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Pantry2014. 8. 4. 10:53

1. 

한동안 책을 펼치지 못했다. 근 4주 정도는 하도 신경 쓸 일들이 몰아닥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뭔가를 읽을 만큼 여유롭지가 못해서 책을 들기라도 하면 온통 신경이 딴 곳으로 쏠려버리는 탓에 그냥 관두고 시간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가끔은 풍랑같은 일들이 책을 들고 있는 나에게 지금 그럴때가 아니라고 꽉 난간을 잡고 세상의 세파에 휩쯜려가지 않게 조심하라고 시끄럽게 떠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랬다. 시간은 빠르기도 하지 순식간에 한달이 휙 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동안은 랜돌프 카터의 연작 시리즈를 슬쩍 읽고 카프카의 성을 듬성듬성 다시 읽어보고 라파엘 사바티니의 스카라무슈를 아무 생각없이 들추곤 했다. 제대로 읽었다고는 할 수 없는데 신경증같은 정서를 꾸욱 눌러담는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눈꺼풀 위가 죄다 먹물빛으로 번져있는 날씨들이다. 장마는 갔다고 하는데 태풍의 끝자락이 지나치게 치렁치렁 거린다. 태양이 올라오면 텁텁하고도 후덥지근한 사바나풍의 공기들이 떠나니겠지. 찬공기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고르게 내쉬다가 냉방병 걸리기 딱 좋은데 이제 좀 많은 일들이 가라앉고 정리 좀 되었으면 한다. 참 인생은 여러모로 다변스럽고 번잡스럽고 변덕스럽다. 그보다 제일 꺼려지는 건 가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일을 최우선순위로 해야 할 때다. 난 요 며칠간 계속 이 우선순위와 끙끙대며 싸우고 있다. 한 여름밤에 번들거리는 땀냄새만큼이나 불쾌한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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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