악적 색채를 이해해 줄 법한 선배가수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윤종신과 유희열 쪽이라면 수긍할 만하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JYP에서 용도폐기되다시피한  박지윤이 그렇게 야사시한 눈빛으로 나이를 먹도록 JYP에서 굴러다녔다간 그녀가 어필한 대중적 기억은 그저 옆트임 검정 블랙 원피스 이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꼭 '성인식'이 나쁘단건 아니다.) 결국 YG와 JYP가 그런 성향조차 다른 뮤지션들을 데리고 뭘 한다는 건 좀 어울리지가 않는다. 이건 완전히 다른 레이블의 질감들이고 이미지와 무늬가 다르고 향기도 다르며 심지어 건물 사이즈도 다르다. 어쨋든 위에서 말했다시피 윤종신이 안테나에 대한 언급을 한 날, 버나드 박은 유희열의 기획아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바로 버나드박의 More than words, 밴드로 페퍼톤즈, 박새별이 등장하고 있었다. 


안테나 뮤직의 성향상 왠지 인디에서 이름 좀 날릴 듯 싶고 너무 대중적으로 엇나가 있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동경을 불러 일으킬만한 지적인 수준이 갖춰져 있는 가수들이 소속가수일거라는 짐작은 별로 틀리지 않았는데 루시드 폴도 그랬고 페퍼톤즈도 그랬지 않나. 유희열이야 말할 것도 없고....여기에 박새별도 있었드랬다.  이 즈음되면 혹시 안테나는 소속계약을 하기전에 몇가지 안테나적인 기준 항목이 있어서, 공부도 잘하고 음악도 잘해야 한다라는 항목이 제일 위에 자리잡고 있고, 거기에 반드시 부합이라는 체크박스에 체크하고 난 다음에야 다른 항목으로 갈수 있는게 아닐까라고 추측하게 된다. 정말 세상에는 엄친아들이 너무 많다. 음악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니....




그래 잊고 있었다. 박새별도 안테나였지. 

박새별의 음악과 목소리가 완전히 친 대중적이어서 막 열광하고 그런 팬층이 두텁게 자리잡은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기에는 버나드박을 살려주는 쪽으로 보조를 맞췄지만, 새삼스레 그녀의 음악색깔을 떠올리게 된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예전 페퍼톤즈 공연때 Read, Get Set, Go를 보컬로서 부를 때였다. 원래 이곡의 보컬은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뮤직 워리어스때도 그렇고 줄곧 박새별이 이 곡의 전임자인것처럼 불러제끼고 있다.) 뎁은 약간 담백하고도 장식없는 소녀같은 뉘앙스로...박새별은 진한 장미향이 물씬 나는 성숙기의 목소리로 진득히 불렀다. 사실 그냥 외모로만 보자면 나긋나긋하고 굴곡없으면서 사근사근해야 할텐데 목소리는 약간 달라서 의외성이 있었던 가수로 기억한다. 그랬는데...갑자기 화장을 하시고 립스틱도 컬러플하게 드로잉하셨고 눈화장도 매혹적으로 하신데다가 머리가 흘러내려 섹시함까지 보여주시다니...이래가지곤 내가 아는 박새별 레벨 업한 느낌이시다. 외모도 업글되니 얼마나 좋았는지...^^


요즘의 시대에는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찬란한 사운드 이면에 노출 과다경쟁, 그리고 지나치게 과도한 멋을 부린 군무 아래 잠식 당해있다보니  다들 이런 음악만 듣는 줄 알겠지만 개 중에는 이런 음악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달속의 토끼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시끄러운 사운드와 칼같은 군무와 조금만 더 올라가면 팬티라도 보일듯한 코스프레에 흥분되지도 않고 보이들의 깨끗한 피부에 가슴을 두근거려하지도 않는다. 지인 중 몇몇은 걸그룹의 야시시한 율동을 보면서 가끔 저게 야동이었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게 감상자의 변태적 성향 때문만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다만 너무 편향적인 거다. 우리 모두 뮤뱅에서 두번째 등장하는 걸그룹의 세번째 걸의 치마가 조금만 더 올라가 팬티가 보인다고 해도 들을 음악은 다 듣는다. 모든 여가수들이 속옷노출 경쟁만 하는 뮤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어떻게든 메인골든 타임에 페퍼톤즈와 박새별이 나와서 자신들만의 색채로 사운드를 뿜어내 준다는건 일종의 존재감 같은게 아니었을까.


