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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4 하늘을 가로지르던 쌍엽기 이야기.
Espresso minutes /10 minutes2013. 10. 24. 13:30

밤은 연기처럼 피어올라 계곡을 매우고, 마을은 불을 밝혀 별자리처럼 인사를 나누는 광대한 밤, 하늘을 가로지르던 쌍엽기의 이야기를 며칠간 눅눅히 읽었다. <야간비행>(Vol de nuit)<남방우편기>(Courrier sud) 이야기다. 오래도록 두고두고 읽을 가치가 있다던 친구말을 따라 마지못해 첫장을 넘겼는데 그만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딱히 어떤 책을 읽어야할 연령대가 정해져있다곤 생각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 진득한 이야기를 좀 더 어렸을때 읽었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후회가 남는다. 


샬롯 브론테에밀리 브론테, 디킨즈, 루이스 캐럴,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시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기어코 '위대한 개츠비'를 자기 책에서 인용하지 않는한 피츠제럴드의 책은 먼지를 뒤집어쓰기 마련이고 뮤지컬 '두도시 이야기'가 히트치지 않는 이상 디킨즈에게서는 스쿠루지 할아버지만 떠오른오를 뿐이다.조니뎁이 그로테스크한 모자장수로 나왔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야 두말할 나위도 없지 싶다.


세월을 이겨낸 강철같은 스피릿이 책들에 베어있다고 허풍이라도 떨어볼까 했지만 그 내밀함은 개취를 따라 호불호가 갈릴테니 추천은 사실 부질없다. 그저 읽고 싶은 이들은 읽는거고 귀찮은 이는 안읽게 되겠지. 오백마력 엔진의 전류가 강철같은 비행 동체에 숨결을 불어넣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피부를 선사해 살아숨쉬는 무언가가 되버렸다는 파비행의 고백을 자금의 시절에서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느껴야 한다면 '야간비행'을 밤낮없이 읽었다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라도 봐야 할 판이다. 다행히도 그 어스름한 코발트 컬러위로 하늘을 가르던 비행기의 무덤을 보면서 '야간비행'을 떠올린 건 나 뿐만은 아니었나보다. 늦은 저녁 편안한 마음으로 밤하늘을 보면서 '야간비행'과 '남방우편기'를 읽는건 색다른 느낌이리라.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