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5.21 Pantry Slot - 5월 4주차
  2. 2013.03.10 보르헤스 - 픽션들 ' 보르헤스답게 바꾸기
  3. 2013.02.26 보르헤스(Borges) 탐험기
Book Pantry2014. 5. 21. 13:24

1.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었다고 해서 책안의 모든 내용을 다 기억 할 수 있는건 결코 아니라는 걸 다시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지인이 어떤 대목을 말하며 '그 부분을 난 이해할 수 없어 넌 어때'라고 불현듯 물을 때, 아 그래 그 대목 나도 이해가 안가..라고 말하면서 바로 맞장구 칠만큼 신속하게 기억에서 팝되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그야말로 희망사항 일 뿐이다. 몇 초간의 탐색질 끝에 내 머리속에서 '띵'하고 경고 팝업이 뜨듯 슬며시 말한다. '기억에 없음..'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나도 뭐라고 이야기해줘야 할 지 모르겠네' 라고 얼버무려 버렸다. 이건 책을 읽었다고, 그렇다고 안읽었다고 말하기도 뭣하다.


2.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생을 달리하셨다. 갑자기 검색어에 '백년동안의 고독'이 '삶의 고독'을 대표하듯 캐치프레이즈처럼 나부끼고, 블로그들에도 느닷없는 찬사와 추억 되새김질과 사후 찬미의 루틴한 호응이 벌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으면서 난 마술적 리얼리즘이 뭔지 감도 잡지 못했다. 그저 아르카디오의 피가 흘러흘러 층계를 지나 바닥 복도를 지나 대문을 지나 그리고 또 어쩌고 저쩌고 해서 드디어 죽음이 전달되는 과정을 읽고, 멜키아데스의 유체이탈된 삶도 읽고, 주전자가 끓어 뚜겅을 열어보니 구더기가 드글드글 하고 뭐 이런 비현실적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적으로 묘하는게 '마술적 리얼리즘'인가보다 했다. 어찌되었든 개인적으로 기억나는건 그냥 '백년'의 서사가 아니라 '고독'의 느낌이었드랬다. 아우렐리아노나 우르슬라나 아르카디오나 레메디오스나 레베카나 다들 외롭고 '고독'하며 쓸쓸하다는 느낌..마콘도가 그냥 처음의 부엔디아의 안중에서 에덴처럼 유지되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만 들곤 한다. 한번 다시 읽어볼까 고민 중이다. 


3.

알베르트 망구엘의 <책 읽는 사람들>을 드디어 2 챕터 정도만 남기고 다 읽어간다. 오랫동안 음미하듯 읽었는데 어떤 경우에는 한 단락도 이해가 잘 안되서 넘어가질 못하고 디제잉 판 튀기듯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단락을 와따리가따리 하셨다. 그런다고 해서 이해되지 않는게 갑자기 이해될 리는 만무하겠지만,  여러번 읽는 다는 건 뇌에게 '야 제대로 이해 좀 부탁해. 이건 중요한 거니까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거든' 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니 자꾸 자꾸 읽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셈이었다. 어쨋든 책을 사랑하는 망구엘의 열정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가진 지적인 두께도 얼떨떨하시다. 가끔 이렇게 책을 폭식하듯 읽고 안에 담긴 영양분을 하나하나 낱낱히 분해해서 혈관에 녹인듯한 기인들을 보면서 '난 시간이 부족했을 따름이라고' 속으로 거짓말을 일삼을 뿐이다. 


4. 

카프카의 '소송'과 ''을 다시 읽으려고 한다. 어언 이게 오래전 일이 되버렸는데 그냥 이야기의 뼈대만 슬쩍 기억나고 뭐가 어떻게 된건지, 그리고 무슨 의미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패니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다 읽고 나면 '성'을 읽어봐야겠다. 내 예전 기억의 파편들이 어느 정도의 크기로 부숴져서 흩어져있는지 가늠할 수있는 좋은 기회겠지. 


5.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여러차례 읽었는데도 사실 '진의'와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알레프도 그래서 주저하고 있는거겠지. '칠일밤'도 밀려있고,.....휴...그런데도 비오이 케세레스의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과 '모렐의 발명'은 정말 재밌었다. 이건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칭찬하듯 보르헤스가 카사레스를 그런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좀 재밌게 써줬으면 싶었는데 ...읽을 때마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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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
카테고리 없음2013. 3. 10. 22:58

 

 

 

원래 고전문학 시리즈를 내놓는 출판사들의 디자인 컨셉은 좋게말해서 '노멀'하고 고즈넉한 그야말로 아무런 인상없는 디자인들이 태반이다. 튈 필요도 없고 자극적일 필요도 없을테니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긴 해도 보는 사람입장에서는 책장을 펼쳐 읽기도 전에 '아 재미없을 거 같아' '되게 지루하고 따분할 거 같아'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면 그건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오랜 세월 살아남은 명작들일텐데 표지에서 반감되어버린 이 기대감에 대한 보상은 누가해주는 것일까.

