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BOOK/경제-경영2013. 1. 24. 17:00

 

Velocity는 원래 사전적으로 그냥 '속도'다. 왜 이걸 '속도전'이라고 번역했는지 의아하나 아무래도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서 투지넘치는 적극적 해석의 취지라고 하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영의 상황을 빗대 전투적인 뉘앙스로 치열함이 미덕인 것처럼 해석되는 분위기는 별로다. 원래 경영에 대한 비즈니스 서적들의 대개는 '비약'과 '과장'그리고 애초부터 정량으로든 정성적으로든 검증하긴 힘든 부분들을 기묘한 논리으로 설명하는 '우'를 많이 범해왔고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도 근거가 빈약하기 일쑤다. 이를테면 결과에 의한 성공요인의 유추는 공공연연하게 '알수 없는' 또는 '증명하기 어려운' 아이템들이 되어 실전경험 없는 이론가들에 의해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졌드랬다.  그렇기때문에 속도전이라는 단어에서 '진지해져라'라는 무언의 요구같은 뉘앙스가 느껴진다.  '됐고 차분히 명료하게끔 이야기만 해다오'라고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난 기본적으론 반항적이고 네가티브에 가깝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다.)


 현 NIKE 디지털 Sports 부사장, 그리고 AKQA 설립자인 두사람 스테판 올랜더, 그리고 아자즈 아메드의 대화체를 빌어서 스토리텔링을 매개로 경영일반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전달수단은 아무래도 딱딱한 이론적 선언의 형태를 피하고 핵심 요체를 대화를 빌어서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들은 모두 일차적으로 대화에서 깨달음을 얻기에 보다 쉬울테니까..이런류의 저작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성공 늘어놓기'다. 그야말로 자사의 업적을 낱낱이 밝혀주리라는 목적으로 하나둘씩 자신의 성취감을 고양시키기 위한 이디엄들을 남발한다. 우리 제품 중 이런 기획이야말로 현시대의 창조적이고도 혁신적인 반영에 다름없다고..우리를 본받으라는 그런 취지의 대화들이 될 가능성이 너무 높은 것이다. 게다가 이 저자들은 한사람은 스포츠 브랜드의 탑, 그리고 또 한사람은 이런 기획성 광고의 굴지회사 수장이다. 모르긴 몰라도 자화자찬 하기엔 딱 좋은 돗자리들 아닌가.


이런 류의 실수를 전혀 아니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나이키 제품 홍보라든지..자신이 성공해낸 광고들의 예시들) 좀 나은 점이 있다면 몇가지 기존의 책들에서 보기쉽지 않는 통찰력과 실행가들로부터 얻게되는 교훈 같은 것들이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결과를 알 수 없는 실험'이기때문에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재미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과 예측불가능한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비전있는 인재모으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는 저자들의 대화에는 공감이 아니갈 수 없다. 책속에는 몇가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핵심 내용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 줄기차게 말하는 기본적인 요체는 이런 것들이다.

 


1. 궁극적으로는 기업은 '서비스' 기업이 되어야 한다.
2. 그 '서비스'들은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재미나게 만들 수 있는지에 포커스가 가 있어야 한다.
3.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4. 결과물, 산출물이 나오는 행동력이 중요하다.
5. 실용성, 내용물 이딴건 분위기와 감수성에 밀릴 수 있다. 중요한건 스팩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대개의 기업들 중 '혁신'을 이야기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누구나 혁신을 하고 싶어하며 올바른 비전과 창의적 노력을 꿈꾼다. 그런데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나은 현실을 꿈꿔야 한다' '일에 더 열심히 매진하자'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 이런식의 말들은 해결책이 아니며 더우기 어떤 통찰력을 가져다 주기도 어려운말들이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결국 많은 경영서들은 이미 이뤄놓은 '결과'를 말한다. 그렇게 되어야한다라고 선언문들이 줄기차게 이어지는데 도대체 그런 걸 어떻게 해야 이룰 수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조잡하기 이를데 없는 상상력없는 따분한 말들만 늘어놓기 일쑤다. 그리고 전혀 공감이 가지 않게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기업과 성공하지 않는 기업간의 비율이 랜덤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구별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디엄은 자고로 공허해선 가치가 없다.


많은 기업들 입장에서 보자면 기업들은 서비스 기업이 되기보단 영향력있는 '제조사'가 되고 싶을 뿐이다. 결국 많은 제품들에 부여되는 가치에는 '이윤'이라는 측면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기 마련이고 '더 잘팔리기위한 상술'에 가까운 조작들만 나열된다. 얼마나 풍요롭고 재미나게 삶을 바꿀 수 있는지에서 시작되는 기업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생각해볼만하다. 고객들은 자신들의 삶이 더 재미나고 더 좋은 기억으로 남길 원한다는 부분도 꽤 강조될 만하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주는 브랜드가 최강이 된다는 부분도 통찰력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많은 스팩나열이나 일삼는 사양비교질따위나 하는 식의 기술적 견해보다 상상력이 우선한다는 부분도 역시 공감이 간다. 나이키나 AKQA가 지향했던 공통점은 아마도 '기술적 공헌'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간생활에 있어서의 '재미'를 이끌어내는 '변화' 그리고 그걸 수행하는 실질적인 실천력이 아닐까싶다. 수없이 같은 이야기를 챕터마다 반복하는게 지루하지만 결국에 말하고 싶었던 것들은 그게 다였던 것 같다.


