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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6 [Classic] 비발디 사계 : VIVALDI 4seasons- Fabio biondi/Europa Galante


 비발디의 사계는 거의 클래식을 입문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공식처럼 제공되는 음악인데 사실 이렇게 귀에 익은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원래 본연의 사계가 주려고했던 이미지들이 훼손되어서 내가 듣고 있는 이 사계가 과연 이런 느낌이었을까라고 의심이 들어버리는 경우도 꽤 많다. 너무나 많이 쓰여서다. 각종 드라마나 광고나 심지어 백화점 백그라운드 뮤직으로도 익숙해서 대중적으로 너무 친숙해버린 나머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때 조지마이클의 노래를 질리게 생각하는 것과 일맥상통이다.  


그러다보니 사계에서 그리 큰 임팩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봤자 '사계'지.  익히 아는 선율에다가 닳도록 들었던 그 음악인데 뭐가 다르겠냐는 것이다. 너무나 대중적이어서 이미 탈 클래식화 되어버린 이 '사계'조차도 변화무쌍한 버전들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좀더 색다른 음반들은 없는 걸까. 기대감과 호기심이 무럭무럭 생겨날 무렵, 비발디의 세계에서도 사계에 관련된 명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명반이라고 하면 음악중독의 퀄리티 쩔어주시는 리얼 매니아분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시고 어떤 음반을 말하려고 그러나라고 주목하실테지만 전문가 분들이 아시는 그 '명반'은 아니니 안심하시기를...^^ 개인적으로 이런 전문 매니아분들의 '클래식 이해하기'에 대한 고명한 강의를 꽤 들었었는데 슬며시 마음속으로 내린 결론은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대신 대중적이면서도 내 귀에 좋게 들리는 클래식음반을 찾아서 듣기로했다. 


비발디의 사계부터 뒤지기 시작한거다. 처음에 감동먹은 연주 음반은 '정경화'의 사계다. 나는 정경화의 사계를 듣고 있으면 정말 아주 정통검술을 펼치는 대가가 떠오른다. 중후한 듯 하면서도 가볍게 그어대는 공기를 가르고 나오는 그 사운드는 마음속의 심연에 바이올린 사운드 흔적을 깊이 남기고, 격정적이고 흔들림없고 개성이 종종 묻어나는 듯한 그 연주는 가슴속에 굉장히 드라마틱한 광경을 청각적으로 그려준다. 한동안은 정경화 음반에 빠져서 살았으니까...그리고나서 지인들이 추천해줘서 들었던 음반으로 이무지치 버전의 사계. 이무지치의 사계에 대해선 하도 지인들의 평가가 들쑥날쑥이라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아주 제너럴하게 봐서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사계가 맞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나도 이무지치 사계의 산뜻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걸 두고 두고 듣고 있으면 굉장히 편안하고 익숙해져버린 지난 날들이 떠오르곤 한다. 너무나도 익숙했던 거지 싶다. 


다음이 줄리아노 카르미뇰라(Giuliano Carmignola)의 사계, 그리고 정작 언급하려고 하는 파비오 비온디(Fabio Biondi)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Europa Galante)의 '사계(Four seasons)'다. 카르미뇰라의 사계도 이에 못지 않을 만큼 좋은데 카르미뇰라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다시 이야기해야 할 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 여기선 파비오 비온디의 사계를 중점으로...^^......결론적으로 난 이 두가지 사계를 제일 많이 듣는 편이다. 누가뭐래도 이쪽의 이 두 음반이 나에게 맞고 내귀에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지인들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파비오의 사계는 '약간 이단적이다'라고..이무지치의 사계를 놓고 보면 에우로파 갈란테의 사계는 무슨 미친년 광란 질주하듯 연주해 버렸으니 그럴만도 하겠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그런 사계를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파비오 비온디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대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려고 그렇게 폭풍연주를 한게 아니라 원래 비발디의 사계는 그렇게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는 대목에서 참신함을 느꼈다. 그래..그렇게 연주하지 말란 법은 없지.아마.. 


파비오의 사계를 듣다보면 이게 과연 내가 알고 있던 사계가 맞나 싶을 정도의 의구심과 충격적인 전율에 압도된다. 속으로 이게뭐야를 몇번이나 중얼거렸으니까. 사계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수있다면 파비오가 유일하지 않을까. 파비오 비온디는 '원전연주', 즉 정격연주라 불리우는 시대상황을 감안한 재현 연주의 그룹 '에우로파 갈란테'에서 기존의 사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음악을 연주했다. 중후함이 덜한 듯 싶으나 특유의 가볍고도 잰 걸음으로 공중에 나부끼듯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폭풍처럼 날카로운 얇은 차가움을 하늘에 그어대듯 속주가 진행된다. 듣고 있으면 이와 동조되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릴 정도였다는....이런 연유로 당시의 기존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사계를 이렇게 연주해도 되느냐라는 평이 있을 정도였다니 한편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게 이해도 간다. 


아무튼 이런 파격때문에 마이너 레이블이었던 OPUS111는 정격연주의 메이저 레이블로 급부상하고 에우로파 갈란테는 엄청난 초청과 연주회를 열면서 대중적으로 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몇몇의 매니아들은 파비오를 굉장히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냥 대중친화적인 접목이 이루어진 현대 음악가일뿐이라고 말이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 보단 그냥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거라고 본다. 사계는 여러사람들에게 이미 오래도록 들려져왔던 음악이었으니 그것을 작금에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는 존중의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고..그리하여 나는 이 음반을 비롯한 황금가면 시리즈의 비온디 음반을 싹쓸이 해버렸다. 지금도 가끔 이 음반을 꺼내서 듣곤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 감흥은 아직 변색되지 않은 듯 하다. 


너무나도 좋다. 강추할만하다.


cf) 파비오 비온디의 사계는 음반이 여러가지 버전으로 나온바 있는데 개인적으로 OPUS111에서 나온 저 황금가면 시리즈 음반을 강추한다. 이후 나무에 달린 바이올린을 표지로 같은 연주의 다른 버전이 나오기도 했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