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culture/Sunny's Radio'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3.03.10 집시의 시간 - 박주원
  2. 2013.01.21 바닐라 유니티 (Vanilla unity)
  3. 2013.01.07 Jazz & Spanish의 박주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박주원이 출연했을때, 아마 '음반을 야심차게 냈다'라고 유희열이 칭찬했지만, 오히려 박주원은 당시 '내긴 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다'라고 밝힌 적이 있었드랬다. 라이브 연주나 이곳저곳 불려다니는 상황은 '장인'의 경지를 연상시킬만큼 인정받는듯한 느낌이었음에도 역시 음반은 다른 이야기란 뜻이었나보다..사람들은 쉽게 감동할지라도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 더우기 요즘은 CD사기를 크리스마스에 케익사는것처럼 '연내 행사'로 취급하는 수준인지라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안스럽다.

 

중요한건 그래도 난 샀다는거다. 내 돈내고 내가 직접 사고도 부족해서 닳도록 들었다. 지금도 듣고 있고. (2집도 역시 있고) CD트랙이 LD판과 같다면 아파 지금즈음 열화되서 작살이 났었어야 할텐데..아직 문제도 없으니 듣는데는 유효기간이 충분하다는 점이 안도가 된다.

 

음반은 약간 알려진 박주원의 라이브와 다른 뉘앙스들이 있다. 전제덕씨와의 협주 동영상만큼 날 것같은 생생함과 활역이 덜하나 CD다운 따뜻한 사운드가 가미되어져있는데 이건 아마 첫앨범에서 오는 지나친 심혈이나 조심스러운 고려들때문에 생겨난 또 하나의 특징이 아닐까싶다. 나쁘진 않지만 어떤 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결과물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왜냐면 박주원의 진가는 라이브 콘서트에 있으니까..손으로 기타를 튕기는 그 손맛과 어쿠스틱한 사운드들 삑삑거리는 코드진행같은... 왠지 앙상블을 이루는 듯한 노이즈들 조차도 일부러 듣는 편인데... CD에는 안들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자면 사실 'Night in Camp Nou'같은 건 전제덕과 협연했던 라이브영상보다 좀 덜 열렬하고 정엽의 피쳐링때문에 전형적인 'JAZZ, 유사하게나마 팻매스니스럽게 잔잔하고도 경쾌하게, 그리고 소소하게 깔려버렸다. 강렬함을 뒤로하고 발톱을 약간 숨긴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동쪽으로 가면 우리집이 있다' 같은건 고풍스러운 경음악같지만 태양이 내리쬐는 스페인의 지중해가 떠오르고 점심나절에 아른거리는 거리풍경같은게 떠오른다. 활력있는 시장광경과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 오며가는 자전거들...Made in France는 기타특유의 '어쿠스틱' 질감더 더 진해져있고 말로의 피처링때문에 역시 Night in camp nou와 유사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것도 사실 모던재즈와 현대 인스투르멘털의 전형적인 편안함이 두드러지긴한다. 특히 J's Theme는 잔잔하면서도 옹골진 진행으로 거칠고 날카로워진 정서를 눌러주는 효과가 있어서 자주 켜놓고 일을 하곤 한다.. Ant ParkPor Una cabeza도 역시 잔잔하거나 혹은 휴식을 취하면서 듣기에 좋은 편안함이 있다. 소리가 단선적이지만 복잡하진 않고 그리고 어지럽지 않다. 전체적으로 토요일 오후 편안한 외출같은 느낌이 드는 음악들이라 친구들에게 자주 권하는데 뭐 다들 나같지는 않아서.....^^

 

요즘들어서는 그렇게 좋은 명반들을 듣기가 어렵다. 구하기도 어렵고 귀에 잘 적응도 안된다. 뭐든 취향과 타이밍이 적절해야한다는 개인적인 수많은 이유들이 있겠으나 가끔 공통적이고도 공감어린 어떤 음악들도 분명 있으리라고 믿는 편이다. 마치 이 박주원의 첫앨범 '집시의 시간'처럼...여전히 듣기 좋으며..여전히 따뜻하며..여전히 편안한..그런 위로같은 음반들을 작금의 계절에서 쉽게 만나기란 쉽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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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유니티>(Vanilla Unity) -2004


정통 고전소설의 한대목을 붙잡고 걸쭉한 에스프레소를 음미하듯 정서를 주저앉혀놓고 나면 한동안 이런 생각이 떠나가지 않게된다. '세월이 많이도 흘렀고 나도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서 이젠 모든 사물들의 무게가 왠지 더 무거워 내려앉아버렸다' 라는 느낌. 그래서 말이지만 고전스럽다는 것에 대한 덕목이 명료하다고해서 그걸 일부러 찾아 고귀한 가치인양 보듬어 안고 살기엔 너무 천편일률적일 것이라고...( 고전이란건 일부러 찾아봐도 지겨운 그런 거였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들이 인디팝을 듣다보면 더 심해진다. 하드록에 대한 추억들은 나의 경우 썩 좋지 못하다. 록의 진정한 가치까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록매니아를 일삼았던 친구들의 입장에서 보면 록스피릿에 근처에 가지 못하는 편견 소유자였기때문이다. 일단 록은 나에게 너무 무겁고 너무 시끄러우며 너무 난해했다.

