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BOOK/철학-사상2013. 1. 23. 16:00

 

서두에 밝혀둔 에세이로서의 역할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진중권씨가 문화,사회적으로 많은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대개 알고 있다. 아마도 그가 학술적인 견해로서의 글과 가벼원 문화적 탐방이나 소견에 관한 소소한 글로써의 역할을 릴렉스하고 싶어서 일종의 장치로서 언급했을 수도 있겠다. 워낙에 달변가이고 논리와 담론에서 노니시는 분이라 이 에세이의 기준은 아마도 '탐색'을 넘어선 '숙고'나 '사색'의 파편들이 될 가능성도 컸고.... 그리고 현상에 대해서 그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이 결국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헤겔의 말을 좀더 실천에 옮겨볼 작정으로 글을 썼을 것이다라는 섯부른 판단도 스쳐갔다.(아니면 말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책의 주요 포인트는 대중들이 접하기 힘들었던 '전문학술'분야의 용어들을 은유적으로 사용하여 현재 벌어지는 현상을 자기방식대로 요약했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달리보면 '현학적 허세'처럼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용어자체는 있어왔던 분명한 명제이고 (그가 예를 들었던 비트겐슈타인의 의심할 바 없는 진리의 원자적 확신과도 같이 사용됐다.) 그 용어들은 지금에 와서 의미를 가질만큼 멋들어지게 인용되었다. '타이포 라이팅의 응용편'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용어들은 그 자체로서 아우라를 가지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다만 부작용으로서의 어색함이 불시에 닥칠 수도 있다. 내재된 뜻이 모호해지면 우리는 용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고 수많은 억측과 추측, 그리고 확대가 이뤄질 것이며 결국 진리의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전혀들지 않게될테니까 말이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용어구들과 용어들의 나열속에서는 '지식에 대한 소개'의지를 담은 진중권씨의 노력이 보이는데 아마도 씨네21에 에세이로서 등장했기에 이건 설명이 된다.  아무래도 대중들을 위한 '문화설명서'가 될 필요가 있었으니까... 너무 어려운 용어나 메타포가 남발되면  '너무나도 잘난척'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부작용을 뒤로하고 꿋꿋하게 낭창낭창하게 죽죽 밀고 나갔다. 보헤미즘과 댄디즘 정도야 친근감을 느낄정도의 타이포지만  옴파로스에서 신들이 인간에 준 '신탁'(Oracle)에서  스토이시즘, 헬레니즘의 라오콘상, 칼로카가디아로 부터 유래된 미적가치와 윤리적가치의 혼합성, 빙켈만이 등장하여 파렌티르시스를 언급하면서 '감정과잉의 오류'등까지 읽다가보면 담아두기 벅찬 굉장한 함의의 용어들이 대량 등장한다. '우와...이런 용어들은 다 뭐지' 하는 느낌?   일반 대중으로선 굉장하고도 빈번한 타이포에 질려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타이포를 아무런 적대감없이 받아들이려면 '뭐 그런게 있나봐' 정도의 태도를 가지고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알아보자'라는 의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
 

부수적인 재미도 있다. 견해를 펼치는 지점에서 화려한 언변술과 설명은 저자의 독특한 논리적 체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파타피직스를 언급하면서 '허구인줄 알지만 사실인척 해주기'라는 부분은 슬쩍 '나꼼수'를 바라보는 그의 찰나적 견해를 예상할 수 있다던지..모든 매체는 편향적이다라는 명제를 언급하면서 편향성의 극복이 문명의 발전을 결정한다는 지점 역시 언론 매체의 권력 지향성과 정치적 영향에 대한 묘한 시기적 데자뷰를 느낄수 있다. (결국 문명의 퇴보가 벌어지고 있다고 항변하는 느낌도..) 그리고 저자는 아무래도 귄터 안더스보다 보드리야르의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상세계'쪽에 더 치우쳐있는게 아닐까란 생각도 슬쩍 들었드랬다. 결코 변하기 어려운 진실이 아닌 세계에 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부정적인 시각같은게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해서 그렇다.


6부까지는 철학적 함의를 친근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느낌이고 7부 미의 정치성, '존재에서 생성으로',..이윽고 '예술의 진리',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미학학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느낌이다. 나도 가끔은 아는 만큼 보이는 심미안적인 견해의 소유자이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보니 역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물에 담겨있는 함의와 철학적 견해는 다차원적이고 난해하다는 느낌이 든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인용했던 용어들에 대한 빈약한 지식이 민망스럽기도 하고 그에 반해 인용하는 표현들이 익숙치않아서 어떤 논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후자의 우려를 이미 서두에서 밝혀주긴 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면 수많은 인용들에 대한 명확한 이해나 사려깊은 추가액션이 필요한게 아닐까하는 측면도 많다. 혼자서 다 찾아서 관련부분을 읽어봐야 한다는 강박관념 비스무리한 것들...그래도 나쁘지 않은 건 이런 '생각의 지도'에서 분명하고도 명확한 개성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고 그 논리가 설득력있다는 부분정도..그래서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좋았던 것같다.


비슷하게 미학시리즈로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기도 하셨는데, 대중적인 측면에서 더 한층 다가온듯한 이 친철한 설명은 이 책만의 장점이 될 듯 싶다. 생각의 지도 2가 나올른지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식이라면 저자는 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크로스에서도 이미 경험한 바 있고 굉장한 스피드로 분야를 퀼트처럼 꿰매어 독특한 문양을 만들어내는 해석방식, 견해등은 참조할 만하다. 세상의 모든 견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과정과 설명에서 동감과 공감을 얻을 수도 있을테니까. 생각의 지도에서 좀더 여러가지 길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정도만 되도 꽤 괜찮은 경험이다.

 


생각의 지도

저자
진중권 지음
출판사
천년의상상 | 2012-09-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진중권 철학 에세이『생각의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