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감탄하고 있다. 월간 윤종신의 감수성에 대해서... 


언제나 그렇듯이 윤종신표 음악이 정서적으로 잘 맞아서겠지.  혹자는 맨날 신파처럼 감성을 쥐어짜는 상투적인 음악이라고 평가하곤 하지만,  그 말이 이 어떻게 신빙성을 가지던 간에 나로선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편이다. 음악이란 어차피 음식과도 같은 것이어서 어떤 이에게는 정말 잘 맞는 풍미가 어떤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으니까..결국 음악이란 취향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면 '음악성'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스스로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가 사실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게다가 윤종신은 비현실적인 프로젝트는 끈기로 해오고 있다. 그 노력만으로도 사실 음악을 소비하는 개인으로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다. 매월마다 내 취향에 맞는 음악들이 1개씩 꾸준히 나오는 셈 아닌가. 이 정도면 좀 죄송스럽지만 마르지 않는 샘물이자 황금알까지는 아니어도 이른 아침 이스라엘 백성에 내렸다는 만나와도 같은 수준이다. 계속 이렇게 해달라고 하면 너무 생떼인가싶긴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도 좋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원래 대중들의 욕구가 때론 실천력의 장작이 되기도 하니까..바라고 또 바라고 기대하면 월간 윤종신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오늘도 어쨋든 뒤늦게 몇달간 밀렸던 월간 윤종신을 듣고 있다. 멜로디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귀퉁이에 은근슬쩍 윤종신표 시그니쳐가 귓가에 느껴진다. 맞아 이 양반이 원래 이런 멜로디를 주력으로 했었지 심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물론 날씨가 추워지고 마음이 왠지 앙상해진다고 느껴질 무렵이면 상투적으로 통하는 발라드의 위력일수도 있겠으나 세상의 모든 발라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수는 없다. 개 중에는 어떤 측면에서 보다 가깝게 느껴지고 정말 마음적으로 동화될 만한 발라드의 한 자락이 마음을 스치듯 지나가면 숨죽여 지내던 추억들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너무 많이 깨어나면 청승이기도 한데...

가끔 이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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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공교롭게도 K팝스타에서 윤종신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안테나미스틱89의 자회사라고 농담을 터트렸다. 그래 맞아 미스틱89와 안테나는 묘하게 닮았어라고 혼자 중얼거리곤 했는데,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의 대중들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안테나와 미스틱89는 닮아있다. 현 주류 유행음악 질질 끌려가지 않으면서도 음악적으로 만만치 않은 내공과 아우라를 보유한 개성있는 뮤지션들이 갈 곳이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 요즈음이다. 이럴땐 나라도 자신들의 음악적 색채를 이해해 줄 법한 선배가수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윤종신과 유희열 쪽이라면 수긍할 만하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JYP에서 용도폐기되다시피한  박지윤이 그렇게 야사시한 눈빛으로 나이를 먹도록 JYP에서 굴러다녔다간 그녀가 어필한 대중적 기억은 그저 옆트임 검정 블랙 원피스 이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꼭 '성인식'이 나쁘단건 아니다.) 결국 YG와 JYP가 그런 성향조차 다른 뮤지션들을 데리고 뭘 한다는 건 좀 어울리지가 않는다. 이건 완전히 다른 레이블의 질감들이고 이미지와 무늬가 다르고 향기도 다르며 심지어 건물 사이즈도 다르다. 어쨋든 위에서 말했다시피 윤종신이 안테나에 대한 언급을 한 날, 버나드 박은 유희열의 기획아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바로 버나드박의 More than words, 밴드로 페퍼톤즈, 박새별이 등장하고 있었다. 


안테나 뮤직의 성향상 왠지 인디에서 이름 좀 날릴 듯 싶고 너무 대중적으로 엇나가 있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동경을 불러 일으킬만한 지적인 수준이 갖춰져 있는 가수들이 소속가수일거라는 짐작은 별로 틀리지 않았는데 루시드 폴도 그랬고 페퍼톤즈도 그랬지 않나. 유희열이야 말할 것도 없고....여기에 박새별도 있었드랬다.  이 즈음되면 혹시 안테나는 소속계약을 하기전에 몇가지 안테나적인 기준 항목이 있어서, 공부도 잘하고 음악도 잘해야 한다라는 항목이 제일 위에 자리잡고 있고, 거기에 반드시 부합이라는 체크박스에 체크하고 난 다음에야 다른 항목으로 갈수 있는게 아닐까라고 추측하게 된다. 정말 세상에는 엄친아들이 너무 많다. 음악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니....




