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BOOK/철학-사상2013. 9. 28. 09:24


이 책의 원제가 '셜록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기술'(on Conan Doyle: Or, The Whole of Art of Storytelling)이다보니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겠다. 아마 대다수의 독자는 제목의 뉘앙스로부터 분명 '<셜록홈즈를 읽는 밤>을 기대했거나 <코난도일의 글쓰기 방법>이라던지 이것도 아니면 <코난도일은 셜록흠즈를 어떻게 썼을까>정도의 내용을 기대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 책의 진실은 '코난도일이 저작했던 책들에 대한 소개'쪽이 오히려 더 가까운 것 같다. 


코난도일을 생각하면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그의 다른 작품세계를 생각할 때, 축복이자 불행이었다. 셜록의 정체성을 벗어나기 그만큼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될테니까. 그렇지만 코난도일을 소개하겠다고 <잃어버린 세계>나 <마이커 클라크>, <백색용병단>이야기를 해봐도 독자가 과연 들어줄까 과연 셜록만큼 책종이가 뚫어져라 몰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엄밀히 말해 저자도 '셜록을 읽는 밤'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마치 골수 셜로키언이 '셜록'을 이야기하고 싶어 언저리의 이야기를 밑밥으로 깔아놓고 틈을 엿보면서 미소짓고 있는 장면처럼 말이다.  


아마 더다(이 책의 저자 : Michael Dirda)가 서두에 인용했던 그레이엄 그린의 '나이가 든 다음 우리는 어떤 책을 존중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얻고 , 또 이미 품고 있던 선입견을 교정하는 기회를 가지며 책을 통해서 이미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던 확신을 재발견하는' 그런 경험을 고백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폭풍이 몰아치고 쇠덩어리같은 회색의 오후에 코난도일의 소설을 읽어던 유년을 추억했던 것이겠지 싶다. '위어드 테일스', '블랙마스크' '섀도', '스릴링 원더스토리즈'같은 잡지들에 대한 추억을 알길 없는 국내의 독자로서는 이런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그리 크게 동화되진 않겠지만 어차피 유년으로 치자면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 정도의 잡지에서 홈즈이야기를 우리도 몇번이고 접했을테니 비슷하게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의 포커스가 셜록홈즈가 아니라면 코난도일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다. 솔직히 이 책에 등장하는 코난도일의 다른 작품들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생경한 작품들 투성이다. <마이커 클라크>(1889)도 썼고 <백색용병단>도 그렇다. <잃어버린 세계>같은 경우에는 비록 조지 에드워드 챌린져 교수가 히어로적 설정이 아님에도 어드벤쳐라는 특징과 맞물려서 꽤 알려지기도 했었다.(최근에 영화로까지..) 그래도 도일의 자랑스러운 작품들 이력들에서 '셜록'이외에 다른 아무런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을땐 한가지만 선명해질 뿐이다. '지지리도 재미없는 소설' 아니었으면 '셜록홈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범작들이라고 ..그래서 인지불가능의 영역에서 세월의 먼지를 얹으며 잊혀져가는 것이겠지. 그게 우리의 잘못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 코난도일 탓이지뭐..


셜록을 좋아한다고 해서 '코난도일'의 다른 작품들도 같은 선상에서 좋아해주면 좋겠지만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코난도일의 정체성과 가치관, 그리고 성격, 글쓰는 스타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알게되는 부수적인 재미가 따라붙을 뿐이다. 덕분에 저자도 밝힌 바와 같이 약간은 인종차별적이고 '심령주의'에 물든 코난도일의 일면들이 드러나고 '명예주의자'이자 '대영제국의 식민주의'정책에 딱히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지 않는 보수적 성향도 알게된다. 맹신적이고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되기에는 여전히 하자많은 작가로서의 모습에 실망감이 밀려오는 팬들도 있겠으나 어쩌면 그가 추구했던 것은 '셜록'만의 세계가 아닌 '모험'의 세계 전체를 꿈꾸는 순수성을 감안하면 여전히 그는 활력넘치는 작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작가는 코난도일의 셜록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몇번의 토로를 거쳐서 '홈즈'를 썼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밝혀준다.


 '최고의 문학이란 독서이후 더 나은 사람이 될수 있는 작품을 뜻한다. 셜록홈즈를 읽는 사람은 물론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겠지만 아주 높은 차원에서 예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은 없다...중략...셜록홈즈는 절대로 고귀한 문학이 될 수 없다'


동감이지만 셜로키언의 입장에선 약간의 쓸쓸함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홈즈를 통해서 무슨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읽지 않는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도일의 가치가 좀 더 '문학'적인 부분에 치중되어 있기때문에 셜록홈즈가 폄하되는 듯한 뉘앙스가 보인다는 건 실망스러운 일로 비쳐질수 있겠다. 코난 도일은 솔직했고 이런 점에서는 '셜록 홈즈'를 통해서는 '재미만을 느껴라'라고 이야기한다고 단언해도 무리가 없지만 사실 논리적 전개나 치밀한 구성에서 왠지 머리속의 뇌 한귀퉁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면 '굉장히 셜록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에 은밀한 쾌감을 느끼지 않았던 독자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의 뇌는 '셜록홈즈'의 일면처럼 되고 싶다는 굉장히 지적인 욕구들이 있었으므로 '기여'없다곤 말하기 어려우며 더더우기 '영향'이 없었다곤 이야기하기 힘들다.  