혁신을 말하기보다는 효율을 논해야 한다고했을때 부터 이들이 진작에 조직으로서의 아웃풋을 내기 힘든 요소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다 진지해지려면 인정해서는 불편해지는 것들의 존재를 부인해선 곤란하다. 대개의 경우에는 CEO들의 입장에서 볼 때, 추구하는 가치가 보다 '서비스'적이지 않았고 보다 '상술'적이었다는 부분을 인정해야 하고 '실천에 의한 산출물에 지겹도록 확인하는 엄밀함이 없었다는 것도 되새겨볼만하다. 자고로 사람은 논리와 이성에 의한 결정적 판단보다 '감성에 의한 분위기'에 좌지 우지 된다는 지점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벨로시티

저자
스테판 올랜더 지음
출판사
SEEDPAPER | 2012-11-26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무조건 뛰지 말고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라!디지털 혁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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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
Review BOOK/철학-사상2013. 1. 23. 16:00

 

서두에 밝혀둔 에세이로서의 역할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진중권씨가 문화,사회적으로 많은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대개 알고 있다. 아마도 그가 학술적인 견해로서의 글과 가벼원 문화적 탐방이나 소견에 관한 소소한 글로써의 역할을 릴렉스하고 싶어서 일종의 장치로서 언급했을 수도 있겠다. 워낙에 달변가이고 논리와 담론에서 노니시는 분이라 이 에세이의 기준은 아마도 '탐색'을 넘어선 '숙고'나 '사색'의 파편들이 될 가능성도 컸고.... 그리고 현상에 대해서 그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이 결국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헤겔의 말을 좀더 실천에 옮겨볼 작정으로 글을 썼을 것이다라는 섯부른 판단도 스쳐갔다.(아니면 말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책의 주요 포인트는 대중들이 접하기 힘들었던 '전문학술'분야의 용어들을 은유적으로 사용하여 현재 벌어지는 현상을 자기방식대로 요약했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달리보면 '현학적 허세'처럼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용어자체는 있어왔던 분명한 명제이고 (그가 예를 들었던 비트겐슈타인의 의심할 바 없는 진리의 원자적 확신과도 같이 사용됐다.) 그 용어들은 지금에 와서 의미를 가질만큼 멋들어지게 인용되었다. '타이포 라이팅의 응용편'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용어들은 그 자체로서 아우라를 가지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다만 부작용으로서의 어색함이 불시에 닥칠 수도 있다. 내재된 뜻이 모호해지면 우리는 용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고 수많은 억측과 추측, 그리고 확대가 이뤄질 것이며 결국 진리의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전혀들지 않게될테니까 말이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용어구들과 용어들의 나열속에서는 '지식에 대한 소개'의지를 담은 진중권씨의 노력이 보이는데 아마도 씨네21에 에세이로서 등장했기에 이건 설명이 된다.  아무래도 대중들을 위한 '문화설명서'가 될 필요가 있었으니까... 너무 어려운 용어나 메타포가 남발되면  '너무나도 잘난척'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부작용을 뒤로하고 꿋꿋하게 낭창낭창하게 죽죽 밀고 나갔다. 보헤미즘과 댄디즘 정도야 친근감을 느낄정도의 타이포지만  옴파로스에서 신들이 인간에 준 '신탁'(Oracle)에서  스토이시즘, 헬레니즘의 라오콘상, 칼로카가디아로 부터 유래된 미적가치와 윤리적가치의 혼합성, 빙켈만이 등장하여 파렌티르시스를 언급하면서 '감정과잉의 오류'등까지 읽다가보면 담아두기 벅찬 굉장한 함의의 용어들이 대량 등장한다. '우와...이런 용어들은 다 뭐지' 하는 느낌?   일반 대중으로선 굉장하고도 빈번한 타이포에 질려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타이포를 아무런 적대감없이 받아들이려면 '뭐 그런게 있나봐' 정도의 태도를 가지고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알아보자'라는 의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
 

부수적인 재미도 있다. 견해를 펼치는 지점에서 화려한 언변술과 설명은 저자의 독특한 논리적 체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파타피직스를 언급하면서 '허구인줄 알지만 사실인척 해주기'라는 부분은 슬쩍 '나꼼수'를 바라보는 그의 찰나적 견해를 예상할 수 있다던지..모든 매체는 편향적이다라는 명제를 언급하면서 편향성의 극복이 문명의 발전을 결정한다는 지점 역시 언론 매체의 권력 지향성과 정치적 영향에 대한 묘한 시기적 데자뷰를 느낄수 있다. (결국 문명의 퇴보가 벌어지고 있다고 항변하는 느낌도..) 그리고 저자는 아무래도 귄터 안더스보다 보드리야르의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상세계'쪽에 더 치우쳐있는게 아닐까란 생각도 슬쩍 들었드랬다. 결코 변하기 어려운 진실이 아닌 세계에 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부정적인 시각같은게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해서 그렇다.


6부까지는 철학적 함의를 친근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느낌이고 7부 미의 정치성, '존재에서 생성으로',..이윽고 '예술의 진리',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미학학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느낌이다. 나도 가끔은 아는 만큼 보이는 심미안적인 견해의 소유자이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보니 역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물에 담겨있는 함의와 철학적 견해는 다차원적이고 난해하다는 느낌이 든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인용했던 용어들에 대한 빈약한 지식이 민망스럽기도 하고 그에 반해 인용하는 표현들이 익숙치않아서 어떤 논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후자의 우려를 이미 서두에서 밝혀주긴 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면 수많은 인용들에 대한 명확한 이해나 사려깊은 추가액션이 필요한게 아닐까하는 측면도 많다. 혼자서 다 찾아서 관련부분을 읽어봐야 한다는 강박관념 비스무리한 것들...그래도 나쁘지 않은 건 이런 '생각의 지도'에서 분명하고도 명확한 개성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고 그 논리가 설득력있다는 부분정도..그래서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좋았던 것같다.


