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가 꽤 꾸물꾸물 거리는 걸 보니 정말 장마이든지 태풍이든지 싶다. 시기야 말로 그럴듯한 7월 초중. 이 시기가 지나면 폭염의 계절이 불어닥칠테지만, 살갗에 붙는 이 끈적임들과 어떻게든 뽀송뽀송한 공기를 경험하고픈 에어컨의 찬공기 매니아들 입장에서는 약간은 그레이스러운 바깥톤이 월페이퍼 같을 수도 있겠다. 원래 세상그림에서 직접적인 촉각과 향기를 빼버리면 판타지가 될 수도, 혹은 어여쁜 동화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 Rainy day가 한 주내내 이어지는 것도 로망이라면 로망인거지.(물론 물난리나고 국가재해로까지 확대되는데 로망타령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제도 비슷했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아무래도 혈압이 떨어지고 사람은 느슨해지고 정신은 산란되기 일쑤다. 이 분명하지 않은 색체감은 정신도 애매하게하고 정서도 몇 번 index의 명암톤인지 가늠하기 힘들만큼 아날로그적으로 변해간다. 몽롱하다고 해야 하나...정확히 태양쨍쨍 한 날 황금빛 햇살도 측정 할 수 있을만큼 '디지털'적이었는데 그만 이 날씨는 갑작스레 비선형적이 되버리셨다. 그걸 타파해보겠다고 오전에는 'Flying Petals', 그리고 Eddie Higgins Trio'Autumn Leaves를 연달아 들었다. 조금' 후에는 Dave BrubeckTake Five가 이어지면 속으로 결국 이런 날씨에는 이 곡이 제격이지라며 외쳤다가  Mondo Grosso의 '1974-Way Home', Bill Evans의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을 들으며 날씨는 '더블치즈와퍼'...음악은 '어니언링'이라고 딜리셔스한 망상을 즐기게 된다. (그럼 다 인스턴트란 이야긴가..ㅠ.ㅠ)  


이런 날씨배경에 음악조차 없다면 누구말마따나 '의미가 없는 스윙'이 될 가능성이 높긴하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창밖에 그려진 이 월페이퍼도 7월 잠시동안만인데 좋아하는 음악이 타이틀이라도 걸어주지 않으면 그냥 이름모를 날짜뿐인건가 싶기도 하고. 7월 9일, 7월 10일, 7월 11일...이런건 너무 냉정하고 딱딱하다. '셀레니어스 몽크의 'Round Midnight'가 흐르고 짙에 내린 습기들이 분위기를 머금고 거리에 내려앉은 7월 며칠의 풍경'이라고 해야 그나마 기억에서 덜 휘발될테지 하면서 젠 체도 할 수 있고...어차피 태양이 뜨면 이 모든 정서는 다 그림자 없어지듯 자취를 감출 것이다. 태양의 정서는 이런 재즈의 무게감을 좀더 다른 질감으로 변형 시키곤 해서 맑은 날씨에는 감정이 틀려진다. 온도 삼십 몇도를 올라가면 마냥 스모키 에스프레소를 즐기며 늘어지는 재즈를 듣다간 모든 게 아스팥트에 늘러붙은 치즈처럼 되버릴거다. 그 때에는 또 어울리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다. 


조금 있으니 Kevin Kern'Dance fo the dragonfly', Natalie cole의 산뜻한 'L-O-V-E' 가 지나간다.  그리고 뒤적거리다가 간만에 Red Garland Trio'Willow weep for me'도 들어봤다. 참 오래간만이긴 하다. 다 한 참전에 들었던 음악들인데 짙은 날씨에 왠지 짙은 음악을 들으며 날씨에 취해가는 기분이다. 아마 이래서 자꾸 가자고 한 거 같아..자주 다녔던 카페. 그 곳에서도 이런 음악들이 하루종일 흘러나왔던 것 같다. 날씨가 오버랩되니까 음악도 오버랩된다. 



기분이 묘한 걸...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