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젤라즈니의 책은 그다지 많이 읽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그리고 최근 다 읽은 <고독한 시월의 밤>정도..다만 독자들의 경우, <고독한 시월의 밤>(이하 고시밤)의 읽다가 설정 세계관에서 그만 러브크래프트로 새어 나가는 바람에 엄청난 블랙홀(환상문학)로 곁가지를 쳐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역시 예외없이 나도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세계의 설정에 푹 빠져가지고 장장 세트 4권을 덜컥 구매. 틈날때마다 보고 있다. 이렇게 된건 로저 젤라즈니가 고시밤에서 '크툴루' 세계관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알하즈레드'의 설정은 사실 무기라기 보단(고시밤에서 '무기'로 등장) '인물'이었다. 그것도 <네크로노미콘>의 저자로 괴이하게 등장하는데 이 모든 설정들의 배경은 러프크래프트가 만들어놓은 크툴루 세계, 즉 상상의 집합체였던 것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그레이모크와 스너프가 현실에서 '드림월드'로 가서 경험하게되는 엄청난 환상들, 그리고 그레이모크가 읇조리는 세계의 구석구석 진기하고 기이한 묘사 표현의 원전이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해하다가 알아낸 사실..(알아냈다고 말하기도 민망하게시리 고시밤 뒤편 후기에 역자가 해설을 붙여놓았드랬다.)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이라는 단편에 등장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러브 크래프트의 저작들... 

 

그러다보니 러프 크래프트가 아니 궁금할 수가 있겠는가. 이 상상력 발군의 저자를 뒤져서 그가 썼다던 연작들을 다 찾아볼 밖에 도리가 없게됐다. 그리하여 다 뒤져서 '황금가지'가 내놓은 '러브크래프트 시리즈 5권짜리 세트'를 손아귀에...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역시 기대했던 대로 굉장한 상상력의 소유자임은 분명한 것 같다. 저간에는 매니아들세계에서 톨킨과 견줄만한 위명을 떨친다고 하던데 아직 스토리 내러티브까지는 몰라도 기괴한 설정과 미장센들을 비롯한 세세한 연결고리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질것만 같은 장대한 스케일의 묘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결국 이정도의 레벨이라면 후대에 영향을 아니 받을수 없겠다싶다.대개의 판타지계열의 작가들도 아마 롤모델이 될 수 있을 듯 싶고...

 


러브크래프트 전집 세트

저자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2-08-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공포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H. 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집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무엇보다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은 나스 키노코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그리고 설정관으로 보자면 아르퀘이드 브륜스터드를 비롯한 사도세계의 기묘한 이야기들과 흡사한 측면이 있다. 설정만 놓고보면 판박이처럼 느껴질 만큼 묘한 질감같은게 있다고나할까. 고시밤이 폐쇄와 개방에 대한 대리인 게임으로 소규모 축소되었길래 망정이지. 혹시라도 각 캐릭터가 크툴루 세계관에서 떨어질법한 아이템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어드벤쳐식으로 전개했으면 이렇게만 스토리가 끝나지 않았을수도 있겠다. 알하즈레드는 사실 부스레기 정도에 불과했지만, 네크로노미콘이 '질'의 품속에서 툭 떨어지거나 위대한 탐정이 드림월드 (아직도 이걸 드림랜드라고 해야할지 드림월드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다. 주. 원작에서는 드림랜드, 고시밤에서는 드림월드로 젤라즈니가 비틀었다.)로 빨려들어가 모험을 한다던지 해버리면 ...그야말로 후덜덜한 스케일로 빠져드는 것이다. 아마 이런 특성들 때문에 '크툴루'의 세계관이 위키피디아처럼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서 자꾸만 살이 덧붙여지고 확장되는 게 아닐까.

 

 

로저 젤라즈니를 읽다가 갑자기 러브 크래프트로 전염되서 한참동안 드림랜드에서 머물고 있다.

이것도 나쁘지 않는 모험이지싶다. ^^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