비슷하게 미학시리즈로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기도 하셨는데, 대중적인 측면에서 더 한층 다가온듯한 이 친철한 설명은 이 책만의 장점이 될 듯 싶다. 생각의 지도 2가 나올른지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식이라면 저자는 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크로스에서도 이미 경험한 바 있고 굉장한 스피드로 분야를 퀼트처럼 꿰매어 독특한 문양을 만들어내는 해석방식, 견해등은 참조할 만하다. 세상의 모든 견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과정과 설명에서 동감과 공감을 얻을 수도 있을테니까. 생각의 지도에서 좀더 여러가지 길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정도만 되도 꽤 괜찮은 경험이다.

 


생각의 지도

저자
진중권 지음
출판사
천년의상상 | 2012-09-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진중권 철학 에세이『생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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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

아마 이 소설은 영화에 영향때문에 지면에서의 매력적인 능력들이 묻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르긴 몰라도 영상 퀄리티가 제아무리 위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활자에 의한 데이비드 미첼의 표현과는 별개의 문제가 될 듯싶기도 하고, 영화가 이 모든 자유로움과 다채로움을 모조리 구현해냈을 것 같지도 않다. 영화를 보지 않고 소설만 보고 판단하는게 이를수도 있겠으나 어찌됐든 소설 1권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레 짐작했던 윤회 어쩌고 저쩌고의 허영기가득한 비평들도 디스하고 싶다. 그냥 앞이야기와 뒷이야기를 연결하는 매개체, 그리고 기술적인 위트정도 ? 여기에 뭘 의미를 부여하고 그러는가...클라우드 아틀라스가 프로비셔의 장엄한 곡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그리고 루이자레이가 프로비셔의 편지를 읽었다고 해서 프로비셔의 비밀이라도 털리는 것도 아니고...이건 그냥 단순히 이야기를 연결하기 위한 고리이자 재미일뿐이라는 생각이다.

 

더 두고두고 봐서 2권을 다 읽고나면 ...

제대로 써봐야겠다.

아무튼 재밌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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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유니티>(Vanilla Unity) -2004


정통 고전소설의 한대목을 붙잡고 걸쭉한 에스프레소를 음미하듯 정서를 주저앉혀놓고 나면 한동안 이런 생각이 떠나가지 않게된다. '세월이 많이도 흘렀고 나도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서 이젠 모든 사물들의 무게가 왠지 더 무거워 내려앉아버렸다' 라는 느낌. 그래서 말이지만 고전스럽다는 것에 대한 덕목이 명료하다고해서 그걸 일부러 찾아 고귀한 가치인양 보듬어 안고 살기엔 너무 천편일률적일 것이라고...( 고전이란건 일부러 찾아봐도 지겨운 그런 거였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들이 인디팝을 듣다보면 더 심해진다. 하드록에 대한 추억들은 나의 경우 썩 좋지 못하다. 록의 진정한 가치까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록매니아를 일삼았던 친구들의 입장에서 보면 록스피릿에 근처에 가지 못하는 편견 소유자였기때문이다. 일단 록은 나에게 너무 무겁고 너무 시끄러우며 너무 난해했다.

 

 

다행히도 록에 관련한 페이지가 줄거리 전환을 위해서 다음 챕터로 넘어갈 무렵, 얼터너티브와 프로그래시브에서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나같이 어쩡쩡한 계층을 당황시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건즈앤 로지스만큼은 아니었어도 대개의 경우 너바나, 혹은 레드핫 칠리 페퍼스까지 오면 꽤 '유해진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시애틀 뮤직들의 그런지계열과 이모(Emo)까지 언급되면 굳이 록의 히스토릭 스토리를 이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친밀감 있는 인디팝의 주류를 감지하기 어렵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대세가 모던록으로 다 '전체집합'이 되기 마련이니까 설사 정통록 스피릿과 퀄리티를 보장하지 않더라도 그걸 비난하면서 '어리석은 자들 같으니'라고 말하는건 그저 취향탓이려니 할 뿐이었다. 선택의 자유는 풍부했다.


난 인디 음악의 대개가 이런 80~90년대의 강렬한 사운드에 근거한 취향의 변이를 따라 형성되어왔다고 믿는 편이다. (바세린같은..)  브릿팝이나 펑키에 의한 다양성에는 '참신함' 그리고 좀더 친근한 무엇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멜로디어스한 록들의 등장은 꽤 여파가 있었으며 Emo계열이라고 불리우는 soft 음악들의 대개는 90년대 중반을 강타했던 발라드 전성기로 부터 물려받은 대중적 팩트가 녹아있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었다. 아마도 감성적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하이브리드'해질 가능성이 농후했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믿는 편이다.


