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6.24 Book Pantry - 6월 3주차
  2. 2013.02.16 코드명 헬싱키 : 카모메에서 오뎅우동을 먹어라.
Book Pantry2014. 6. 24. 15:41

1. 

구스타프 마이링크<골렘>을 읽었는데 묘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판타지로서의 골렘을 떠올리면 라이트 노벨스러워도 충분히 이해할만했는데 의외로 정신적 세계와 환상문학을 방풀케하는 기묘한 정신 세계라니....이윽고 말미에서는 지루한 정신탐구의 영역을 벗어나서 스토리적인 반전도 보여줬다. 그러고 보니 보르헤스나 알베르토 망구엘이나 마이링크나 '카발라'적 정서를 물씬 느낀다. 영혼의 천착하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읽고나면 힘이 주욱 빠져버린다. 종교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지만, 문학적인 관점에서는 생각해볼만하긴 하다.  그나저나 중간에 골렘이 페르나트고 페르나트가 잿빛 모래로 부숴져 내려앉는 상상을 혼자 하고 있었다. 너무 만화를 많이 봤나 


2. 

하루동안의 외출 때문에 급히 들고 나간 책, 이노우에 아레노<양배추 볶음에 바치다>였다. 일본 소설적이란 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소소하며 인생을 돌아보는 듯한 성찰적인 깨달음이 늘 비치되어있곤 한다. 영화쪽도 마찬가지였다. <카모메 식당>도 그렇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그랬다. 일본소설의 잔잔함을 그리워할때도 있긴 한데 어떤 점에서는 시트콤 처럼 한회나 두회분량으로 인생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것 같아서 우화적이고 동화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감정 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사실 삶에서 어떤 종결이나 결말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카프카적인 결론이 더 흔하지 않나. <성>도 그렇고 <소송>처럼 말이다. 대개 우리는 현실에서 결말을 보기 어렵다. 여전히 엔딩은 요원하고 뭔가 혼란 진행 중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3. 

앞서 이야기했던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말고 기자라 이즈미<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도 연달아 읽었다. 뭔가 소소해보이는 가게가 있고 거기에는 숨겨진 에피소드가 있고, 그 에피소드의 전말은 '절망'을 겪고 낙담해버린 등장인물이 어떤 음식과 사물이 매개체가 되어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는...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양배추 볶음이던, 우동이던, 카레던 뭐든지 일단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초입에서 '절망'을 겪어버린 주인공들에 대해 직접적인 대면을 피하고 캐릭터는 딴청을 부린다. 나 상처받지 않는 인간이야 언제나 즐거워 하하하 그러나 알고 보면 지독히도 슬픈 사람이고 상처가 아물지도 않는 사람이란걸 알게 된다. 대략 30페이지 남짓 지나면 음울한 분위기가 캐릭터에 둥둥 떠나닌다.  모리사키 서점은 애인으로부터 '결혼해'라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고, 양배추 볶음에서는 남편으로 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어젯밤의 카레에서는 남편이 황망하게 떠나버린다. 분명 일본사람들은 가슴속에 미처 표출하지 못한 절망감과 슬픔을 안고 삭히며 일상적인 것들로 치유를 받는 이런 스토리를 선호하는 듯 싶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도 힐링된다고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다. 


4. 

카프카의 <성>을 다시 한번 읽고 있다. 어렸을 땐, 이 책으로부터 어떤 것도 느끼기 어려웠다. 굳이 실존적인 게 뭔지 알지 않았어도 성을 대면하는 K의 심정이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세상의 모든 샐러리맨들은 '성'이란 조직사회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틀린 소리는 아니겠지. 공직사회에 있었다던 카프카는 아마 그런 부조리와 고리타분함을 그 '시스템'(?)에서 느꼈던 것 같다. 묘하게도 안티시스템적이었던 하루키의 심정이 토로된 글에서는 카프카의 성을 인용할 만큼 반항적이다. 성이나 소송은 나이가 좀 들어서 읽을 수록 더 절절하지 않을까. 하루키도 시스템화 되버린 세상에 반감을 품고 글을 쓴다고 했으니까...성에 들어가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K의 심정이라면 우리들도 그에 못지 않을만큼의 관료사회적 마인드를 품고 있는거다. K가 말미에 '너네들 따위에 굳이 승인을 받을 필요없지 나는 나만의 길을 가겠어 라고 떠나버렸다면 이렇게 까지 유명해졌을까. 


5. 

혼자서 러브 크래프트의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읽고 그만 생선요리를 못먹었다. 비린내가 나지도 않는데 그 비늘과 눈동자라니...내 겨드랑이에서 비늘이 돋는 느낌이다. 이게 만약 랜돌프 카터였다면 픽맨들의 도움을 받아 생선괴물들을 다 무찔러 버렸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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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

얼마 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을 그윽하게 보고 나서 '다시 한번 가봤으면 하는 마음을 고이 접어 두었드랬는데 ' 별다른 기대 없이 지내다가 내가 방금 먹고있는 '오뎅우동'과 '베이컨' 오니기리의 값을 지불하고 나서는 순간 식당이름이 '카모메'라는걸 알아채렸다. 간절한 바램은 간혹가다가 추접스럽고 민망스럽지만 유사 짝퉁이 되었을지언정 어떡해든 비슷한 모양새라도 만들기 마련이라고 어디 '마법책'에 써있을 것만 같다.  재빨리 하늘을 봤는데 가히 이정도면 헬싱키 못지 않은가. 파랗고 높고…공기는 살갗에 부딪혀서 차가운 크림막을 만든다. 오늘 이 크림막을 '헬싱키 글레이징'이라고 해둘 판이다.  슬쩍 카모메 식당도 봤겠다. 사치코 아줌마라도 근처에서 갑자기 나타날까싶어 두리번 거려봤지만 역시 여기 카모메의 주인 마나님은 사치코보다는 훨 미인이시다. 더 젊기도 하고… 쿠폰달라고 하다가 '서명 먼저' 라고 하시는 바람에 약간 민망했지만, 영화 카모메의 그 분위기 못지 않다. 


마침 내 귀에 꼽힌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말해요 우리' … 오래전 모스코바에서 헷짓거리를 하다가 비자만료로 슬쩍 핀란드 찍고 돌아와야 해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비자연장은 타국에서 하루만에 발급이 되었드랬다. 인접한 핀란드로 건너왔다가 하루만에 들어가는 마치 유럽에 파견된 정보요원마냥 긴박하게 움직였다는…) 그런데도 그 핀란드, 헬싱키의 반나절을 기억한다. 차가운 공기, 그리고 높은 하늘, 한적한 거리. 스산하고 차가운 빛깔의 가게들. 외관은 얼음궁전같은 한기였지만 내부는 스팀뿐어져 나왔던 그 호텔하며… 가끔 이런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유럽에 파견된 정보요원이 핀란드에서 숨어지내다가 카모메에서 우동한 그릇을 먹다 식당과 연결된 전세계의 '카모메'라는 이름의 식당 포털로 이동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전세계를 돌며 정보활동을 벌인다는 뭐 그런 황당한 이야기. 이 소설의 제목은 '코드명 헬싱키 : 카모메에서 오뎅우동을 먹어라!! ' 뭐 이런거….ㅎㅎㅎ  


토요일 오후 잡생각이었다. 날씨는 좋지만 이제 좀 추위는 가셨으면 싶다. 그리고 이런 날씨에는 유독 '카모메 식당'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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