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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1 Espresso with Tabasco,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
Vanilla Essay2013. 2. 21. 20:46

어느날 Espresso 한잔을 옆에 놓고 몇개의 책을 고르던 중 아들이 손에 뭔가를 들고와서 말한다. "이렇게 '맛없는 커피를  이길만한 소스는 역시 이것보다 좋은게 없다고 생각해~ " 라면서 Tabasco를 신속하게 3번 흔들어 뿌려놓았다. 에스프레소에 타바스코라...역시 통념적으로 보면 '이건 이제 커피가 아닌 셈이다' 아들을 혼내건 말건 이렇게 해서 창조된 이 음료를 두고 뭐라 불러야할 지는 부차적인것이고 아들의 행위에 대해서 그럴듯한 용기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설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타바스코 뿌려진 에스프레소에 대한 변명을 아들로부터 들을 권리도 있는 것이고...어찌됐던 친구는 나에게 이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난 아마 아들을 꾸짖었을 거고..나중에 그는 아빠가 통념에 갇혀서 유머따위는 잊고 사는 고리타분한 아빠였다고 말할거라고 했다. 그게 싫다는 뜻이다. 그깟 에스프레소에 타바스코 몇방울 흘린것에 대해 화좀 냈다고 아들이 그렇게까지 뭐라고 할리가 있겠나....


그런데도 친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아들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하는 부모된 마음같은게 사실 두렵다고 한다. 음..이렇게 말하면 진지하게 받아줘야겠지..잠시 같이 그의 심정에 동기해볼 요량으로 고개를 같이 숙여 고민하는 척좀 해봤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 몇가지.  결국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야..그러면 그런줄 알아' 류의 비슷한 강압성. 무대포의 어른 노릇이라고나 할까.이런 것도 영향을 끼치고 싶은 부모의 본능이다.  결국 아들이나 딸이나 내 영향력아래에서 한동안 찍소리못하고 순응하길 원하는 게다. "조금만 더 커봐라. 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거야. 이 말도안되는 무식한 환경은 정말 어이가 없어"...시나리오는 이렇게 흘러간다. 영향력에 대한 태도는 사실 이런 류의 에피소드에만 해당되는건 아니다. Facebook도 그렇고 Twitter도 그렇고 다 의사표시와 댓글도 다 표출이고 영향력행사다. 유사 적극성 이면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출하고 그걸 인정받고 싶은 '영향력'에 대한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알렉스 퍼거슨경은 이를 두고 '평생에 쓸데없는 짓이 트위터질'이라고 폄하했지만, 사실 그게 틀린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뭔가 영향력을 그렇게 똥싸듯이 싸질러대면서 토막토막 간판 내건다고 뭐 달라지는것도 없다. 그저 지루하고 또 지루하고 따분할 따름이다. 본인은 의미를 덤뿍맏아서 그럴듯하고 진지하게 써내려간 페이스북 토막글을 보고 있노라면..이거야 말로 감정 쓰레기라는 생각이다.아마 그걸 두고 말한 거겠지..퍼거슨 할배는....아마 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심리전을 펼치기 보단 더 실용적이었을 거다.  예를 들면 다음주 벌어질 맨시티와의 일전에 대항할 포메이션과 선수들의 컨디션...'맨시티는 시끄러운 이웃일뿐 우리의 적수가 아니다' 라고 트위터 한줄 쓰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그건 퍼거슨 스타일이 아니다. 그게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고 믿을테니까.  영향력이라면 '헤어드라이기가 제격이지' 라고 조용히 읇조릴 스타일이라면 모를까. ..


이야기가 겻가지로 샜지만 통념에 기반한 교정은 가끔 창의성과 의외성을 죽인다는 그런 느낌이 불현듯 떠오른다...가끔가다가 세상속에서 아주 지루해진 어른들을 볼 때면 그게 옳다고 믿는 자기만의 범주안에서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은 채 굳어가는 다비드 상같다는 느낌이 든다. 멋지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그래서 절대 변하지 않는 자신이 언제나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고,  은근슬쩍 시대에 뒤쳐지기는 싫어서 변해보려고 애쓰지만 몸도 피곤하고 머리도 고단하고 무엇보다 머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싫어진다. 동상은 그렇게 때가 끼어가고 푸르스름하게 변해갈거다. 그러다가 아무도 그걸 우러러 보지 않는 시절이 온다. 바야흐로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어른'이 되는 거다. 


친구랑 이야기했던 어른의 영향력이란 이런 것일라고.... 친구도 나도 에스프레소에 타바스코 뿌린 걸두고 '한번즘 이건 어떤맛일까'라고 웃으면 맛좀 보고 '이건 정말 구리다. 다음부턴 다른 소스를 연구해봐라' 라고 말할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고 킬킬거렸다. 그게 쉬울리가 있나. 나도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폭압적이고 강압적인 얼차려를 랜덤으로 맞아댔는데 그 DNA가 없을리가..그래도 말이지..가끔 조용히 그 DNA에 저항하는 항체같은게 후천적으로 생겼으면 좋겠다고 상상해본다. 그래야 좀 세대도 바뀌고 ..좀 재밌어지고 그럴게 아닌가.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