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숲'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2.02 노르웨이의 숲 : 읽을때마다 해석이 달라진다는..
  2. 2013.11.30 이런 걸 누가 읽어

지난주 막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또 읽었다. 이젠 몇 번째 읽었는지 세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이 읽어버려서 이젠 새로운 뭔가가 느껴질 것도 없겠다싶은데도 뭔가 다른 느낌이 들곤 한다. 처음만 해도 나오코와 와타나베가 닮아있다고 그리고 둘이 어쩌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지독히도 서로에게 안맞는 커플이라는 생각만 강하다. 그리고 와타나베가 서두에서 '나오코가 자신을 사랑하지조차 않았다'는데서 강한 절망감을 가지는게 굉장히 '위선'적이라는 느낌이 불쑥 들었다. 자기도 나오코를 그런식으로 생각했으면서...바보같이...미도리나 잘 챙길 것이지...하면서 말이다. 


이제와서 생각인데 함부르크에서 모든게 플랑드르파의 그림같네 어쩌니 하며 분위기잡을 때조차도 와타나베가 '혼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밀어닥친다. 그러니까 나오코가 어떻게 되고 미도리에게 전화를 하고 뭐 이딴 것들이 다 정리되고 혼자서 뭔가를 깨닫고 성장했던 게 아니라 그냥 트라우마로 남은 채 표류하는 늙어버린 와타나베같은 느낌도 중간에 들어버렸다. 가끔은 개성적이고 험프리 보카드적이면서 호밀밭의 파수꾼스러운 '쿨'함이 장기였던 와타나베가 그럴듯하다고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하츠키나 나오코나 기즈키스럽게 변해가지나 않나하며 안타깝게 바라본다. 차라리 나가사와 같았더라면 좋았을텐데..그나저나 와타나베 곁에 지금 미도리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아직도 궁금하다.  


이거 무슨 응답하라 1994의 나정이 옆에 쓰레기가 있는건지 칠봉이가 있는건지 궁금한 거랑 유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약에..만약에 미도리가 없다면 와타나베는 불행한 거겠지. 노르웨이의 숲 ...오래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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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lla Essay2013. 11. 30. 09:27

맨스필드<가든파티>를 읽고 토마스만의 <트리스탄>, 그리고 조이스<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었다. 조지프 콘래드<어둠의 심연>도 괴이한 패턴으로 읽혀버렸고 이제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을 차례가 되었다. 늘상 생각하지만 이게 무슨 유행도 다 지나버린 미친듯이 괴이한 취향때문에 읽고 그러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번 즘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표현대로 '이런 걸 요새 누가 읽는다고' 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런걸 누가 읽어라니...내가 읽지..피식피식 웃음이 나는데 그렇다고 이런 책들을 읽어야 뭔가 마음속에서 빈 공허함이 채워지고 허무한 공복감에 한 줌의 포만감이라도 줄수 있다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런건 애초 부터 없다. 


그냥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기 좋아서다. 읽으면서 스쳐지나가는 쓸데없는 생각들. 평소에 생각치 못했던 오래되고 녹슨 회로들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생소하면서도 짜증날것 같은 미지의 영역에 와 있는 듯 해서지..읽어서 내마음의 양식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한대 때려줄만큼 짜증이 솟아오르곤 한다. 난 책을 읽어도 마음의 양식, 인문의 소양같은게 레고마냥 탁탁 조립되어서 레벨없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걸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유틸리티 어플 다루듯 책도 읽나보다. 이걸 읽어서 내 이쪽 지식의 레벨을 업글해야겠다라고 그리고 나서 이쪽도 관심을 가져서 사람들과의 지적경쟁에서 뒤지지 말아야지 그러나보다. 


