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6.24 Book Pantry - 6월 3주차
  2. 2014.05.21 Pantry Slot - 5월 4주차
Book Pantry2014. 6. 24. 15:41

1. 

구스타프 마이링크<골렘>을 읽었는데 묘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판타지로서의 골렘을 떠올리면 라이트 노벨스러워도 충분히 이해할만했는데 의외로 정신적 세계와 환상문학을 방풀케하는 기묘한 정신 세계라니....이윽고 말미에서는 지루한 정신탐구의 영역을 벗어나서 스토리적인 반전도 보여줬다. 그러고 보니 보르헤스나 알베르토 망구엘이나 마이링크나 '카발라'적 정서를 물씬 느낀다. 영혼의 천착하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읽고나면 힘이 주욱 빠져버린다. 종교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지만, 문학적인 관점에서는 생각해볼만하긴 하다.  그나저나 중간에 골렘이 페르나트고 페르나트가 잿빛 모래로 부숴져 내려앉는 상상을 혼자 하고 있었다. 너무 만화를 많이 봤나 


2. 

하루동안의 외출 때문에 급히 들고 나간 책, 이노우에 아레노<양배추 볶음에 바치다>였다. 일본 소설적이란 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소소하며 인생을 돌아보는 듯한 성찰적인 깨달음이 늘 비치되어있곤 한다. 영화쪽도 마찬가지였다. <카모메 식당>도 그렇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그랬다. 일본소설의 잔잔함을 그리워할때도 있긴 한데 어떤 점에서는 시트콤 처럼 한회나 두회분량으로 인생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것 같아서 우화적이고 동화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감정 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사실 삶에서 어떤 종결이나 결말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카프카적인 결론이 더 흔하지 않나. <성>도 그렇고 <소송>처럼 말이다. 대개 우리는 현실에서 결말을 보기 어렵다. 여전히 엔딩은 요원하고 뭔가 혼란 진행 중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3. 

앞서 이야기했던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말고 기자라 이즈미<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도 연달아 읽었다. 뭔가 소소해보이는 가게가 있고 거기에는 숨겨진 에피소드가 있고, 그 에피소드의 전말은 '절망'을 겪고 낙담해버린 등장인물이 어떤 음식과 사물이 매개체가 되어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는...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양배추 볶음이던, 우동이던, 카레던 뭐든지 일단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초입에서 '절망'을 겪어버린 주인공들에 대해 직접적인 대면을 피하고 캐릭터는 딴청을 부린다. 나 상처받지 않는 인간이야 언제나 즐거워 하하하 그러나 알고 보면 지독히도 슬픈 사람이고 상처가 아물지도 않는 사람이란걸 알게 된다. 대략 30페이지 남짓 지나면 음울한 분위기가 캐릭터에 둥둥 떠나닌다.  모리사키 서점은 애인으로부터 '결혼해'라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고, 양배추 볶음에서는 남편으로 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어젯밤의 카레에서는 남편이 황망하게 떠나버린다. 분명 일본사람들은 가슴속에 미처 표출하지 못한 절망감과 슬픔을 안고 삭히며 일상적인 것들로 치유를 받는 이런 스토리를 선호하는 듯 싶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도 힐링된다고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다. 


4. 

카프카의 <성>을 다시 한번 읽고 있다. 어렸을 땐, 이 책으로부터 어떤 것도 느끼기 어려웠다. 굳이 실존적인 게 뭔지 알지 않았어도 성을 대면하는 K의 심정이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세상의 모든 샐러리맨들은 '성'이란 조직사회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틀린 소리는 아니겠지. 공직사회에 있었다던 카프카는 아마 그런 부조리와 고리타분함을 그 '시스템'(?)에서 느꼈던 것 같다. 묘하게도 안티시스템적이었던 하루키의 심정이 토로된 글에서는 카프카의 성을 인용할 만큼 반항적이다. 성이나 소송은 나이가 좀 들어서 읽을 수록 더 절절하지 않을까. 하루키도 시스템화 되버린 세상에 반감을 품고 글을 쓴다고 했으니까...성에 들어가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K의 심정이라면 우리들도 그에 못지 않을만큼의 관료사회적 마인드를 품고 있는거다. K가 말미에 '너네들 따위에 굳이 승인을 받을 필요없지 나는 나만의 길을 가겠어 라고 떠나버렸다면 이렇게 까지 유명해졌을까. 


5. 

