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lla Essay2013. 7. 21. 17:14

2013.07.21(일)

1.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무라카미 하루키.

2. 도둑맞은 편지 - 에드가 엘런 포

3. 런던스타일 책 읽기 - 닉혼비. 



가끔 이런 날씨에서는 책읽기 만큼 좋은 '시간보내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읽기의 단점이라면 '이걸 누구와 함께 하는 뭐 공유의 활동'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과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더 읽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점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마냥 읽기만 하고 몇 권 연속으로 읽었다고 해서 내 삶이 윤택해진다던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건 그저 읽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준다고 스스로 위로하지 않는 편이다. 책은 책일 뿐이니까. 물론 교훈도 좋고 정보도 좋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그냥 읽음으로써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고 새로운 모험을 한다고 생가하는 정도다. 


최근 책을 구입하는데 약간 인색해졌는데 그 이유는 '좋아하는 책'들을 이미 꽤 많이 사 놓았기 때문이다. 읽지 않는 책들이 대략 10권 남짓 되니까 굳이 새로운 책을 구입해서 거기에 더 보탤 필요성이 없다. 그런데도 책이란 묘해서 서점에가면 아직 읽지 않는 '의무감'비스무리한 것들이 vol 1. vol. 2 ... 처럼 구비되어있어도 자꾸 더 사게 되는 묘한 구석이 있다. 생각해보면 약 20권 안밖에서 이 읽는게 다 바닥나지 않도록 무의식중에 조절한다고나 할까. 


하루키의 수필집은 여전히 꾸준히 읽는 책이다. 최근 '저녁무렵에 면도하기'를 비롯한 무라카미 라디오 연작 시리즈는 3권다 재미있게 읽었다. 문학동네에서 내놓은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발렌타인 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해뜨는 나라의 공장'그리고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같은 에세이들도 우후죽순처럼 새발간되었드랬다. 시간이 좀 되긴 했는데 다자키 쓰쿠루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차라리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는게 더 편하고 더 친근감있고 더 담백하고 더 산뜻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인기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하루키의 에세이는 감각을 담아서 넘기는 활자많은 잡지 정도의 가벼움이 있어서 부담이 없고 공감도 간다. 아마도 '강요'가 없고 '고집'이 없어서 그런가. 


그리고 에드가 엘런포의 '도둑맞은 편지'는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중 1권으로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읽다가 불현듯 충동에 이끌려 바벨 도서관 시리즈를 무턱대고 다 읽어보리라 맘먹어서 사둔 책이었다. 선구적인 포의 스토리 라인과 정서가 이젠 무감각하리만큼 일상적인듯 되버렸지만 여전히 활자로 읽을 때 느끼는 새로움이란게 있다. 그래서 더 좋다. 어디선가 '우울과 몽상'에 대한 포의 정신분석학적인 내용의 분석서를 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런 성향이나 배경 따위를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그래서 포가 이런 소설들을 쓴 거였어라고 할 필요가 별로 없다. 그저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그가 뿜어내는 기묘한 이야기의 매력만으로도 그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다. 아무튼 포를 비롯한 바벨도서관 시리즈를 줄기차게 읽어볼 작정이다. 얼마나 읽을 지 알 수 없지만...


닉혼비의 런던스타일 책읽기는 그동안 사리라 마음 먹었던 책이었는데도 시간을 미루다가 못샀던 책이었드랬다. 그래서 큰맘이랄것도 없는 굳은 의지를 동원해서 기어코 이 책을 집어들고 집으로 오는 내내 읽었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들에서 내가 무슨 편린을 얻는다던지 아니면 책 목록따위를 만들어서 나도 '런던스타일'로 책을 읽어봐야지라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으려는건 아니다. 그저 닉 혼비가 글을 쓰면서 슬슬 드러내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책에 대한 마인드..특히나 재미없는 책, 고상한척하면서 읽기도 싫은 두꺼운 책들 폼으로 읽고 다니시는 그런 가식이 없어서 좋다. 다 집어치우고 좋은 책을 읽으라는 그의 권유가 꽤 솔직하다. 책을 읽으면서 자아성찰이니 혹은 내면성숙이라던지 하는 조건부 설정으로 책을 사드는건 좀 아니지 않나싶기도 하고...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재미도 쏠쏠하다. 3권을 읽고 나면 또 뭘 읽을 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올해 읽으려고 나두었던 책들 목록에도 있지만, 이걸 알파벳 순으로 읽는다던지 하는 우를 범하고 싶진 않다. 때에 따라서 읽고 싶은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들 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책을 읽는 건 노동이 될테니까...책을 노동으로 읽는건 처럼 바보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