잔잔한 호수위에 퍼져가는 작은 물결같겠지만 온 호수를 뒤덮고 말거라는 그런 기대감 같은 것 말이다.




어 저분들은 누구야 누군데 저렇게 멋진 사운드와 세련된 외모로 멋드러지게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저 언니오빠들 너무 예쁜데 ? .....조카들이 이렇게 말했다.이윽고 페퍼톤즈와 박새별 이라고 안테나에 소속된 가수들이라고 약간은 언더풍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메이저 레이블로 봐도 무방할 만큼 알려져있는 가수들이니 들어보면 괜찮을 거라고..조카들도 나도 이 순간만큼은 같은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좋은 음악을 듣는다는 건 좋은 것이고 그 뮤지션들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현실에 등장하는건 의미심장하다. 이건 세대간의 격차라기보단 음악적 다양성의 문제였으니까 언제고 격차가 있을 법한 세월에도 존재감이 있는 뮤지션으로 산다는거 보다 많은 다양성의 축으로 살아간단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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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4. 4. 8. 07:10

파스타 요리를 제대로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알리올리오를 먹어보면 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알리올리오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가 단촐해서 일 것이다. 단순한 몇가지의 재료만으로도 특유의 마늘향 가득한 파스타를 맛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들어가는 재료라고 해봐야 올리브 오일, 마늘, 소금, 페퍼로치니 정도..여기에 파슬리 가루라던지 바질 가루라든지를 곁들일 수는 있겠지만 맛을 좌우하는 건 역시 적당한 소금간과 스파게티 면발의 탱탱한 정도, 그 뿐이다. 어떻게 해봐도 별수를 써봐도 속일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는 파스타 인 것이다. 영어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기초 레벨 테스트를 해볼 께요라고 날 데리고 들어갔던 영어강사의 취지와 알리올리오를 시식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비슷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뭐든 감출 수 없는 본연의 무엇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니까. 



여러 파스타집에 넘나들었지만 맛도 제각각이어서 어느게 정말 맛있는 알리올리오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단지 개인의 취향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고 그러다보면 이 집의 알리올리오가 맛있다고해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별로인 알리올리오가 될 수도 있다.  한번은 동네 근처의 파스타집에서 위의 목적을 가지고 알리올리오를 주문해본 적이 있는데 이윽고 등장한 알리올리오는 약간 갈색빛이 감도는 마치 기름에 태운듯한 알리올리오였다. 맛도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 원래 이건 이렇게 요리해야 맞는건가 싶어서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식을 했지만 영 내 취향으론 아니었다.  다시 그 가게에 가진 않게 되었다.  


이후 다른 파스타 가게도 넘나들었는데 어떤 집은 자작자작한 육수가 깔려있거나 또 어떤 집은 너무 짜거나 톡쏘거나 이것도 아니면 면발이 불거나 너무 딱딱하거나 다 그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마음먹은 게 있다면 나만의 알리올리오를 내가 직접 만들어 먹자는 것이었다. 이윽고 난 알리올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마늘을 저며 놓고 (같은 두께로 잘 저민다). 커피포트에 물을 끊인다. (가스렌지에 물을 데우면 너무 시간이 오래걸려서 시간 절약상 포트에 일단 물을 끊인다.) 그리고 난 후 커다란 냄비 같은 곳에 소금을 약간 넣고 포트에 끓인 물을 붓는다. 불을 강으로 하고 다시 끓이면 몇 분후  다시 펄펄 끓게 된다. 거기다가 스파게티 투하..약 7분에서 9분정도 삶아준다. 중간중간 건져서 먹어보고 너무 불지 않도록 주의..


파스타 면이 익는 동안 재빨리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아준다. 너무 센불에 하면 1분도 안되서 다 타버리니까 주의...적절하게 마늘이 투명하게 될 때까지 볶아주는데..너무 오래하게 되면 반드시 마늘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타므로 중간에 차라리 불을 끌지언정 태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 약간의 소금간을 하시는 분도 있으니 해도 좋고 안해도 무방이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은 페퍼로치니 한조각을 잘라서 (안에 씨는 버리도록) 막판에 넣어주고 살짝 다시 볶아준다. 


