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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29 응답하라1994 : 나정이는 쓰레기와 그럼 칠봉이는..... 1
카테고리 없음2013. 11. 29. 09:35

응사데이의 날이 밝았다. 바야흐로 12화의 광풍이 불어닥치고 13화의 후속타가 이어지면 여기서 한번의 감정 일단락이 이뤄질거라고  마음속으로 가늠해볼 뿐이다. 그럼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날테지..아무튼 그건 그렇고, 주변에 있는 인간들 대개가 쓰레기 응원주자들이라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죄다 나정이는 쓰레기와 결혼해야 행복해질거라고 한마디씩, 아니 두세마디씩 읎조려주신다. 그게 뭐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미래의 윤은혜라도 확 나타나서 해준 이야기라면 믿어 의심치 않겠지만, 그걸 어떻게 장담하는가. 물론 우리의 성나정양께서는 상암동 삐까번쩍 아파트에서 현재 잘살고 계시지만 그 남편분이 누군지는 아직도 모른다. 난 쓰레기파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다. 왜냐면 칠봉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도 안다. 칠봉이도 괜찮지만 이시점에서 칠봉이는 쓰레기의 경쟁상대가 되기에는 여러가지로 설정상 밀리는 느낌이란걸..우선 칠봉이는 너무 잘생겼다. 그리고 번듯하다. 이른바 로망의 남친삘이 나주시는 덕분에 통상적인 클리셰에 반감을 품은 대중들과 연출진에 의해서 '그럴듯한 경쟁상대'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 


두번째, 칠봉이랑 나정이랑 잘되면 쓰레기는 너무 불쌍해진다. 가뜩이나 나정이의 부모들은 아예 쓰레기를 염두에 두지도 않고 죄다 친오빠처럼 생각해버리기 때문에 정작 본인의 마음고생은 시청자들에게 동정의 요인으로 자리잡는다. '우리 불쌍하고 과묵한 쓰레기를 어이할꼬 소릴 귀가 딱지가 않도록 지금도 듣고 있다. 이건 응사가 추구하는 쾌활패턴의 분위기와는 절대 맞지 않는다던 친구의 말도 동감..PD분이 원래 그러신 분이 아니시지..이 드라마는 결코 '발리에서 생긴일'같은 뉘앙스가 벌어질수 조차 없다.  응칠도 역시 그랬듯이 항상 언제나 될 듯한 커플이 되기 마련이다. 설마하니 제3의 인물이 짜잔하고 등장해서 쓰레기를 휙 나꿔채가는 설정은 너무 '오로라'스럽지 않나? 


세번째, 나정이는 쓰레기에 대한 감정만이 있을 뿐, 칠봉이에 대한 검정은 오리무중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이 없다. 흔들리는 여심 어쩌고 하기에는 쓰레기에 대한 감정 퇴적층이 너무 깊고 절절하다. 현재에서도 이상민 로망을 결코 놓치않는 나정이에게 현실 밀착적인 쓰레기에 대한 연정을 접기에는 가혹한 일이다. 칠봉이는 이런 나정이를 알고 있기때문에 아무리 경쟁 어쩌고 저쩌고 해도 스토커처럼 따라 붙을 순 없는 노릇. 따라서 칠봉이는 적절한 시점에 그 멋있는 미소를 슬쩍 지어주면서 나정이를 쓰레기에게 보내주리라 감히 예측해본다. 


마지막으로 난 칠봉이의 이런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아니 십분이 아니라 백분, 하루내내 이해해줄 수 있다. 추측으론 12화에서 나정이가 울면서 뛰어가는게 칠봉이때문이라면 연출진은 그야말로 신적인 감성 이해주의자들로 인정해주겠다. 이 시점에서 나정이가 칠봉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드러나게 되면 정말 헷갈리는 애정 전선이 형성되는 건데 이건 칠봉이를 사랑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어차피 쓰레기랑 될거 그래도 나정이가 너무 매정하지는 않네' 정도로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스개 소리지만 현실의 칠봉이가 하도 안돼보여서 막판에 연출진이 칠봉이를 위한 씬을 하나 정도 끼워주었으면 싶다. 나정이가 쓰레기에게 가버린 어느 저녁날, 우울한 마음을 피식피식 달래며 마트에서 뭘 사다가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는 뻔한 장면이다. 너무 뻔해서 유치하겠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서는 이런 여지를 줄 필요가 있겠다. 상상컨대 수지정도면 꽤 의미심장 하지 않을까. 이미 건축학 개론에서 유연석이 수지에게 '망할 짓'을 했기때문에 이건 이미지 쇄신과 위트를 섞어 약간의 오마쥬같은 느낌으로 칠봉이가 되려 수지에게 고백당하는 뭐..그런... 


'수지'가 칠봉이에게 말을 걸면서 배시시 웃는 장면이라도 끼워준다면 이거야말로 쾌활한 정리가 아니되겠는가. 건축학개론의 이미지를 뒤집으면서 수지는 수지대로 로맨스를 그리고 칠봉이는 나정이 못지 않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걸로 10초 남짓 카메오로 슬쩍 지나가주는거다. 만나서 사귀고 어쩌고 그런 씬들 다 붙이지 말고 그저 스쳐지나가듯..그리고 힐끔 칠봉이를 쳐다보는 수지를 한 3초 정도 보여주고 뒤따라가는 뭐 15초 분량의 씬 말이다. 유명배우들 카메오로 나오지 못해 안달이라던데...아마 수지에게 이런 씬을 제안이라도 하면 우리의 수지양께서는 이걸 마다하실리 없다고 본다. 


그럼 말이지..

나정이가 쓰레기를 택했더라도 칠봉이를 아끼는 나같은 사람에게 약간 위안이 될 듯 싶다.   

칠봉이는 부모도 그렇고 왠지 짠한 구석이 있다. 

잘생기고 잘나가지만 외로워보이고 

모성본능 자극하는 소년같은 느낌이 있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님말고...

그나저나 응사가 이제 그만 구체적인 단계로 진입했음 좋겠다. 너무 질질 끈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