바닐라 유니티도 그랬던 것 같다. Emo의 정의를 가지고 어떤게 더 정확한가에 대한 논란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바닐라 유니티가 뭔가 그 중간에 브릿지를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도입부에서 보여준 펑키적인 이모스러운 전개와 멜로디야 그렇다치더라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은 강렬사운드의 후반부는 그들이 여전히 록적인 부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친구들은 간간히 바닐라 유니티가  올드스쿨의 스피릿을 이어받은 것처럼 행세하진 않아도 묘하게 양다리를 걸친 것 같다고 했을때 난 혼자서 '그런게 뭔지'도 모른 채, 2집에서 더 유해진 그들의 캐주얼을 킬킬거리며 들었드랬다. 1집에서 브리티쉬 정장의 오픈마이드 젠틀맨을 떠올렸다면, 2집에서는 스니커즈로 갈아신고 가벼운 브라운 뿔테안경을 걸쳐쓴 여행객 같은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우리는 모두 바닐라 유니티의 '내가 널 어떻게 잊어'나 'Tomorrow'같은 인기곡들만을 기억해내기 바쁘다. 슬며시 'Crying on' 같은게 껴있다는 건 잊기라도 하는 걸까. 홍대인디밴드들의 폭풍같은 인기추종의 실체는 '나긋나긋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는 일탈' 비스무리한 개성들에 있다고 항변하는 동생들을 말을 들어왔다. 그래서 묻고 싶은 말..'그래서 좋아하는 곡이 뭐야' Tomorrow에도 내가 널 어떻게 잊어' 라고 말하는 듯 결코 잊을 수 없는 히트곡을 무언으로 언급해대던 그녀들의 눈망을 떠오를 뿐이다. Emo스럽다는 건 이런 대중적인 지지를 근본적으로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상한 것도 결코 아니고, 편견의 눈 빛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쓸쓸하고 외롭고 잃어버린 사랑을 논하기에는 보컬도 연주도 최적의 궁합, 소포모어 구름이 밀려와 그들이 부담백배로 common place를 내놓았을 지라도 'Anybody'같은 것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정도면 다양성으로 볼 때 감지덕지 이상이지...

 

언제고 2집이후의 음악들도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긴한데..뭔가를 느끼고 어쩌고 할만큼 많이 들은게 아니어서 그건 다음으로 미룬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난 혼자서 여행할때 바닐라 유니티의 레이블을 잊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무슨 장르이든 또 어떤 스토리텔링을 가졌든 사실 별로 영향은 없었다고 본다. 그러기에는 너무 현실감있고 설득력도 꽤 되었으며 무엇보다 스산한 해지는 저녁에 아스팔트위에 레드와인을 부은듯한 그 눅눅한 여름날을 기억한다. 그 시절 바닐라 유니티는 그 여름날 자체였으니까...

 

 

Posted by kewell

소설 읽기에 대해서 한때는 부질없는 비현실적 읽기라고 폄하했던 적이 있다. 일종의 허구장치외 모든 소품들에 대한 천시같은게 있었을 수도 있다. 현실속에선 소설적 상상력은 그야말로 망상과 환상일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통속적 쾌감이나 기쁨은 TV일일연속극에서 펼쳐지는 막장전개와 같은 것으로 현실과 유사할 수는 있어도 굉장히 밀접한 통찰력을 주기는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무튼 비슷한 견해으로 소설 읽기를 피해왔던 것 같다.


사실 소설이 현실과 가까워야 한다는 것도 우습긴 마찬가지다. 소설속에서 보려는 건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다. 그 상황과 그 줄거리속에서 자신의 생각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있나하는 탐색, 그리고 주인공들의 행동과 말투, 그 밖의 상황들을 통해 다양한 생각들의 절충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세상의 모든 것들을 묘사하는 방법은 몇몇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십, 수백, 수만가지의 패턴과 스타일이 있으므로 그걸 토대로 묘사되는 많은 느낌들은 그야말로 생각과 통찰을 넓혀주는 간접적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거창한 깨달음까지는 아니어도 대개 우리는 위로와 안정과 편안함을 소설로부터 얻는다. 나도 그럴 것이라는 동감, 당신도 그랬나하는 아련한 추억, 그리고 잘되었면 한다는 바램들. 그리고 유유히 지면을 타고 흐르는 생각지도 못했던 감성들, 격하게 전개되는 빠른 충격들, 그리고 마음속에 와 박히는 수많은 사적인 은유와 감정들의 파편들까지 감안하면 소설 읽기가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미 난 마음속에서 현실적으로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있으니까.. (지금도 데이비드 미첼의 '클라우스 아틀라스'를 읽으면서 감탄 중이다. 애덤 어윙까지는 덤덤했는데 루이자 레이 미스테리에서 충격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 


소설을 주야장창읽는 몇몇 지인들 중에 그저 문장력과 표현력을 보기위해서 혹은 나름대로 분석하기 위해서 읽는다는 친구도 봤다. 그런데 그는 단어하나라도 붙들고 늘어지면서 굉장히 힘겹게 의미들을 부여하고 따져가며 세밀한 조율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신념이나 방식중 하나겠지만 그렇게 해서 꽤나 명확한 분석을 한다 할지라도 그가 원하는건 정작 '자신도 그와 같이 잘 쓰기' 였기 때문에 노상 분석해체만 하고 있을순 없는 노릇. 그리하여 습작들을 감행하여 나에게 읽어보라며 넘겨준 원고더미에서 난 그야말로 아이러니함을 봤다. 그 글들은 약간은 조잡했고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마치 파인딩 포레스터의 크로포드 교수가 자말 월레스의 글을 질투하듯, 그도 그랬던게 아닐까하는 묘한 데자뷰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읽기 동기부여 방식도 나에겐 솔직히 별로 였다.


