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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07 환상문학 읽기

워싱턴 어빙<알함브라>를 읽고 있다. 


요즘은 계획하에 책을 읽는다기보다 그냥 제멋대로 내키는데로 무턱대고 집어들게 된다. 그러다보니 스토리도 엉키고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같고 머리가 뒤죽박죽 되는 느낌인데 그래도 딴에는 읽고 싶은 걸 읽어야 졸음도 줄고 동기부여도 되다보니 자꾸 잡스럽고 정신사납게 읽게 된다. 좀 특이하다면 최근에 환상문학계열을 줄창 읽는다는 거다. 읽을수록 묘한 재미가 있지만 굳이 판타지여서 그런건 아닌듯 싶고 뭐라고 해야할까 말로 형언하기 힘든 초월적인 어떤게 느껴져서 잠시동안 절절한 지금의 피곤함을 몰아내주는듯한 효과 때문인 것 같다. 왜 그런건 있지 않은가 고전문하게서는 등장인물이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현실앞에서 마치 고고한 혼자만의 양심과 영혼의 부르짖음을 장신구처럼 매달고 자기고양에 사로잡혀 현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데 이상만 높은 어떤 캐릭터의 자기성장내지는 파멸의 이야기들로 묘사되는 것 말이다. 솔직히 이런건 간접경험 카테고리에서도 지나치게 반복적인 메뉴다. 


<단테의 신곡>, <천일야화>등을 읽으면서 몇몇 단어들에서 풍기는 페르시아와 이슬람적인 뉘앙스, 그리고 은밀하게 펼쳐지는 마법과 신비의 세계, 그로테스크한 판타지들. 이런 내용들에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때, 앞서 이야기했던 그런 피곤함과 고단함을 느낄겨를이 없다. 아마도 기억에는 보르헤스의 <픽션들>이 기점이었던 것 같은데 이후로도 <아발론 연대기>의 엑스칼리버와 멀린 스토리,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을 읽고 러브크래프트의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을 찾아읽게 되고 , 알베르토 망구엘이 극도로 칭찬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나라의 앨리스>의 알수없는 문장들의 이면을 곰곰히 되씹게 되며, <오딧세이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이탈노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도 묘한 꿈의 기시감을 느끼며 현실에서 읽는다는 묘한 느낌이 있다.


어쩌면 현실부정적이어서 그런건 아닐까라고 생각도 해봤는데..아무렴 어떨까. 그런건 별로 중요치 않다. 읽을때 재밌다는게 중요하고 그러다보면 난 또 이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갈테니..어차피 책의 모험이란 이런게 아니였던가.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