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재밌고, 앞으로 읽을 책이 많다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게 뭐가 두근거릴 일이냐고 한다면 딱히 이유를 대기 어렵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설레임 같은 게 있다. 난 아직도 즐길 모험이 많이 남아있다는 그런 종류의 두근거림...마치 블럭버스터 영화의 초반부에서 엄청난 재미를 느껴버리고 나머지 러닝타임을 쳐다보면서 아직도 볼 게 많이 남아있다라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말인데 어디서든 책이 생기면 좋은 일이다. 누가 읽으라고 줘도 좋지만 스스로 읽을 책을 찾아내는 것도 굉장히 기뻐한다. 서점에서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다가 숨겨진 명작이라도 찾게 되면 난 그날 볼 일 다 본 것마냥 기쁜마음 가눌길 없어 진정시킨 가슴을 부여잡고 집으로 총총걸음을 옮기곤한다.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후보책들을 스맛폰 메모장에 주르륵 입력하고 나서 계획표를 짠다. 어느날에는 이 책을 사고 어느날에는 저책을 사고..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출혈 지출이 다반사인데 '책 사는데 돈 아끼지 말자'라고 아무리 외친다고 해도 사실 매에는 장사없다고 읽고 싶은 책을 무작위로 사들이다가 지갑이 비고 다음 생활방식이 구차해지는 것 까지 막진 못한다.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여유있는 재산을 보유했다라고 말하기도 힘들고 사들인 책들을 구비할 넉넉한 서재가있다고 말하기도 힘드니 어쩌면 도에 지나치는 책생활이겠다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책읽는게 마냥 좋으니...사실 책도 책 나름이지만 취향상 어느 특정 분야에 책에 매몰되는 편이 아니라서 기획형 독서를 하려고하면 질리는 습성도 금새 드러나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멍때린다.

 

생일선물로 도서상품권을 나처럼 좋아하는 인간도 별로 없을 것인데 누가 나한테 매달마다 도서상품권 10장 씩 줬으면 좋겠다. (그럴리 전혀 없겠지만서도..ㅎㅎ) 아무튼 난 오늘도 책을 읽고 또 찾아다니고 목록작성하고 차근차근 서재에 쌓아놓겠지만 때론 이런 마음도 든다. 적어도 책을 보는데 있어서 경제적 걱정은 좀 덜했으면 ...먹고 사느라 책을 잊어야 한다는 절박함 같은건 피하고 싶다고...물론 돈이 많고 여유가 있다고 해서 책을 더 많이 읽는 건 결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고려에 의해서 '실망'와 '낙담'을 불러 일으킬만큼 절제가 필요하다. 마냥 책을 살 순 없는 노릇이다보니...

 

어떤 식으로든 책을 사고 읽는 데 보탬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오늘도 강구중이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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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소설2013. 1. 18. 18:00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 : 모리스 르블랑. 성귀수 옮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오리지널 특유의 뤼팽분위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성귀수씨가 탁월한 솜씨로 번역한 까치판의 전집들을 모조리 다 읽어대진 못했다. 정말 좋아하는 몇 편만 듬성듬성 읽었을 뿐이다. 그것도 813의 비밀같은 내용도 꽤 되고 구성도 좋고 인기작중에 인기작이랄수 있는 것을 골라서... 그런데도 오히려 난 어린 시절 읽었던 루팡 시리즈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읽었던 작품들이 어디 출판사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기억속에는 까치판의 뤼팽 이미지와는 좀 달랐다. 더 사악하지도 그리고 음흉하거나 더 범죄자스러운 스낌이 걷혀진 모험가였다고나 할까.(기암성에서의 뤼팽은 중년삘이 좀 나주셨지만  적어도 괴도신사편에서는 청년의 느낌이 물씬...흑진주 사건도 꽤 좋아했던 작품이고, 세븐하트이야기도 정말 흥미진진했다.) 아마 성귀수씨의 완역본이 더 뤼팽 원작에 더 가깝고 더 생생하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왠지 유년시절의 뤼팽이 좋은 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근래에 시리즈가 우후죽순처럼 출간되는 건 아마 저작권으로부터 완연히 풀려서일 것이다. 물론 셜록 홈즈도 마찬가지이고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독자들은 이런 재출간에 반색하겠으나 세월이 지나고 난 뒤에 느끼는 감흥은 몇 십년 전하고 같을 수가 없기에 감동도 반감, 그리고 흥미도 반감되기 마련이다. 책장을 들고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의 1권부터 기암성을 넘어갈 때 즈음, 어렸을 유년시절에 느꼈던 흥미진진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랬다. 이미 나의 상상력과 기괴할데로 날카로워진 현실감각을 탓하며 지루해져만 갔다. 더우기 개인주의적 해결사로만 알았던 뤼팽이 부하들이라니..그리고 숨겨진 장치, 통로...이런건 너무 많이 등장하면 추리소설이 아니라 모험소설이 될 뿐인지라 어린 시절 홈즈와 필적할 만큼 두뇌력을 자랑했던 뤼팽의 정체가 적나라하게 밝혀져버렸다. (지금도 홈즈가 벌이는 두뇌게임, 즉 추리적 패턴을 뤼팽이 수행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아마 추리에 대한 요소가 너무 반감되고 비밀통로, 모종의 장치, 그리고 너무 거대해져버린 부하들의 출연이 뤼팽스토리를 훼손했다고 본다. 그리고 과정의 생략이 너무 많다.)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사랑>이 작품은 숨겨진 르블랑의 유작으로 성귀수씨가 우여곡절끝에 지인으로부터 이 원고를 넘겨받고 번역했다고 알려진다.  아마 뤼패니언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겠으나 사실 숨겨진 유작이라고 해서 그게 재밌을 것라는 보장은 별로 없다. 상징적 의미라든지 뤼팽이 또 다른 모험담 정도의 가치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아무튼 설정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코라 드 레른의 주변 네명의 남자중 뤼팽이 숨어있다. 모종의 사건으로 코라는 위기에 처하고 그의 부는 자기방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라'라는 유서을 남기고 권총 자살을 한다. 이후 아르센 뤼팽은 코라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고 사랑을 얻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르블랑의 뤼팽 패턴을 대략 짐작하고 있어서인지 역시 뤼팽이긴 했지만, 특유의 거만에 가까운 자신감, 그리고 실수와 좌절에 대한 연극대사같은 독백들을 읽게 되면 고전치고는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약간 현대적 색채와 이질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뤼팽을 좋아하지만, 아마 르블랑의 고전 뤼팽은 시대적인 괴리감이 꽤 있다. 아마 이건 취향탓일텐데, 난 스스로 고뇌에찬 뤼팽을 좋아하고 혼자 상상하고 모험을 즐기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왕비 목걸이 사건에서 어린시절 앙트와네트의 목걸이를 탈취하는 라울의 모험. 파티에 나타나선 자기가 아르센 뤼팽이라고 밝히는 그런 반전과 카타르시스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 이 마지막 사랑편은 여전히 뤼팽스럽고 흥미진진하지만 전작들의 위명으로 볼 때 그렇게 탁월하게 재밌는 작품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뒤늦게 르블랑의 유작이 등장했다는 반가움정도는 들지도 모르겠다. ...


