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Pantry2014. 7. 1. 10:18


1. 

<쿠스쿠스 크레페 라비올리>. 아...개브리엘 해밀턴의 후속작인가 싶었는데 그냥 <피와 뼈 그리고 버터>의 리뉴얼 판이었다. 사실 <피와 뼈>쪽이 더 책 커버는 감칠맛이 났었는데 <쿠스쿠스>쪽은 책도 무겁거니와 뭔가 취지와 핀트가 엇나간 느낌이다. 해밀턴식의 묘사는 적나라하고 직설적이어서 흥미롭게 읽을만하고 무엇보다 자기 이야기인지라 치열한 삶의 지글거림이 책밖으로 들릴듯한게 장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표지에서는 그런걸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빨간 스테이크에서 베어나온 듯한 선혈낭자한 이전 책표지가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 아무튼 책내용이야 변하게 없으니 여전히 재밌긴 하다. 나이젤 슬레이터<토스트>, 빌 버포트<앗, 뜨거워>도 다 비슷한 부류이긴한데 유독 <쿠스쿠스>쪽이 더 직접적인 이유는 주방이 좌절의 공간이자 노동의 공간인걸 인정하는 분위기 때문일거라고 문득 생각이 든다. <토스트>는 유년의 아름다웠떤 추억을 말하고 <앗뜨거워>는 저자의 탐구 정신쪽에 더 쏠려있고... 뭘 택하더라도 요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나쁘지 않은 기억일 될 듯싶다. 


2. 

무라카미 하루키의 80년대 키워드 에세이라고 불릴수 있는 <스크랩>을 스쳐지나가듯 읽었다. 마치 에스콰이어나 브루투스 잡지를 휙휙 넘기듯 주적주적 읽어내려갈만한 소담스러운 분량의 페이지 사이사이에서 알게 된 것들은, 그의 키워드가 완전히 외래적이라는 것 정도.. 애초에 그에게는 영미문학쪽의 향기가 늘 강해왔던 터라 새로울 것도 없긴 하지만 가끔가다가는 하루키가 토속적인 일본특유의 소설을 썼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곤 한다. 기껏해야 두부이야기나 도쿄의 번잡스러움이라든가 출판사와 둘러싼 일적인 에피소들 뿐인 에세이가 거의 다였던 것 같다. 사소하다고는 해도 커틀릿을 말하고 맥주이야기 정도만 들어도 그는 일본스럽지가 않다. 그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3. 

움베르트 에코가 <푸코의 진자>에서 '상징이 어렵고 애매할수록 의미와 힘을 얻는다'라고 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말의 위력이 가끔 실감이 난다. 내용이 텅비어 있는 프레임만의 상징들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미진진하다고 느끼고 뭔가 있을 것 같고, 숨겨진 신비감이 회오리치는 것같은 아슬아슬함을 매번 느끼게 된다. 최근에 이탈로 칼비노의 책들을 읽으면서  유독 이런 느낌이 강했던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알수없는 애매함때문에 짜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건 해석의 문제라기 보다는 태도의 문제일 듯도 싶긴하지만 어찌됐든 간에 읽을 때의 묘한 기분만큼은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하자르 사전>이 나온 것도 이런 애매함과 사전식의 광대함을 빌미로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려고 한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 아무튼 구구절절한 쪽보다 의미와 내용을 감추고 타이틀만 있는 신비스러움이 끌릴 때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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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