혼자서 러브 크래프트의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읽고 그만 생선요리를 못먹었다. 비린내가 나지도 않는데 그 비늘과 눈동자라니...내 겨드랑이에서 비늘이 돋는 느낌이다. 이게 만약 랜돌프 카터였다면 픽맨들의 도움을 받아 생선괴물들을 다 무찔러 버렸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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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
Book Pantry2014. 5. 21. 13:24

1.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었다고 해서 책안의 모든 내용을 다 기억 할 수 있는건 결코 아니라는 걸 다시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지인이 어떤 대목을 말하며 '그 부분을 난 이해할 수 없어 넌 어때'라고 불현듯 물을 때, 아 그래 그 대목 나도 이해가 안가..라고 말하면서 바로 맞장구 칠만큼 신속하게 기억에서 팝되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그야말로 희망사항 일 뿐이다. 몇 초간의 탐색질 끝에 내 머리속에서 '띵'하고 경고 팝업이 뜨듯 슬며시 말한다. '기억에 없음..'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나도 뭐라고 이야기해줘야 할 지 모르겠네' 라고 얼버무려 버렸다. 이건 책을 읽었다고, 그렇다고 안읽었다고 말하기도 뭣하다.


2.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생을 달리하셨다. 갑자기 검색어에 '백년동안의 고독'이 '삶의 고독'을 대표하듯 캐치프레이즈처럼 나부끼고, 블로그들에도 느닷없는 찬사와 추억 되새김질과 사후 찬미의 루틴한 호응이 벌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으면서 난 마술적 리얼리즘이 뭔지 감도 잡지 못했다. 그저 아르카디오의 피가 흘러흘러 층계를 지나 바닥 복도를 지나 대문을 지나 그리고 또 어쩌고 저쩌고 해서 드디어 죽음이 전달되는 과정을 읽고, 멜키아데스의 유체이탈된 삶도 읽고, 주전자가 끓어 뚜겅을 열어보니 구더기가 드글드글 하고 뭐 이런 비현실적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적으로 묘하는게 '마술적 리얼리즘'인가보다 했다. 어찌되었든 개인적으로 기억나는건 그냥 '백년'의 서사가 아니라 '고독'의 느낌이었드랬다. 아우렐리아노나 우르슬라나 아르카디오나 레메디오스나 레베카나 다들 외롭고 '고독'하며 쓸쓸하다는 느낌..마콘도가 그냥 처음의 부엔디아의 안중에서 에덴처럼 유지되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만 들곤 한다. 한번 다시 읽어볼까 고민 중이다. 


3.

알베르트 망구엘의 <책 읽는 사람들>을 드디어 2 챕터 정도만 남기고 다 읽어간다. 오랫동안 음미하듯 읽었는데 어떤 경우에는 한 단락도 이해가 잘 안되서 넘어가질 못하고 디제잉 판 튀기듯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단락을 와따리가따리 하셨다. 그런다고 해서 이해되지 않는게 갑자기 이해될 리는 만무하겠지만,  여러번 읽는 다는 건 뇌에게 '야 제대로 이해 좀 부탁해. 이건 중요한 거니까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거든' 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니 자꾸 자꾸 읽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셈이었다. 어쨋든 책을 사랑하는 망구엘의 열정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가진 지적인 두께도 얼떨떨하시다. 가끔 이렇게 책을 폭식하듯 읽고 안에 담긴 영양분을 하나하나 낱낱히 분해해서 혈관에 녹인듯한 기인들을 보면서 '난 시간이 부족했을 따름이라고' 속으로 거짓말을 일삼을 뿐이다. 


4. 

카프카의 '소송'과 ''을 다시 읽으려고 한다. 어언 이게 오래전 일이 되버렸는데 그냥 이야기의 뼈대만 슬쩍 기억나고 뭐가 어떻게 된건지, 그리고 무슨 의미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패니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다 읽고 나면 '성'을 읽어봐야겠다. 내 예전 기억의 파편들이 어느 정도의 크기로 부숴져서 흩어져있는지 가늠할 수있는 좋은 기회겠지. 


5.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여러차례 읽었는데도 사실 '진의'와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알레프도 그래서 주저하고 있는거겠지. '칠일밤'도 밀려있고,.....휴...그런데도 비오이 케세레스의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과 '모렐의 발명'은 정말 재밌었다. 이건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칭찬하듯 보르헤스가 카사레스를 그런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좀 재밌게 써줬으면 싶었는데 ...읽을 때마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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