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Pantry2014. 6. 26. 09:59

1. 

카프카<성>을 2/3 정도 읽었다. 처음에는 종교적인 이야기인걸로 생각했는데 다들 하나같이 '관료주의'와 '거대 사회에 저항하는 인간의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를 듣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뭐가 맞는지 사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다. 카프카가 이 소설을 미완성을 남겨놓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기도 하고..그 흔하디 흔한 인터뷰 내용조차 없어서 무슨 의미인지 각자 해석이 난무한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이렇게 줄기차게 읽히는 이유는 마치 '성'을 대면하는 인간의 심리적 모양새가 세상을 살아가는 '나자신'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느끼는 부분일거라고 추측해 볼 뿐이다.  어떻게든 주류로 끼어들고 싶지만 기존 권력층을 상징하는 '성'의 입장에서는 거리감과 위압감을 가지려고 애쓰고,..거기에 편입되지 못한 하류층은 계속해서 눈치를 보며 언젠가는 '성'과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 이게 그저 측량사 K의 고군분투 이야기가 될 수는 없는거지 나라도 그랬을 거다. 하지만 난 아말리아나 올가가 될 수 없고 K처럼 반항적이 될 수도 없다. 참으로 적나라한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2. 

<선과 모터싸이클 관리술-가치에 대한 탐구>를 방치하다가 소소하게 넘겨보고 있는 중이다. 가끔은 이렇게 내용이 진중하거나 철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들의 정체성을 두께에서 표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럼 이 사전처럼 두꺼운 이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복잡한 지하철에서 꺼내서 한손에 들고 서서 읽고 그래야 하는데 그건 좀 그렇다. 그럼 이런 책은 집에서 마냥 책상위에 펼쳐놓고 희귀한 단어를 검색하기 위해 꺼내놓은 사전같이 활용해야 할까. 그것도 좀 그렇다. 책이란 어디서든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가치에 비해서 너무 육중해서 문제다. 읽기도 전에 이 두꺼운 무게를 어떻게든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정말 두껍긴 해 이래가지고서야 이 책을 들고 가볍게 친구를 만나러간다던지 하는건 좀 난처해진다. 


3. 

조이스<율리시스>읽다가 우연찮게 소설에 대한 혹평을 몇 개 보게 되었는데..사실 율리시스가 보통의 소설처럼 막 읽히고 대중적이었다면 이런 혹평은 차라리 무시라도 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읽어도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도 못잡을땐,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닉혼비가 <런던스타일 책읽기>에서 밝힌 바 있지만, 펭귄 클래식따위를 재미도 없는데 옆에 끼고 보여주기식 읽기를 지향하고 그럴듯한 평판으로 포장한다면 그건 위선에 가까운거라는...율리시스도 그런 부류로 혐의가 짙다. 읽고 또 읽으면 모종의 수수께끼들이 수면위로 올라온다는 수많은 커뮤니티의 평들은 '자가 해석'적일 뿐, 정확하지도 않다. 어떤 점에서는 자기위안이고 자기만족일 뿐, 진실은 뭔지 모르는 상황일 수도 있는 셈이다. 어떤 어려운 책을 읽고 그 책을 읽는 성취감을 그 작품의 정체성으로 치환해버리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율리시스가 그야말로 엄청난 자기만족이 될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재미를 못느끼는게 '힐난'의 대상이 될수는 없지 않은가. 그저 재미가 없을 따름이다. 


4. 

이번주는 책이 더럽게 안 읽힌다. 다 집어치우고 잠이나 쳐 자야 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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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