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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에세이2013. 1. 5. 23:30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God bless you, Dr.Kevorkian)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1965년, 유사 제목의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God bless you, Mr.Rosewater)를 쓰고 30년정도가 훌쩍 지난 1999년에 자신의 이전 작품과 거의 동일한 제목으로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을 출간했다. 앞서 '로즈워터씨' 리뷰에서 밝혔다시피 전작에서 보네거트 문장에 중독된 독자들이 드디어 제2탄 운운하면서 '키보키언'을 찾아헤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실망스럽게도 키보키언은 로즈워터보다 내러티브적으로는 하향조절되었고 덜 현실적이었다.

 

다만 더 위트있고 유쾌해졌고 깃털처럼 가벼운 조소만은 여전했다. 분량은 로즈워터때보다 약 1/3 수준, 당시 77세의 보네거트로서는 아마도 미리 써두었을 몇편의 미출간작들을 모아두었다가 단편의 형식으로 출간했을 수도 있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슬쩍 드러내라고 주위로부터 강요 당했을 수도 있다. 이미 1999년 당시 그는 '소설가'로서의 정체성으로부터 자유를 얻었었으니까 (1997년에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로서는 아쉬울 것도 안타까울 것도 없는 남은 여생을 '보네거트 방송'을 하며 천국을 들락날락거리며 보냈어도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보네거트 소설을 근자에 이르러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건 아마도 '그의 그럴듯한 정신 사상'이라던지 인간을 하염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는 휴머니즘에 근거한 세속적 이유만큼은 결코 아니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남들 다 챙기는 일종의 형식, 시선을 의식하고 진실보다는 가공의 아름다움을 데코레이션 한 후에 좀 더 나은 뭔가를 보여주고자 애쓰는 그런 자세를 지양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닐 게이먼'은 커트 보네거트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서 '당신의 저작물이 얼마나 나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그리고 '인생의 목적은, 누가 그것을 지배하든 주변의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라는 보네거트 책으로부터의 자신의 깨달음을 인정받기라도 하고 싶어서 보네거트에게 의견을 구한다. 그리고 보네거트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 내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하게나" 라고..

 

이 책은 기묘하게도 백삼십여명을 안락사시킨 '죽음의 의사' 잭키보키언의 도움을 받아 3/4 정도 죽은 상태에서 사후세계로 가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엄밀하게 보자면 소설이라기보다 차라리 개인의 생각을 가상으로 엮은 일종의 잡문집, 에세이라고 불리워도 무리는 없어보인다.) '푸른터널'의 끝과 '천국의 문'사이의 작은 공터에서 벌이는 이 기묘한 인터뷰가 만들어진 이유는 보네거트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사후세계로 가버린 인물들을 통해서 표출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보네거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도주의자'로 타이틀화한 듯 싶다. 이미 종교적인 관점에서 '만일 예수의 산상수훈에 자비와 동정의 가르침이 없다면, 나는 인간이기를 거부할 것이다. 차라리 방울뱀이 되는 편이 나을 것이다'라고 한 부분만 봐도 그렇고 아예 '인도주의는 훌륭한 시민정신과 보편적 품위'를 대신하는 편리한 동의어'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진정 보네거트가 추종하는 소양을 짐작케한다.

 

등장하는 사후 인터뷰 대상자들이 다 유명한 인물들은 아니고 잘 알려지지 않는 범인들도 등장한다. 독자들의 지식속에 메리 D.에인즈워스 박사가 누구인지, 살바토레 비아지니,존 브라운 정도는 제아무리 미국에서 TV와 신문을 끼고 살아도 알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보네거트는 열심히 사후세계 건너편에서 이들의 의견을 열심히 인용한다. 아마도 이들이 죽게 되기 까지 닥친 모종의 상황, 그리고 죽은 인물들이 사회에 끼친 영향들 중 보네거트가 '한마디씩' 자기만의 견해를 피력하기 위해서 소재로써 활용되는게 아닐까 싶다.  위트있고 기발하며 때론 신랄하고 통찰력있는 몇마디의 인터뷰야 말로 상대방이 아닌 보네거트의 진정한 속내이리라 추측된다.