cf) 그런데 까치판 뤼팽 전집을 모조리 다 읽고 실망을 하더라도 해야지 드문드문 읽고 실망하는 것 같아서 겸연쩍다. 때가 되면 꾸준히 다 읽어 볼 예정이다. 뤼팽 전집에서 정말 재밌었던건...카리오스트로 편, 그리고 1권 괴도신사, 813의 비밀 정도다..나머진 약간 실망상태...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

저자
모리스 르블랑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5-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7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이야기!괴도 신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kewell
Review BOOK/에세이2013. 1. 17. 14:30

<솔트 앤드 페퍼, 청춘을 위로하는 것들> - 김홍식/웅진윙스
   2010.10.18 출간.

 

 

 

이제는 가보기 어려운 곳이 되었지만 도쿄는 분명 매력적이긴 곳이긴하다. 스이도바시, 신주쿠, 시부야, 이이다바시, 오차노미즈, 아키하바라 등 몇몇군데 밖에 가보지 못했던 것이 뒤늦은 후회로 다가오게 되다니 세상일은 참으로 모를 일이다. 다시 가보고 싶어도 이제는 가기 어려운 곳이 되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개인적인 뭐...) 어찌됐든 도쿄의 일상이 그리워질 때는 오래전 읽었던 이 책을 다시 펼치곤 한다. 이 책에서만큼은 나도 도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버리니까. 동감의 구절들과 이국적 향취같은게 아주 그립다곤 이야기 못할지라도 추억을 재생하기에 수많은 동기부여가 이 책에는 담겨있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청춘을 위로하는 것들'이 가득찬 느낌이었다. 읽을 땐, 나도 그곳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는데 사람이란 아주 색다른 개성만이 점유하는 존재가 아니란 걸 알겠다. 게다가 저자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인디음악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연출가이지 않은가. 도쿄와 인디음악의 공존이라..귀에 페퍼톤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끼고 오차노미즈의 수로를 끼고 거닐어 볼 수만 있다면, 시오도메 라멘을 후르룩 거리며 먹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시부야거리를 다닐 수만 있다면, 지면 속엔들 나쁘지 않다는 걸 읽는 내내 알게 되었다. 동경소년 정도 된 느낌...오래지 않았던 옛일을 회상할 때즈음 저자의 이 책은 그저 자기경험담을 담은 에세이가 아니라 나의 추억이 일정부분 데자뷰된 감정대리자였던 셈이다.


