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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6 소울푸드 - 샘킴
  2. 2013.01.15 클라우드 아틀라스 소설 읽는 중.
  3. 2013.01.15 언더그라운드 맨 - 믹 잭슨
Review BOOK/에세이2013. 1. 16. 10:00

<소울푸드> - 샘킴.

 

 

 

개인적으로 셰프 샘킴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어느날 아무 생각없이 CATV 채널을 마구잡이로 로테이션 시키다가 친근감있는 얼굴로 (요리사 복장따위는 하지도 않은 채,) 체크무늬 셔츠에 아주 유쾌한 말투로 요리를 하는 이 분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굉장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요리들이라니....이윽고 빠짐없이 이 분의 프로그램을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아마 그 프로그램이 쿠킹타임이었던 걸로... 쿠킹타임 시즌1은 일정 부분 출연하시다가 다른 요리사도 등장하는 게스트형 프로그램이었으며 나오지 않는 회차에는 아쉬움 마음을 가지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곤 했다. 그 유명한 드라마 '파스타'의 주인공 이선균의 원래 캐릭터가 이 분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 서글서글한 눈빛을 보면 절대 '버럭' 셰프가 되기엔 어렵다는 걸 눈치채긴 했다. (실제 최현욱 셰프의 성격까지 이 분과 동일한건 아니라고 밝히신 바 있다.)

 

요근래 매스텀에 자주 등장하시는 스타셰프들이 꽤 있는 편이다.  최현석 (엘 본 더 테이블 총괄셰프), 강레오,  에드워드 권, 박찬일, 레이먼 킴, 하물며 탤런트 김호진까지..다들 한 성격들 하시는 듯 싶은데 (갑자기 버럭하면서 살벌함을 풍길때는 채널을 돌리고 싶을만큼 꺼려진다는...) 오히려 이 분은 오기는 있어도 전쟁터같은 주방에서 마구 뒤엎는 스타일은 아니란 점이 색달랐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무렴 어때'하는 스타일이어서 좀 더 정감이 갔다고나 할까. 어찌되었든 이 분 덕분에 나는 졸지에 이탈리아 요리를 취미로 배우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파스타를 열심히 연습하고자 구매했던 '가로수길 레시피' 라든지 '샘킴의 이탈리아 요리' 등은 요리만드는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정작 궁금했던 셰프들의  생각을 알수는 없는 노릇이다보니 점점 더 궁금해지곤 했다. 이 분은 도대체 요리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유년시절을 지냈셨나. 무슨 코스로 요리사가 되셨나..뭐 등등..

 

 

어떤 셰프들은  다큐멘터리 요리 기행같은 걸 하면서 자기만의 생각, 견해등을 표현, 속에 있는 요리철학이라든지 생활방식이라든지 하는 부분들을 슬쩍 볼 수도 있다지만  이 분은 도무지 그런 방식으로는 얻어지는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웃으면서 요리는 해도 인터뷰도 본 적이 없고...아마도 내 컨텐츠 탐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테지만, 어쨋든 베일에 싸인 오리무중의 고수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봤다. 특히 성공담 늘어놓기이거나 여행을 한답시고 사진 무진장찍어서 지면의 대부분은 여백으로..그리고 진짜 감정들은 지면에 흩어진 과자 부스러기마냥 몇 줄 읇조린 에세이들을 워낙 싫어했던 터라 그런 책이 아닐까 살짝 의구심이 들었는데...다행히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이야기였다.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그리고 나는 몇장을 서서 읽다가  <소울푸드>는 주저없이 집어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기대했던 데로 굉장히 소탈하시다는 점 (물론 다른 셰프들께서 비인간적이란 뜻은 아니다. 다만 너무 무서우신 양반들이신지라 약간 다르길 기대했던 것 같다.) 엘리트코스로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신 요리사라기보단, 실전형 요리사에 가까운 이력도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하숙집에서 요리재료사러 시장을 쏘다니는 이야기, 그리고 미국에 가고 싶어서 다른공부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식집에 취직한 이야기..안주하기 싫어서 일식집을 박차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도전하는 이야기들은 흡사 아는 형의 이야기이거나 편한 선배의 이야기처럼 아주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보나세라의 셰프 지원서를 내고 요리 테스트를 받을 때의 이야기는 솔직한 말로 마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건데 샘킴 셰프의 요리들이 정통 이탈리안 요리라기보단 약간 퓨전느낌이 난 현대적 요리같은 느낌이 있어서 뭔가의 걸림돌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번의 테스트를 거쳤다는 이야기에 묘한 공감을...그리고 기어코 셰프 확정되고 나서 유명해지는 과정에서도 주방을 뒤엎어버릴만큼의 강력한 '파스타'의 최현욱같지 않아서 더더욱 좋았더랬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따름이긴 하지만..)  일전에 나는 셰프 레이먼킴과 이분의 듀엣 쿠킹타임을 열심히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좋았던건 요리사로서의 거들먹거리는 뭐라고 해야 하나 '나는 전문가이거든' 하는 위압감이 없어서 굉장히 좋아했었다. 물론 요리사가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방법으로 어법이나 말투가 편안해야 할 필요는 없겠으나 세상에는 너무나 신경질적이고 폼을 잡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주방은 전쟁터이고 시체가 죽어나는 심각하고 진지한 곳이라는 것, 이미 유명 셰프들로부터 듣고 공감한지 오래다. 그래도 나같은 시청자들은 요리하는 과정에서 죽일듯한 긴장감을 감정적으로 폭발시키는 건 영 불편하다.