그래 잊고 있었다. 박새별도 안테나였지. 

박새별의 음악과 목소리가 완전히 친 대중적이어서 막 열광하고 그런 팬층이 두텁게 자리잡은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기에는 버나드박을 살려주는 쪽으로 보조를 맞췄지만, 새삼스레 그녀의 음악색깔을 떠올리게 된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예전 페퍼톤즈 공연때 Read, Get Set, Go를 보컬로서 부를 때였다. 원래 이곡의 보컬은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뮤직 워리어스때도 그렇고 줄곧 박새별이 이 곡의 전임자인것처럼 불러제끼고 있다.) 뎁은 약간 담백하고도 장식없는 소녀같은 뉘앙스로...박새별은 진한 장미향이 물씬 나는 성숙기의 목소리로 진득히 불렀다. 사실 그냥 외모로만 보자면 나긋나긋하고 굴곡없으면서 사근사근해야 할텐데 목소리는 약간 달라서 의외성이 있었던 가수로 기억한다. 그랬는데...갑자기 화장을 하시고 립스틱도 컬러플하게 드로잉하셨고 눈화장도 매혹적으로 하신데다가 머리가 흘러내려 섹시함까지 보여주시다니...이래가지곤 내가 아는 박새별 레벨 업한 느낌이시다. 외모도 업글되니 얼마나 좋았는지...^^


요즘의 시대에는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찬란한 사운드 이면에 노출 과다경쟁, 그리고 지나치게 과도한 멋을 부린 군무 아래 잠식 당해있다보니  다들 이런 음악만 듣는 줄 알겠지만 개 중에는 이런 음악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달속의 토끼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시끄러운 사운드와 칼같은 군무와 조금만 더 올라가면 팬티라도 보일듯한 코스프레에 흥분되지도 않고 보이들의 깨끗한 피부에 가슴을 두근거려하지도 않는다. 지인 중 몇몇은 걸그룹의 야시시한 율동을 보면서 가끔 저게 야동이었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게 감상자의 변태적 성향 때문만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다만 너무 편향적인 거다. 우리 모두 뮤뱅에서 두번째 등장하는 걸그룹의 세번째 걸의 치마가 조금만 더 올라가 팬티가 보인다고 해도 들을 음악은 다 듣는다. 모든 여가수들이 속옷노출 경쟁만 하는 뮤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어떻게든 메인골든 타임에 페퍼톤즈와 박새별이 나와서 자신들만의 색채로 사운드를 뿜어내 준다는건 일종의 존재감 같은게 아니었을까.


잔잔한 호수위에 퍼져가는 작은 물결같겠지만 온 호수를 뒤덮고 말거라는 그런 기대감 같은 것 말이다.




어 저분들은 누구야 누군데 저렇게 멋진 사운드와 세련된 외모로 멋드러지게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저 언니오빠들 너무 예쁜데 ? .....조카들이 이렇게 말했다.이윽고 페퍼톤즈와 박새별 이라고 안테나에 소속된 가수들이라고 약간은 언더풍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메이저 레이블로 봐도 무방할 만큼 알려져있는 가수들이니 들어보면 괜찮을 거라고..조카들도 나도 이 순간만큼은 같은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좋은 음악을 듣는다는 건 좋은 것이고 그 뮤지션들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현실에 등장하는건 의미심장하다. 이건 세대간의 격차라기보단 음악적 다양성의 문제였으니까 언제고 격차가 있을 법한 세월에도 존재감이 있는 뮤지션으로 산다는거 보다 많은 다양성의 축으로 살아간단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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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니 빛과 공기의 온도가 하루가 다르게 내려간다. 그런데도 과거에 이미 냉동되버린 추억이나 기억들은 왜 녹는건지 모르겠다. 이때만 되면 과거들이 다 녹아내린다. 미처 준비도 안되어있는데 낯익은 거리에서 불현듯 다 녹고 정체를 드러낸 기억들에 당혹해하면서 놀라곤 한다. 아 이래서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다들 영원한 기억들에 애증어린 감정을 가지고 있나보다. 어쩌다가 '<월간 윤종신>10월호 : 이별을 앞두고' 를 들었는데 마치 짜놓기라도 하듯 싱크로율 100%의 과거를 대면하는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윤종신은 가을 뮤지션이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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