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resso minutes /10 minutes2013. 12. 17. 09:23

간혹 아르센(Arsen)의 모험담이 셜록(Sherlock)에 모험담에 미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유야 뻔하지 셜록은 의식의 흐름속에서도 고고하게 논리와 추론의 구조를 놓치지 않고 줄기차게 따라가며 궁극적으로 완벽한 해설이 뒤받침되지만,  아르센은 신출귀몰이라는 극적인 전개로 '논리'와 그럴듯한 두뇌훈련을 갈음하곤 했기 때문이다. 뭐 물론 뤼팽도 당시 통속소설의 범주에서 흥미진진함으론 어느 작품 못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뤼팽의 그럴듯한 교활함의 이면에 잠자고 있는 그의 추리적 능력도 슬쩍슬쩍 비추어 주었더라면...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갑자기 밀실에서 대리석 벽의 귀퉁이를 발로 툭 찼더니 벽 전체가 밀리면서 사람이 들어갈만한 틈이 생기고 그 틈을 통해서 도시의 어디라도 갈수 있게 되면 우리는 더이상의 머리속 추론을 귀찮아 하게 되고 밀실탈출에 대한 고민을 접어두게 된다. 모든게 이미 구상된 장치고 희극적인 설정이 되버리는 것이다. 수수께끼란 뤼팽이 겪는 사건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드라마'에만 할애 된다. 뤼팽의 상상력에 의해서...그리고 엄청난 그의 부하들을 통한 정보력에서...


르블랑의 뤼팽시리즈 중에서는 813과 더불어 '여덟개의 종소리'를 좋아하는데 (물론 첫번째도 좋다. 괴도신사 뤼팽)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가 너무 설치면서 말도 안되는 허세짓거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소소하게 조그만 사건들을 기민한 두뇌로 풀어내는 자잘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떠오르는 한가지 생각. 내가 여덟개의 종소리를 읽다가 제일 좋아했던 '망루 위에서'의 귀퉁이가 접혀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읽다가 다시한번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대목이라는 뜻.......역시 난 거창함보다는 소소한 단편속의 뤼팽이 더 좋았었나보다. 그리고 왕비의 목걸이, 세븐하트, 흑진주 같은 단편들이 좀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셜록보다는 덜해도 나름대로 아르센의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을텐데.....아르센은 아쉽게도 너무나 많은 부하들과 수많은 도시를 뚫어버리는 미로와 같은 통로들과 시시덕거리는 농담과 허세로 이 모든 걸 희극적으로 바꿔놓으셨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