확실히 문장을 탐내든 편안함을 얻기위해서든 소설읽기에 대한 동기야 널리고 널렸다. 다만 중요했던 것은 소설이 가져다 주는 어떤 점들이 그다지 꼭 현실적이거나 교훈적이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점. 그게 나에겐 중요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어디서 느끼기 어려운 아주 드문 인적 눈이 내린 산 길에 처음 발자국을 남길만큼 생경한 경험이 된다고 느껴진다면 사실 그것으로 족하다. 삶은 그다지 길지 않고 누릴 감정의 파고도 어쩌면 내 키를 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생애 담을 수 없는 해일과 같은 감동을 느껴봤을 수도 있겠고 그런게 있는지도 모를만큼 잔잔함 속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더 많은 감정의 도자기들을 소설속에서 구워내고 싶을 뿐이다. 나만의 감정 도자기를 굽듯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내 감정의 무늬와 빛깔과 청아함을 담아서...그러면 소설 읽기에 더할 나위 없다.

 

Posted by kewell

그걸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재밌고, 앞으로 읽을 책이 많다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게 뭐가 두근거릴 일이냐고 한다면 딱히 이유를 대기 어렵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설레임 같은 게 있다. 난 아직도 즐길 모험이 많이 남아있다는 그런 종류의 두근거림...마치 블럭버스터 영화의 초반부에서 엄청난 재미를 느껴버리고 나머지 러닝타임을 쳐다보면서 아직도 볼 게 많이 남아있다라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말인데 어디서든 책이 생기면 좋은 일이다. 누가 읽으라고 줘도 좋지만 스스로 읽을 책을 찾아내는 것도 굉장히 기뻐한다. 서점에서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다가 숨겨진 명작이라도 찾게 되면 난 그날 볼 일 다 본 것마냥 기쁜마음 가눌길 없어 진정시킨 가슴을 부여잡고 집으로 총총걸음을 옮기곤한다.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후보책들을 스맛폰 메모장에 주르륵 입력하고 나서 계획표를 짠다. 어느날에는 이 책을 사고 어느날에는 저책을 사고..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출혈 지출이 다반사인데 '책 사는데 돈 아끼지 말자'라고 아무리 외친다고 해도 사실 매에는 장사없다고 읽고 싶은 책을 무작위로 사들이다가 지갑이 비고 다음 생활방식이 구차해지는 것 까지 막진 못한다.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여유있는 재산을 보유했다라고 말하기도 힘들고 사들인 책들을 구비할 넉넉한 서재가있다고 말하기도 힘드니 어쩌면 도에 지나치는 책생활이겠다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책읽는게 마냥 좋으니...사실 책도 책 나름이지만 취향상 어느 특정 분야에 책에 매몰되는 편이 아니라서 기획형 독서를 하려고하면 질리는 습성도 금새 드러나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멍때린다.

 

생일선물로 도서상품권을 나처럼 좋아하는 인간도 별로 없을 것인데 누가 나한테 매달마다 도서상품권 10장 씩 줬으면 좋겠다. (그럴리 전혀 없겠지만서도..ㅎㅎ) 아무튼 난 오늘도 책을 읽고 또 찾아다니고 목록작성하고 차근차근 서재에 쌓아놓겠지만 때론 이런 마음도 든다. 적어도 책을 보는데 있어서 경제적 걱정은 좀 덜했으면 ...먹고 사느라 책을 잊어야 한다는 절박함 같은건 피하고 싶다고...물론 돈이 많고 여유가 있다고 해서 책을 더 많이 읽는 건 결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고려에 의해서 '실망'와 '낙담'을 불러 일으킬만큼 절제가 필요하다. 마냥 책을 살 순 없는 노릇이다보니...

 

어떤 식으로든 책을 사고 읽는 데 보탬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오늘도 강구중이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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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소설2013. 1. 18. 18:00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 : 모리스 르블랑. 성귀수 옮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오리지널 특유의 뤼팽분위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성귀수씨가 탁월한 솜씨로 번역한 까치판의 전집들을 모조리 다 읽어대진 못했다. 정말 좋아하는 몇 편만 듬성듬성 읽었을 뿐이다. 그것도 813의 비밀같은 내용도 꽤 되고 구성도 좋고 인기작중에 인기작이랄수 있는 것을 골라서... 그런데도 오히려 난 어린 시절 읽었던 루팡 시리즈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읽었던 작품들이 어디 출판사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기억속에는 까치판의 뤼팽 이미지와는 좀 달랐다. 더 사악하지도 그리고 음흉하거나 더 범죄자스러운 스낌이 걷혀진 모험가였다고나 할까.(기암성에서의 뤼팽은 중년삘이 좀 나주셨지만  적어도 괴도신사편에서는 청년의 느낌이 물씬...흑진주 사건도 꽤 좋아했던 작품이고, 세븐하트이야기도 정말 흥미진진했다.) 아마 성귀수씨의 완역본이 더 뤼팽 원작에 더 가깝고 더 생생하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왠지 유년시절의 뤼팽이 좋은 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근래에 시리즈가 우후죽순처럼 출간되는 건 아마 저작권으로부터 완연히 풀려서일 것이다. 물론 셜록 홈즈도 마찬가지이고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독자들은 이런 재출간에 반색하겠으나 세월이 지나고 난 뒤에 느끼는 감흥은 몇 십년 전하고 같을 수가 없기에 감동도 반감, 그리고 흥미도 반감되기 마련이다. 책장을 들고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의 1권부터 기암성을 넘어갈 때 즈음, 어렸을 유년시절에 느꼈던 흥미진진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랬다. 이미 나의 상상력과 기괴할데로 날카로워진 현실감각을 탓하며 지루해져만 갔다. 더우기 개인주의적 해결사로만 알았던 뤼팽이 부하들이라니..그리고 숨겨진 장치, 통로...이런건 너무 많이 등장하면 추리소설이 아니라 모험소설이 될 뿐인지라 어린 시절 홈즈와 필적할 만큼 두뇌력을 자랑했던 뤼팽의 정체가 적나라하게 밝혀져버렸다. (지금도 홈즈가 벌이는 두뇌게임, 즉 추리적 패턴을 뤼팽이 수행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아마 추리에 대한 요소가 너무 반감되고 비밀통로, 모종의 장치, 그리고 너무 거대해져버린 부하들의 출연이 뤼팽스토리를 훼손했다고 본다. 그리고 과정의 생략이 너무 많다.)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사랑>이 작품은 숨겨진 르블랑의 유작으로 성귀수씨가 우여곡절끝에 지인으로부터 이 원고를 넘겨받고 번역했다고 알려진다.  아마 뤼패니언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겠으나 사실 숨겨진 유작이라고 해서 그게 재밌을 것라는 보장은 별로 없다. 상징적 의미라든지 뤼팽이 또 다른 모험담 정도의 가치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아무튼 설정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코라 드 레른의 주변 네명의 남자중 뤼팽이 숨어있다. 모종의 사건으로 코라는 위기에 처하고 그의 부는 자기방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라'라는 유서을 남기고 권총 자살을 한다. 이후 아르센 뤼팽은 코라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고 사랑을 얻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르블랑의 뤼팽 패턴을 대략 짐작하고 있어서인지 역시 뤼팽이긴 했지만, 특유의 거만에 가까운 자신감, 그리고 실수와 좌절에 대한 연극대사같은 독백들을 읽게 되면 고전치고는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약간 현대적 색채와 이질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뤼팽을 좋아하지만, 아마 르블랑의 고전 뤼팽은 시대적인 괴리감이 꽤 있다. 아마 이건 취향탓일텐데, 난 스스로 고뇌에찬 뤼팽을 좋아하고 혼자 상상하고 모험을 즐기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왕비 목걸이 사건에서 어린시절 앙트와네트의 목걸이를 탈취하는 라울의 모험. 파티에 나타나선 자기가 아르센 뤼팽이라고 밝히는 그런 반전과 카타르시스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 이 마지막 사랑편은 여전히 뤼팽스럽고 흥미진진하지만 전작들의 위명으로 볼 때 그렇게 탁월하게 재밌는 작품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뒤늦게 르블랑의 유작이 등장했다는 반가움정도는 들지도 모르겠다. ...


