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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6 가또 쇼콜라와 카페 나들이
카테고리 없음2013. 3. 6. 17:37

그러고 보니 집 책상머리에 앉아서 작업말고 책읽고 글쓰고 하는 걸 진득히 못했던 것 같다. 어수선해서 그럴수도 있고 그럴만한 환경이 무너져내려서일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쇼콜라 케익을 만들어가지고 대충 조각내 근처 카페로 은밀히 잠입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쇼파와 무릅팍에도 못미치는 테이블 배치된 레이아웃귀퉁이에 몸을 구겨넣으면 편하냐면...것도 아니시다. 기본적으로 넓직한 원목형 책상에 책 3~4권 쌓아놓고 놋북 켜놓고 글을 썼다가 책읽다가 뭐가 떠오르면 득달같이 메모하거나 기록하거나 그리거나...뭐 그래야한다. 좁은 테이블과 파묻히는 쇼파는 노땡스... 

 

카페가 사람이 없으면 장사도 안될거고 시설도 후져지고 (손님없는 가게는 어떻게든 인테리어가 후져지게 되어있다.) 뭐 좋을 게 없겠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성가신건 사실이다. 자고로 카페는 파리를 날려줘야 진면목이 드러날텐데 시내한복판 샵들은 극내 화장품 브랜드 샵 수준이다. 어서오세요 안녕히가세요 이딴 소리만 반복적으로 들어도 아주 피곤하다. 주인쪽에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시끄러운 존재들이 하나둘씩 시간되면 투명해지길 바라곤한다. 자리를 뜨던지 존재감이 없어지든지..뭐...

 

 한편, 카페에는 천차만별의 카테고리들이 널렸는데 그중에 하나는 분명 집이 없는 집시 카테고리가 갑... 와서 화장하고 와서 먹고 와서 입고 와서 뭘 쓰고 와서 이야기하고 와서 볼일보고 와서 전화하고 와서 기어코 일어난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건지 프라이버시 같은건 없다고 내 이야기좀 들으라고 한번도 본 적없는 나에게까지 절절한 애정스토리부터 변태 이야기까지 줄줄히 생방송을 해준다. 내용이 너무 지루하고 유치해서 이어폰이라고 꼽을라치면 알수없는 괴이한 향수가 전두엽을 마비시키고,  나보다 볼륨업된 밀페형 헤드폰 틈새로 삐져나오는 소음으로 싸구려 내 이어폰에게 굴욕감을 선사한다. 나도 볼륨업 해보긴한데..아무래도 역부족..ㅠ.ㅠ

 

가끔은 정말정말 드물지만 야동도 찍으시는 분들도 있다.  쇼파에서 커피 뒤집어쓴 문어 두마리가 얽혀있는걸 보면 당분간 낚지볶음이나 산낚지같은건 먹지말아야겠다고 느닷없이 다짐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쇼파에서 서로 먹물같은걸 쏘지 않으니 망정이지... 재수없는 새끼 미친놈 제정신이야 너랑 끝났으니까 꺼져주셈 따위의 카톡메시지도 옆에다 놓고 보란듯이 친다. 보고 싶지 않아도 일체형 테이블에 영역 라인도 없으니 내 노트북에 딱 붙여서 띵띵거린다. 닥쳐라 나도 너 안봐. 저번에 사준 샤넬이나 내놔라 x야. 참 절절한 관계들이다. 나야뭐 이정도 전개되는 오후느지막에는 추리닝 끝지퍼를 마저 다 위로 올리고 비니끝을 끌어당겨서 눈바로 위까지 덮는다. 전 여러분들에게 관심없으니까 난 닌자가 되렵니다 각자 볼일들 보세요라고 속삭이고 마이웨이 모드로....중요한건 카페에서 놀다보면 배고프다는거다.

 

궁상이긴 하지만 카페 조각케익을 사먹기에는 입이 까다로와서 직접 자급자족... 이름하여 가또 쇼콜라. 카페에서 이런 거 먹는거 찌질이들이나 하는 짓이지만 나같은 백수기질 다분한 죽돌이죽순이 스타일은 뭐든 다 핸드메이드해준다. 기꺼이.. 일단 조그만 냄비같은데다가 생크림 휘핑한거 100g 넣고 거품올라오게 가열하고 초코 커버쳐 100g을 넣고..버터 75g을 같이 투여...중탕으로 저으면서 녹여준다음..여기에 계란노른자 휘핑한거 넣고 박력분 30g 코코아가루 30g 같이 넣고 다시 열심히 저어서 메인코어를 만들어준다. 다음 아까 계란 노른자 뺀 4개의 흰자를 휘핑기돌려서 하이픽으로 (물론 설탕 150g 투여해줘야한다) 머랭 만들어주시고..아까 만든 코어반죽을 머랭에 투여...주걱으로 저은다음 틀에 넣고 부어줌...그리고 바닥에 탁탁쳐서 평평하게 만들어주고 오븐에 굽는다. 그럼 끝이다. 쇼콜라 별로 안어렵다. 한판 만들면 약 3일정도는 간식걱정안해도 된다.

 

 

이걸 들고 카페에서 쳐먹으면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미안해서 아메리카노 한잔 시켜주고...

이게 낙이다. 약간 궁상스럽다. ㅠ.ㅠ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