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BOOK/소설2013. 1. 5. 23:30

보네거트는 속이 뜨금거릴만큼 영악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듯한 신랄함을 위트에 버무려서 자신의 문장으로 빚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작가로 유명했다. (살아생전에는..) <제5 도살장>같은 진지 그 자체의 저작들에서도 비슷한 명징함이 강력함으로 다가오지만, 오히려 가볍지 않은 진지함때문에 분위기자체는 엄숙했다라고 볼 수도 있다. 몰살과 전쟁과 잔인한 소재가 완연히 유쾌해지리라는 건 거의 비약에 가깝기 마련이다. 따라서 커트 보네거트가 독자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받고 환대를 받은 작품은 오히려 덜 진지하면서 가볍다고 볼 수있는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같은 작품일수도 있다. 차라리 여기서 커트 보네거트의 진가는 더 진해진다. 

 

주인공 엘리엇 로즈워터의 기행에 가까운 모험담( 백만장자이면서 상대적으로 못살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봉사 헌신하는 줄거리)을 보여주면서 역시 부와 가난, 그리고 미덕과 악덕을 그만의 방식으로 분류, 전개, 기어코 마지막에서 거대한 반전을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보인다. 그런데 다들 눈치채겠지만, 보네거트의 인기나 매력이 실제 작품에서 드러난 이야기흐름이라던지 '주제'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의 표현능력, 즉 현실을 빗대어 교묘하게 틀어버린 그의 문장 구사력에 있어서 그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때문이라면 모를까. 

 

그의 독특한 묘사능력은 그동안 세간에서 전혀들어보지 못한 참신성, 그리고 무릅을 치게 만드는 비유, 기발한 조크로 지면 위를 수놓았다.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평화로운 시민들은 최저임금만 요구해도 즉시 흡혈귀로 분류되고, 칭찬은 언제나 엉성한 법망을 피해 범죄를 저지르고 막대한 돈을 챙기는 방법을 고안한 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라는 설명을 '유머없는 미국 계급제도'에 붙여놓는 기발함은 약간의 예시정도에 불과할 뿐 소설내내 이런 류의 보네거트 시그니쳐가 고유명사처럼 계속해서 등장한다. 


'양심의 입을 막을 때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지도자는 '사리사욕'이라고 묘사하면서 사리사욕은 기어코 해골문양의 깃발로 '널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라는듯이 위압적으로 휘날린다고 하고 '우리는 당신의 재떨이에 오줌을 싸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우리의 소변기에 담배를 버리지 말아주세요'라고 부자들에 대한 묘한 시선을 어필하기도 했으며 엘리엇이 자신에게 기대는 다수의 루저들에게 처방하는 단순명료 방법으로 '아와' (아스피린 + 와인)를 권유한다던지, 가상의 SF소설가, 킬고어 트라우트를 이용해서  2BRO2B 이야기를 햄릿과 치환시키는 과정에서 천재성을 느낄만큼 탁월함으로 다가온다. 

 

이 밖에도 엘리엇이 꿈이야기를 하면서 '소스타인 베블런'이 자꾸 꿈에 나타난다고 희화화하는 대목에서 슬며시 미소짓고,   공중전화부스의 낙서에 '실라 테일러는 감질만 나게하는 여자다'라고 쓰여있다고 언급하는 부분,  엘리엇의 부인인 실비아의 병명을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의 고통에 대한 히스테리성 무관심'으로 정의된 사마리안 실조증, 정상인이란  부유하고 산업화된 사회의 상류계층에서 탈없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양심의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부류'라고 비꼴 때 드디어 그가 현실 사회에서의 부조리함과 인간내면의 본성을 가감없이 뒤집어 주는 능력에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책 뒤에도 언급되었다시피 엘리엇이 아기에게 세례주면서 읇조린  '안녕 아가들아 지구에 온 걸 환영한다. 여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단다 그리고 둥글둥글하고 축축하고 붐비는 곳이지. 여기선 고작 100년정도 산단다. 아가들아 내가 아는 단 하나의 규칙을 말해줄까. 제기랄, 착하게 살아야한다." 라고 한 부분을 통해 분명 보네거트의 편린이자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노암 촘스키가 자신의 논리를 블랙유머스럽게 어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이외에도 샐수 없이 많은 기발한 문장들이 등장한다. 밑줄쳐두고 귀퉁이를 접어놓은 것만 수십페이지가 되니까. 책 전체가 위트있는 묘사력으로 똘똘뭉쳐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재밌고 매력적인 점은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엘리엇의 아버지와 엘리엇의 대비뿐만 아니라 노먼 무샤리같은 부류의 인간들이 강탈하려고하는 돈과 재력의 본질을 시니컬하게 비웃으면서 막판에 통쾌하게 대처하는 방식이다. 방식조차도 일관성있기는 쉽지 않다. 나같으면 눈에는 눈식으로 악질적으로 변신했을 수도 있다. 물론 여기까지 가지 않았어도 이미 엘리엇의 기발한 언행과 건들거림을 통해서 독자들은 많은 카타르시스를 느낄것이다. 


