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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미카미 엔
Review BOOK/소설2013. 8. 6. 23:11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그리고 동시에 읽었던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이렇게 두가지의 수첩소설(?)을 동시에 읽을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읽기 쉬운 라이트노벨이어서였다. (라이트 노벨 : ライトノベル 라이토 노베루[*])은 일본의 서브컬처에서 태어난 소설 종류의 하나이다. 영어 단어 Light와 Novel을 조합한 일본어식 영어로서, 현재에는 영어권에서도 일본의 독자적인 소설 장르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1]. 약어로 라노베(ラノベ), 라이노베(ライノベ) 등으로 불리며, 드물지만 경문학(軽文学)이나 경소설(軽小説, 중국어는 이 단어를 사용함)로 표기되기도 한다.위키피디아 발췌.) 근자에는 라이트노벨의 가벼운 특성때문에 후렌치후라이드보다 못한 소설계의 패스트푸드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깊이가 있든 없든 독서란 읽는 사람의 자유도에 관련이 있는 것이지 절대적인 가치 체계속에서 평가받으면서 선별될 필요는 없다.


물론 고전명작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한 성찰이라든지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찬탄 나올만큼의 문장들이 매 페이지마다 등장해서 점점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밀려오는 그런 작품이 나타나기를 읽을 때마다 기대하긴 한다. (이건 고전명작에서도 보기힘든 감동이기도 하다.) 최근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커포티'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을 내리 읽고 났더니 삶이 왠지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 않고 여러 갈래로 실타래처럼 꼬여서 우연과 불운이 서로 교차해야만 진짜 삶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소설도 그런 이야기들만 하다니...그래서 비블리아 같은 만화같은 이야기들도 끼어들어야 하는거야라고 혼자 되뇌인게 아닐까. 


아무튼 다행히도 라이트 노벨답게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은 가볍우면서도 재밌다. 굳이 비교해보자면 커피점 탈레랑보다 더 재미있고 가끔 더 깊이있다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의식이 깨어나지 않는 횟수가 늘지않으면 재밌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비블리아는 순식간에 읽히면서 의식을 스토리로 끌어내리는듯한 중독성이 있다. 슥슥 넘어가도 머리속에 스냅삿 사진들처럼 툭툭 와서 박혀버린다고나 할까. 다음 장을 재빠르게 넘겨도 고우라 다이스케가 둥글둥글 이야기하거나,  시오리코가 슬며시 얼굴 붉히는 장면도 흔한 애니메이션 일러스트처럼 머리속에 그려질 정도다. (혹시 표지의 일러스트는 나같은 상상력이 읽는 능력보다 더 강한 독자들을 위한 모티브 촉발용 그림이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시노카와 시오리코는 보브스타일의 청순 가련형 미호시보다 매력적이기까지하다. (물론 이건 극중 아야카가 고우라 다이스케에게 말했던 시오리코가 왕가슴(?)이어서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녀가 가진 지적탐구와 방대한 책에 관한 지식들, 그리고 순간순간 번득이는 혜안들 때문이었을것이다. 이런 추리소설에는 캐릭터적 몰입감이 반이상 먹고 들어가게 되어있으니까 시오리코가 홈즈가 된다는 건 보기좋은 징조이자 설정이 된다. 홈즈는 사건의 특이성때문에 인기가 있었던게 아니란 것은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책에는 에피소드가 4개 등장한다. 순서대로라면 나츠메 소세키의 '그 후', 고야마 기요시<이삭줍기. 성안데르센>, 비노그라노프쿠즈민 공저 <논리학입문>,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순이다. 각 책을 매개로 해서 여러가지 사건들을 벌어지고 그 사건들을 시오리코가 추리해간다는 역시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 전개지만 매개체가 책이다보니 책을 소개하면서 드러나는 이면의 이야기들과 중층적으로 엮이면서 책의 이미지를 액자식처럼 이용했다. 게다가 배경이 고서당이라니...책을 좋아하는 많은 팬들의 입장에서는 오래된 고서점, 그리고 차곡차곡 빼곡히 쌓여있는 책들의 칸막이들 틈에서 오래도록 탐닉하고자하는 책벌레의 욕구를 마치 열렬히 응원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고서점에서 쳐박혀서 책을 오래도록 탐닉하고픈 책벌레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굳이 설명해야 하는가)


 다행히도 뻔한 밀실 살인 같은건 배제되어있고 그 흔한 피가 난무하고 시체 절단, 그리고 기괴한 살인방법에 대한 묘사도 이 책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탈레랑도 그랬지만 비블리아도 역시 그런걸 보면 일본소설계에는 이런 생활 밀착형 추리소설의 시대가 도래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라이트하게 흘러간다. 시리즈가 일본내 4권이상 출간된 듯 보이는데 1권에서만 놓고보면 사건해결을 위한 시오리코의 명석한 해결능력만을 목표로 하고 있진 않아서 1장에서 언급된 나츠메 소세키의 <그 후>에 얽혀있는 고우라 다이스케의 진짜 혈연관계, 그리고 친해지기 힘들고 낯도 가리는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순수한 고우라 다이스케 사이의 애정전선 배치가 긴호흡으로 걸려있다. 물론 한 순간에 결론을 낼 성질의 것이 아니고 시리즈를 관통할 것같은 느낌이 드는건 이 소설이 완벽한 범죄소설이 아니란걸 방증한다. 아마  둘이 친해지고 연인이 되고 위기도 맞고 다시 가까워지고 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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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런 라이트노벨적 순수함에 긴장감을 주기위해서 택한건 '시오리코'가 모호하고 미스테리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통해서 다이스케가 예기치 못한 갈등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암시들이다. 이미 책등빼기의 '시다'는 시오리코의 수완이 너무 뛰어나기때문에 마음에 걸린다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상황을 설계하는 그녀의 천재적인 두뇌에 다이스케는 우려를 가진다. 그리고 책에 대해 남다른 집착과 중독을 가진 후반부의 악역 오바요조는 그녀를 두고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책을 남겨두려 한다'고 단정짓기까지했다. 이 부분은 고우라 다이스케가 그녀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실망하게 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1권의 후반부가 그렇게 결말이 난 것은 다이스케가 오해했던 시오리코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2권, 3권이 나올 충분한 명분이 있는 것이다. 




드라마 <비블리아 고서당>


아직 보진 못했지만 2권의 사건수준이라는 것이 더 과격하고 잔인해져간다면 이 책의 본연목표가 굉장히 이상해진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지 않길 기대하지만...뭐 작가의 마음이니까..어떻게 될 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어떤점에서 본다면 일본의 라이트노벨 특히 추리쪽은 사건의 괴이함을 말하기 앞서 로맨스를 연결시켜놓고 주변의 이야기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유행의 흐름을 정했나보다. 비블리아 고서당, 커피점 탈레랑. 또 뭐가 생길려나..... 모두 다 주인공은 똑똑하고 예쁜 여성이고 남자는 순수하고 착하면서 약간은 바보같은 설정이 덧입혀져있다. 그러다가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면 과감하고 용감하게 여자를 구하기위해서 돌진하는 그런 뻔한 히어로적 역할을 남자주인공들에게 부여해놓았다. 라이트 노벨답다는 건 이런것들 아니겠는가. 미리 안다고 해도 재밌다면 그걸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저자
미카미 엔 지음
출판사
디앤씨미디어 | 2013-02-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2년 한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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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