이때 즈음 파스타 면이 익는다. 동시에 건져서 마늘 볶는 프라이팬에 넣고 불을 강하게 바꾼다음 잘 섞으면서 다시 버무려준다. 현란한 손목스냅을 이용해서 프라이팬과 한속에는 집게나 주걱으로 뒤적뒤적 잘 뒤집어준다. 여기서 다들 실패한다. 왜냐면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프라이팬의 올리브오일을 면이 다 잡아먹고 불을 가열되니 뻑뻑하게 되니까..그래서 파스타 면을 데운 물을 중간중간 슬쩍 부어주면서 뻑뻑하지 않게 잘 흔들어줘야만한다. 의외로 쉽지 않다. 


드라마 파스타에서도 공효진이 고생했던 것처럼 마늘과 파스타면과 올리브오일 이정도로 알리올리오를 제대로 만드는게 어려운건 역시 간이다. 자 이렇게 잘 볶는다고 해도 한가닥 집어서 먹어보시면 아무 맛도 안나거나 밍밍하거나 도대체가 무슨맛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맛이 들 수가 있다. 이때 즈음 마음속으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알리올리오란 말인가?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내가 뭘 잘못한 걸까라고 말이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마늘의 은은한 향이 느껴지긴 할테지만 너무 소금간이 안되어 있어서 제대로 그 묘미를 살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소금간의 경우에는 파스타 면을 삶을 때 투여한 소금의 양과 본질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파스타 면을 삶을땐 소금을 많이 넣지 않고 티스푼 반도 안넣는다. 맹물맛만 면한 수준이다. (1인분 기준) 그리고 난 다음 옆에 소금통을 두고 면을 섞어줄때 소금을 중간 중간 뿌린다. 맛을 실시간으로 맞추기 위함이다. 근데 여기서 싱겁다고 마구 넣다간 나중에 열이 식고 난 다음 파스타를 먹을 때 식겁할 가능성이 있다. 온도가 내려가면 짠맛이 올라오니까..그래서 적당히 너무 싱겁지만 않게 소금간을 적절히 조절한다. 이렇게 하면 알리올리오는 성공 할 수 있다. 아주 훌륭한 알리올리가 아니더라도 맛은 나쁘지 않으리라 보장..^^


소금간이 부담스러우면 베이컨을 2센티 간격으로 잘라서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두고 (이건 금방할수 있으니 언제해도 무방) 나중에 알리올리오 위에 살짝 얹어서 먹으면 강추 !!! 이리하여 베이컨 알리올리오.. 뭔가는 먹어야겠고 배는 고프고 재료는 별로 없고 그럴때 이 알리올리오를 한다. 요리시간은 약 15분~20분 정도 소요되고 주방을 어지럽히지 않을 수 있고, 먹고 난다음 깔끔하고 설겆이도 편하다. 여러모로 나에겐 단골 요리이자 주메뉴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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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알함브라>를 읽고 있다. 


요즘은 계획하에 책을 읽는다기보다 그냥 제멋대로 내키는데로 무턱대고 집어들게 된다. 그러다보니 스토리도 엉키고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같고 머리가 뒤죽박죽 되는 느낌인데 그래도 딴에는 읽고 싶은 걸 읽어야 졸음도 줄고 동기부여도 되다보니 자꾸 잡스럽고 정신사납게 읽게 된다. 좀 특이하다면 최근에 환상문학계열을 줄창 읽는다는 거다. 읽을수록 묘한 재미가 있지만 굳이 판타지여서 그런건 아닌듯 싶고 뭐라고 해야할까 말로 형언하기 힘든 초월적인 어떤게 느껴져서 잠시동안 절절한 지금의 피곤함을 몰아내주는듯한 효과 때문인 것 같다. 왜 그런건 있지 않은가 고전문하게서는 등장인물이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현실앞에서 마치 고고한 혼자만의 양심과 영혼의 부르짖음을 장신구처럼 매달고 자기고양에 사로잡혀 현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데 이상만 높은 어떤 캐릭터의 자기성장내지는 파멸의 이야기들로 묘사되는 것 말이다. 솔직히 이런건 간접경험 카테고리에서도 지나치게 반복적인 메뉴다. 