독자들은..아마 엘리엇같은 사람을 현실세계에서 보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과 어쩌면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명료함이 결합된 실체에 열광했을 수도 있다. 좀더 잘사는 사람들이 적어도 몇푼의 돈을 분배니 어쩌니하면서 나눠주지 않더라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의 자세같은 걸 슬며시 깨닫게 해줘서 그럴 수도 있고..아무튼 커트 보네거트는 이 책을 통해서 깊이있으면서도 통찰력있고 핵심을 꿰뚫는 몇가지를 알려줬다. 그건 정말 이 세상을 착하게 살아도 당신이 손해보는 건 별로 없다라는 거부하기 힘든 믿음, 설사 의심이 들더라도 왠지 대중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무언의 바램같은 것들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세상은 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이다. 

 

읽을 수록 묘한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저자
커트 보네거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주정뱅이 백만장자 로즈워터의 유쾌한 모험담미국 최고의 풍자가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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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
Espresso minutes 2013. 1. 5. 17:47

마음에 들때까지 계속해서 블로그를 뜯어 고치는 중이다. 제아무리 Open blog라 할지라도 HTML & CSS 수정없이 맘에 드는 블로그를 만들기란 힘든 일. 수없이 레퍼런싱 하면서 맘에 드는 디자인을 찾아가는 중이다. 하기사 여길 누가 알고 들어올까만은 사실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자기를 홍보한다는 대표적 이유외 그냥 자신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정리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건 결코 아니고...거창한 포부같은 것도 없다. 그저 나같은 경우에는 읽어버린 책들을 망각의 세월로 보내는게 아쉬울 따름이고 그러다보면 읽었어도 안읽은 것같은 책들이 등장할 땐 당황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세월이 되고 밤늦도록 읽었던 책을 되새김질 하는 것도 성격상 못할 노릇이고 차라리 이런 블로그에 써놓기라도 한다면 내가 이미 앞서 해놓은 기억의 편린을 쫓아서 어쩌면 기억세포가 재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일말의 믿음 정도..그 정도면 대만족이다. 그리하여 맘에 들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는 중인데 ...그렇게 쉽지가 않다. 정상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한듯 ...



Posted by kewell

 

 

 

만약에 누가 책을 꾸준히 나에게 준다고만 한다면 끊임없이 읽고 쓰고를 반복할 수 있겠다 싶다. 물론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라기 보다는 책을 누구보다도 좋아한다는 순수한 이유만으로..그리고 때로는 제일 편하고, 제일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막연한 기대를 가져본 것 뿐이다. 책장속에 책이 늘어갈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난 이 많은 책을 가지고 뭘 한 것일까, 이 책들이 나의 재산이 되는 것인가, 쓸데없는 잡스런 지식들만 늘어가는게 아닐까..끊임없는 불안감과 신경증을 가지고 되뇌였던 이유는 아마도 '책읽기'를 통해서 남겨놓은 지혜와 지식편린이 별로 없기때문일거라고 넘겨짚어볼 따름이다.

 

언제고 블로그에 책읽기에 대한 자취를 남겨보고 싶은 욕망에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이제서야 뭔가를 해보려고 애쓰고 있다. 이미 읽어버린 책이야 어쩌지 못하겠지만 최근 읽었던 책들과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다가보면 수많은 과거의 짐들을 바리바리 쌓들고 어쩔줄 몰라하는 어리석은 후회나 미련스러움은 덜 하지 않을까. 그래도 지난날에 대한 발자취가 블로그라는 형태로 남아있을테니까..지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지속적으로 글과 책을 곁에 두고 몇발자국이나 갈 수 있으련지 앞으로 두고 볼일이겠지만서도..^^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