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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7 서촌 마을 탐방기
  2. 2014.08.16 Smokey & Miho - Blue Glasses
  3. 2014.08.04 Book Pantry - 7월 5주차
카테고리 없음2014. 8. 17. 00:19


공교롭게도 <서촌>에 한번 정도 가봐야 할텐데 언제나 가볼까라며 밍기적 거릴 무렵, <동네한바퀴>에서 덜컥 '서촌'이 소개되어버렸다. 이젠 끝났어 저기도 사람들로 바글거릴거고 발때가 묻을 거고 그러다보면 상업적인 안개가 하루종일 휘감는 동네가 되버리겠지. 그냥 혼자 조용히 슬쩍 갔다왔어도 좋았을텐데 이젠 타이밍 늦어버린 것 같아서 한심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또 안가게 되면 이건 너무 바보같아보여서 그냥 꾹 참고 가보는게 낫다 싶었다. 하는 수 없지..


서촌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다리품을 굳이 고생스럽게 팔기 싫어하는 연약한 처자들도 귀신같이 알고들 슬쩍 슬쩍 들른다. 삼청동에서 젠체하는 겉멋맨들과 허세찌든 걸들만큼은 안되도 은근 아이 트레블의 랜드마크로서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후기들은 뻔하다. 사람들이 검색질을 해서 알게 된 정보들의 대걔는 맛집소개와 그 맛집의 뭐가 맛있다는 둥의 천편 일률적인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솔직히 사람들은 어떤 거리를 갈 때, 뭘 먹으러 가는건가 싶어서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지 싶다. 난 뭘 먹으로 그런 곳에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왜 갈까. 이유는 단순하다. 서울이 지루한 동네이기 때문이다. 늘 같은 색깔의 보도블럭에다가 본떼없는 건물들과 유행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간판들과 그 속에 갇혀버린 무료한 폰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자신도 개성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버린다. 어디를 둘러봐도 새로운 뭔가를 찾기는 어렵다. 지난 밤에 유희열과 윤상과 이적이 경험한 '쿠스코'의 골든 나이트 같은 황홀함이나 12각의 벽돌같은 풍물 같은 건 기대도 안한다. 그저 내가 그동안 시야에서 평범하게 자리잡아버린 그 미장센들이 아니길 기대할 뿐이다. 우리는 한참동안 재미없는 곳에 발을 디디고 무미건조한 골목과 뜨뜻 미지근한 자동차 배기가스가 머리를 휘감는 세상에 살고 있는 탓에 매년 감성 아이큐가 몇 십식 마이너스 당하는 기분일텐데 어디 '잠시 환기'해볼만한 풍경을 보기가 쉽지가 않다.


이 즈음 알게 된 사실인데 사람에게 '환기'란 아주 좋은 일이란 것이다. 자고로 그게 어떤 형태든 별빛이 반짝이고 새로운 물감이 칠해진 광경과 참신한 구도가 시야에서 펼쳐지면 좀더 흥미진진하게 세상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서촌>같은 곳을 찾는다. 걷다가 보면 옛날 서점도 보이고 몇 십년 동안 장사하는 짜장면가게도 볼 수 있고 동네가 이렇게 세월을 머금을 수도 있구나라고 감탄하게 된다. 물론 이런 인테리어의 맹점이 있기는 하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상업적이 되가고 땅값은 오르고 값은 더럽게 비싼 음식들을 파는 그럴듯한 가게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상한 명물이 되어갈테지. 삼청동이나 인사동이나 그런식으로 '동네'들은 쇠락해가고 또 다른 동네들이 태어나고 뭐 그러는 것이겠지. 





솔직히 대오서점이 카페로 바뀌고 그 안에 들어가 마당에서 한바퀴 돌면서 옛정취를 느끼는게 돈을 내고 들어가는 박물관과 다를바 없어진다고 해서 감상과 추억이 몇 칸식 레벨 하락하는 건 아니지만 좀더 스스럼 있게 행동하기는 어렵다. 몇 년전에는 이러지 않았으니까.. 커피를 먹어야 하고 안에서 바글바글 대는 구경꾼들에 질려서 들어갈 엄두도 안나는 것도 이젠 세상의 침범으로부터 그 주도권을 슬쩍 내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큰 기대는 없고 그저 지금 내가 걷는 거리가 편하고 한 여름 낮에 나름 어울리고 시에스타만큼이나 나른한 오후에 딱 어울리는 그림들이 되는 것에만 만족할 뿐이다. 딱 그정도로 만족이다. 




어떤 가게에 들어가서 뭘 먹어야 하고 뭘 구경해야 하고... 그런건 잊으시라..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것들 따지고 다리품을 팔았던가. 가시다가 배가 고프면 맛스러워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고 한번즈음 매혹스런 커피향이 길거리로 완전히 흘러나오면 그 향기를 따라 카페도 들어갔다가 사람들이 기웃거리면 또 거기도 가보는 거다. 그게 서촌을 구경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물론 뭐가 끝내주게 맛있다더라 하는 정보가 있으면 좋겠지. 그렇다고 그것만 먹고 올 것도 아닌데 가서 자기 입맛에 맞는 다른 먹거리라도 발견하면 어떡할라고....세상은 생각보다 자기랑 코드가 잘 안맞기도 하고 의외로 잘 맞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 말만 믿을 필요는 없다. 




