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lla Essay2018. 8. 3. 22:18

굳이 그러려고 그런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죄다 철학책이 되버렸다.

 

1. 루이 알튀세르 - '마르크스를 위하여'

2. 비트겐슈타인- '논고해제'

3. 한나아렌트 -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

4. 백승욱 - 생각하는 마르크스

5. 에티엔 발리바르 - '마르크스의 철학'

6. 발터벤야민 - 화재경보

 

 

뭐 때가 되면 또 장르는 바뀌겠지.

우선을 읽고 나서 생각하자.

Posted by kewell
Review BOOK/철학-사상2018. 8. 3. 22:09


우선, '마르크스를 위하여'를 읽게 된건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저 옛날 너무 쉽게 넘어갔던 마르크스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마르크스를 '전염병'처럼 취급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건 정말이지 뭣도 모르기도 했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슨 큰일이 날 것마냥 뒤돌아서 휙 달아나버리는 것 외에는 다른 행동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시절이기도 했다.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거두절미.

 

우선 마르크스를 너무 잘 모르고 지냈다. 변증법적 유물론 외에 할말이 없다. 아는 것도 없고...하지만, 마르크스가 원래 그런사람이던가하면 너무 막 대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하찮은 인물이 아니란 점에서 좀 예의가 아닌듯 싶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나이를 먹고 마르크스를 읽는 것도 한참 늦긴했지만 궁금증에 나이가 별무소용..어찌됐든 2018년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의 시기라고 하니 서점들의 가판대에 한참동안 마르크스 서적이 올라왔다. 선택하기 좋은 '읽기'가 될 수 있다.  

 

마르크스 책이야기를 하면 여기서 더 길어진다. 요약해보면,

마르크스를 알려면 원래 칸트와 헤겔에서부터 이야기가 등장하곤 한다.

특히 헤겔이야기가 나오고 나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이성'의 역할이 좀 더 강조되고, 그가 '역사는 이성이라는 정신적인 힘이 변증법적 자기전개를 해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헤겔이 강조했던 정신적인 힘, 즉 이성의 중요성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정-반-합의 변증법이 나온다. 헤겔이 말했던 사회적 발전사를 보면 법지배 이후, 도덕, 인륜, 시민사회, 국가로 발전하고 최종 발전적 형태를 국가로 봤다. 이런 독일의 관념론 여파는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프랑스는 이미 혁명으로 앞서가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독일로서는 헤겔의 이런 강조가 뭔가 두근거리는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헤겔학파의 '포이어바흐'가 등장했을 때, 종교적 비판이 기독교로 이어지고 헤겔의 철학에 '유적본질'과 '소외'라는 개념을 덧붙여서 '유물론'화 시키는 과정이 전개된다. 그러니까 인간이 종교를 만들고 그 종교가 인간을 지배하는 구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적본질이 소외당한다는 논리는 당시로서는 관념론적으로 헤겔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 유물론을 슬그머니 등장시키는 아주 좋은 흐름이었다. 마르크스는 이 포이어바흐를 이어받아 소외의 주동자를 '종교'로 보지 않고 '국가'로 대치시키고 국가해체가 되어야 하고 프롤레타리아트의 형성을 부르짓게 된다. 그리고 이 와중에 독일의 관념론을 탓한다. 관념론에 바로 '실천'이 없는 구조때문이었다.

 

'이성은 현실이고, 현실이 이성이다'라는 이야기에는 관념자체로 마무리가되는 그리고 변화를 주동할 엔진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논리. 그리고 변화는 관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천'에 의해서 가능해지고 그러려면 프롤레타리아트같은 계급이 나서야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마르크스는 (알튀세르에 의하면) 여전히 관념론과 포이어바흐적 체계를 버리지 못햇는데 '변증법적 유물론' 즉, 역사를 이야기할 부분을 자신의 논리에 위치시키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만다. 그가 차용한건 포이어바흐의 '소외' 그가 아무리 국가와 노동으로 소회를 확장했어도 결국 사회를 설명하는 역사에 대한 논리를 펼칠수가 없었고, 이윽고 포이어바흐의 테제를 발표하면서 '사적유물론'을 말하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이 과정까지 오면서 알튀세르는 마르크스가 인식론적인 단절이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청년기의 마르크스와 이후 완성형 마르크스가 서로 달랐음을 주장한다. (인식론적인 단절은 가스통 바슈라르의 이론이다. 변화가 일어나는 형태는 불연속적이며 단절의 형태로 발전한다는 주장) 그리고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의 경제적토대가 결정한다는 논리에서 '모순'이라는 지점을 알튀세르가 강조하고 모순이라는 형태가 마르크스주의의 사회를 진행하는 힘으로 간주했으며, 모순이라는 내부구조는 다양한 형태의 무순이 존재, 주된 모순과 그렇지 않은 모순간의 지배형태가 안에서 재설정되기도 한다는 구조론을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명하기 쉽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으며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짧게 설명했다.