 

아무튼 샘킴의 이 책속에서 나름대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요리라는 건 어쩌면 그 사람을 대변하는 일종의 거울일수도 있겠다. 때론 탐구도 그리고 탐구만큼 진지한 열정도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게 그 사람이 가진 많은 것들의 결정체로 화한 것이라고 볼 때 사람이 매력적이라면 요리또한 매력적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난 샘킴 셰프를 좋아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이 분의 프로그램을 줄기차게 볼 듯 싶다. 

 

 


소울 푸드

저자
샘 킴 지음
출판사
담소 | 2012-12-0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드라마 ‘파스타’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셰프 ‘샘 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kewell

 

 

 

이미 영화가 나왔지만 '영화'는 '영화'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스스로는 데이비드 미첼의 원작소설을 읽어봐야 한다고 예전부터 생각했던지라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를 시작으로 대략 느껴지는 건, 아주 흡인력이 있다고는 못해도 나쁘지 않은 몰입력이 있다는 점..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소소한 기대 정도는 가지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하는 섯부른 판단이 좀 든다.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화면 퀄리티와 영화화된 원작의 묘미를 만끽하라는 평이 지배적인 상황이던데... 이 병렬로 펼쳐지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의 관계성 따위는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싶기도 하고...워쇼스키가 이랬던 적이 별로 없어서 약간 의아하다. 배두나 땜에 영화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결국..

일단 책을 열심히 읽고나서 판단할 작정이다.

 

 

Posted by kewell
Review BOOK/소설2013. 1. 15. 14:00

<언더그라운드 맨> : 믹잭슨.

 

 

 

 

<뼈모으는 소녀>를 통해서 '고딕소설'의 재미에 맛을 들인 독자들은 믹잭슨의 또 다른 걸작 <언더그라운드맨>을 어떻게든 접하게 되어있다. 마치 집으로 가기위해 정해진 노선을 자연스럽게 갈아타듯이 필연적으로 언더그라운드맨에 도달하는 식으로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뼈소녀'에서만큼이나 '언더그라운드맨'에서 엄청난 흥미를 느꼈으리라는 보장은 별로 없다. 언더그라운드맨은 그야말로 '언더스러운' 주인공의 외로움과 쓸쓸함, 자아성찰, 기묘한 자기탐구를 통해 세상을 보려는 운둔자의 행로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둔자로부터 느끼는 뉘앙스들은 폐쇄적이거나 자기탐닉적이고도 복잡한 내면 탐구의 영역으로 옮겨가기 일쑤고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독백의 바다에서 홀로 이성의 돗단배를 펴고 지루함의 풍랑을 견뎌야한다. 어디로 갈지..행여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연민에 휩쌓인 채 표류하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뼈소녀의 기묘한 모험담을 뒤로하고 이런 내면탐구의 시절로 돌아간다는 건, 대중 통속소설의 매니아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쉬운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더우기 이건 믹잭슨이란 작가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기준이 될 테니까..(언더그라운드맨이 문학적으로 훌륭하다는 사실이 뼈소녀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유지시켜준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  위안이라면 그래도 이 작품은 영국의 휘트브레드상을 받은 '수상작'이란 점.

 

