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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2 마크해던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어쩌고를 읽다가..
Espresso minutes /10 minutes2013. 10. 12. 22:35


'마크해던'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읽는데 왜 뭉클뭉클한건지 모르겠다. 나이를 한살두살 먹어갈수록 철벽같던 심장이 한여름 하드마냥 흐느적거린다. 청승과 추잡을 오고가는거야 본능의 영역이라고 안위할수는 있어도 그것도 한두번이지 가끔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던 사춘기의 소년처럼 살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세상의 삶이 돌고도는거라면 언제즈음에선 최고의 성숙기가 있었을텐데 난 이미 그 지점을 지나 내려오고 있는 걸까..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걸까. . 별다른 건 없고 날씨는 스산해지고 잎은 누렇게 창백해지고 그러니까 도지는 게 아닐까.


아무튼 최근 심상치 않은 욕구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첫장을 넘기는 순간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더니만 머리속을 꿰뚫는 어떤 깨달음탓에 책장을 뒤져서 조그만 페이퍼백을 찾아냈다. 그랬던 거야. 원서로 몇 년전에 이미 읽었던 책이었던 게다. 내가 기억하는건 분명 개가 꺼꾸로 그려진 오렌지색깔의 얇은 책으로...그리고 내가 최근에 읽은 책은 양장에 그래도 아주 얇지는 않은 책으로...그러니까 난 같은 책을 두번이나 읽었다. 한번은 영문으로 또 한번은 한글로...일부러 그러려고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어줍잖은 우연이라니....


바보인증을 한 꼴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 경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 적어도 영문에서 느꼈던 스며들던 애잖함을 기억하고 있었고 영민하나 문제가 있었던 주인공의 순수함을 떠올렸다. 분명 한글로는 더 선명하고 더 의도적인 느낌을 알 수 있었겠지..내 감성은 알아먹었을 거다. 그래서 원서의 뉘앙스가 사라지지는 않았구나라고 안도했나보다. 그리고 최근 읽었던 채들 중 이만한 책이 최근에 나와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이 부수적으로 생기는 경험을 했다. 마크해던은 역시나 내 스타일이었나보다. 어떻게든 다시 읽게 되다니...그래도 겉표지는 제법 번역판이 더 적확하지 않나. 실제 웰링턴은 저렇게 죽었었지..이건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 스릴러가 아니라는 점....이건 화자의 관점에서 비밀스런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의 서사가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라는 찬사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고 다시 읽으면서 깨달았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