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Pantry2014. 5. 27. 10:46

1.

백년의 고독을 읽고 있다. 1권은 그럭저럭 잘 넘어갔는데 갑자기 여기도 호세, 저기도 호세, 여기도 아우렐리아노 저기도 아우렐리아노, 여기도 부엔디아 저기도 부엔디아. 이러고 있다. 내가 아무리 워킹메모리가 1M 수준이라지만 이정도면 나를 농락하다못해 희롱하는 수준이다. 앞에 떡하니 가계도를 붙여놓긴 했는데 읽다가 느닷없이 앞으로 펼쳐서 이 아르카디오가 어떤 아르카디오였는지 확인해봐야하는 닭 같은 짓을 해야하는게 약간 불쌍하다. 공부도 못했는데 책을 읽을 때도 이모양이라니...


2.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다. 다들 미도리를 택할 거라고, 실제 와타나베가 미도리를 택하기도 했고..그래 난 특이한게 아니라 주류였던 거다. 짐짓 나오코와의 비현실적인 의식 침몰에 포커스를 두는 채하고 미도리의 조크에 빨려든 것이겠지. 아무튼 하루키는 아예 대놓고 전략적으로 '노르웨이의 숲'을 썼다고 밝혔드랬다. 그래놓고 자기 글은 읽기쉽고 유머도 있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고 균형을 잘지키며..어쩌고.. 블라블라 하셨다. 이 분 스스로는 소설가는 판단을 유보하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게 제 역할이라고 해놓고 자기 글에는 어떤 식이라고 잘도 결론을 내리신다.ㅎㅎ. 생각외로 하루키는 유별난게 아니라 그냥 심플한 거라고 생각되어진다. 이게 아쿠타카와라든지 나오키상에 대한 인터뷰였다면 분명 하루키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거다. 어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는데도 이런 상을 받게 되다니 어떨떨하네요. 저도 제 책을 많이들 읽어주시는 이유를 잘 알지못해요. 전 그저 쓸 뿐인거죠. 상을 받았다고해서 제가 어떻게 달라질 것도 아니구요. 아무튼 감사해요어쩌고...겸손한듯 이렇게 인터뷰했을 텐데, 느닷없이 파리 리뷰에서 본색을 드러내주시다니...^^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단 뜻. 어쩌면 하루키는 몸속에 천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양이 대마왕 하루키..


3.

내가 아끼는 아주 어린 후배에게 물었다. 넌 요즘 무슨 책을 읽니.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어서..뭐..그다지..읽진 않는데요 요즘 책을 읽기에는 할 일이 너무나 많아요. 할 일 뭐. 음 연애도 해야하고 놀러도 가야하고 스샷질에 카톡도 열심히 해야하죠 소셜 라이프인셈이죠. 제기랄소셜라이프같으니라구..  카톡과 페북과 트위터는 넘실넘실대는 감각으로 철철 넘치는데 페이퍼에 밝힌 글자들은 시간을 잡아먹는 머신이라도 되나보다. 다들 정색들을 하신다. 이게 요새 젊은이들의 특질인거다. 온라인소셜라이프~ 터치질과 책의 3분의 1사이즈 영역에 시선을 맞추는 아주 고된 일을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캘리브레이팅 라이프인 것이다. 여기서 고전 문학을 읽어야 한다 어쩌고 내가 그래버리면 그때부터 난 꼰데가 되는거다. 책을 읽고 안읽고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와 마음이니 여기서 멈춘다. 잘 참았다. 언제고 때가되면 풍경이 책을 부르고, 음악이 장면이 묘사된 구절을 떠올리게 하고 그러겠지. 요즘 애들의 삶에는 모험같은게 없으려나.  아..그러고 보니 최근 책에서도 유명 저자가 그랬다. 요즘 누가 '모비딕'을 읽냐고..이제 책이 사람들을 선별하는 계절이 왔고 그 계절은 바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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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