 

 

다행히도 록에 관련한 페이지가 줄거리 전환을 위해서 다음 챕터로 넘어갈 무렵, 얼터너티브와 프로그래시브에서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나같이 어쩡쩡한 계층을 당황시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건즈앤 로지스만큼은 아니었어도 대개의 경우 너바나, 혹은 레드핫 칠리 페퍼스까지 오면 꽤 '유해진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시애틀 뮤직들의 그런지계열과 이모(Emo)까지 언급되면 굳이 록의 히스토릭 스토리를 이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친밀감 있는 인디팝의 주류를 감지하기 어렵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대세가 모던록으로 다 '전체집합'이 되기 마련이니까 설사 정통록 스피릿과 퀄리티를 보장하지 않더라도 그걸 비난하면서 '어리석은 자들 같으니'라고 말하는건 그저 취향탓이려니 할 뿐이었다. 선택의 자유는 풍부했다.


난 인디 음악의 대개가 이런 80~90년대의 강렬한 사운드에 근거한 취향의 변이를 따라 형성되어왔다고 믿는 편이다. (바세린같은..)  브릿팝이나 펑키에 의한 다양성에는 '참신함' 그리고 좀더 친근한 무엇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멜로디어스한 록들의 등장은 꽤 여파가 있었으며 Emo계열이라고 불리우는 soft 음악들의 대개는 90년대 중반을 강타했던 발라드 전성기로 부터 물려받은 대중적 팩트가 녹아있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었다. 아마도 감성적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하이브리드'해질 가능성이 농후했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믿는 편이다.


바닐라 유니티도 그랬던 것 같다. Emo의 정의를 가지고 어떤게 더 정확한가에 대한 논란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바닐라 유니티가 뭔가 그 중간에 브릿지를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도입부에서 보여준 펑키적인 이모스러운 전개와 멜로디야 그렇다치더라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은 강렬사운드의 후반부는 그들이 여전히 록적인 부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친구들은 간간히 바닐라 유니티가  올드스쿨의 스피릿을 이어받은 것처럼 행세하진 않아도 묘하게 양다리를 걸친 것 같다고 했을때 난 혼자서 '그런게 뭔지'도 모른 채, 2집에서 더 유해진 그들의 캐주얼을 킬킬거리며 들었드랬다. 1집에서 브리티쉬 정장의 오픈마이드 젠틀맨을 떠올렸다면, 2집에서는 스니커즈로 갈아신고 가벼운 브라운 뿔테안경을 걸쳐쓴 여행객 같은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우리는 모두 바닐라 유니티의 '내가 널 어떻게 잊어'나 'Tomorrow'같은 인기곡들만을 기억해내기 바쁘다. 슬며시 'Crying on' 같은게 껴있다는 건 잊기라도 하는 걸까. 홍대인디밴드들의 폭풍같은 인기추종의 실체는 '나긋나긋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는 일탈' 비스무리한 개성들에 있다고 항변하는 동생들을 말을 들어왔다. 그래서 묻고 싶은 말..'그래서 좋아하는 곡이 뭐야' Tomorrow에도 내가 널 어떻게 잊어' 라고 말하는 듯 결코 잊을 수 없는 히트곡을 무언으로 언급해대던 그녀들의 눈망을 떠오를 뿐이다. Emo스럽다는 건 이런 대중적인 지지를 근본적으로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상한 것도 결코 아니고, 편견의 눈 빛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쓸쓸하고 외롭고 잃어버린 사랑을 논하기에는 보컬도 연주도 최적의 궁합, 소포모어 구름이 밀려와 그들이 부담백배로 common place를 내놓았을 지라도 'Anybody'같은 것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정도면 다양성으로 볼 때 감지덕지 이상이지...

 

언제고 2집이후의 음악들도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긴한데..뭔가를 느끼고 어쩌고 할만큼 많이 들은게 아니어서 그건 다음으로 미룬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난 혼자서 여행할때 바닐라 유니티의 레이블을 잊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무슨 장르이든 또 어떤 스토리텔링을 가졌든 사실 별로 영향은 없었다고 본다. 그러기에는 너무 현실감있고 설득력도 꽤 되었으며 무엇보다 스산한 해지는 저녁에 아스팔트위에 레드와인을 부은듯한 그 눅눅한 여름날을 기억한다. 그 시절 바닐라 유니티는 그 여름날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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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귓가에 들렸던 아주 드문 기타연주가 있었는데 아마 당시에는 이런 연주가 국내인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할 만큼 이국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국내의 기타는 일렉계열에서 거의 '신'급으로 추앙받았던 밴드&그룹에 기거했던 기타리스트 위주였으니까. 당시 들었던 스패니쉬풍의 뉘앙스가 짙은 그런 연주는 주류의 연주환경에서 그다지 듣기 쉬웠던 경우가 아니었다. 굉장히 이상한 케이스는 아니었다고 해도 아주 많이 특이하긴 했다. 그 연주자가 바로 집시기타리스트라 불리우는 '박주원'이다.

 

박주원의 실력을 이야기하자면 난 아마추어이기때문에 적확한 평을 내리기 어렵지만 그의 나이만 고려해보더라도 그가 지닌 달란트의 무게감이 어느정도인지는 가늠이 된다. 그래봤자 클래식 기타 몇년 뚱땅거리면 비슷한 경지에 오르겠지라는 섯부른 판단이 무색하리만큼 소울과 감수성이 묻어나는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이 사람은 정말이지 기타계의 축복이다'라는 세간의 평이 아주 정확하다란 느낌만 강하게 든다.

 

전제덕과의 협연도 그렇고, 왠지 아웃사이더의 느낌도 강하지만 실력으론 절대 밀리지 않는 재야의 고수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이젠 그의 이름과 위치가 그런 외곽에 자리를 두는걸 대중매체가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름은 유명해졌고 부르는데는 많은듯 싶고 실력은 드디어 날개를 펴고 그의 진가는 더 진해져만 간다. 부디 음악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기타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까지 오르길 기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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