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레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2.08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스티븐 크보스키 1
Review BOOK/소설2013. 2. 8. 20:30

 

 

 

 " 쟤 정말 괴짜같지 않냐? 그렇지? "

그러자 밥은 고개를 끄덕거렸어. 그때 패트릭이 절대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은 말을 했지.

" 쟤는 월플라워 wallflower 야"

그러자 밥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지.

그래서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패트릭이 안심을 시켜줬어.

(p69)

 

 

월플라워가 제2의<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불리우나보다. 아마도 타이틀을 '현실부적응자의 섬'으로 내건 후에 주인공의 내면에서 방황하는 걸 공통분모로 설정하고 성장소설이라는 그럴듯한 카테고리로 묶어버리게 되면 내용물이 뭐든 간에 통조림은 다 '통조림'으로 분류하면 대충 맞아 떨어질거라는 추측과 비슷한 류의 비약들로 요약 될 수도 있겠다. 하기사 '호밀밭'의 홀든이 '통념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낼때 짙게 드리우는 쓸쓸함같은 건  '월플라워'의 찰리도 일맥상통이었으니까... 꽤나 우울하고 쓸쓸하며 암울하기까지한 순간들이 줄기차게 등장하고 무엇보다 현실에 섞일수 없다는 주인공의 자책성 독백들이 지면을 수놓을 때 즈음,  어째 청소년들이 겪는 질풍노도의 방황기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정서가 바로 이런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 소설에서 찰리는 누군가에 편지를 쓰는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독자들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꽤 고민을 들어줄 것 같은 너'를 알고있다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허심탄회하게 편지를 줄기차게 보낸다. 답장을 찰리가 받은  흔적이 없지만 이 편지를 받는 또래의 동년배는 찰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한 채, 그의 은밀하고도 깊은 속내에 대해 같이 듣고 고민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다보면 '나는 찰리의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부터 시작해서 '나라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라는 적용의 영역까지 옮아가게 되기 마련이다.

 

간접적이고도 상징적인 '찰리'친구가 한명 생기는 꼴이다. 한편, 이 책의 후기를 보면  현재 미국내 도덕주의자들에 의해서 '월플라워'를 금서목록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 일고 있다고 언급되었는데 이유인즉슨, 약물, 섹스, 동성애 그리고 굉장히 일탈적인 여러 상황들에 대한 묘사가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밝고따뜻한 영혼을 위로하는 성장소설이겠거니 했다가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재들과 매개체가 거친것을 알고 흠칫 놀라게 되는 것이다. 미국내의 기득권 부모세대들로서는 눈살을 지푸릴만큼의 파격과 일탈을 미화시키려는 것으로 월플라워을 해석할 소지는 충분하다못해 확신까지 나아갔으리라..


우여곡절끝에 사귄 친구는 동성애자고 누나는 덜컥 임신해서 낙태를 해야하니 같이가자고 하고.., 아버지는 어린시절 지독한 폭력에 시달렸고, 무엇보다 찰리는 친구의 자살, 그리고 유년시절, 헬렌이모로부터 유래한 일련의 사건은 그 수위가 후덜덜할 지경이다. 이즈음되면 국내 독자들이 월플라워의 진면목을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경험적 산물'에 대한 비경험적 추측과 상상만으로 '찰리'를 이해한다는 건 영화감상 수준이거나 그보다 훨씬 못한 '피상적 동감'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찰리와 같은 동년배 청소녀들은 아마 '진정한 고민'들을 헤쳐나가고 결국 '한계는 없을 것이다'라는 프레이징을 결말에서 보게 되므로 문화적, 사회적 괴리감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고 (결국 또래들은 서로 통하는 것이니까. 정서적으론 완벽한 방황기의 펭귄들 아닌가.)  또 그만하면 소설이 말하려고 하는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른들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을 '월플라워'추종자들로 부터 받게 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소설은 쉽게 읽힐만큼 가볍고 솔직하고 간간이 위트가 버무려져있다. 충격적인 사실들에 대해서는 은유와 모호하을 약간씩 곁들여 놓았으며 헬렌이모 사이에서 벌어진 과거사건은 완전히 적나라하게 꺼내놓은 것은 결말까지 유보해놓았기에 사실상 찰리의 방황근거를 심리적 원인으로 돌려버리는 부분은 완벽히 가려졌다. (사실 이게 제일 컸던 것 같은데 말이다.) 소설에서 공감을 얻는건 찰리가 패트릭과 샘을 만나면서 진심을 터놓고 다가가는 부분이다. 책 제목처럼 '월플라워'는 '파티에서 초대받지 못하거나 파트너가 없는 왕따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학생들로 치면 '찌질이이거나 뭔가 모자란 또라이거나 ' 완벽히 다른 어떤 스타일의 인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소설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인물은 빌 선생님인데 '찰리'의 문학적 감수성, 그리고 글로 표출되는 독특한 시각을 재능으로 인지하고 그에게 좀더 자기계발과 더불어 '친구들 문화'로 끼어들게 조언을 주저하지 않는 '착한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인격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찰리에게 둘도 없는 멘토역할이 될테지만 그 조차도 완벽히 찰리의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저 '비밀스럽게 이야기해준 사적인 대화들을 부모들에게 일러버리는 그저그런 선생님'의 일면도 가지고 있는 정도다. 그래서 찰리가 패트릭과 샘으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려고 애썼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은 그들이 유일했으니까...월플라워에서 그나마 순기능적이고 밝으며 희망찬 메시지를 읽을수 있다는 건 '따분하고 지루하며 뻔한' 친구들의 결론 같은게 아니다. 패트릭은 브래드와 은밀한 동성애를...샘은 자기를 한낯 마네킹으로만 보는 크레이그를 만나는식의 '실패할만한 사랑'을 하는 친구들이다.  