문학적인 재능과 스토리 텔링에 관한한 믹잭슨의 노력을 감안한다면 뼈소녀보다는 더 진지할테고 더 고형적일거라는 믿음같은게 자리잡을 테고....그 기대감을 가지고 본다면 초반부에서는 캐번디시의 삶도 뼈소녀처럼 꽤 미스테리하고 괴이스럽기에 드디어 믹잭슨의 고딕재능이 힘을 발휘하는 구나라고 쾌재를 부르실수도 있겠다. 하지만 점차 스토리가 진행 될수록 독자들은 그런 흥미거리로부터 멀어지는 플롯을 보게된다. 읽는 내내 느끼게 된 유사유형의 인물..'쥔스키의 '좀머씨'? 호밀밭의 파수꾼?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시선, 자기를 평가하는 세속적인 기준으로부터의 탈피, 스스로 돌아보며 세상과 벽을 쌓았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인연의 고리들. 결국 무엇인가 쓸쓸하고도 처연한 느낌 (공작의 표현대로 가을이 남겨두고 간 시체들로 가득찬 거리를 보는 듯한)에 둘러쌓이게 된다. 이윽고 아마 공작의 말로가 결코 행복해지지 않으리라는 모종의 안스러움이 서서히 발밑에 밀려들오는 바닷물처럼 잠식한다. 좋은 쪽으로 기대보자면 말이 없지만 숙고적이고도 친절한 주인공이 세상을 더 살아볼만한 무엇으로 인식하여 약간의 소통을 사소하게 시작하는 식으로 결말이 났었어도 꽤 좋은 동화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마음 한켠에 뿌듯함을 가지고 캐번디시의 새로운 사랑을 기대하면서...클레멘트와 어깨동무라도 하고 슬며시 미소지으면서 스케이트 신발을 다시 신으면서 그렇게 마무리를 했더라면...

 

악몽이 침대보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겨놓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무명천이 고독의 찌꺼기를 빨아들였을 수도 있었다. 최근 들어 심해진 잠을 설치는 현상은 완전히 떨어진 줄 알았던 나쁜 감정이 내 몸에 의해 다시 덥혀지면서 또다시 강해진 결과가 아닐까? (38p)

 

우리가 살면서 쌓는 경험은 기억이라는 귀중품실에 안전하게 보관된다. 우리는 이곳에다가 우리의 과거를 넣어둔다. 우리가 보관하는 기록이란 그때그때 모아들인 기념품, 즉 삶의 사소한 성공과 가슴 아픈 실패,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운이 따라준다면)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전부다. 잘 살았다는, 삶이 다했을 때 이정도면 괜찮게 살았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음이라는 거대한 바위턱, 즉 우리의 기억속에 얌전히 보관되어 있는 그 많은 증거들이다. 하지만 귀중품실의 입구가 파손된다면 ? 틈새 어딘가로 비바람이 들어온다면 ?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희망이라곤 없이 영원히 떠돌아다녀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53p)

 


 외로움과 쓸쓸함의 농도가 더 진해지는 건, 외부요인이라기 보단 스스로에 대한 결정때문이라고 믿는 편인데, 노환과 지루함과 달라지지 않는 일상과 재미와 활력을 찾기엔 공작에게 너무 '연인'과 '지인'과 '친구'들이 부족했다. '책상'과 '인체지도'와 '터널'같은 건  정을 터놓을 존재들이 아니다.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할까. 몇 십년동안이나 계속된 지루함의 결정체이거나 변하지 않을 법한 일상사 따분함, 외로움과 고독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담금질에 필요한 촉매제 같은것이겠지 아마.. 물론 생각하시기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세상과 이별하지 않기 위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터널을 뚫고 주유했다고 생각할테지만 나는 터널도 폐쇄적인 자기 기만처럼 보였드랬다. 왜 그는 터널에 흥분했을까. 한발자국이라도 은밀하게 조용히 방해받지 않고 '나다닐 수 있어서?'


공작은 패니 아들레이드와 결혼했어야 했다. 그렇게 되었다면 유년시절의 쓰라리게 아픈 존재감상실에 대한 은밀한 슬픔을 위로 받을 수 있었고 '스노'와의 이별도 덤덤히 인정했을 것이다. 범람하는 유년시절의 잊혀졌던 아픔과 상처에 대한 보호막따위는 그저 공작이 혼자 되뇌였던 독백들로 치유될만한 것들이 아니었던 셈이다.  소설에서 유난히 별처럼 빛났던 건  적나라한 현실인식이 아니라 순수하고 참신했던 그의 표현력들인데,  육체와 영혼을 연결시킨 실, 연을 띄우듯 꿈을 꾼다고 했던 말들. 애들레이드가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고 얼마 안있어 생선조각에 목숨일 잃게된 아이러니함따위에 연연하지 않듯 덤덤히 버텻지만. 사실 그건 버틴게 아니라 계속해서 외로움에 침식당하고 있었으리라.

 

 

내 생각에는 아주 가느다란 실이 닻 역할을 하는 텅 빈 육체와 영혼을 연결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실을 통해 별들 틈에서 노니는 영혼의 진동이 전달되는데, 잠이 든 우리몸은 이를 꿈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자면서 연을 날릴 경우 우리는 연을 날리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연이기도 하다. (78p)


 


언더그라운드 맨

저자
믹 잭슨 지음
출판사
생각의나무 | 2009-07-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느 기이한 귀족의 흥미진진하고도 애잔한 초상!뼈 모으는 소녀의...
가격비교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