<단테의 신곡>, <천일야화>등을 읽으면서 몇몇 단어들에서 풍기는 페르시아와 이슬람적인 뉘앙스, 그리고 은밀하게 펼쳐지는 마법과 신비의 세계, 그로테스크한 판타지들. 이런 내용들에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때, 앞서 이야기했던 그런 피곤함과 고단함을 느낄겨를이 없다. 아마도 기억에는 보르헤스의 <픽션들>이 기점이었던 것 같은데 이후로도 <아발론 연대기>의 엑스칼리버와 멀린 스토리,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을 읽고 러브크래프트의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을 찾아읽게 되고 , 알베르토 망구엘이 극도로 칭찬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나라의 앨리스>의 알수없는 문장들의 이면을 곰곰히 되씹게 되며, <오딧세이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이탈노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도 묘한 꿈의 기시감을 느끼며 현실에서 읽는다는 묘한 느낌이 있다.


어쩌면 현실부정적이어서 그런건 아닐까라고 생각도 해봤는데..아무렴 어떨까. 그런건 별로 중요치 않다. 읽을때 재밌다는게 중요하고 그러다보면 난 또 이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갈테니..어차피 책의 모험이란 이런게 아니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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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lla Essay2014. 3. 26. 10:37


최근에 닉혼비의 <피버피치>(Fever Pitch)가 2014년 신판으로 재출간되었다. 물론 이 책은 문학사상사에서 2005년에 이미 출간되었던 적이 있던 책인데, 당시 표지부터 축구 관련 서적아니랄까봐 불타는 축구공을 떡하니 붙여놓고 부제를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지는가'라고 전단지마냥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닉혼비 정도되고 그 정도의 글솜씨를 가진 작가의 축구 에세이라고 하면 사실 그렇게 노골적인 표지 디자인과 축구광들이나 구매욕구를 가질 수 있는 극단의 디자인을 선보일 필요가 없었는데 아쉽게도 작가적인 역량을 몰라봤거나 대놓고 축구매니아들에게 어필하려는 속셈에 완전히 점령당했다. 


최신판은 이렇게 노골적인 표지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소소한 생활 에세이같은 카툰 일러스트가 잔잔히 표지로 등장했다. 이게 과연 축구 에세이인지 뭔지 알수 없을만큼 평범해서 문제이긴한데 목차만 쓰윽 보면 대략 이게 어떤 부류의 에세이인지 알 수 있으니까 뭐그다지 굉장히 불편하지는 않다. 닉혼비의 이 책은 오히려 그의 대표작들인 <어바웃어 보이>보다도 더 알려져있다. 나같은 축구매니아에게는 더 유명하고 더 적나라하며 더 공감가는 책인 것이다. 그가 굳이 아스날빠가 아니었더라도 난 그의 의견에 대부분 동조할 수 있는데다가 그가 흥분하면서 글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폭주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귀퉁이에 욕지거리를 써놓는다고 해도 난 그정도쯤은 이해해줄 수 있다. 원래 축구팬이란 대개 그런 법이니까.  


여기서 닉혼비가 좋아할만한 소식. 최근에 EPL구도에서 아스날이 회생과 부활과 그리고 또 강자의 도래라고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닉혼비도 역시 TV앞에서 혼자 지그시 미소를 짓거나 이런 상황에 대해서 가슴 두근거리고 있을 것이나, 이런 현상이 EPL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흐지부지 되고 있는터라 약간 아쉽게 되었다. 나는 뱅거감독의 불안한 심리가 그대로 선수들에게도 이입되는 것 같다고 느끼곤한다. 그의 잘 안잠겨지는 점퍼 지퍼도 그렇고 외질의 불안하고도 들쑥날쑥한 경기력에 대해 힘겹게 변호하는 것도 그렇고, 지루의 막장 쓰리섬 사건도 부들부들거릴것이며, 초반에 반짝하고 소리없이 숨죽여 사라져버린 반딧불이 '램지'도 그렇다. 


