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lla Essay2013. 7. 26. 15:20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권 -크툴루 신화-(황금가지) : '크툴루의 부름' 편까지 읽음

2.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 다 읽었음

3.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 다 읽었음.

4.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오카자키 타쿠마-(소미 미디어) : 30p 정도 읽는 중

5.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오리코 시와-  (디엔씨 미디어) : 20p 정도 읽는 중.

6.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비즈니스맵) 약 반정도 읽음.




이러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을 다 읽을 듯 싶다. 하루키의 책을 열렬히 좋아해서 반드시 안읽고는 못배기겠다라는 마음가짐은 없는데도 그냥 읽게 된다. 매일 아무생각없이 삼키는 캡슐 비타민처럼 말이다. 아마도 젠체하지 않는 특유의 담백한 문체가 좋아서일수도 있고 정서적으로 환기되는 휴식같은 즐거움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물론 에세이에 한해서지만...(소설은 다른 이야기다.) 문학동네에서 내 준 에세이 시리즈는 검은 하드커버로 그럴듯하게 나와줘서 예전에 시리즈로 구입을 해놓은걸 차례차례 하나씩 조각케익 꺼내먹듯 읽고 있다.  문학동네판 에세이는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그리고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이렇게 2권 읽었고, 비채에서 내놓은 또 다른 에세이 시리즈 3권은 다 읽었다. (저녁무렵의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에세이 8권, 그리고 재즈 리뷰 2권인가 그렇고 단편소설들까지 더하면 꽤나 읽은 건 사실이다.  


레이시 이야기를 다읽고, 하루키 에세이도 다 읽고나니 소설과 에세이가 지루해져서 예전에 읽다가 잠시 둔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 한 챕터를 읽었다. 4장 무지의 필드편인데 의외로 잘 읽혀져서 당황했다는...이유인즉슨, 지난번 읽을 때, 굉장히 따분하고 지루해서 한장 한장넘기는 게 고역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번엔 굉장히 잘읽혔다. 아마 빌리빈의 천재적인 안목을 반영한 영화적 감동을 이 책에서 기대했었나보다. 그러기에는 너무 다큐멘터리 comment 같아서 (가끔 읽다가 '서프라이즈'의 이야기를 해설하는 걸 글자로 듣는 기분이었다.) 드라마틱한 반전같은 걸 기대하기는 어려웠는데 소설을 읽고난 뒤라 그런지 덤덤한 문체뒤에 기이한 동감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한편, 책을 중간중간 사두는 편인데 라이트 노벨은 왠간해서 집어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스무리한 두권의 책을 쌓아두었다. (순전히 불량식품 하나 빨아보자라는 불순한 의도였다.) 하나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그리고 이번에 신규 등장해주신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뭐 이렇게 제목들에수첩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라며 시니컬거렸는데도 (아마도 일본특유의 라이트소설 네이밍이 아닐까. 판에 박혀버린 일종의 습관성 제목붙이기의 희생양 정도..? ) 의외로 두권의 책들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두개의 책이 좀 질감이 다른데 하나는 그야말로 호기심을 당기는 라이트 노벨속성, 그리고 탈레랑은 묘하게 문학적 냄새가 슬쩍 풍겨서 놀랐다는...번역을 보아하니 '양윤옥' 여사시다. (1Q84의 그 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전담 번역가인걸로 기억.... 탈레랑도 맡겼나보다. 이 두권은 좀더 읽어봐야 진면목이든 뭐든 알 수 있겠다.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사다놓고 읽지 않아서 큰 맘먹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대략 크툴루의 부름까지 읽었는데 플롯은 포기하고 오히려 기괴한 네이밍들이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트 원이 나오고 크툴루가 주문으로 불려나오며, 네크로미콘, 미스캐토닉이 등장하면 정신이 바짝 조여드는 기분이다. 사실 로저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에서 듣게된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이 궁금해서 크래프트저작들을 읽게 된건데 의외로 그 세계가 깊어서 놀랍고 생생한 묘사가 그럴듯해서 다시한번 감탄하게 된다. 도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에드가 엘런 포도 정신착란에 시달렸는데 혹시 러브 크래프트도 기괴한 상상력이 그의 정신을 갉아 먹었던 건 아닌지....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