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을 하루에 100페이지 정도 읽고 있다. 대략 700 페이지 되는 듯 싶은데 이렇게 읽으면 일주일이면 다 읽는건가싶어서 많은 분량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드랬다. 게다가 생각외로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고... (누군가가 모비딕 읽다가 미칠지경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라는..) 도리어 멜빌의 세밀하고 정교한 묘사들을 보면 주석달린 동화책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중간에 읽다가 만 <로마 멸망사>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중간에 잠시 관뒀던 이유는 단순하다. 이 책의 역사 서술 지점이 전체 로마사의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서였다. 그러니까 5현제 아우렐리우스 이후 코모도스에 이야기를 시작할 때, 난 카이사르와 스키피오가 등장하는 지점과 전후사정을 전혀 모른 채 무턱대로 읽었단 뜻이다. 모두 다 상세히 알아야 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흐름만을 알아야겠기에 약간의 로마사 흐름을 공부해두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덕분에 세계사 공부를 다시했다는...ㅠ.ㅠ 


카포티의 단편집인 <차가운 벽>도 짧게 한 편씩 꾸준히 읽어나가도 있다. 일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난 레이먼드 카버보다는 카포티쪽인 것 같다. 카버는 뭐라 그럴까 더 블루하고 더 황급하고 더 느닷없다. 그러니까 읽고 있으면 삶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가내리고 번개도 치고 폭풍우도 불고 그런다. 잠시 해가 들어 야 이제 희망을 말해주려나보다 싶다가 갑자기 계절이 바뀌고 낙엽이 날리면서 스산한 공기가 불어댄다. 아저씨 일상의 편린들이 이렇게 뾰족하셨어요 라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소설에서 희망만을 갈구할 수는 없겠지만 카버만 읽으면 '인생의 쓴맛 드링크'를 샷추가해서 원샷하는 느낌이라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아야 한다.  뭐 카포티도 그리 밝다고 말은 못하겠는데 그래도 특유의 섬세함때문에 연민과 동정이 교차되고 그 틈에서 한줄기 따스한 햇빛이 스며들기도 하니까 그나마 나은게 아닐까.


치버  소설은 약간 밀어두었다. 치버는 카포티 단편을 다 읽고 읽어볼 요량이다. 치버는 카버의 소프트버전 아닐까. 치버 단편을 읽었지만 더 드라마틱한 건 알겠는데 여기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라..좀....두고봐야겠다.  챈들러의 <빅슬립>은 사다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언젠간 읽겠지라는 의식의 갈피를 빅슬립의 표지에 걸어두었다. 볼 때마다 그 갈피를 떠올린다. '언제읽을건데' 그렇게 의식에 써 있다.  <르네상스>(민혜련)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약간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서 주저했지만 워낙에 이 시기의 이야기가 좋았던 지라 주저없이 골랐다. 좀더 읽어봐야 분위기와 중심내용을 알겠지 몇 장 못읽어서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책들은 꽤 읽었는데 글은 도무지 못쓰겠다. 교육중이라 시간도 빠듯하고 왔다갔다하면서 빠듯한 시간에 책읽고 그러면 여기와서 주절대는건 거의 기적과도 같은일이지 싶다. 이래서 다들 파워블로거는 못할짓이란거지..끊임없이 포스팅한다는건 대단한 것을 넘어서는 어떤 거대한 의지의 표상이라는...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