그렇다. 아스날의 처지는 그 현상 그자체다. 굳이 뭘 또 자세히 난잡하게 이것저것 설명할 것도 없고 심리적인 이유와 이면에 감춰진 비화같은 걸 꺼낼 필요조차 없다. 아스날의 현상황은 그냥 경기력에서 보여지니까. 닉혼비는 도래했던 영화에 대한 꿈을 다음시즌으로 넘겨야할거고 아스날팬은 그저 오래도록 라이벌이었던 맨유의 몰락을 보면서 '우린 그래도 저정도는 아니잖아. 아직 할만해' 라고 위안삼아도 될 것이다. 내가 진짜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즉, 맨유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맨빠정도는 아니더라도 EPL구도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어느정도 균등한 접전을 선호하는 제너럴한 축구팬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데 맨유의 몰락은 이런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재미없고' '안타까운'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금일 새벽 2013-14 EPL 28 R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3 : 0 으로 발렸다. 그것도 처참하게 공격기회다운 기회한번 얻지 못하고..이게 반페르시의 부재라고 위안삼기에는 전통적인 맨유의 위력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에 더 아쉬운 법이다. 퍼거슨이 말했던 '시끄러운 이웃' 맨시티는 이제 강자가 되버렸고, 맨유는 쓸쓸하게 그 자리를 시끄럽지만 아주 센' 맨시티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게 되버렸다. 이젠 라이벌이라고 떠들어댈 날이 그리 많지 않을수도 있다.  프리미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정의의 위반이네 하면서 침을 튀기며 흥분하는 맨빠의 심정을 아주 이해못하는건 아니다. 어차피 맨시티는 만수르의 바빌로니아니까. 자본주의 사회라면 이런 불공정한 물량공세를 당연히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안되는 형편에 인상을 구겨야 하는 현실이 자꾸 떠오를 뿐이다. 


맨유의 패착이 뭐고 페인이 뭐고간에 그런건 긴 이야기가 될테니 여기서 언급하지는 못하겠지만, 내심 마음속으로 기대하는 몇가지가 있긴 하다. 하나는 맨유도 '바빌로니아'급은 안되더라도 재건을 위한 물량투자를 어느정도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거기에는 물량으로만 해결이 안되는 질적인 퀄리티, 즉 월클 선수에 대한 유입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시장의 이적 루머의 상당부분에 맨유가 등장하는건 웃기기 까지 하다.  다들 맨유가 이 시점에서 누군가를 데려와야 한다고 계속해서 지적하는게 아닌가. 불특정 다수가 다들 맨유는 이래선 안돼 이 선수라도 영입해야 한다고 알아들었어 멍청이 맨유 관계자들 듣고 있냐고..라고 말이다.  


맨유팬들이라면 닉 혼비의 '피버피치' 정도는 우스울 거다. 이미 클레버리를 보면서 인내심의 최고치를 경험하고 있고, 돈독이 오른 루니를 보며 계속해서 회의가 들며 키만 큰 펠라이니가 과연 맨유에 뭘 해다 줄 수 있을지 계속 의심한다. 이미 비디치는 막장이고 퍼디낸드는 할아버지급에 필적할만큼 퇴보되었으며 나니는 일찌감치 맨유로부터 멀어지셨다. 카가와는 도르트문트 시절의 자신을 보조하던 디펜시브 조력자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증명되었고 마타는 자기의 롤이 뭔지 헷갈리는데다가 반페르시는 자신의 몸조차 관리가 안되는 피노키오 신세다. 아들이 맘에 안드니 아버지가 그럼 내가 대신 뛰어주지 라는 심정으로 긱스가 헐떡이는 맨유라니....


