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스치듯 지나가버렸다. 마치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갈때 정신차려보니 이미 경기도였다고 느낄만큼 순식간에 경계선을 휙 하고 지나버린 느낌이다. 안녕이라고 말도 못했는데 잘있으라고 안부겸 축복도 미적미적거리다가 다 놓쳐버렸다. 매년 연말에 등장하는 키워드에 '아쉬움'이니 '후회'라느니하는 단어들이 등장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그냥 형식적인 느낌으로 스스로를 반성해보시지라는 의식적인 통과의례를 떠올리게 한다. 언제는 아쉬움을 안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는 후회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하며 반쯤은 비아냥과 조소속에서 피식거리면서 스스로를 솔직하게 돌아다 보고 있다. 그냥 치사하고 졸렬한거지..그러고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다시 연말이 오면 뭐 비슷한 패턴으로 갈거면서 유별나게 무슨 반성과 되새김질이라니....위선적인 느낌도 든다. 그러고보면 경계니 스치듯 지나갔다더니 하는 것들은 다 핑계고 변명이고 너저분한 자기위안의 교묘한 위장일 뿐이다.


100권 읽기는 물건너갔다. 2013년에 읽은 책의 권수는 대략 70권 남짓이고, 블로그에 쓴 리뷰로 보자면 40권 안밖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게을러터져가지고 뭘 제대로 했다고 보기도 힘든 2013년이었단 소리다. 하기사 내가 100권을 읽는다고 뭐 새로운 떡밥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굉장한 뭔가를 깨닫게 되어서 정서가 함양되고 것도 아니고,,, 엄청난 책탐과 수집질에 만족감을 느끼거나 하는 그런 부수적인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읽으면 읽는거고 못읽으면 못읽는것일 뿐인게지..100권이라함은 그냥 상징적인 목표일 뿐. 이걸 이뤄냄으로써 거대한 인생의 어떤 성과물이 되는게 아닌데도 목표라는 단어하나땜에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었드랬다. 어찌됐든 2013년에 읽었던 책들에 대한 후회는 별로 없다. 정말 재밌던 책도 있었고, 지루해서 미쳐버릴뻔한 책들도 있었고.....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좀 정신차려가며 책을 읽고 요약을 하고 정리도 하면서 한권씩 읽어갔다는 점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악습관을 많이 버렸다. (책읽고 그냥 던저버리거나 쳐박아두기. 읽은 책 기억못하기 등등..) 


2013년 몰스킨 북저널 한권을 뒤에 2페이지 남기고 다 썼다. 지난주에 교보에 들려서 북저널을 한권 더 사면서 느낀건데 난 1년에 한권의 북저널을 소비하는 속도로 책을 읽는 것 같다.  1년에 1권의 북저널이라.....뭐 그정도면 생계에 지장을 줄만큼 책탐닉도 아니고 적절한 수준의 책읽기아닌가. 나도 미친듯이 여러권의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고 싶지만 그렇게 숫자에 집착하면서 읽어댈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서를 하는 목적, 그리고 남겨진 느낌과 의견.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들. 현재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등을 놓고 보자면 읽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었는데도 한권한권 읽어해치운다는 느낌으로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읽은 책들은 다 망각의 늪으로 사라져주신지 오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책상위에 쌓아놓은 책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읽겠다고 했는데 못읽고 있는 책들의 탑이다. 2014년 초에는 이 책들을 읽으며 보내야겠지. 


언제고 늘 서점을 지나면서 들었던 생각들...책은 그 시절, 그 시점, 그 순간에 읽고 싶을때 읽어야 한다는 점...그러다보니 충동구매가 너무 심해지곤 한다.  매번 서점을 지날때면 사고 싶은 책들이 대략 10권씩 늘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10권을 매번 구매하게 되면 내가 방에서 발디딜 공간도 없이 괴이한 책더미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난 그정도의 책 탐닉자는 아니시다. 난 적절한 수준의 독서쟁이일 뿐이고 무엇보다 구매력에 한계가 그런 욕구를 나무란다. 능력되는 한도에서 책도 읽으라고 멍청아....라고.. 누가 나에게 규칙적으로 책을 공짜로 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경제적 고려을 감안해서 책의 수급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 그리하여 14년의 초입부에서는 13년 못다이룬 100권 후보작들에 대한 독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어쨋든 사놓은 책이고...어차피 읽어야 할 책들이니까..저정도의 책더미라면 적어도 3월까지는 어렵지 않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100권의 목표같은건 없다. 그저 읽어야 할 목록들을 업데이트하고 차근차근 읽으면서 생각 좀 해보고 싶을 뿐이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