그런데도 찰리, 패트릭, 샘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공유하며 서서히 서로를 위로한다. 찰리가 엘리자베스에게 숨기지 않고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샘'이라는 걸 밝히고 나서도 기어코 셋은 이해한다. 정말 우상과도 같았던 샘이 찰리와 잘되길 빌었던 독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환각에 취해서 자신의 불안감을 이야기할때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패트릭과 샘이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찰리의 삶은 어느날 갑자기 돌연사한 불행하고도 정서적으로 문제있는 왕따 학생으로 그쳤을 것이다. 언제고 빌선생님은 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실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서 생각속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고..간접적으로 찰리의 독백과 대화들은 너무 많은 생각에 기반한다. 끊임없이 자기를 객관화하고 지나칠정도로 배려하며 과격하게 자기를 학대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각과 그를 지배하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보면 '생각많은 솔직한 찰리'군의 친구되기 이야기는 눈물겹다.

 

그래서 말인데, 빌선생님이 건네주는 도서들의 연계관계도 흥미롭다. 왜냐면 조금씩 조금씩 불안감을 해소하며 깊이있고 사려깊은 판단을 내려주길 은밀히 원하는 선생님의 의도가 담겨있는듯해서다. 또 소설속에는 소통에 관한 또 하나의 매개체가 등장한다. 바로 찰리가 패트릭, 샘과 공유한 음악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테이프에 담아서 건네주는 그네들의 문화들을 이용해서 찰리가 평상시 자신의 감성을 고이 간직한 음악들을 친구들에게 꺼내놓는 것이다. 아래는 찰리가 샘에게 건네준 테이프에 담긴 음악목록이다.

 

Asleep - 더 스미스,

Vapour Trail - 라이드,

Scarborough Fair - 사이먼 앤 가펑클
A Whiter Shade of Pale - 프로콜 할럼
Dear Prudence - 비틀즈
Gypsy - 수잔 베가
Nights in White Satin - 무디 블루스
Daydream - 스매싱 펌프킨
Dusk - 제네시스
MLK - 유투
Blackbird - 비틀즈
Landslide - 플리트우드 맥
Smells Like Teem Spirit - 너바나
Another Brick in the Wall Pt.2 - 핑크 플로이드
Something - 비틀즈


cf) 영화에서 등장한 데이빗 보위의 'Heors'더 소설에 맞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의 해소는 후반부에 가서나 확연히 드러나지만 과정들속에서도 찰리는 분명히 폭주하는 광기의 소년으로 묘사되지는 않았다. 엄밀히 이야기해서는 심리적 장애를 가진 환자였으므로 통상적인 학생으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웠지만,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찰리특유의 솔직함으로 덤덤히 서술했고 또 그것들의 이면에는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심정을 공개해놓았다. 그걸 읽는 독자들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구나'라는 의외의 동감을 경험할수 있다면 이 책은 교묘하게 부모세대들에게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소설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찰리가 샘을 보내면서 들었던 샘의 진심들..'너도 어떤 행동을 했어야 했어'라는 말, 그게 찰리에게 커다란 희망과 깨달음을 주었을 수도 있다. 자신이 삶에 있어서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전면에 나서기 위한 준비운동같은 느낌이다.

 

부족하지만 찰리는 영화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에게 한계는 없어" 라고...

 

 

아마 또래들에게는 인생을 두고 살아가는데 있어 용기를 주는 그런 가슴벅찬 독백이 아니었을까.

(참고로 영화또한 잘만들어졌으니 꼭 봐두었으면 ..)  

 

 


월플라워

저자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출판사
돋을새김 | 2012-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국의 100만 청소년독자들을 열광시킨 성장소설 『월플라워』.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