cf) 그런데 까치판 뤼팽 전집을 모조리 다 읽고 실망을 하더라도 해야지 드문드문 읽고 실망하는 것 같아서 겸연쩍다. 때가 되면 꾸준히 다 읽어 볼 예정이다. 뤼팽 전집에서 정말 재밌었던건...카리오스트로 편, 그리고 1권 괴도신사, 813의 비밀 정도다..나머진 약간 실망상태...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

저자
모리스 르블랑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5-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7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이야기!괴도 신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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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에세이2013. 1. 17. 14:30

<솔트 앤드 페퍼, 청춘을 위로하는 것들> - 김홍식/웅진윙스
   2010.10.18 출간.

 

 

 

이제는 가보기 어려운 곳이 되었지만 도쿄는 분명 매력적이긴 곳이긴하다. 스이도바시, 신주쿠, 시부야, 이이다바시, 오차노미즈, 아키하바라 등 몇몇군데 밖에 가보지 못했던 것이 뒤늦은 후회로 다가오게 되다니 세상일은 참으로 모를 일이다. 다시 가보고 싶어도 이제는 가기 어려운 곳이 되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개인적인 뭐...) 어찌됐든 도쿄의 일상이 그리워질 때는 오래전 읽었던 이 책을 다시 펼치곤 한다. 이 책에서만큼은 나도 도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버리니까. 동감의 구절들과 이국적 향취같은게 아주 그립다곤 이야기 못할지라도 추억을 재생하기에 수많은 동기부여가 이 책에는 담겨있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청춘을 위로하는 것들'이 가득찬 느낌이었다. 읽을 땐, 나도 그곳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는데 사람이란 아주 색다른 개성만이 점유하는 존재가 아니란 걸 알겠다. 게다가 저자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인디음악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연출가이지 않은가. 도쿄와 인디음악의 공존이라..귀에 페퍼톤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끼고 오차노미즈의 수로를 끼고 거닐어 볼 수만 있다면, 시오도메 라멘을 후르룩 거리며 먹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시부야거리를 다닐 수만 있다면, 지면 속엔들 나쁘지 않다는 걸 읽는 내내 알게 되었다. 동경소년 정도 된 느낌...오래지 않았던 옛일을 회상할 때즈음 저자의 이 책은 그저 자기경험담을 담은 에세이가 아니라 나의 추억이 일정부분 데자뷰된 감정대리자였던 셈이다.