 

솔직히 마르크스를 위하여는 초심자용이 아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 책부터 덥석 잡지 않으시길 바란다.)

마르크스를 읽으려면 우선은 지식인 마을 시리즈로 나온 '헤겔&마르크스, 역사를 움직이는 힘'같은 책을 먼저 읽고 그리고 난 후 백승욱씨의 '생각하는 마르크스'같은 책이 더 좋은 루트다. 깊이있는 독서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루아 알튀세르의 책을 덜컥 잡아버리면 처음부터 변칙 마르크스 및 너무 앞서가는 마르크스 독해를 하는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 어려운 문장에 질려버려서 같은 자리를 뱅뱅 돌 수도 있다.

 

루이 알튀세르의 책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 바로 마르크스를 새롭게 해석하는 관점을 독특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간단히 표현해서 알튀세르는 마르크스를 '과학의 영역'으로 끌고 오기 위해서 과학주의화 시킨 장본이기도 하며 굉장히 독특한 시각으로 마르크스를 다시 독해한 인물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사실 예전부터 여러가지의 논쟁거리를 가지고 들쑥날쑥했었는데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문제때문이었다.

 

1. 마르크스는 청년마르크스와 이후 마르크스가 다른 마르크스인가

2. 헤겔의 변증법과 마르크스의 변증법은 다른것인가.

3. 포이어바흐에서 제기된 헤겔청년주의의 핵심은 마르크스에 와서 어떻게 바뀌었는가

4. 마르크스는 인식론적인 단절이 있었는가

5. 마르크스는 초기에 정말 휴머니즘을 답습하고 있었는가

6. 상부구조를 결정짓는 하부구조의 경제적토대는 최종 심급인가

7. 모순은 구조적인가?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긴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알튀세르는 위의 논제들의 대부분을 굉장한 시각으로 설파했다.

알튀세르가 보여준 당시의 논고들에는 마르크스주의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 지 미래상을 제시했다고 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알려졌고, 이 후로도 엄청난 논쟁을 양산했다. 그래도 결국 알튀세르는 한획을 그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가 마르크스주의를 어느정도는 구조주의의 영역으로 자의든타의든 끌고 왔고, 이를 통해서 정치적 철학과점외에 문화적으로도 시선을 제공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마르크스이론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으니까.

 

 

이 블로그에서 알튀세르의 학문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독서영역일 뿐이다. 

 

 

Posted by kewell
Book Pantry2018. 1. 3. 23:39

.사상최강의 철학입문 - 야무차 

.세상을 뒤흔든 사상 -김호기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모든 지식의 시작 -허진모

.1417년, 근대의 탄생 - 스티븐 그린블렛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로저 에커치

.꽈배기의 멋 - 최민석

.꽈배기의 맛 - 최민석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금태현

.오두막 - 윌리엄 폴

.리허설 - 엘리너 캐턴

.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퀸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 셔우드 앤더슨

.루미너리스 - 엘리너 캐턴 

.독서의 역사 - 알베르토 망구엘

.루쉰 소설전집 - 루쉰

.대항해 시대- 주경철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 도감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 슬라예보 지젝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로빈슨.

.대성상 -레이먼드 카버

.마법사들 -로맹가리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여행자의 책 - 폴 서루

.침대와 책 -정혜윤

.이지원 피디의 누구나 한번쯤 스페인 -이지원

.텍스트의 포도밭 - 이반 일리치

.정원 생활자 - 오경아

.다시 연습이다. - 글렌 커츠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월든 - 개정판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피어시그

.지중해 :필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1 -페르망 브로델

.지중해 :필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2-1 / 2-2 

.신성로마제국 - 기쿠치 요시오

.비잔틴 제국 - 이오누에 고이치

.밤의 도서관 : 알베르토 망구엘

.한밤의 모험 - 발터 뫼어스 

.불안의 책 - 페르난두 페소아

.길버트 그레이프 

. 카스테라 -박민규

.비숍살인사건 - 밴다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맥카시

.피버피치 - 닉혼비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피츠제랄드 단편선 - 스콧 피츠제랄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 페니 플래그

.마담 보바리 - 펭귄

.알함브라 1/2

제49호 품복의 경매 - 토마스 핀천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1,2,3,4 

.속죄 - 이안 매퀴언

.작가란 무엇인가 

.레토릭 - 샘리스

.밤은 부드러워 - 스콧 피츠제럴드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 마크 트웨인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 헤르만 브로흐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메컬러스

.노동의 배신 - 바바라 애런 라이크.