여행 에세이들이 그렇게 인상적인 형태로 책이 출간되거나 하진 않고 아주 예쁜 사진과 여리디여린 감수성을 자랑하기에 급급해서 지면의 활자보다 그림들이 더 많은 책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고 나면 읽었다라는 느낌보다는 그림과 사진을 감상했더라는 뭔가 경치를 굉장히 빠른 기차를 타고 흛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곤한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이미지는 거의 휘발되고 기억창고는 먼지만...아마 내 경험들이 아니어서가 아닐까싶다. 그런데도 <솔트앤페퍼>는 유달리 기억에 강하게 남았더랬다.  고양이 카페도 기억하고 요요기 공원도 떠오르며 메구로 강가, 기치조지 이노카시라 공원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열망 같은게 남아서 였을수도 있겠고  일본의 하네다 공항에서 모노레일통해 도쿄까지 가는 동안 특유의 페이퍼 냄새를 개성적으로 받아들였던 기억같은게 오버랩되서 일수도 있다. (이 냄새를 떠올리면 난 도쿄 한 복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이 책의 특이점은 에세이 내부에 인디음악에 대한 애정을 심어놓았다는 정도. 그리하여 부록으로 무려 OST 시디를 붙여놓았드랬다. (개인적으론 책에 CD부록주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책에 시디케이스 비닐을 붙여놓는 건 망할 짓이란 생각도 좀 있고, 이렇게 구입한 시디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저자의 인디애정이 절절하게 다가와 난 일부러라도 이 시디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디어덱까지 동원하진 못했어도 PC의 시디롬에 넣고 스피커을 잔잔하게 다듬은 다음 DEB의 음악에 귀를 열어두었다. 아주 생경한 건 아니었고 예전에 패러럴문(Parallel moon)을 듣긴했었다. 인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지만 아무튼 특이한 컨셉의 에세이란 느낌은 든다. 아무튼 지금도 가끔 이 책을 읽을 땐, 집에 조용히 음악을 켜두고 아침 햇살이 창가에 스며들게 한 후 자리를 편하게 한다. 그리고 지면의 장소로 점프하곤 한다. 음악도 좋고 저자의 나긋나긋하면서도 덤덤하고 감성적인 어투도 매력적이다. 에세이를 읽어야 한다면 이런 책이 나에겐 제격인 듯 싶다.

 

 

 

 


야키도리에 뿌려진 솔트 앤 페퍼의 풍미를 떠올리며 ...

언젠가는 다시 가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혹시 책을 한 3백번 정도 읽으며 가게 될 운명이 끈이 연결되지나 않을까하는 망상도 가끔 들만큼 흡사 타임포탈같은 책이다.

 

 

 


 

저자 : 김홍식
 밴쿠버 필름스쿨에서 연출을 전공, 2005년부터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이끌려 도쿄를 오가면서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에게 도쿄는 촬영 장소이자, 지친 스케줄 틈틈이 숨통을 틔워주는 아지트, 아이디어를 샘솟게 해주는 보물상자이기도 하다.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인디음악이 좋아 시작한 ‘인디투고Indie to go’는 인디뮤지션들의 리얼 퍼포먼스를 원신One Scene, 원테이크One Take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이다. 박지윤,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페퍼톤스, 노리플라이 등 50여 팀이 참여하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가 연출한 인디투고는 2008 삿포로 단편영화제, 2009 도쿄 단편영화제에 초청·상영되었다. 그밖에도 체리필터, 김경호 등 30여 편의 뮤직비디오 연출과 올리브TV의 ‘스타일 다큐’, 컨버스convers, 갭gap 광고 등의 연출에 참여했다 (www.kyobobook.co.kr에서 발췌)

 

 


 

목차

 

솔트 앤드 페퍼: 신주쿠 오모이데요코초
밤이 깊었네: 시오도메 라멘
타인의 취향: 시모키타자와 스티커숍
Coffee to Go: 지유가오카 테이크아웃 카페 바 무라초
사랑한다는 말: 세이조 대학 벚꽃 거리
오늘 고마운 하루: 요요기 금붕어 카페
음악과 여행 사이: 시부야 디스크 유니언
사랑의 롤러코스터: 도쿄 돔 시티 롤러코스터
작은 고양이: 히키후네 고양이 카페
My Favorite Things: 에비스 카페 뤼 파바르
나의 안티에이징 스팟: 요요기 공원
봄의 멜로디: 메구로 도리 가구 거리
연애시대: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
여름의 조각들: 나카메구로 메구로 강가
브라운, 브라운, 브라운: 기치조지 이노카시라 공원
보통의 날들: 가쿠라자카 카페 조르주 상드
노스탤지어: 가쿠라자카 우드맨스 케이크
화양연화: 가사이린카이 공원 대관람차
기억편린: 우라하라주쿠 캣스트리트
슬럼프: 진보초 고서점가
모두가 록스타를 꿈꿔야 하는 건 아냐: 오차노미즈 악기 상점가
기억하지 못할 순간: 고엔지 카페갤러리 하티프낫토
웃으며 안녕: 고엔지 팬케이크 데이스
이토록 뜨거운 순간: Flight No. OZ 1035

 

 

 

 


솔트 앤드 페퍼

저자
김홍식 지음
출판사
웅진윙스 | 2010-10-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의 솔트 앤드 페퍼는 무엇인가요?인디뮤지션의 리얼 퍼포먼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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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