여행 에세이들이 그렇게 인상적인 형태로 책이 출간되거나 하진 않고 아주 예쁜 사진과 여리디여린 감수성을 자랑하기에 급급해서 지면의 활자보다 그림들이 더 많은 책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고 나면 읽었다라는 느낌보다는 그림과 사진을 감상했더라는 뭔가 경치를 굉장히 빠른 기차를 타고 흛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곤한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이미지는 거의 휘발되고 기억창고는 먼지만...아마 내 경험들이 아니어서가 아닐까싶다. 그런데도 <솔트앤페퍼>는 유달리 기억에 강하게 남았더랬다.  고양이 카페도 기억하고 요요기 공원도 떠오르며 메구로 강가, 기치조지 이노카시라 공원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열망 같은게 남아서 였을수도 있겠고  일본의 하네다 공항에서 모노레일통해 도쿄까지 가는 동안 특유의 페이퍼 냄새를 개성적으로 받아들였던 기억같은게 오버랩되서 일수도 있다. (이 냄새를 떠올리면 난 도쿄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이 책의 특이점은 에세이 내부에 인디음악에 대한 애정을 심어놓았다는 정도. 그리하여 부록으로 무려 OST 시디를 붙여놓았드랬다. (개인적으론 책에 CD부록주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책에 시디케이스 비닐을 붙여놓는 건 망할 짓이란 생각도 좀 있고, 이렇게 구입한 시디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저자의 인디애정이 절절하게 다가와 난 일부러라도 이 시디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디어덱까지 동원하진 못했어도 PC의 시디롬에 넣고 스피커을 잔잔하게 다듬은 다음 DEB의 음악에 귀를 열어두었다. 아주 생경한 건 아니었고 예전에 패러럴문(Parallel moon)을 듣긴했었다. 인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지만 아무튼 특이한 컨셉의 에세이란 느낌은 든다. 아무튼 지금도 가끔 이 책을 읽을 땐, 집에 조용히 음악을 켜두고 아침 햇살이 창가에 스며들게 한 후 자리를 편하게 한다. 그리고 지면의 장소로 점프하곤 한다. 음악도 좋고 저자의 나긋나긋하면서도 덤덤하고 감성적인 어투도 매력적이다. 에세이를 읽어야 한다면 이런 책이 나에겐 제격인 듯 싶다.

 

 

 

 


야키도리에 뿌려진 솔트 앤 페퍼의 풍미를 떠올리며 ...

언젠가는 다시 가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혹시 책을 한 3백번 정도 읽으며 가게 될 운명이 끈이 연결되지나 않을까하는 망상도 가끔 들만큼 흡사 타임포탈같은 책이다.

 

 

 


 

저자 : 김홍식
 밴쿠버 필름스쿨에서 연출을 전공, 2005년부터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이끌려 도쿄를 오가면서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에게 도쿄는 촬영 장소이자, 지친 스케줄 틈틈이 숨통을 틔워주는 아지트, 아이디어를 샘솟게 해주는 보물상자이기도 하다.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인디음악이 좋아 시작한 ‘인디투고Indie to go’는 인디뮤지션들의 리얼 퍼포먼스를 원신One Scene, 원테이크One Take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이다. 박지윤,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페퍼톤스, 노리플라이 등 50여 팀이 참여하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가 연출한 인디투고는 2008 삿포로 단편영화제, 2009 도쿄 단편영화제에 초청·상영되었다. 그밖에도 체리필터, 김경호 등 30여 편의 뮤직비디오 연출과 올리브TV의 ‘스타일 다큐’, 컨버스convers, 갭gap 광고 등의 연출에 참여했다 (www.kyobobook.co.kr에서 발췌)

 

 


 

목차

 

솔트 앤드 페퍼: 신주쿠 오모이데요코초
밤이 깊었네: 시오도메 라멘
타인의 취향: 시모키타자와 스티커숍
Coffee to Go: 지유가오카 테이크아웃 카페 바 무라초
사랑한다는 말: 세이조 대학 벚꽃 거리
오늘 고마운 하루: 요요기 금붕어 카페
음악과 여행 사이: 시부야 디스크 유니언
사랑의 롤러코스터: 도쿄 돔 시티 롤러코스터
작은 고양이: 히키후네 고양이 카페
My Favorite Things: 에비스 카페 뤼 파바르
나의 안티에이징 스팟: 요요기 공원
봄의 멜로디: 메구로 도리 가구 거리
연애시대: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
여름의 조각들: 나카메구로 메구로 강가
브라운, 브라운, 브라운: 기치조지 이노카시라 공원
보통의 날들: 가쿠라자카 카페 조르주 상드
노스탤지어: 가쿠라자카 우드맨스 케이크
화양연화: 가사이린카이 공원 대관람차
기억편린: 우라하라주쿠 캣스트리트
슬럼프: 진보초 고서점가
모두가 록스타를 꿈꿔야 하는 건 아냐: 오차노미즈 악기 상점가
기억하지 못할 순간: 고엔지 카페갤러리 하티프낫토
웃으며 안녕: 고엔지 팬케이크 데이스
이토록 뜨거운 순간: Flight No. OZ 1035

 

 

 

 


솔트 앤드 페퍼

저자
김홍식 지음
출판사
웅진윙스 | 2010-10-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의 솔트 앤드 페퍼는 무엇인가요?인디뮤지션의 리얼 퍼포먼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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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에세이2013. 1. 16. 10:00

<소울푸드> - 샘킴.

 

 

 

개인적으로 셰프 샘킴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어느날 아무 생각없이 CATV 채널을 마구잡이로 로테이션 시키다가 친근감있는 얼굴로 (요리사 복장따위는 하지도 않은 채,) 체크무늬 셔츠에 아주 유쾌한 말투로 요리를 하는 이 분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굉장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요리들이라니....이윽고 빠짐없이 이 분의 프로그램을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아마 그 프로그램이 쿠킹타임이었던 걸로... 쿠킹타임 시즌1은 일정 부분 출연하시다가 다른 요리사도 등장하는 게스트형 프로그램이었으며 나오지 않는 회차에는 아쉬움 마음을 가지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곤 했다. 그 유명한 드라마 '파스타'의 주인공 이선균의 원래 캐릭터가 이 분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 서글서글한 눈빛을 보면 절대 '버럭' 셰프가 되기엔 어렵다는 걸 눈치채긴 했다. (실제 최현욱 셰프의 성격까지 이 분과 동일한건 아니라고 밝히신 바 있다.)