.유럽에 빠지는 즐거운 추억

.오래된 골동품 상점 - 디킨스

.전략의 역사 

.꿀벌과 천둥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천일야화

.플랫폼 레볼루션

.바이바이 블랙버드

.인상과 풍경 

.바깥은 여름 - 김애란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서툰 감정 

.가만히 웃고 싶은 오후 - 장석주

.원더랜드

.스페인 야간비행 

.기나긴 이별

.단테 신곡

.여행의 기술 - 알랭드 보통

.세계사 브런치 

.스파이스 

.맛의 천재

.프루스트가 우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비밀의 도서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코타로

.미래를 여는 생각 

.은유가 된 독자

.자유론 

.신경끄기의 기술 

.라쇼몬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레이먼드 챈들러 단편선

.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

.디어랄프로렌 

.슈거앤 스파이스

.자메이카의 열풍

.시드니 - 무라카미 하루키

.라면을 끓이며 - 김훈

.만년 - 다자이 오사무

.빵굽는 타자기 - 폴오스터

.마더 나이트 - 커트보네거트

.1984 - 조지오웰

.르네상스 - 빛과 꽃의 세기

.꿈꾸는 책들의 도시

.가든파티.

.알레프.

.백년동안의 고독

.거울나라의 앨리스.

.소송 -프란츠 카프카

.타이탄의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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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감탄하고 있다. 월간 윤종신의 감수성에 대해서... 


언제나 그렇듯이 윤종신표 음악이 정서적으로 잘 맞아서겠지.  혹자는 맨날 신파처럼 감성을 쥐어짜는 상투적인 음악이라고 평가하곤 하지만,  그 말이 이 어떻게 신빙성을 가지던 간에 나로선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편이다. 음악이란 어차피 음식과도 같은 것이어서 어떤 이에게는 정말 잘 맞는 풍미가 어떤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으니까..결국 음악이란 취향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면 '음악성'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스스로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가 사실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게다가 윤종신은 비현실적인 프로젝트는 끈기로 해오고 있다. 그 노력만으로도 사실 음악을 소비하는 개인으로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다. 매월마다 내 취향에 맞는 음악들이 1개씩 꾸준히 나오는 셈 아닌가. 이 정도면 좀 죄송스럽지만 마르지 않는 샘물이자 황금알까지는 아니어도 이른 아침 이스라엘 백성에 내렸다는 만나와도 같은 수준이다. 계속 이렇게 해달라고 하면 너무 생떼인가싶긴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도 좋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원래 대중들의 욕구가 때론 실천력의 장작이 되기도 하니까..바라고 또 바라고 기대하면 월간 윤종신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오늘도 어쨋든 뒤늦게 몇달간 밀렸던 월간 윤종신을 듣고 있다. 멜로디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귀퉁이에 은근슬쩍 윤종신표 시그니쳐가 귓가에 느껴진다. 맞아 이 양반이 원래 이런 멜로디를 주력으로 했었지 심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물론 날씨가 추워지고 마음이 왠지 앙상해진다고 느껴질 무렵이면 상투적으로 통하는 발라드의 위력일수도 있겠으나 세상의 모든 발라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수는 없다. 개 중에는 어떤 측면에서 보다 가깝게 느껴지고 정말 마음적으로 동화될 만한 발라드의 한 자락이 마음을 스치듯 지나가면 숨죽여 지내던 추억들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너무 많이 깨어나면 청승이기도 한데...

가끔 이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도 같다. 



 


Posted by kewell
Book Pantry2014. 9. 22. 15:04

1.
스카라무슈를 다 읽고, 하루키의 <스크랩>을 북저널에 몇 줄 옮겨쓰고, 헤르만 브로흐의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1편을 너적너적 거리며 읽은게 다다. 벌써 여러 주가 지나지만 책을 읽는다는 건 마음의 평안을 찾기위해서라기보단, 마음이 평화로와야 책을 읽게 된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 적극적인 해결책으로 책을 읽는게 도움이 되지 않다니..난 그렇게 생겨먹은 성향인가보다. 어찌됐든 이 여름날의 기온들은 죄다 천정의 약 1 M 두께로 '수면'의 층을 형성하고 있다가 서서히 내려와 사람들의 머리를 휘감는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도 앉아있다가 약간의 시간이 지날무렵에는 졸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한다. 이 수면층의 위력이란....냉방과 에어컨 시스템으로 무찔러보지만 이것도 하루이틀이지...좀 처럼 이 공기층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 


2.