난 우연찮게도 T.S 엘리엇<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 '숨겨진 발톱' 별명을 가진 '범죄의 나폴레옹'을 알고 있었고 그 고양이가 '모리아티'의 현신인 것도 알아채렸다. 역시 케네스 그레이엄의 명작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에서 사냥모자를 쓴 물쥐 래트가 몰이 무엇인가에 걸려넘어지고 은밀한 조사끝네 '정말 이게 뭘 뜻하는지 모르겠어? 이 아둔한 친구야'라고 말할때의 그 장면이 홈즈와 왓슨을 패러디한 것이라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이런 패러디는 도처에 깔려있다. 홈즈 편린에 대한 반가움을 논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다만 저자가 이야기한 움베르크 에코의 '세사람의 서명 : 뒤팽, 홈즈, 퍼스 같은건 취향적으로 별로다. 그건 오버이자 쇼같은 허세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쨋든 이 후 홈즈 패러디가 우후 죽순으로 등장하는 역사적 흔적들에서 굉장한 반가움을 느낀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래도 셜록을 최대한 절체해가면 전반부를 버텼다. 이윽고 굉장히 폭력적으로 글을 써댔던 코난도일의 엄청난 체력과 열정도 소개했고 (그는 근 한달내 보헤미아 스캔들, 신랑의 정체, 빨강머리 연맹, 보스컴 계곡사건을 써내려갔다.) 코난도일이 말했던 '자신 스스로의 관심을 끌지 않는 줄거리나 사건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절대 홈즈 이야기를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부분에서도 셜록홈즈의 지향점을 얼핏 보여줬다. 이로써 코난도일이 셜록홈즈를 써내려갈때의 심정과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특별하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질적이지도 않는 도일의 이런 이야기들은 '셜록'매니아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도 있겠고 너무나 평이로와서 '기대에 못미치는 셜록창조자'로서 실망감을 느낄수도 있겠다. 그래도 코난도일의 '셜록'에 대한 열정만큼은 부인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겠다. 


최근 몇 년사이에 '셜록홈즈'(Sherlock Holmes)의 저작권 시효만료로 인하여 우후죽순처럼 소설 출판이 이루어졌드랬다. (시공사와 황금가지를 비롯한 여러군데서 기다렸다는 듯이 출판 시작함. 어떤 출판사가 낫다고 말하기에는 곤란함.) 이윽고 당대의 매력적인 캐릭터 홈즈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Sherlock으로 BBC방송으로 등장한 최근에는 홈즈에 대한 매력도가 최고 피크치까지 치솟은 느낌이다. (그야말로 홈즈가 환생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물론 BBC의 Sherlock이 아니었어도 홈즈의 재래는 여러형태로 등장했던 게 사실이다. 미드  '하우스'(House)그레고리 하우스 조차도 홈즈 캐릭터의 차용이었으니까...뭐 굳이 그가 CSI 마냥 경찰노릇이나 탐정노릇을 하지않아도 그가 홈즈였다고 추정할만한 증거들은 꽤 많다. 바이코딘 중독에 아파트주소는 221B, 시즌2에서는 총으로 쏜 인물의 이름조차 잭 모리아티(Jack Moriaty)다. 하우스뿐일까. 세상에 등장했던 수많은 캐릭터들의 이면에는 '셜록'스러운 뉘앙스의 피쳐들이 슬쩍슬쩍 등장했다. 그야말로 홈즈는 불사의 캐릭터처럼 현대에도 충분히 숨쉬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셜록 시리즈의 리바이벌이 저자가 후반부에 밝힌 '베이커가 특공대'처럼 잊혀져가는 이벤트처럼 인식되길 원치는 않는다. 그리고 그런 이벤트들은 '순수하게 셜로키언'으로서의 희열과 희극처럼 번져가는 '쇼맨쉽'에 가까운 재미들이었으므로 때로는 그런 퍼포먼스들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굉장히 재밌고 흥미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덧없다고 생각하면 모를까


적어도 셜로키언이라면 '캠퍼벨 독극물 사건', '모페르튀 남작의 어마어마한 음모', '그라이스 패터슨 일가가 우파섬에서 겪은 기이한 사건', '아마추어 탁발승 협회', '비숍게이트 보석 사건' 같은 에피소드들을 창의적으로 지어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코넌도일이 마무리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그만의 형식을 빌어서 철저히 셜록스럽게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아직도 코넌도일만큼 재밌게 쓴 후속 작가들을 만나지 못했고 작가가 이야기한 도둑맞은 담배케이스나 랑데일 파이크 사건같은 것으로 그런 허기를 채우기에는 모자르다. 적어도 제대로된 단편 정도는 책 후반부에 실어줬으면 했는데..작가의 희열을 독자에게 강요시키는 퍼포먼스에 속은 느낌이다.


차라리 BBC의 셜록에서 약간 가능성을 보곤하는데 모리아티 사건이후에도 에피소드를 나열해야한다면 이런 미공개 사건들에 대한 에피소드작업을 이어가면 아주 그럴듯해보이지 않을까. 




코난 도일을 읽는 밤

저자
마이클 더다 지음
출판사
을유문화사 | 2013-08-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추리 소설 학교에 코난 도일 학과가 있다면 공통 필수 교재가 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