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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30 응답하라1994 13화 :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카테고리 없음2013. 11. 30. 22:39

이우정 작가는 신이야 라고 옆에 있는 친구놈이 오바질을 일삼는다. 뭐 크게 동감이 아니가는 건 아니다. 이정도의 스토리파워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는 작가라니..간만에 퀄리티 쩔어주는 드라마 작가를 보는 거 같다. 일단 다 집어치우고 본방사수 이런거 그렇게 좋아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두통 너무 심해지고 딱히 이 시점에 다른 게 하기 싫어서 뒹글뒹글 데굴데굴데다가 이왕 이렇게 한거 나도 드라마덕후처럼 본방 사수 이딴거나 해보자고 tvN을 돌렸다. 물론 응사를 보기위해서다. 





애초에 쓰레기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든 우리의 나정양을 보고 있노라면 쓰레기나정이의 로맨스는 절대적인 부분일거라고 생각은 했다. 남편찾기라고 해봐야 이게 뭐 미스테리 추리물도 아닌데 반전에 반전을 걸고 거기에 결정타를 한번 먹이고 다운될때즈음 다시 벌떡 일어나서 역카운터를 날리는 무슨 정신력 창궐하는 스포츠물처럼 비비꼴 턱이 없다. 이우정 작가나 신원호 PD나 그런 추레하고도 너절한 곁가지를 붙여대는 스타일은 아닐거 생각했다. 그렇게 보면 나정이의 남편은 단언코 '쓰레기'가 맞다. 쓰레기가 되어야 모든게 자연스러워진다. 이 시점에서 뭘 다시 뒤집으려면 우리의 나정양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일어나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고 뭔갈 크게 깨닫는 그런 뭔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적으로 볼때 지금 그걸 하려면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상처를 받는 캐릭터가 난무하다가 죽어나가는 한두명 나온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거다. 


그래서 쓰레기와 나정이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다만 중간 위기감을 슬쩍 고조시키기 위해서 우리의 칠봉이를 이용하는거지. 칠봉이가 그렇게 순순히 물러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쓰레기에게 긴장감을 주고 나정이에게 잠시동안의 혼란함을 안겨주는거다. 이게 진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인가에 대한 다시한번의 심사숙고를 하게 될 거라고 본다. 근데 내가 이 시점에서 짜증나는건 '철저하게 칠봉이가 이용당하는 것'이다. 이게 말이 좋아 나정이의 백기사지 . 이것도 할 짓이 못된다. 나정이가 칠봉이에게 어디 쓰레기에게 주었던 따뜻한 시선한번 롱테이크로 잡아준 적 있나. 무슨 속삭이는 고백한번 해준 적 있나..것도 없다. 이게 다 짝사랑을 하는 칠봉이의 몫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미 설계된 판에서 철저히 자기역할을 하고 쓰러지는 피스메이커로 점점 선명해진다. 


--> 이때 뭔가 되도 되었어야 제대로 된 삼각관계였을텐데 여기서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에이씨~



쓰레기와 나정이가 우여곡절끝에 결혼식장에 들어설거다. 

칠봉이는 이 둘의 사랑을 더 단단하고 확고하고 의심없이 만들어주겠지만, 칠봉이의 쓸쓸함이 걸린다. 그래서 앞서 추측했던 나정이가 삼풍 사건때 울며 달려가는게 칠봉이 때문이라면 그 둘의 계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진짜 사랑인란건 본인이 감지할 수 없게 소리없이 하나둘 쌓여가는거다. 자신을 사랑하고 그게 신경쓰이고 하다가 어느덧 그 존재가 자신을 떠난다고 생각했을 때 겉잡을 수 없는 슬픔이,...서글픔이 밀려올때 비로서 진짜 사랑의 정체를 깨닫는거다. 칠봉이와 나정이가 그렇게 되기를 슬쩍 기대했는데 그건 오버였고 그저 '삼풍사건의 슬픔과 기적에 대한 명언'들로 상징화되면서 넘어가 주셨다. 


게다가 오늘 쓰레기와 나정이 키스했다. 물론 칠봉이도 하긴 했지. 칠봉이가 거의 일방적으로 한 키스지만..

칠봉이의 안스러움에 계속 신경쓰이는건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난 그 칠봉스러운 그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다. 마음속으로 1994의 그 시점의 나에게 응원을 보내는 거지 찌질이 같았던 내 과거에 로망을 주려고 말이다. 어쨋든 칠봉이가 나정이를 보내야 주겠지만 마지막에 한말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말...남들은 오 칠봉이 패기있네 쓰레기에 대한 반격이 있으려나봐 라고 추측하겠지만 칠봉이의 순수한 마음과 나정이를 놓칠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지 싶다. 그 절박함이란 표현하기 어렵다. 


절절하고 괴로울 정도가 되면 결코 현실의 2013년에 나정이네 집에 집들이 못간다. 칠봉이는 아무래도 나보다는 정말 나은 심성의 소유자인가보다. 그나저나 이우정 작가님이 이 글을 보실리 없겠지만, 보신다면 한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칠봉이는 그만 뒤로 물러서게 해주시고 다른 캐릭터들 분량 늘려주셨으면 한다. 칠봉이가 구석탱이에서 불쌍해지는꼴 보기가 싫다. 그게 싫어서 앞선 글에서도 '수지'운운했던 거지..^^ 어파치 쓰레기와 나정인데 여기서 뭘 더 꼬아서 어떻게 해보겠다고...거참..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