비블리아 고서당이 벌써 5권째나 나왔다는 걸 최근에 알게되었다. 2권까지 읽다가 이건 뭐 그다지 죽치고 빨리빨리 읽어야할 책은 아니군 하면서 넌지시 지인들에게 돌려버려서 한동안 잊고 있었다. 느나저나 시오리코의 은근한 매력은 아직도 다이스케에게 어필되지 않았나 왜이리 조용해라고 생각할 무렵. 5권에서 프로포즈 비스무리한걸 했다고 들었다. 다이스케가 아무리 꽉 막히 남자였어도 예쁘고 머리좋고 게다가 몸매(?)도 좋은 시오리코를 싫어할 리가 만무하다. 이 소설의 매력은 고서점에 반입되는 책들의 이력과 뒷이야기로부터 야기되는 사건들이 핵심인데 곁가지로 로맨스를 슬쩍 껴놓았다. 아마 여성독자들에게는 꽤 어필하는 모양새지만 요즘 같이 활자 엔터테이먼트가 후진 계절에 먹힐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듯.2.


3.

이탈노 칼비노의 전집이 뜬금 출시되었다. 분명히 민음사 세계문학본에도 몇권이 껴들어가 있을텐데 별도로 양장판으로 내주셨다. 이럴거면 휘어지는 전작들을 살 필요가 없었는데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전집이랍시고 떡하니 자리만 차지할 바에야 읽어볼만한 몇권만 선택해서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뭐 이쪽계열의 환상문학도 시들해지고 있어서 따분하고 너무 몽환적이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간간히 들고 있었다. 픽션들은 반짝반짝하면서 읽고 알레프는 시니컬하게 읽어버리고 백년의 고독은 읽다가 지쳐버렸다. 어쩌면 독서체력이란게 있어서 서서히 이 체력도 바닥이 나는게 아닐까. 매번 같은 장르를 읽을 수록 서서히 익숙해지다가 나중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어져버리는....뭐 그런 상태가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3. 


4.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전 추리소설 중 사이먼 템플러의 활약이 담긴 시리즈가 손안에 들어왔다. <성자, 암흑가에 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책의 수준이 '아동'스럽다. 굳이 이렇게까지 수준을 다운시킬 필요는 없었는데 왜 재밌는 소설들은 얇게라도 문고판으로 안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왜 굳이 휘황찬란한 양장이나 활자 왕따시만한 인쇄본으로 부피가 팅팅 불어 내놓고 가격은 어울리지도 않게 뻥튀기시키시는지 이해가 안가지만, 이게 다 열악한 구매층 때문이라면 뭐 할 말은 없다. 읽는 사람도 많아야 그럴듯하게 내놓지. 아무튼 사이먼 템플러의 다른 작품들은 안나오려나? 더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은데...괴도 이십면상도 나오질 않는다. 고전 추리소설은 인기없는 장르가 되버렸나보다. 


5.

<탐정사전>을 읽다가 이우정씨의 '모돌이'를 봤다. 참 오랜만이다. 어렸을때는 모돌이 탐정을 무지하게 좋아했는데..잊고 있었다가 이렇게 다시 대면하게 되다니..지금에서야 알게되었지만 모돌이 탐정이 겪은 사건들은 대개 유명한 추리소설을 그대로 베끼다시피한 짜깁기 이야기..그래서 말인데 당시의 플롯이나 스토리들은 순수 창작의 형태로 만들어지기보단 여러가지를 참고로 인용 및 참조를 과하게 구성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지금 보면 유치해질 수도 있겠는데 당시로선 그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만나지 못했으니 어떡하랴. 이우정씨가 나름대로 이렇게 그려낸 만화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르블랑의 813의 비밀도 봤던 기억이 있고, 당시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지금까지도 그 잔상들이 어른거린다. 케셀바흐와 구렐..캐릭터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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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
Review BOOK/소설2014. 8. 19. 10:10


라파엘 사바티니의 '스카라무슈'를 며칠 전 다 읽었다. (이 책은 현재 절판 상태다. 재주껏 구해서 보셔야 함.) 책 두께는 어마무시할 정도지만 일단 읽기시작하면 이 두께를 의식하는 일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책장이 마구 넘어가서 이윽고 정신차려보면 반절이 후딱 지나가버린다. 사실 두께가 두꺼운 책들의 대개는 별 내용 아닌 것들이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 이야기가 그렇게 중요해서 꼭 알아야만 하는 것들도 아니어서 사실상 생략해도 무방한 경우도 있다.  별개로 스카라무슈 같은 경우엔 쓸데없는 내용때문에 두터워진건 아닌듯 싶고, 워낙 주인공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때문에 상황을 바꿔가며 활극 나열을 하다보니 책 두께는 어쩔수 없는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두께가 별 문제가 안되는 이유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협지'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우리가 무협지를 읽을 때 그 엄청난 분량의 활자를 감내하는이유는 바로 가벼운 문체와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와 어떤 걸 탐구할만한 사유의 늪에 깊이 빠져들 필요가 없어서다. 굉장한 에너지의 소모가 없이도 술술 읽히는 활극모험소설이라면 분량 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유럽판 무협지를 방불케하는 이 '스카라무슈'에는 통속적으로 국내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우여곡절과 꼬이는 인연과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이 엄청난 속도로 전개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적 역사적 격랑으로 빨려들어가게 되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반하는 어떤 상황을 만나면서 생각과 마음도 변화를 일으키며 주위의 인물들로부터 부단한 부대낌을 겪고 위험에 휩쌓이고 기어코 복수의 길을 가게 되는 식이다. 주인공의 마음가짐이라든가 어떤 행위에 대한 정당성은 이 소설의 배경에서 그 조짐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의 전야. 


