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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7 끊임없이 쌓여가는 책의 탑, 탐닉하는 열망의 책들
Vanilla Essay2013. 10. 17. 17:36


펭귄 클래식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가 '거울나라의 앨리스'까지 읽지 않으면 도저히 안되겠다는 막연하고도 충동적인 느낌때문에 서점을 뒤졌다. 문제는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절판의 경지에 다다렀다는 점이다. 교보에도 절판중이시고 (현재까지는..) 반디앤루니스에서도 약 2권 남짓만 남아있는 상태고 어느 서점에서도 유독 '거울나라의 앨리스'만 집착적으로 많이 팔려주셨다. 괴이하기도 하지만 어쩔수 없겠다싶어 발품을 팔고 종로타워지점까지 가서 북셀프로 '거울나라의 앨리스'을 질렀다. 속이 다 후련하지만 책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사가지고 온 적이 어디 한 두번도 아니고 매번 이럴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혼자 자책하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 책장의 책들은 다 이런 식으로 구매된 랜덤과 무작위와 충동적인 감정의 산물들이었으니 숙명적으로 습관과의 평생 전쟁을 치룰 조짐들이라는....


언제나 충동적인건 아니지만 간혹 제대로 걸리는 날들이 있다.  지금도 이언매큐언의 '암스테르담'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그리고 커트보네거트의 '타이탄의 미녀'같은 책들은 언제나 '충동구매'의 영역안에 산다. 서점 책장 어디 한 귀퉁이에 꽂혀있기라도 하다면 그야말로 심마니 산삼보듯 쾌재를 불러줄텐데 요즘 같은 시절에는 결코 벌어지지 않는 꿈같은 이야기다.  온라인에서 절판이라는 딱지가 붙어버린면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것도 힘들긴 매한가지니까.. 구하기가 어려워서 중고서적을 기웃거려도 보지만 예전 중급의 중고서적을 받아들었던 기억으로 볼 때 그 볼품없는 타인의 흔적때문에 실망한 적이 하도 많아서 별로 내키지도 않는다. 중고는 나름대로는 어느정도 대안이 될 수있지만 여전히 아니다싶은 구석도 많다. 책을 읽을때 나아닌 다른 사람의 자취를 대면한다는 건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고.... 어찌됐든 서점을 오고가다 보면 충동적인 구매의 향연을 벌일 때가 있다. 일전에도 아르투르 페레즈 레베르테의 '뒤마클럽'을 봤는데 얼마전까지 절판으로 구하기가 어려워서 헤맸던 책이었다.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질러볼까하다가 그동안 저지른 충동의 통장내역이 한심스러워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전집도 충동적으로 질렀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절판 작품들도 혈안이 되서 찾곤 했었다. 그리하여 현재 읽어제끼는 책들보다 읽어야할 책들이 책상에 쌓여간다. 키는 점점 높아져서 이윽고 모니터 높이를 넘어서고 그리고 책장의 두칸정도높이로 솟구쳐올라 굉장한 기세로 말한다. 도대체 언제 읽을거냐고...그래도 시간이 흘러 그 책들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건 너무나도 쓰라리다. 일단 구해놓으면 언제고 읽게 되니까. 벌이가 한심스러워서 책구매에 돈지출을 매조지해버리지 않는 이상 이런 투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곤 했다. 친구말마따나 내가 이런 책의 탑에서 한권씩 한권씩 읽어 해치워 나간다고 해서 내 소양이 배가되고 인문학적 통찰력이 레벨업 되고 그럴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뭐라고 할까. 식신로드 중 만나는 별미를 놓치기 어려운 매니아적, 취향적인 식탐과 유사할까. 뭐하여튼 그런 느낌이다. 그냥 책속의 내용을 탐닉하고 그 작가를 읽어야만 하는 운명적인 데자뷰 같은 것들. 그리고 단 몇줄의 문장만 덩그러니남아 노트귀퉁이에서 조용히 말할 때, 그저 읽어버린 책 이상의 아우라들이 있게 된다. 어쩌면 코난도일의 말이나 망구엘 할아버지 표현대로 글쓰기를 위한 굉장히 효율적인 보물창고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퀼트처럼 명문을 갖다 붙이는 작위적인 의도는 꿈도 꾸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는 문장보단 감정이 남게되고 그런 감흥의 뒤에선 뭔가 스물거리는 삶의 묘미를 느낄 뿐이다. 아이러니하고 때론 우여곡절끝에 다다르는 간만의 정서적 안도감 정도면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