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4. 4. 8. 07:10

파스타 요리를 제대로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알리올리오를 먹어보면 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알리올리오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가 단촐해서 일 것이다. 단순한 몇가지의 재료만으로도 특유의 마늘향 가득한 파스타를 맛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들어가는 재료라고 해봐야 올리브 오일, 마늘, 소금, 페퍼로치니 정도..여기에 파슬리 가루라던지 바질 가루라든지를 곁들일 수는 있겠지만 맛을 좌우하는 건 역시 적당한 소금간과 스파게티 면발의 탱탱한 정도, 그 뿐이다. 어떻게 해봐도 별수를 써봐도 속일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는 파스타 인 것이다. 영어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기초 레벨 테스트를 해볼 께요라고 날 데리고 들어갔던 영어강사의 취지와 알리올리오를 시식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비슷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뭐든 감출 수 없는 본연의 무엇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니까. 



여러 파스타집에 넘나들었지만 맛도 제각각이어서 어느게 정말 맛있는 알리올리오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단지 개인의 취향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고 그러다보면 이 집의 알리올리오가 맛있다고해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별로인 알리올리오가 될 수도 있다.  한번은 동네 근처의 파스타집에서 위의 목적을 가지고 알리올리오를 주문해본 적이 있는데 이윽고 등장한 알리올리오는 약간 갈색빛이 감도는 마치 기름에 태운듯한 알리올리오였다. 맛도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 원래 이건 이렇게 요리해야 맞는건가 싶어서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식을 했지만 영 내 취향으론 아니었다.  다시 그 가게에 가진 않게 되었다.  


이후 다른 파스타 가게도 넘나들었는데 어떤 집은 자작자작한 육수가 깔려있거나 또 어떤 집은 너무 짜거나 톡쏘거나 이것도 아니면 면발이 불거나 너무 딱딱하거나 다 그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마음먹은 게 있다면 나만의 알리올리오를 내가 직접 만들어 먹자는 것이었다. 이윽고 난 알리올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마늘을 저며 놓고 (같은 두께로 잘 저민다). 커피포트에 물을 끊인다. (가스렌지에 물을 데우면 너무 시간이 오래걸려서 시간 절약상 포트에 일단 물을 끊인다.) 그리고 난 후 커다란 냄비 같은 곳에 소금을 약간 넣고 포트에 끓인 물을 붓는다. 불을 강으로 하고 다시 끓이면 몇 분후  다시 펄펄 끓게 된다. 거기다가 스파게티 투하..약 7분에서 9분정도 삶아준다. 중간중간 건져서 먹어보고 너무 불지 않도록 주의..


파스타 면이 익는 동안 재빨리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아준다. 너무 센불에 하면 1분도 안되서 다 타버리니까 주의...적절하게 마늘이 투명하게 될 때까지 볶아주는데..너무 오래하게 되면 반드시 마늘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타므로 중간에 차라리 불을 끌지언정 태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 약간의 소금간을 하시는 분도 있으니 해도 좋고 안해도 무방이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은 페퍼로치니 한조각을 잘라서 (안에 씨는 버리도록) 막판에 넣어주고 살짝 다시 볶아준다. 


이때 즈음 파스타 면이 익는다. 동시에 건져서 마늘 볶는 프라이팬에 넣고 불을 강하게 바꾼다음 잘 섞으면서 다시 버무려준다. 현란한 손목스냅을 이용해서 프라이팬과 한속에는 집게나 주걱으로 뒤적뒤적 잘 뒤집어준다. 여기서 다들 실패한다. 왜냐면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프라이팬의 올리브오일을 면이 다 잡아먹고 불을 가열되니 뻑뻑하게 되니까..그래서 파스타 면을 데운 물을 중간중간 슬쩍 부어주면서 뻑뻑하지 않게 잘 흔들어줘야만한다. 의외로 쉽지 않다. 


드라마 파스타에서도 공효진이 고생했던 것처럼 마늘과 파스타면과 올리브오일 이정도로 알리올리오를 제대로 만드는게 어려운건 역시 간이다. 자 이렇게 잘 볶는다고 해도 한가닥 집어서 먹어보시면 아무 맛도 안나거나 밍밍하거나 도대체가 무슨맛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맛이 들 수가 있다. 이때 즈음 마음속으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알리올리오란 말인가?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내가 뭘 잘못한 걸까라고 말이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마늘의 은은한 향이 느껴지긴 할테지만 너무 소금간이 안되어 있어서 제대로 그 묘미를 살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소금간의 경우에는 파스타 면을 삶을 때 투여한 소금의 양과 본질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파스타 면을 삶을땐 소금을 많이 넣지 않고 티스푼 반도 안넣는다. 맹물맛만 면한 수준이다. (1인분 기준) 그리고 난 다음 옆에 소금통을 두고 면을 섞어줄때 소금을 중간 중간 뿌린다. 맛을 실시간으로 맞추기 위함이다. 근데 여기서 싱겁다고 마구 넣다간 나중에 열이 식고 난 다음 파스타를 먹을 때 식겁할 가능성이 있다. 온도가 내려가면 짠맛이 올라오니까..그래서 적당히 너무 싱겁지만 않게 소금간을 적절히 조절한다. 이렇게 하면 알리올리오는 성공 할 수 있다. 아주 훌륭한 알리올리가 아니더라도 맛은 나쁘지 않으리라 보장..^^


소금간이 부담스러우면 베이컨을 2센티 간격으로 잘라서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두고 (이건 금방할수 있으니 언제해도 무방) 나중에 알리올리오 위에 살짝 얹어서 먹으면 강추 !!! 이리하여 베이컨 알리올리오.. 뭔가는 먹어야겠고 배는 고프고 재료는 별로 없고 그럴때 이 알리올리오를 한다. 요리시간은 약 15분~20분 정도 소요되고 주방을 어지럽히지 않을 수 있고, 먹고 난다음 깔끔하고 설겆이도 편하다. 여러모로 나에겐 단골 요리이자 주메뉴인 셈이다. ^^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