만약에 스카라무슈가 어떤 권선징악의 단순구도만을 추구했다면 앙드레 루이가 그저 복수와 검객과 정치코미디의 수사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버릴 수는 없다. 거기에는 일단의 역사가 흐르고 있고, 이야기를 지탱해주는 커다란 함의가 깔려있으니까. 사실 귀족, 민중충돌과 프랑스혁명사에 격동기에는 우여곡절이라는 운명의 실타래를 배경으로 로맨스와 모험을 찔러넣는 소설들이 꽤 있어왔다. 인생의 소용돌이란건 그곳에 자신이 빠지지 않은 채 경험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마련이니까..사바티니의 이 소설은 독자들의 이런 대리만족을 이해한다는 듯이 적재적소에 활극을 심어주었다. 지면을 휙휙 뒤로 넘기고 앞으로 전속력 질주를 감행하게 되는건 어쩌면 사바티니가 노린 코스식 요리가 아니었을까. 준비들 되셨나요 이제 막 전채요리가 끝났을 뿐인걸요 메인디시는 아직이랍니다 라고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앙드레 루이의 파란만장함을 뒤늦게 돌아보자면 사실 몇 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어도 수긍했을 것이다. 1부 변호사와 복수심, 2부 배우 스카라무슈로의 변신, 3부 검의 마스터, 루이 돌아오다, 4부 소용돌이치는 인연과 운명의 늪..뭐 이런식으로 그럴듯한 제목으로 4부작 시리즈로 적당히 폰트를 키우고 적절한 삽화와 각권의 표지와..등등 이렇게 상업적인 고려를 감안해서 출간이되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이 들곤 한다. 팔릴지 안팔리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은 중간중간 끊어도 될만큼 각 스토리사이의 분절이 탁월히 칸막이 쳐져있어서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걸요 조금만 있으면 우리의 주인공 루이는 사랑하는 알린을 다쥐르 후작에게 내주고 처절히 몰락해가며 찌질한 인생을 살게 될거예요. 그러다가 다시 복수의 칼을 들게 되죠. 다음 이야기는 제2권에서...뭐 이런식으로 독자들의 심리를 꿰뚫어본다면 그럭저럭 분절 출간되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의그는 변호사에서 광대로, 광대에서 검객으로..그리고 혁명가였다가 운명의 장난에 의해서 모든 것을 희생해내야하는 전형적인 불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대개의 경우, 서사적인 흐름에서는 앙드레 일대기로 묘사되었어도 굉장한 분량의 역사드라마처럼 전개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에게는 활극와 로맨스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거리가 있었다. 알린과 앙드레 루이와 다쥐르 후작. 세명을 뒤로한 역사의 혼란기에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종횡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가 있었어야 한다고 혹자는 이야기하지만, 그건 이 소설을 너무 진지하게 보는거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개의 독자는 루이가 알린의 시선을 알아채리고 다쥐르에게 복수할 줄 알며, 불운과 불공평, 불평등의 세상을 헤쳐나가며 먼치킨처럼 우뚝서길 원할 것이다. 거기에는 역사적 깨달음이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사바티니가 독자들에게 프랑스 정치사에 있어서 앙드레 루이가 서있는 위치의 타당성과 상징성을 논하려고 지면을 할애하는 순간, 이 소설은 무지하게 따분하게 되었을 것이다. 대중 통속 소설로 시작해서 갑자기 독자들을 가르치려들면 할수록 우원래의 목적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자고로 소설은 흡인력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는 '재미'란 요소가 빠질 수가 없다. 스카라무슈의 미덕은 바로 이 전형적인 '재미'이 있어서 앙드레 루이가 역사의 굴레속에서 부침을 겪다가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복수하고 사랑을 쟁취하며 구조적인 사회의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 '일당백'의 모습을 독자들도 원하게 된다. 만약에 루이가 마지막에서 혁명의 전제조건으로 개인의 행복과 사랑을 포기하고 유치찬란하게 정치계로 진출하고 동지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국왕을 페위시키고 시민봉기를 주도하러 앞장서면서 끝을 맺었다면 이 뜬금 마무리에 다들 실소를 금하지 못했을 것이다. 


