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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14 커피번에 대한 짧은 생각.
카테고리 없음2014. 6. 14. 13:53

나는 커피번, 혹은 모카번을 좋아한다. 

커피번에는 특유의 커피향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겉이 살짝 딱딱하고 속은 말랑말랑한 이 구조야 말로 출줄할 때 최고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커피번의 약점은 누가뭐래도 만들어진 후 얼마 후에 먹느냐에 따라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를테면 만든 직후에 먹는게 가장 최선. 그리고 1시간 후, 3시간 후, 반 나절후, 이윽고 다음날까지 이어지면 서서히 표피의 의연한 단단함이 서서히 그 힘을 잃고 나중에는 전혀 표피층의 무덤덤하고도 의연한 무엇이 느껴지지 않은 채 자포자기의 형태로 뭉그러지게 된다. 나를 이런 실온에 오래두면 난 공기중에 떠도는 모든 수분을 먹고 물먹는 하마처럼 축 늘어져버릴거라고 ..모카번은 그렇게 원망하게 된다. 그리하여 커피번은 만들어진 직후에 먹어야 제 맛이다. 


대개의 모카번이 제과점 오전에 테이블에 놓이고 약간의 시간 동안 다 팔려나가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적어도 제빵사가 만든 '번'들은 재빨리 사가서 먹어줘야 하는 것이다. 한번은 모카번을 만들어보고자 스스로 시도해 본 적이 있다. 바로 아래 사진이 처음 만들었을때의 모카번인데 그럴듯하게 나와 준 듯 싶지만, 사실 저건 사진의 마술일 뿐이고 속이 영 꽝이었다. 푸석푸석해서 맛도 별로 없었고 부드러운 촉감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표피만 뜯어먹고 싶을 정도였다. 


좀더 노력해서 '번' 다운 '번'을 만들어와봐야 할텐데, 다들 마카롱도 그렇고 번도 그렇고 제과에 관련한 곳에 발을 디디면 정말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들을 이곳저곳에서 하는 탓에 공포감이 들어버렸다. 언제고 번과 마카롱과 쇼콜라 케익들의 푸념과 욕설이 들릴지 모른다. 이렇게 만들어서는 아무도 안먹는다고 나를 이렇게 만든건 비극이야 내 정체성을 돌려줬으면 좋겠어 라고 모카번과 마카롱이 컴컴한 자정이 지난 어느 순간에 푸념들을 털어놓을런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만드는 것이야 자유롭지만 만든후에 남아버린 '빵'으로서의 역할에 이르면 왠지 모를 '책임감'이 들곤한다. 


이럴땐 이 모든 빵을 만든 내가 꾸역꾸역 먹는 것외엔 도리가 없겠지.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