 

연령대별로 다양한 욕구와 스타일을 맞추기 힘드니까 전통적인 디자인과 무난함으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이해가 가긴한다. 가뜩이나 읽기 쉽지 않은 고전들에 대한 선입견을 더 딱딱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느낌이다. 이 어려운 책을 읽겠다고 표지를 봐 쉽지 않을 거 같지 않아 그냥 못읽을 거 같으면 내려놓든지 포기하시지 라고 협박 내지 빈정거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주동자는 다름아닌 '책의 겉표지 디자인'들이다.  표지들을 보면 사실 그 책의 성격을 대충 알 수 있게 되는데 대부분의 고전들은 거의 고지식하고 고집센 노인네들의 완고함같은게 느껴진다. 세월의 노련함을 상징적으로 표지로 옮겨놓은 걸까. 어때 근엄하지 않아 라고 .......

 

너무 가볍거나 너무 튀는건 '고전답지 않다'라고 하신다면 뭐 딱히 할말은 없다. 그래서 말인데 난 내방식대로 표지를 바꿔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보르헤스 작품들 같은 경우엔 '민음사' 표지를 눈뜨고 볼 수가 없다. 그런 컨셉으로 책을 들어 읽게 되면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이 몰개성적인 표지는 나로 하여금 보르헤스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상정하고 지루함과 따분함과 난해함의 결정체로 고체화시키는데 일조한다. 이렇게 되면 이해하려고 해도...시도하려고 해도 읽기 싫어지고 짜증도 스물스물 거리기 마련. 이래선 보르헤스를 못읽겠구나 싶었다. (어디까지나 그냥 우기는 수준..) 그리하여 달력을 찢어서 거기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회색 마커로 쉐도잉약간 하고 그 달력종이로 책을 포장해버렸다. 

 

더러워서 읽기 싫어질때까지 이 표지의 보르헤스로 난 읽을 것이다. 알레프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출판사 이미지를 교체할란다.  대체로 읽기 싫은 책들의 경우에는 표지가 좋으면 그래도 버티며 읽는다는 나만의 버릇때문이라도 이렇게 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보르헤스가 더 잘이해되고 더 잘 머리에 들어오고 더 감동적인건 결코 아니지만 ....최소한 자꾸 읽어봐야겠다는 용기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는 있으니까. 보르헤스 저작들에 대해서만큼은 뭔짓을 해서라도 읽으려고 하는 의지를 희석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Posted by kewell

우연찮게 보르헤스 저작들을 줄기차게 읽고 있다. 이게 장르가 뭔지 혹은 통틀어서 어렵다던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보르헤스에 대해 궁금함을 비롯한 호기심을 감안해볼 때, 왠지 그의 저작들 몇 권은 꼭 읽어봐야 겠다라고 늘 생각해왔으니까.. 그런데 읽다가보니 참으로 쉽지 않은 수준인건 알겠다. 포스트 모던, 구조주의와 해체주의, 상징주의의 문학적 효시라고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보르헤스의 이런 탐구는 어디서 유래했던 걸까라고...곰곰히 생각해보자면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환상문학'으로 시선을 돌린 시점이 아닐까싶기도 하고..아무튼 이런 보르헤스의 스타일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픽션>'틀뢴, 우크바르, 오프비스 테르티우스' 내용들을 읽다보니 프레임은 환상문학의 구조를 그리고 내용은 굉장히 모호한 철학사상이 유입되어진듯한 느낌이다. 나야 뭐 이해력도 그렇고 지식도 야트막한 수준이다보니 우크바르의 등장부분과 '행성만들기'에 대한 비밀조직따위에나 천착하겠지만, 그래도 어떤가..보르헤스가 어떤 내용으로 어렵게 이야기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니 그 정도면 만족이다. (수준높은 묘사들은 좀더 골몰히 생각좀 해봐야 겠다.) 

 

그리고 언급된 '바벨의 도서관'의 29권 정도되는 환상문학도 덤으로 차근차근 읽게되고, 나름 괜찮치 않나싶다. 재미로만 볼수도 있겠으나 어차피 현실이란 또 다른 형태의 환상일수도 있을테니..<픽션들>, 그리고 <알레프>를 읽으면서 중간중간 바벨의 도서관 컬렉션을 꼬박꼬박 읽어야겠다. 카프카의 환상문학도 미뤄두고 있었는데...갈비노도 있고...언젠가는 읽겠지싶다가도 유야무야 내버려두고 있었는데....때마침 보르헤스의 등장으로 머리의 요구사항이 늘어간다. 난해함은 별도의 문제지 싶다. 휴..

 

 

순서는 <픽션들>-<알레프>-<바벨의 도서관>-기타 저작들 이렇게 흘러갈 것 같다. 그나마 이 분께서 단편소설만 쓰신게 정말 다행이다 싶다. 이런 스타일로 장편 소설을 써주셨다면 난 머리에 쥐가 나서 기절하겠지아마....^^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