차라리 이런 식의 결말이라면 번갈아 연습하는 아르투로 페레즈의 '검의 대가'쪽이 그런 분위기에 가깝다. 사바티니의 '스카라무슈'는 완전히 재미가 보장되는 대중소설이다. 아쉬운 것은 '스카라무슈'외 '캡틴 블러드'같은 작품들이 완역본으로 출간되지 못했다는 점이고 나온 책이라고해봐야 아이들이나 보는 해적 모험 소설처럼 격하된 점이 못마땅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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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4. 8. 17. 00:19


공교롭게도 <서촌>에 한번 정도 가봐야 할텐데 언제나 가볼까라며 밍기적 거릴 무렵, <동네한바퀴>에서 덜컥 '서촌'이 소개되어버렸다. 이젠 끝났어 저기도 사람들로 바글거릴거고 발때가 묻을 거고 그러다보면 상업적인 안개가 하루종일 휘감는 동네가 되버리겠지. 그냥 혼자 조용히 슬쩍 갔다왔어도 좋았을텐데 이젠 타이밍 늦어버린 것 같아서 한심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또 안가게 되면 이건 너무 바보같아보여서 그냥 꾹 참고 가보는게 낫다 싶었다. 하는 수 없지..


서촌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다리품을 굳이 고생스럽게 팔기 싫어하는 연약한 처자들도 귀신같이 알고들 슬쩍 슬쩍 들른다. 삼청동에서 젠체하는 겉멋맨들과 허세찌든 걸들만큼은 안되도 은근 아이 트레블의 랜드마크로서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후기들은 뻔하다. 사람들이 검색질을 해서 알게 된 정보들의 대걔는 맛집소개와 그 맛집의 뭐가 맛있다는 둥의 천편 일률적인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솔직히 사람들은 어떤 거리를 갈 때, 뭘 먹으러 가는건가 싶어서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지 싶다. 난 뭘 먹으로 그런 곳에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왜 갈까. 이유는 단순하다. 서울이 지루한 동네이기 때문이다. 늘 같은 색깔의 보도블럭에다가 본떼없는 건물들과 유행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간판들과 그 속에 갇혀버린 무료한 폰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자신도 개성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버린다. 어디를 둘러봐도 새로운 뭔가를 찾기는 어렵다. 지난 밤에 유희열과 윤상과 이적이 경험한 '쿠스코'의 골든 나이트 같은 황홀함이나 12각의 벽돌같은 풍물 같은 건 기대도 안한다. 그저 내가 그동안 시야에서 평범하게 자리잡아버린 그 미장센들이 아니길 기대할 뿐이다. 우리는 한참동안 재미없는 곳에 발을 디디고 무미건조한 골목과 뜨뜻 미지근한 자동차 배기가스가 머리를 휘감는 세상에 살고 있는 탓에 매년 감성 아이큐가 몇 십식 마이너스 당하는 기분일텐데 어디 '잠시 환기'해볼만한 풍경을 보기가 쉽지가 않다.


이 즈음 알게 된 사실인데 사람에게 '환기'란 아주 좋은 일이란 것이다. 자고로 그게 어떤 형태든 별빛이 반짝이고 새로운 물감이 칠해진 광경과 참신한 구도가 시야에서 펼쳐지면 좀더 흥미진진하게 세상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서촌>같은 곳을 찾는다. 걷다가 보면 옛날 서점도 보이고 몇 십년 동안 장사하는 짜장면가게도 볼 수 있고 동네가 이렇게 세월을 머금을 수도 있구나라고 감탄하게 된다. 물론 이런 인테리어의 맹점이 있기는 하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상업적이 되가고 땅값은 오르고 값은 더럽게 비싼 음식들을 파는 그럴듯한 가게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상한 명물이 되어갈테지. 삼청동이나 인사동이나 그런식으로 '동네'들은 쇠락해가고 또 다른 동네들이 태어나고 뭐 그러는 것이겠지. 





