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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0 2012 SeMA TIM BURTON exhibition
카테고리 없음2013. 1. 10. 17:30

 

 

 

2012 TIM BURTON SeMA : 서울시립미술관

 

 

 

얼마전 광장시장에 나타나서 빈대떡과 막걸리를 즐기는 모습을 캡쳐링(?)당하신 팀버튼 감독의 서울 전시회가 있었다. 이 전시회는 원래 2009년부터 뉴욕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멜버른, 토론토, 로스엔젤레스, 파리등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던 전시회중 'TOP'급에 속했던 전시회중 하나였다. 언론매체에서 <파블로 피카소>(1980), <앙리 마티스전>(1992)이외 MoMA오픈이래 3rd 급으로 인파가 몰린 기록으로도 유명한데, 보고싶어도 볼수 있는 방법이 없는 전시회라서, (보려면 뱅기타고 날라가야했다는..) 원래 팀버튼의 매니아들은 그야말로 입맛만 다시고 화보집이나 구경질하는 껍데기뿐인 감상평이나 드립하는 수준정도에 머물렀을 것이다.  다행히도 현대카드가 팀버튼을 설득해서 올해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아시아에서 열린 전시회로 부활하셨다. 그것도 무려 국내 서울시립미술관에서....그러니 안가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입구부터 팀버튼 미장센으로 과감히 꾸며주신 서울시립미술관의 센스.

 

 

일단 전시회를 가려고하니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게 있었다. 팀버튼에 대해서 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라는 의구심. 기억나는건 때깔좋은 미장센들, 그리고 뒤에 눅눅하게 이어지는 기묘한 동화스러운 스토리들. 가슴은 따뜻하지만 뭔가 애잔하고 슬프면서 처연했던 기억들이 스며들었던 영화들이었다.  미스테리 서스펜스에 가까운 '슬리피 할로우', 그리고 그 유명한 가위손, 정체성을 이제야 알겠다고 속으로 되뇌였던 '크리스마스의 악몽'정도가 떠오를테지..다들..그러실 것이다.  필모그라피를 보면 감독의 성향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도리어 영화를 보면 볼수록 잘 모르겠다는 느낌만 강해졌다.

 

 

사실 팀버튼이 어떤 사람인지 이력따위를 보는 건 별로 도움이 안된다. 성향으로만 놓고 보면 팬들은 그에 대한 기억을 전적으로 '이미지'로 기억할테니까..차라리 작품속  어떤 상상력과 분위기를 보여주는지에 대한 집중이 좀더 필요하면 모를까.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대중적 족적들의 장본인들이 걸어온 과정에서 '일관성'을 이렇게 적확하게 표현했던 인물이 있었을까싶기도 하고, 게다가 그는 감탄이 나올만큼 독창적이면서도 미적 감각까지 갖춘 예술가스런 풍모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가 그린 스케치, 캐릭터, 익살스런 움직임들, 그 뒤에 가리워져있는 고독, 쓸쓸함, 외로움까지 아웃사이더지만 내재적으로는 끊임없는 성찰과 자기숙고를 일깨우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그런 감독. 그게 팀버튼으로부터 받은 느낌이다.

 

 

 

전시회 전체를 팀버튼 스럽게 꾸며놓았다. 보이는 빨간 조형물은 바로 캐릭터의 혀다.

전체 조감도를 본다면 첫번째 전시장에 있는 캐릭터의 혀로 이어져있음을 알게된다.

 

 

그리하여 발길을 서울시립미술관으로...날씨는 추웠고 인파는 북적거렸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보러 갈땐 그 전시회가 상업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전시회 감상의 질이 걸려있다.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상대적으로 감상의 퀄리티는 극단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릴 테니까..대부분 유명한 전시회들은 인파의 쏠림현상으로 제대로된 감상을 즐기기 어렵다. 온 연령계층의 시민들께서 총출동하시고 게다가 아이들과 어느정도 연계가 된다싶으면 아동들의 대거 출몰로 시장바닥을 연상시키는 혼란이 전시회장에 가득찬다. 백색잡음과도 같은 웅웅거리는 것도 참기 어려운데 밀치고 밀고 다리는 아퍼오고 뒤에선 재촉하고 뭐..이러다보면 감상은 물건너가고 이 시끄러운 전시회장을 어떻게 빨리 마치고 나갈까부터 고민되기때문이다

 

 

 

 

포토라인으로 변해버린 팀버튼의 시그니쳐들..사진들 찍느라 무한 줄서심.

 

 

팀버튼전도 예외는 아니었는지라, 평일에도 적지않은 인원이 밀려들어오는 판에 주말 황금같은 토요일에 갔으니 대란에 가까운 혼란스러움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매표소에서 부터 길게 늘어선 줄하며, 표를 사도 바로 전시회장으로 진입해서 감상못하고 대기자표를 받고 순서에 따라 입장해야 하는 난감함이 들이닥친다. 내번호가 3000번대였으니까. 결국 이날 3천명이 이 전시회를 왔단 소리다. ㅠ.ㅠ 그래도 다행인건 인원회전이 빨라서 죽죽 잘 빠져나가주셨다는...아무튼 어떻게 주위의 소란을 무릅쓰고 버뱅크시절부터 이어진 팀버튼의 작품들을 주욱 감상했다. 냅킨에 갈겨그린 스케치들, 스케치북 콘티, 캐릭터 모형, 상영된 단편영화들. 구성은 나쁘지 않았고 다른 미술전시회보다 매력적이어서 미술에 관심있었던 나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눈요기거리들이었다.


 

 

 

연대별 팀버튼 이력 벽지 ?

 

 

개인적으로는 '빈센트'와 '프랑케위니' 그리고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좋아해서인지 그가 그려놓은 밑그림들이 반갑게 느껴졌고 작품들속에서 풍겨지는 위트있는 고딕성향들, 우울하지만 유머스럽고, 때론 씁쓸하기까지한 묘한 뒷맛들까지 포함한다면 팀버튼은 역시 이미지로 그리고 거기에 딸려있는 감정적인 곁가지들까지 같이 통채로 다가온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배트맨의 팀버트는 너무 동화적이고 지루하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점에서 본다면 현실에 대한 우화적이고도 동화적인 색채감이 그가 바라보는 현실에 대한 투시도가 아닐까하는...스쳐가는 생각..근래 영국작가중 하나인 '믹잭슨'의 <언더그라운드맨>을 읽었는데 묘하게 팀버튼 스럽다고 느낀 이유가 이 전시회에서 드러났다. 기묘한 고딕풍의 분위기들이 전시회를 감돌때, 난 어디선가 전시회 어디에서 지하를 뚫고 윌리엄 캐번디시가 나올 것만 같았다. 매번 느끼지만 팀버튼의 캐릭터들은 동정심을 자아낸다. 꼭 보듬어주어서 현실탈피적이 일탈이 없으련만하는 엄마마음 같은거라고나 할까..

 

 

 

 

 

많이 아쉬웠던 부분은 팀버튼 작품들에 대한 캐릭터, 문구, 모형, 화보집등 관련 펜시를 파는 상점에서 마음에 드는 화보집을 살 수 없었다는 점, 분명 이 화보집은 내가 알기론 '그 곳에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이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엄청난 가격표가 붙어있더라는....아무리 팀버튼이라지만 이 정도의 가격을 내고 구입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 허탈함을 곱씹으면서 나와야 했다.

 

 

기간 : 2012. 12. 12 (수) ~ 2013. 04. 14 (일)

장소 : 서울 중구 서울 시립미술관.

주최 : MoMA, 서울 시립미술관.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