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 일이기는 해도 스모키앤미호(Smokey & Miho)의 음악을 틀어놓고 가만히 눈을 감게 되면 무더운 여름날 휴식으론 제격이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다가 잊혀진 앨범들이 책장속으로 무늬화 되어 은둔해버리면 도대체가 그런 음악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해 곤혹스러워진다. 어째든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전 아니예요 아무런 감동도 느껴지지 않거든요 라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국내 매니아들의 여파를 감안해 볼 때, 스모키앤 미호의 'Blue Glasses'같은 건 기억속에서 일찍 사그러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음악은 심야에 오히려 잘 어울려서 심야 라디오에서 제대로만 플레잉해주기만 하면 걷잡을 수 없는 감동이 폭풍처럼 휘몰아 칠텐데....아직까지 틀어주는 DJ가 없다. 무감각의 한여름밤이다. 다행히도 나야 책장 정리하다가 툭 이 CD가 툭 떨어져 버린 탓에 운명적이 재회를 맞이했다. 외로움과 쓸쓸함과 그리고 편안함과 왠지 그윽한 애수와도 같은 짙은 커피향처럼 번져가니 이거 참 묘한 느낌이었다는....


약간 다르지만 고야 앤 카미나도 이런 경로로 최근에 들어버렸는데 둘다 여름날에는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는 살짝 감흥에 취한 늦여름 초가을의 느낌이 다가오지만, 고야 앤 카미나의 En Sem VoceBahia Lady는 완연한 여름을 떠오르게 해준다. 지글지글 타는 듯한 석양을 뒤로하고 야자수와 바다가 있는 자켓 때문에 더 그럴수도 있다. 아무튼 요즘에는 무더운 여름 때문에 정신의 각성수준이 마이너스 레벨에서 떠돌고 기운은 급다운되고 피부에 더운 공기가 부딪혀 냉각수 넘치듯 퍼진다. 냉방병이 생기면 어떠랴..차라리 문을 쳐닫고 에어컨을 약하게 켜놓고 음악을 틀어놓고 책이나 읽는게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생활을 고수할거라면 여름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다.


사실 더울때는 나가서 땀을 흘려야 하고 태양에 피부도 그을음을 일으켜야하고 뜨거운 숨을 토해내고 핫핫한 아스팥트를 걸어야 제맛이긴하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문제지...이제 여름도 가는데 사실 진한 섬머 나이트를 경험해보진 못했으니 음악으로라도 대신 느껴보고 싶다.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