솔직히 대오서점이 카페로 바뀌고 그 안에 들어가 마당에서 한바퀴 돌면서 옛정취를 느끼는게 돈을 내고 들어가는 박물관과 다를바 없어진다고 해서 감상과 추억이 몇 칸식 레벨 하락하는 건 아니지만 좀더 스스럼 있게 행동하기는 어렵다. 몇 년전에는 이러지 않았으니까.. 커피를 먹어야 하고 안에서 바글바글 대는 구경꾼들에 질려서 들어갈 엄두도 안나는 것도 이젠 세상의 침범으로부터 그 주도권을 슬쩍 내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큰 기대는 없고 그저 지금 내가 걷는 거리가 편하고 한 여름 낮에 나름 어울리고 시에스타만큼이나 나른한 오후에 딱 어울리는 그림들이 되는 것에만 만족할 뿐이다. 딱 그정도로 만족이다. 




어떤 가게에 들어가서 뭘 먹어야 하고 뭘 구경해야 하고... 그런건 잊으시라..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것들 따지고 다리품을 팔았던가. 가시다가 배가 고프면 맛스러워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고 한번즈음 매혹스런 커피향이 길거리로 완전히 흘러나오면 그 향기를 따라 카페도 들어갔다가 사람들이 기웃거리면 또 거기도 가보는 거다. 그게 서촌을 구경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물론 뭐가 끝내주게 맛있다더라 하는 정보가 있으면 좋겠지. 그렇다고 그것만 먹고 올 것도 아닌데 가서 자기 입맛에 맞는 다른 먹거리라도 발견하면 어떡할라고....세상은 생각보다 자기랑 코드가 잘 안맞기도 하고 의외로 잘 맞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 말만 믿을 필요는 없다. 




그냥 가서 직접 이곳저곳 기웃거리는게 제일 좋다.

경복궁역 2번 출구. 직진 100미터 정도...왼편 우리은행 사이로 난 골목길 진입...가면서 주욱 올라감. 사이사이에 뭐가 있는지는 가면서 구경하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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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일이기는 해도 스모키앤미호(Smokey & Miho)의 음악을 틀어놓고 가만히 눈을 감게 되면 무더운 여름날 휴식으론 제격이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다가 잊혀진 앨범들이 책장속으로 무늬화 되어 은둔해버리면 도대체가 그런 음악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해 곤혹스러워진다. 어째든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전 아니예요 아무런 감동도 느껴지지 않거든요 라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국내 매니아들의 여파를 감안해 볼 때, 스모키앤 미호의 'Blue Glasses'같은 건 기억속에서 일찍 사그러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음악은 심야에 오히려 잘 어울려서 심야 라디오에서 제대로만 플레잉해주기만 하면 걷잡을 수 없는 감동이 폭풍처럼 휘몰아 칠텐데....아직까지 틀어주는 DJ가 없다. 무감각의 한여름밤이다. 다행히도 나야 책장 정리하다가 툭 이 CD가 툭 떨어져 버린 탓에 운명적이 재회를 맞이했다. 외로움과 쓸쓸함과 그리고 편안함과 왠지 그윽한 애수와도 같은 짙은 커피향처럼 번져가니 이거 참 묘한 느낌이었다는....


약간 다르지만 고야 앤 카미나도 이런 경로로 최근에 들어버렸는데 둘다 여름날에는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는 살짝 감흥에 취한 늦여름 초가을의 느낌이 다가오지만, 고야 앤 카미나의 En Sem VoceBahia Lady는 완연한 여름을 떠오르게 해준다. 지글지글 타는 듯한 석양을 뒤로하고 야자수와 바다가 있는 자켓 때문에 더 그럴수도 있다. 아무튼 요즘에는 무더운 여름 때문에 정신의 각성수준이 마이너스 레벨에서 떠돌고 기운은 급다운되고 피부에 더운 공기가 부딪혀 냉각수 넘치듯 퍼진다. 냉방병이 생기면 어떠랴..차라리 문을 쳐닫고 에어컨을 약하게 켜놓고 음악을 틀어놓고 책이나 읽는게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생활을 고수할거라면 여름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다.


사실 더울때는 나가서 땀을 흘려야 하고 태양에 피부도 그을음을 일으켜야하고 뜨거운 숨을 토해내고 핫핫한 아스팥트를 걸어야 제맛이긴하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문제지...이제 여름도 가는데 사실 진한 섬머 나이트를 경험해보진 못했으니 음악으로라도 대신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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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Pantry2014. 8. 4. 10:53

1. 