 

  • 메리 D. 에인즈워스 : 유아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애착관계 필요를 주장했으나 보네거트는 사후세계에서는 이런 그녀의 주장이 쓸데없다고 말하며 아기들은 천사가 되어있더라고 밝힌다.
  • 살바토레 비아지니 : 슈나우저 테디를 구하기위해 핏불테리어에게 물려 죽은 사람.
    '베트남 전쟁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는 대답을 들음. 반전 사상에 대한 견해피력.

  • 버넘버넘 : 오스트렐리아 원주민 태생으로 1967년에 시민권을 받도록 결정적 영향을 끼친 인물
    여기에는 루이암스트롱 악단도 등장함. 인종차별에 대한 견해를 밝힘.

  • 존 브라운 : 18명의 열성 노예폐지론자를 이끌고 버지니아 주 하퍼스페리 무기고를 탈취했던 인물. 교수형 당함.
    미국에서의 노예제도를 합법적으로 저지른 잔학행위로 규정하면서 '홀로코스토도 독일안에서 합법적이었다는 신랄한 견해를 밝힘' 또한 유색인이 백인에게 굽실거리는 것을 자연법과 완벽히 조화를 이룬다고 여기는 사회를 '토마스 제퍼슨'이 만들었다고 힐난했다.

  • 로버타 코르서치 버크 여사 : 1955~1961년의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알리 A.버크제독의 부인.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한 본보기로 등장했으며, 결국 '뱃사람의 아내'라는 소박한 타이틀을 선택하는 부인을 존중했음.

  • 클레런스 대로 : 미국초기에 노동조합을 조직한 노동가를 변호한 변호사.
    클레런스의 인터뷰말미에 '난 최선을 다해 오락거릴 제공했다네' 라고 말한다.

  • 빅터 데브스 : 사회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5번 출마한 사람.
    " 하층 계급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나는 하층계급입니다. 범죄인자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는 범죄형입니다. 
      감옥에 갇힌 영혼이 존재한다면 나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에 대한 질타. 그리고 현실의 미국에서는 데브스말이 '조롱'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비비언 헬리넌 : 화려한 태평양 연안가문의 여주인.
    상대적으로 보자면 기득권 세력이었던 헬리넌이 남편인 빈센트 헬리넌처럼 노동운동 지도자 해리 브리지스를 지지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일에 앞장섰던 것에 대해서 '화려하다'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적들에게 불리웠던 칭호 "자기 계급을 배반한 자'라는 역설적 위트를 보여준다.

  • 아돌프 히틀러 : 자신이 저지른 일을 용서해달라는 의미로 인터뷰.

  • 존웨슬리 조이스 : 1966~1996 라이온스 헤드바 운영. 미국작가들이 술을 먹으며 떠들어대는 중심지 역할을 했다.
    작가들의 수다방지를 위해 주크박스를 들였으나 '그냥 더 시끄럽게 얘기하더군'이라며 위트를 보여준다.

  • 프랜시스 킨 : 로망스어 전문가 어린이책 작가로 활동하였다.
    세번의 결혼이 실패로 돌아갔다라는 주류언론의 흠집내기를 '아시 에스라 비다" "세라 비타" "세 라 비" 라는 단어로 축약했다. ('그것이 인생이다' 라는 뜻)

  • 아이작 뉴턴 : 탐구에 대한 호기심이 멈추지 않는 뉴턴을 사후세계에서 인터뷰함. 여기에는 성베드로도 등장하는데 베드로는 뉴턴에게 이렇게 말한다 " 하늘과 땅에는 자네의 철학으로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네" 라고..

  • 이 밖에도 몇명의 인물이 더 등장한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저자
커트 보네거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엉뚱하고 기발한 사후세계 인터뷰사후세계로 취재를 떠난 커트 보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