그냥 가서 직접 이곳저곳 기웃거리는게 제일 좋다.

경복궁역 2번 출구. 직진 100미터 정도...왼편 우리은행 사이로 난 골목길 진입...가면서 주욱 올라감. 사이사이에 뭐가 있는지는 가면서 구경하시길 ~ ^^

Posted by kewell

꽤 오래 전 일이기는 해도 스모키앤미호(Smokey & Miho)의 음악을 틀어놓고 가만히 눈을 감게 되면 무더운 여름날 휴식으론 제격이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다가 잊혀진 앨범들이 책장속으로 무늬화 되어 은둔해버리면 도대체가 그런 음악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해 곤혹스러워진다. 어째든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전 아니예요 아무런 감동도 느껴지지 않거든요 라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국내 매니아들의 여파를 감안해 볼 때, 스모키앤 미호의 'Blue Glasses'같은 건 기억속에서 일찍 사그러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음악은 심야에 오히려 잘 어울려서 심야 라디오에서 제대로만 플레잉해주기만 하면 걷잡을 수 없는 감동이 폭풍처럼 휘몰아 칠텐데....아직까지 틀어주는 DJ가 없다. 무감각의 한여름밤이다. 다행히도 나야 책장 정리하다가 툭 이 CD가 툭 떨어져 버린 탓에 운명적이 재회를 맞이했다. 외로움과 쓸쓸함과 그리고 편안함과 왠지 그윽한 애수와도 같은 짙은 커피향처럼 번져가니 이거 참 묘한 느낌이었다는....


약간 다르지만 고야 앤 카미나도 이런 경로로 최근에 들어버렸는데 둘다 여름날에는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는 살짝 감흥에 취한 늦여름 초가을의 느낌이 다가오지만, 고야 앤 카미나의 En Sem VoceBahia Lady는 완연한 여름을 떠오르게 해준다. 지글지글 타는 듯한 석양을 뒤로하고 야자수와 바다가 있는 자켓 때문에 더 그럴수도 있다. 아무튼 요즘에는 무더운 여름 때문에 정신의 각성수준이 마이너스 레벨에서 떠돌고 기운은 급다운되고 피부에 더운 공기가 부딪혀 냉각수 넘치듯 퍼진다. 냉방병이 생기면 어떠랴..차라리 문을 쳐닫고 에어컨을 약하게 켜놓고 음악을 틀어놓고 책이나 읽는게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생활을 고수할거라면 여름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다.


사실 더울때는 나가서 땀을 흘려야 하고 태양에 피부도 그을음을 일으켜야하고 뜨거운 숨을 토해내고 핫핫한 아스팥트를 걸어야 제맛이긴하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문제지...이제 여름도 가는데 사실 진한 섬머 나이트를 경험해보진 못했으니 음악으로라도 대신 느껴보고 싶다. 



Posted by kewell
Book Pantry2014. 8. 4. 10:53

1. 

한동안 책을 펼치지 못했다. 근 4주 정도는 하도 신경 쓸 일들이 몰아닥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뭔가를 읽을 만큼 여유롭지가 못해서 책을 들기라도 하면 온통 신경이 딴 곳으로 쏠려버리는 탓에 그냥 관두고 시간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가끔은 풍랑같은 일들이 책을 들고 있는 나에게 지금 그럴때가 아니라고 꽉 난간을 잡고 세상의 세파에 휩쯜려가지 않게 조심하라고 시끄럽게 떠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랬다. 시간은 빠르기도 하지 순식간에 한달이 휙 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동안은 랜돌프 카터의 연작 시리즈를 슬쩍 읽고 카프카의 성을 듬성듬성 다시 읽어보고 라파엘 사바티니의 스카라무슈를 아무 생각없이 들추곤 했다. 제대로 읽었다고는 할 수 없는데 신경증같은 정서를 꾸욱 눌러담는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눈꺼풀 위가 죄다 먹물빛으로 번져있는 날씨들이다. 장마는 갔다고 하는데 태풍의 끝자락이 지나치게 치렁치렁 거린다. 태양이 올라오면 텁텁하고도 후덥지근한 사바나풍의 공기들이 떠나니겠지. 찬공기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고르게 내쉬다가 냉방병 걸리기 딱 좋은데 이제 좀 많은 일들이 가라앉고 정리 좀 되었으면 한다. 참 인생은 여러모로 다변스럽고 번잡스럽고 변덕스럽다. 그보다 제일 꺼려지는 건 가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일을 최우선순위로 해야 할 때다. 난 요 며칠간 계속 이 우선순위와 끙끙대며 싸우고 있다. 한 여름밤에 번들거리는 땀냄새만큼이나 불쾌한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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