한동안 책을 펼치지 못했다. 근 4주 정도는 하도 신경 쓸 일들이 몰아닥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뭔가를 읽을 만큼 여유롭지가 못해서 책을 들기라도 하면 온통 신경이 딴 곳으로 쏠려버리는 탓에 그냥 관두고 시간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가끔은 풍랑같은 일들이 책을 들고 있는 나에게 지금 그럴때가 아니라고 꽉 난간을 잡고 세상의 세파에 휩쯜려가지 않게 조심하라고 시끄럽게 떠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랬다. 시간은 빠르기도 하지 순식간에 한달이 휙 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동안은 랜돌프 카터의 연작 시리즈를 슬쩍 읽고 카프카의 성을 듬성듬성 다시 읽어보고 라파엘 사바티니의 스카라무슈를 아무 생각없이 들추곤 했다. 제대로 읽었다고는 할 수 없는데 신경증같은 정서를 꾸욱 눌러담는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눈꺼풀 위가 죄다 먹물빛으로 번져있는 날씨들이다. 장마는 갔다고 하는데 태풍의 끝자락이 지나치게 치렁치렁 거린다. 태양이 올라오면 텁텁하고도 후덥지근한 사바나풍의 공기들이 떠나니겠지. 찬공기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고르게 내쉬다가 냉방병 걸리기 딱 좋은데 이제 좀 많은 일들이 가라앉고 정리 좀 되었으면 한다. 참 인생은 여러모로 다변스럽고 번잡스럽고 변덕스럽다. 그보다 제일 꺼려지는 건 가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일을 최우선순위로 해야 할 때다. 난 요 며칠간 계속 이 우선순위와 끙끙대며 싸우고 있다. 한 여름밤에 번들거리는 땀냄새만큼이나 불쾌한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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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
Vanilla Essay2014. 7. 8. 11:38

책을 계속 해서 사재끼는건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일정 금액의 수익은 정해져있고 소비는 제한적이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모종의 룰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현실이며 그게 또 이성적이니까..자제하고 효율적으로 생각하며 아껴쓰고 적당해야 한다. 책을 사는 것도 자칫하면 과소비로 가는 길이 되기 십상이다. 끊임없이 출판되는 책들의 더미속에서 마음에 드는 몇 권의 책이 수십권의 책으로 변하는건 시간 문제다. 목록은 불어나고 자신도 모르게 하나둘씩 습관적으로 사들이다가 나중에서야 지나친 소비비율로 '책구매'가 자리잡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대개 책을 사는 것이 나쁘지 않고 투자의 성격이 강하므로 빚을 내서라도 사는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부류들이 있는데, 냉정히 생각해볼 때, 그 사람이 '그 책을 통해서' 누리려고 하는 쾌감과 즐거움의 정체,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이익들을 따져본다면 무형의 책읽기에서 뭔가를 얻어내는 속도보다 책을 구매해서 스스로 난처한 지경에 빠지는 속도가 훨씬 빠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지나친 독서욕구, 탐욕적인 허세, 지식에 대한 과한 탐구욕들이 괴이한 변명으로 위안이 되곤 한다. 책은 유익하니까 차라리 술마시고 먹는거 사먹고 그러는데 쓰는 돈보다 그래도 낫지 않을까라는 사고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그러나 이건 한마디로 궤변에 가깝다. 


우리 어느 누구도 물을 먹지 않고 밥을 먹지 않고 책종이를 뜯어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책은 책일 뿐이며 밥은 밥일 뿐이다. 생계를 도외시하고 책을 구매하는 몇몇 지인들을 볼 때면 불편하다. 적당히 사서 적당히 누리고 적재된 책을 읽으며 버텨도 정서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텐데..읽지도 않은 책들이 수십권인데도 계속해서 사댄다. 경제적 능력이 ..여력이 된다면 이 모든 과소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컬렉터와 같은 삶일 테니...피규어 수천종을 수집하는 매니아도 있는 마당에 책을 수천권 사댄다고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다만 그 사람이 책을 그렇게 구매할 능력이 못되는데 무리를 할 때 문제는 생긴다. 


자신의 형편을 돌아봐서 어느정도 제한선에 걸리면 책을 사대는 중독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 놓은 책 부터 읽으시라..무조건 맘에 드는 새책들을 무작위로 사대지 말고..미적거리며 사두었던 미완의 이야기들을 소화하고 곱씹으며 책을 해치운다음 소소하게 사고 싶은 위시리스트를 꺼내고 거기서 현재 내 주머니에서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새 책을 구입하는 걸 권장한다. 뭐 도박으로 집안이 망하나 책을 사서 가난해지나 가난해지는 건 매일 반 아닌가? 밥을 쫄쫄히 굶는데 사방에 쌓인 책을 보고 즐거워한다는 무슨 중국 고사성어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접어두고 현실에선 냉수 마치고 속을 차리는 편이 더 좋을 듯 싶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무리하지 말고 빌려서 읽으면 된다.

국립 도서관은 폼으로 있는게 아닌데 ...발품을 팔고 가서 구민 회원증 만들고 한주당 3권씩 빌려서 읽으면 이것처럼 좋은 일이 어디있을까. 물론 내  책이 아닌지라 줄을 그을 수 없다지만, 그래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손아귀에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