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lla Essay2013. 7. 22. 15:48

"나는 서른살이 될때까지 잡문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결국 그것 때문에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지만 거기에는 어떤 낭만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   


- 폴오스터 '빵굽는 타자기' -



하루키도 그랬지만 문장을 한 줄 쓰려고 발버둥쳐도 안되는 날이 있다고 했을 때, 그의 쉬운 문체가 몸에 배인 언제나 등장하는 달란트가 아니란걸 알기는 했다. 저 위에 써놓은 글만 해도 폴오스터가 오죽했으면 저랬나 싶기도 하고...요즘 제대로 글을 쓰고 싶어서 몸이 달아버린 분들이 한둘이 아니실텐데 간혹 문장정리내 글 잘쓰는 법이네 하면서 책까지 무작위로 등장하고 있나보다. 호기심에 몇 권 읽어보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이드 잘하시는 양반들은 도대체 어떤 작품들을 썼을라나' 그래서 이력들을 재빨리 살펴보았는데 낯선 이름의 책들 몇 권과 그나마 좀 나은 건 몇 년전 히트했었던 오래된 걸작 한편 덩그라니 ...이윽고 출판한 책들이 다 '글잘쓰는 법'에 대한 교본 비스무리한 시리즈들만 주욱 내셨드랬다. 


나는 그 분들이 문장을 잘 다듬고 세련되게 글쓰시고 주제와 핵심내용을 잘 구성하고 설득력있는 논리와 부수적이면서도 잡스러운 표현들을 잘 거세하고 그야말로 담백한 문장들을 만들어내신다는 걸 믿는다. 잘쓰시겠지...굉장히 단백하고 깔끔하게 ...그런데도 그런 문장실력을 가지고 지속적인 글을 자주 써내려가서 대중들의 인정을 받고 잘 읽히고 하는건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문학이랍시고 굉장한 의미를 내포한 은밀한 은유조차도 자기만족이라는 함정에서 허우적 거릴 가능성이 높다. 글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도 이와 비슷한 것 아닐까.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미화하고 난 다음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도 못하는 걸 마치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하는 뭐 그런 종류의 것들처럼...


그래서말인데 글쓰는 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책들을 내신 분들께서 걸맞는 소설이든 교양서적이든 좀 써주셨으면 좋겠다. 번역은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총체적으로 교본에 대한 응용편을 누릴만한 권리가 그 '글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구매한 독자들에게는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책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이미지의 '선명한 다듬질'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간결하면서도 쉬운 문체에 대한 예시가 어떤 건지 가늠이 될테니까..자고로 글쓰는 방법이란 남의 글로는 설명이 안되는 법이다. 본인들이 실천에 옮기시면서 이런 거다라고 이야기해주는 편이 더 좋아서 신랄한 예시와 이어지는 대서사로부터 과연 글이란 이래야하는 것이구나라고 자기반성이라도 할 수 있을 듯 싶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