 

요근래 매스텀에 자주 등장하시는 스타셰프들이 꽤 있는 편이다.  최현석 (엘 본 더 테이블 총괄셰프), 강레오,  에드워드 권, 박찬일, 레이먼 킴, 하물며 탤런트 김호진까지..다들 한 성격들 하시는 듯 싶은데 (갑자기 버럭하면서 살벌함을 풍길때는 채널을 돌리고 싶을만큼 꺼려진다는...) 오히려 이 분은 오기는 있어도 전쟁터같은 주방에서 마구 뒤엎는 스타일은 아니란 점이 색달랐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무렴 어때'하는 스타일이어서 좀 더 정감이 갔다고나 할까. 어찌되었든 이 분 덕분에 나는 졸지에 이탈리아 요리를 취미로 배우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파스타를 열심히 연습하고자 구매했던 '가로수길 레시피' 라든지 '샘킴의 이탈리아 요리' 등은 요리만드는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정작 궁금했던 셰프들의  생각을 알수는 없는 노릇이다보니 점점 더 궁금해지곤 했다. 이 분은 도대체 요리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유년시절을 지냈셨나. 무슨 코스로 요리사가 되셨나..뭐 등등..

 

 

어떤 셰프들은  다큐멘터리 요리 기행같은 걸 하면서 자기만의 생각, 견해등을 표현, 속에 있는 요리철학이라든지 생활방식이라든지 하는 부분들을 슬쩍 볼 수도 있다지만  이 분은 도무지 그런 방식으로는 얻어지는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웃으면서 요리는 해도 인터뷰도 본 적이 없고...아마도 내 컨텐츠 탐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테지만, 어쨋든 베일에 싸인 오리무중의 고수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봤다. 특히 성공담 늘어놓기이거나 여행을 한답시고 사진 무진장찍어서 지면의 대부분은 여백으로..그리고 진짜 감정들은 지면에 흩어진 과자 부스러기마냥 몇 줄 읇조린 에세이들을 워낙 싫어했던 터라 그런 책이 아닐까 살짝 의구심이 들었는데...다행히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이야기였다.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그리고 나는 몇장을 서서 읽다가  <소울푸드>는 주저없이 집어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기대했던 데로 굉장히 소탈하시다는 점 (물론 다른 셰프들께서 비인간적이란 뜻은 아니다. 다만 너무 무서우신 양반들이신지라 약간 다르길 기대했던 것 같다.) 엘리트코스로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신 요리사라기보단, 실전형 요리사에 가까운 이력도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하숙집에서 요리재료사러 시장을 쏘다니는 이야기, 그리고 미국에 가고 싶어서 다른공부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식집에 취직한 이야기..안주하기 싫어서 일식집을 박차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도전하는 이야기들은 흡사 아는 형의 이야기이거나 편한 선배의 이야기처럼 아주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보나세라의 셰프 지원서를 내고 요리 테스트를 받을 때의 이야기는 솔직한 말로 마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건데 샘킴 셰프의 요리들이 정통 이탈리안 요리라기보단 약간 퓨전느낌이 난 현대적 요리같은 느낌이 있어서 뭔가의 걸림돌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번의 테스트를 거쳤다는 이야기에 묘한 공감을...그리고 기어코 셰프 확정되고 나서 유명해지는 과정에서도 주방을 뒤엎어버릴만큼의 강력한 '파스타'의 최현욱같지 않아서 더더욱 좋았더랬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따름이긴 하지만..)  일전에 나는 셰프 레이먼킴과 이분의 듀엣 쿠킹타임을 열심히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좋았던건 요리사로서의 거들먹거리는 뭐라고 해야 하나 '나는 전문가이거든' 하는 위압감이 없어서 굉장히 좋아했었다. 물론 요리사가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방법으로 어법이나 말투가 편안해야 할 필요는 없겠으나 세상에는 너무나 신경질적이고 폼을 잡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주방은 전쟁터이고 시체가 죽어나는 심각하고 진지한 곳이라는 것, 이미 유명 셰프들로부터 듣고 공감한지 오래다. 그래도 나같은 시청자들은 요리하는 과정에서 죽일듯한 긴장감을 감정적으로 폭발시키는 건 영 불편하다.

 

아무튼 샘킴의 이 책속에서 나름대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요리라는 건 어쩌면 그 사람을 대변하는 일종의 거울일수도 있겠다. 때론 탐구도 그리고 탐구만큼 진지한 열정도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게 그 사람이 가진 많은 것들의 결정체로 화한 것이라고 볼 때 사람이 매력적이라면 요리또한 매력적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난 샘킴 셰프를 좋아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이 분의 프로그램을 줄기차게 볼 듯 싶다. 

 

 


소울 푸드

저자
샘 킴 지음
출판사
담소 | 2012-12-0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드라마 ‘파스타’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셰프 ‘샘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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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가 나왔지만 '영화'는 '영화'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스스로는 데이비드 미첼의 원작소설을 읽어봐야 한다고 예전부터 생각했던지라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를 시작으로 대략 느껴지는 건, 아주 흡인력이 있다고는 못해도 나쁘지 않은 몰입력이 있다는 점..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소소한 기대 정도는 가지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하는 섯부른 판단이 좀 든다.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화면 퀄리티와 영화화된 원작의 묘미를 만끽하라는 평이 지배적인 상황이던데... 이 병렬로 펼쳐지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의 관계성 따위는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싶기도 하고...워쇼스키가 이랬던 적이 별로 없어서 약간 의아하다. 배두나 땜에 영화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결국..

일단 책을 열심히 읽고나서 판단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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