맨유가 추진 중인 올 여름 이적시장 수비수 - 에제키엘 가라이


모예스의 회견내용을 슬쩍보게되면 대충 이 아저씨가 어떤 마음가짐이고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는데 한마디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한때는 효율의 에버튼으로 불리우던 시절의 명장이었는데...지금 시점에서는 맨유에 기대하는 건 좋은 선수의 여름 영입 뿐이다. (기존 선수들의 케미는 이미 일어난 화학반응이고 연쇄반응을 기대하기엔 엔트로피는 고갈상태..)  두명의 월클이 이미 이적동의를 했다는데 대충 가늠하길..윌리암 카르발류, 그리고 가라이 정도가 아닐까하는 예상. 그런데 이 둘이 월클이었던가. 월클이라면 토니 크로스카바니 정도 돼줘야 뭔가 그럴듯해질텐데...그래서 말인데 코엔트랑이던 가라이던 카르발류던 누가 와서 분위기 쇄신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된다면 흥미진진한 EPL이 되지 않겠는가. 만수르의 맨시티. 무리뉴의 첼시, 닥공의 리버풀, 안간힘을 쓰는 아스날에 재건되는 맨유라...이 정도면 볼만할 거 같다. TOP4의 시절은 갔지싶다. 참고로 난 리즈팬이다. 아스날와 맨유에 아무런 악감정이 없으며 다만 흥미진진함과 공정한(?) 자원의 분배로 인한 긴장감 고조를 기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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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lla Essay2014. 3. 19. 16:19

가끔 에밀리 브론테멜빌루이스캐롤의 책들을 유재하의 '그대 내품에'가 깔리던 서점 한 코너에서 한 두시간이고 쭈구리고 앉아서 읽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 내 플레이리스트에 유재하가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결국 그 까짓   에이헤브가 모비딕을 잡던말던, 앨리스가 토끼굴에서 보았던 오렌지 마멀레이드 단지가 비워져 있거나말거나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원래 고전이란 현실괴리적이고 우왕좌왕하거나 뻔하거나 너무 빈티지스럽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지루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시간은 많았고 호기심은 인내를 매몰차게 바람맞히던 시절이었지 아마도...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다시 그 책들을 다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분명 어딘가에는 나같은 놈이 있겠지만, 이런 회귀적인 취향이 청승맞아보여 어디서 책을 펼치지도 못하겠다. 에이헤브의 라스트를 읽고 빨간여왕의 치대는 대사를 이상한 나라에서 읽으며, 코퍼필드의 삶에 뼈마디가 쑤시는 착각도 일부러 읽으며 상기시킨다. 이것도 병이다. 다시 사춘기도 아닌데 왜 이럴까. 가끔은 고전 소설같은 험난함과 아이러니함이 현실에 이입되지 않기를 바라곤 한다. 소설속에서도 버티지 못했던 주인공인데 하물며 현실에서라면 너무나 괴로울테니까, 소설을 읽으면 단련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보다.


가끔 기도를 이런 막연한 두려움때문에 했던 것 같다. 소설속에서 일어났던 이 광폭한 장난같은 일들이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서도 일어날까봐..해일과 같은 걱정과 근심의 토네이도 속을 거닐며 ..이런게 진짜 삶이라고 말할건 없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비린내 물씬 풍기는 날 것같은 불쾌감이 있는 세상인데 햇빛 좀 비추고 따스한 봄바람이 분다고 해서 그게 비현실적이라고 말할것 까지는 없으니까...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기위해서라도 우연 같은 즐거움이 있기를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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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야 보사노바(Bosanova)라는 말을 들으면 귓가에 어떤 종류의 음악이 은은하게 들리는 상상을 할 수 있지만, 과연 이런 계통이 자리잡기전에는 이런 음악을 뭐라고 불러야 했을까란 궁금증이 남곤 한다. 요아힘.E.베렌트가 보사노바는 '삼바와 쿨재즈'가 합쳐진 것이라고 정의를 내려줘서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쿨재즈를 알고 삼바를 아는 어떤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두개의 장르가 결합되면 이런 음악이 나올법도 하겠구나라며 고개를 끄떡일수 있었으니까. 사실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연혁이나 계보와 정체성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 음악의 진면목을 더 절절히 체감한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느끼는 것은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니까. 마치 주사위의 한쪽 면 숫자가 다른 쪽 면 숫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스윙의 시대에서 모던으로 규정되었던 쿨재즈(Cool Jazz) 이면에는 재즈의 스팩트럼이 그렇게 단촐하지 않다는 지적이 자리잡고 있다. 편견적으로 재즈라고하면 눅눅한 조명밑에서 슬며시 차양막을 통해서 몇 편의 태양광이 비추고, 스모키한 공기안에서  부유하는 먼지들 사이에서 짙게 깔리는 음악, 마음은 침잠되고 뇌수가 마치 오후의 나른함 잠에 푹 절여진듯한 느낌이 떠오른다. 즉흥적이라는 변수때문에 재즈의 이런 선입견이 다변화되었을 지도 모른다. 거리를 토닥이듯 종종 걸음을 걷는 소녀와 봄날에 날리는 꽃잎들, 그리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떠오르는 쪽도 재즈라고 부른다. 그래서 60년대의 보사노바를 들으면서 그다지 정통재즈에 대한 반감같은게 덜 했나보다. 이런 쪽의 재즈라니!!.. 내 취향에는 너무 맞았다는 뜻이다. 그게 보사노바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이 참여한 1963년 <게츠/질베르투>(Getz/Gilberto) 앨범이 바로 이런 보사노바를 제대로 알게 해준 음반이었다. 매니아들께서는 보사노바의 시초라고 불릴만한 단하나의 음반을 두고 무슨 제대로 알게 해줬다느니 그딴 소리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온리원(Only One)에 가까운 음반이었으니까..아쉽게도 60년대 보사노바가 불어닥칠때 난 태어나지도 않았던데다가 재즈의 유행주기가 몇 바퀴를 돌았어도 난 그 쪽으론 고개초자 돌리지 않던 세월을 지나왔다. 성인이 되고서도 한 참을 지난 후에 우연찮게 이 음반을 들었으니..이 음반이 나에겐 유일무이한 보사노바 음반이었던 거다.  


