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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6 소울푸드 - 샘킴
Review BOOK/에세이2013. 1. 16. 10:00

<소울푸드> - 샘킴.

 

 

 

개인적으로 셰프 샘킴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어느날 아무 생각없이 CATV 채널을 마구잡이로 로테이션 시키다가 친근감있는 얼굴로 (요리사 복장따위는 하지도 않은 채,) 체크무늬 셔츠에 아주 유쾌한 말투로 요리를 하는 이 분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굉장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요리들이라니....이윽고 빠짐없이 이 분의 프로그램을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아마 그 프로그램이 쿠킹타임이었던 걸로... 쿠킹타임 시즌1은 일정 부분 출연하시다가 다른 요리사도 등장하는 게스트형 프로그램이었으며 나오지 않는 회차에는 아쉬움 마음을 가지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곤 했다. 그 유명한 드라마 '파스타'의 주인공 이선균의 원래 캐릭터가 이 분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 서글서글한 눈빛을 보면 절대 '버럭' 셰프가 되기엔 어렵다는 걸 눈치채긴 했다. (실제 최현욱 셰프의 성격까지 이 분과 동일한건 아니라고 밝히신 바 있다.)

 

요근래 매스텀에 자주 등장하시는 스타셰프들이 꽤 있는 편이다.  최현석 (엘 본 더 테이블 총괄셰프), 강레오,  에드워드 권, 박찬일, 레이먼 킴, 하물며 탤런트 김호진까지..다들 한 성격들 하시는 듯 싶은데 (갑자기 버럭하면서 살벌함을 풍길때는 채널을 돌리고 싶을만큼 꺼려진다는...) 오히려 이 분은 오기는 있어도 전쟁터같은 주방에서 마구 뒤엎는 스타일은 아니란 점이 색달랐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무렴 어때'하는 스타일이어서 좀 더 정감이 갔다고나 할까. 어찌되었든 이 분 덕분에 나는 졸지에 이탈리아 요리를 취미로 배우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파스타를 열심히 연습하고자 구매했던 '가로수길 레시피' 라든지 '샘킴의 이탈리아 요리' 등은 요리만드는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정작 궁금했던 셰프들의  생각을 알수는 없는 노릇이다보니 점점 더 궁금해지곤 했다. 이 분은 도대체 요리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유년시절을 지냈셨나. 무슨 코스로 요리사가 되셨나..뭐 등등..

 

 

어떤 셰프들은  다큐멘터리 요리 기행같은 걸 하면서 자기만의 생각, 견해등을 표현, 속에 있는 요리철학이라든지 생활방식이라든지 하는 부분들을 슬쩍 볼 수도 있다지만  이 분은 도무지 그런 방식으로는 얻어지는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웃으면서 요리는 해도 인터뷰도 본 적이 없고...아마도 내 컨텐츠 탐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테지만, 어쨋든 베일에 싸인 오리무중의 고수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봤다. 특히 성공담 늘어놓기이거나 여행을 한답시고 사진 무진장찍어서 지면의 대부분은 여백으로..그리고 진짜 감정들은 지면에 흩어진 과자 부스러기마냥 몇 줄 읇조린 에세이들을 워낙 싫어했던 터라 그런 책이 아닐까 살짝 의구심이 들었는데...다행히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이야기였다.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그리고 나는 몇장을 서서 읽다가  <소울푸드>는 주저없이 집어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기대했던 데로 굉장히 소탈하시다는 점 (물론 다른 셰프들께서 비인간적이란 뜻은 아니다. 다만 너무 무서우신 양반들이신지라 약간 다르길 기대했던 것 같다.) 엘리트코스로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신 요리사라기보단, 실전형 요리사에 가까운 이력도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하숙집에서 요리재료사러 시장을 쏘다니는 이야기, 그리고 미국에 가고 싶어서 다른공부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식집에 취직한 이야기..안주하기 싫어서 일식집을 박차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도전하는 이야기들은 흡사 아는 형의 이야기이거나 편한 선배의 이야기처럼 아주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보나세라의 셰프 지원서를 내고 요리 테스트를 받을 때의 이야기는 솔직한 말로 마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건데 샘킴 셰프의 요리들이 정통 이탈리안 요리라기보단 약간 퓨전느낌이 난 현대적 요리같은 느낌이 있어서 뭔가의 걸림돌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번의 테스트를 거쳤다는 이야기에 묘한 공감을...그리고 기어코 셰프 확정되고 나서 유명해지는 과정에서도 주방을 뒤엎어버릴만큼의 강력한 '파스타'의 최현욱같지 않아서 더더욱 좋았더랬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따름이긴 하지만..)  일전에 나는 셰프 레이먼킴과 이분의 듀엣 쿠킹타임을 열심히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좋았던건 요리사로서의 거들먹거리는 뭐라고 해야 하나 '나는 전문가이거든' 하는 위압감이 없어서 굉장히 좋아했었다. 물론 요리사가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방법으로 어법이나 말투가 편안해야 할 필요는 없겠으나 세상에는 너무나 신경질적이고 폼을 잡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주방은 전쟁터이고 시체가 죽어나는 심각하고 진지한 곳이라는 것, 이미 유명 셰프들로부터 듣고 공감한지 오래다. 그래도 나같은 시청자들은 요리하는 과정에서 죽일듯한 긴장감을 감정적으로 폭발시키는 건 영 불편하다.

 

아무튼 샘킴의 이 책속에서 나름대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요리라는 건 어쩌면 그 사람을 대변하는 일종의 거울일수도 있겠다. 때론 탐구도 그리고 탐구만큼 진지한 열정도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게 그 사람이 가진 많은 것들의 결정체로 화한 것이라고 볼 때 사람이 매력적이라면 요리또한 매력적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난 샘킴 셰프를 좋아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이 분의 프로그램을 줄기차게 볼 듯 싶다. 

 

 


소울 푸드

저자
샘 킴 지음
출판사
담소 | 2012-12-0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드라마 ‘파스타’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셰프 ‘샘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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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