다 귀찮은 일이다. 읽은 것을 가지고 키재기를 하자는 것들. 어쩌면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해악스러운 풍토 아닌가. 게다가 이런 허영이 잘못 길을 들어서는 날에는 알수 없는 기괴한 자기오만과 합리주의에 빠져가지고 남들이 어떤걸 주장하는 꼴을 보기 힘들어한다. 난 진리를 탐구하고 정의가 무엇인지 안다고 말하지만 그게 진리인지 정의인지는 그 당사자의 관점에서는 아주 흐릿할 뿐이다. 선명한 스틸컷은 오로지 주변 이웃들에 의해서 판가름 난다. 대중들과 괴리적인 시선과 취향을 가졌다고 특별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괴팍한거고 보통 재수없는 부류들일 뿐이다. 뭔가 특별하고 뭔가 남다르고 자기만의 길을 간다고 해서 개성적이고 자기정체성 분명한 인간이라고 자위할 필요도 없다. 솔로몬 조차도 자기가 뭘 하는지 몰랐는데 


어느날인가 친구놈이 와서 스티븐 디덜러스에 대해서 몇마디 말을 했다. 맞다 조이스의 그 디덜러스. 애늙은이처럼 초장부터 사색의 늪에 빠져서 세상을 통달한 것처럼 지면을 관통했던 <젊은 예술가의 초상>속 그 인물 말이다. 그리고 친구놈이 그랬다. 자기 여친이 그 디덜러스를 꽤 좋아한다고 그래서 자기도 하루밤새 그 책을 다 읽었단 이야기다. 재수없지 않아. 디덜러스. 누가 그 나이에 그딴 생각들을 하고 살아 놀게 얼마나 많고 친구들도 많은데 누가 그딴 사색들을 하고 사냐 말이야 .  재수없지 나도 한동안 그놈만큼 재수없는 놈을 본 적이 없을 정도야 그러고도 젠채 하는 그 분위기만 봐도 토가 나올거 같을 때도 있었지 하지만 그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슬쩍 달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 있잖아 그렇게 내려다보기 싫어서 그렇게 창백해진거 아니냐는 뭐 그런 폼재는 구절정도 읇조려주면서 난 이해한다는 뉘앙스를 흘려줘 





확실히 디덜러스는 재수없었다. 퀴퀘그가 더 솔직한 거지. 그렇게 보자면 와타나베는 머저리에다가 마음의 병이 있는 우울증환자고 나오코는 진작에 치료받았어야 하는 중증환자고 그런거지 호밀밭의 걔도 정상적이진 않았다. 세상의 수많은 부류가 있다지만 적어도 문학속에 나오는 인간들이 이렇게 탈대중적이란건 어쩌면 작가들이 자기분열을 하되 어떤 비대중적 일면만을 노리고 사람들이 간접체험이라도 해보슈라고 적어대는 일종의 인생극장같은게 아닐까. 그렇게 살았다면 그렇게 삶의 한순간하나하나 의미와 치열한 감성의 회오리속에서 밥쳐먹고 쓸데없는 공상따위를 하는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대소사가 있어서 다들 그런 본능들을 숨기고 사는건가 싶었다. 


그러다보니 요즘 유행적이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행여 친구들이 한마디하던게 두마디가 될거 같아서 게름직하다. 야 넌 그게 재밌냐 요즘 이런걸 누가 읽는다고 ...혹시 닉혼비가 말했던 그럴듯한 곳에서 지적허세질이나 하기 좋은 그런책들만 골라 읽는 머저리들의 틈에 끼인거 아니냐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한번 골똘이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닌거 같다. 난 적어도 어디가서 책 이야기는 잘 안하는편이고 누구한테도 책을 빌려주거나 하지도 않고 주절대는건 오로지 여기 이 블로그 뿐이다. 블로그에 있을땐 내가 누구인지 아는 인간들도 없는데다가 나는 책을 덮으면 농담따먹기나 하는 평범한 수다쟁이 일뿐이다. 


다만 읽는건 그저 읽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뭔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생각해보고 경험하지 못했던 본질적인 뭔가를 줏어먹는 느낌으로 읽을 뿐이다. 인생을 짧은데 욕심은 많아서...그러다가 재미없어지면 책이고 뭐고 다 집어치워 버릴 작정이다. 그러보면 난 책을 사랑하는 인간은 결코 될 수 없겠다.  그냥 자기방향성 없이 읽는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독서쟁이 일 뿐이지 근데 요즘책도 몇개 집어 읽어봤는데 재미가 별로 없다. 누가 추천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밤과 새벽과 아침의 눅눅함이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해오는 이런 어둠의 계절에서는 '재미'가 보장되지 않는 어떤 책을 읽는다는건 정말 쓸데 없는 짓이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