1965년 빌보드와 그래미 어워드를 휩쓴 이후에도 수없이 매체를 통해 플레이되어왔던 이 목록들의 진면목이야 재즈를 좀 안다하시는 양반들로서는 입아픈 이야기일테지만, 지금에서도 나는 이 음반을 아주 자주 틀곤 한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에서 굳이 'The Girl from Ipanema' 가 등장해서 그런건 아니다. 'Doralice'와 'Para Machuchar Meu Coracao'를 더 듣던 시절과 'Desafinado'를 귀에 달고 다녔던 때가 더 많았으니까... 이 음악들과 시간들이 서로 연결되어 합선되고 녹아 늘어 붙어버렸다고나 할까. 이 음악들의 생명주기가 여태 이어지는 걸 보면 난 이 음반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이 없다. 지금에와서야 든 생각인데 봄이 되면서 공기가 데워지고 햇살이 좀더 오렌지빛으로 화하고 길가의 보도블럭이 건조해지며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때가 되면 저절로 머리속에서 이 음악들이 백그라운드 뮤직처럼 재생된다. 야 다시 들어야 할 계절이 왔어 드디어 왔다고 라고 가슴이 잠시 뛴다. 


비록 황사가 판을 치는 계절이 되버렸지만, 좀더 명징한 공기들이 물갈이 하듯 5월에 올라서면 이 음반만큼 적절한 음반도 없다.  요즘은 보컬도 거나한 시절인데, 여기엔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같은 목소리가 출현할 일도 없고 스탠게츠(Stan Getz)같은 색스폰이 깔릴 메이저들도 드물다. (질베르토의 이 어색한 발음을 들을때면 굉장히 좋은 정통발음의 소유자들이 한치오차 없는 억양의 자랑질이 굉장히 따분한 거였다는 걸 깨닫곤 한다.)  굳이 들어야 한다면 수없이 파생된 인디음악이라도 들어야 할까 싶었는데 계절이 도와주다니...역시 좋은 음악이란 때가 되면 두둥 하고 나타나기 마련이다. 설사 그것이 잠자고 있던 음반일지라도.. 수없이 많은 장면들의 편린들에는 모종의 책갈피처럼 이 사운드들이 박혀있나보다. 거리에서 유사한 장면이 펼쳐지면 덩달아 이 음악들이 펼쳐지니 말이다. 



01. The Girl From Ipanema

02. Doralice

03. Para Machuchar Meu Coracao

04. Desafinado (Off key)

05. Corcovado ( Quiet Nights Of Quiet Stars)

06. So Danco Samba

07. O Grander Amor

08. Vivo Sonhando(Dreamer)

09. Ther Girl From Ipanema - 45 rpm issue #

10. Corcovado (Quiet Nights Of Quiet Stars) -45 rpm issue #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